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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언덕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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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원제 A Pale View of Hills

가즈오 이시구로 | 옮김 김남주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2년 11월 30일

ISBN: 978-89-374-9061-3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252쪽

가격: 13,000원

시리즈: 모던클래식 61

분야 모던 클래식 61, 외국 문학


책소개

그래, 특별한 건 하나도 없었단다.
그저 행복한 추억이었을 뿐이야.

딸의 죽음에 응답하고자 하는 어머니의 회상
희미한 언덕 능선처럼 흐릿한 기억 속에서
과거의 상처는 현재와 연결되고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 수상작(1982), 부커 상 수상 작가(1989)
전쟁과 원폭 후 일본의 황량한 풍경을 투명하고 절제된 감성으로 그려 낸
현대 영미 문학의 거장 가즈오 이시구로의 데뷔작

부커 상 수상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창백한 언덕 풍경』이 민음사 모던 클래식(61번)으로 출간되었다. 이시구로는 『떠도는 세상의 화가』(1986)로 휘트브레드 상을, 『남아 있는 나날』(1989)로 부커 상을,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1995)로 첼튼햄 상을 수상했으며 『나를 보내지 마』(2005)를 《타임》 선정 ‘100대 영문 소설’ 목록에 올린 현대 영미 문학의 거장이다.
『창백한 언덕 풍경』은 1982년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을 수상하며 “영국 문학의 새로운 사자”의 출현을 알린 이시구로의 데뷔작으로, 영국에 홀로 사는 중년의 일본 여인 에츠코가 딸의 자살을 겪은 후 과거 일본에 살던 시절 만난 모녀 사치코와 마리코를 회상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일본 나가사키가 배경인 이 소설에서 이시구로는 피어오르는 버섯구름 하나 없이, 폭격의 굉음이나 처절한 비명 하나 없이 원폭 투하의 비극을 그린다. 원폭 후 9년이 지난 1954년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 영국으로 이주한 작가는 원폭의 참상을 생생히 묘사한 일본의 소위 ‘원폭 문학’과 달리 담담하고 절제된 서술로 인간 내면의 상처에 집중하면서 영어로 쓰였지만 일본적 정서를 가장 적확하게 담은 소설을 탄생시켰다.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을 가로지르는 상처를 차분히 목도하며 다음에 올 희망을 말하는 이 작품은 조용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목차

1부 —– 7
2부 —– 127

옮긴이의 말 —– 241


편집자 리뷰

■ 슬픔과 희망이 뒤섞인 오묘한 빛깔을 띤 한 점 도자기 같은 소설

에츠코는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현재 영국에 살고 있는 중년 여인이다. 사별한 영국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둘째 딸 니키가 집에 와 있는 동안 에츠코는 그네를 타는 소녀를 산책길에 우연히 목격한다. 소녀, 그네, 매달림의 이미지는 프루스트의 마들렌과 홍차처럼 그녀를 과거로 이끈다. 과거를 떠올리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 둘째 딸에게 일본식 이름을 붙이는 데 반대했던 그녀는 이제 그 시절의 기억을, 첫 남편 지로와 시아버지 오가타 상, 이웃 친구 사치코와 마리코 모녀에 대한 기억을 짚어 나간다. 그리고 이 모든 회상은 하나의 방향, 즉 지로와의 사이에서 낳은 첫째 딸 게이코와 게이코의 자살을 향해 있다.
소설은 탄생과 파괴,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과 과거의 상처가 남긴 얼룩이 한데 뒤엉켜 있는 원폭 이후 일본의 풍경을 그린다. 에츠코가 회상하는 1950년대 초반 나가사키는 원폭 후 복구가 한창이다. 젊은 에츠코는 새 생명을 잉태한 몸으로 폭격의 끔찍한 기억을 털어 버리고 점차 안정을 찾아 간다. 그녀는 유망한 전자 회사에 다니는 지로와 결혼했고, 전후 지어진 신식 콘크리트 아파트에 산다. 그러나 전쟁의 그늘은 에츠코의 삶을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아파트 건설은 그녀가 사는 동(棟) 이후로 중단됐고 그 너머로는 원폭 투하의 흔적이 여실한 거칠고 말라붙은 황무지뿐이다. 바로 그 황무지에 있는 외딴 오두막에 사치코와 마리코 모녀가 흘러 들어온다. 폭격으로 모든 것을 잃은 사치코, 폭격 당시 받은 충격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는 마리코는 에츠코에게 일말의 불안감을 안기는 존재이다.
반복되는 인과의 연결 고리는 잔인하리만치 에츠코의 삶에 들러붙는다. 미군을 따라 미국에 건너가려 했던 사치코의 꿈은 에츠코에게로 옮아 간다. 에츠코는 마리코의 교육과 행복을 걱정하며 사치코의 미국행에 넌지시 불편한 감정을 표하지만, 딸 게이코가 행복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훗날 재혼한 영국인 남편을 따라 일본을 떠나는 사람은 정작 그녀 자신이다. 삶과 죽음의 문턱을 아슬하게 넘나드는 듯하던 마리코의 위태로움은 게이코에게 옮겨 간다. 에츠코와 함께 영국으로 건너온 게이코는 몇 년이나 은둔하다시피 지내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만다. 하지만 에츠코는 아픈 과거를 부정하거나 억지로 잊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모든 일을 겪은 후에도 그저 담담히 이렇게 읊을 뿐이다. “그래, 특별한 건 하나도 없었단다. 그저 행복한 추억이었을 뿐이야.” 이렇게 현재까지 그림자를 드리운 과거의 상처를 받아들임으로써 치유의 싹이 뿌려진다.
장르와 소재, 배경을 초월해 ‘상처를 살아 내는 인간’ 자체에 주목한 이시구로의 작품 세계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그는 마치 은근한 빛을 내는 도자기를 빚듯 슬픔과 희망이 동시에 자리한 삶의 미묘한 빛깔을 작품에 담아 낸다.

 

■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전쟁의 상처

『창백한 언덕 풍경』은 시종일관 차분하고 절제된 서술로 에츠코의 과거를 좇는다. 원폭이 몇 번언급되기는 하지만 전쟁이나 폭격을 묘사하는 장면은 일체 등장하지 않는다. 이시구로는 원폭의 비극을 단순히 서술을 통해, 혹은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말하기보다 그것이 사람들 마음속 깊은 곳에 남긴 흔적을 보여 주는 쪽에 초점을 맞춘다.
이것을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인물이 전후의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아기를 익사시키는 여인을 목격한 어린 소녀 마리코이다. 사건 당시 마리코가 느꼈을 충격과 공포의 감정은 서술이 유보된 채 잠재되며, 독자들은 에츠코와 함께 마리코의 기묘한 행동들을 목도하면서 그 충격의 여파를 짐작할 따름이다. 마리코가 여인이 자신을 데려갈 거라고 말하는 모습이나 강물에 빠질 듯 위험하게 강가에서 노니는 모습, 거미를 들고 에츠코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모습은 에츠코뿐 아니라 독자에게도 기묘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에츠코의 첫 남편 지로와 시아버지 오가타 상은 전후 제도적으로나 사상적으로 급격한 변화를겪던 일본의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드러낸다. 은퇴한 교육자로 휴가차 아들 부부의 집에 머무르고 있는 오가타 상은 품위 있고 성실하지만 원폭과 함께 일본을 점령한 미국식 제도와 사고방식을 못마땅해하는 구시대적 인물이다. 신세대에 속하는 지로는 전쟁을 일으킨, 그럼으로써 나가사키를 원폭 투하의 희생양으로 만든 책임이 있는 전통적, 집단적 사고방식을 서둘러 단절해야 할 유습으로 여기는 입장이다. 두 사람은 겉으로는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내심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며, 그래서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집 안은 언제나 긴장의 기운이 느껴진다.
에츠코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가장 순종적인 인물이다. 남편과 시아버지가 충돌할 때도 어느 한쪽 편을 들지 못하고 두 사람 모두에게 순응하며, 일자리나 돈을 부탁하는 사치코에게도 싫은 내색 한 번 비치지 않는다. 심지어 어린 마리코에게도 종종 꼼짝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마치 아파트 안에서 보내는 텅 빈 오후처럼 그녀의 감정도 증발되어 사라진 듯하다. 소설은 에츠코가 원폭 때 어떤 일을 겪었는지 명시하지 않지만 상처의 흔적은 조용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그녀의 모습에 남아 있다.
에츠코가 아파트 창밖으로 멍하니 바라보곤 했던 황무지 너머에는 작품의 제목이 지칭하는 언덕 능선이 희미하게 펼쳐져 있다. 그 언덕은 사치코가 속한 험한 황무지도, 에츠코가 있는 텅 빈 아파트도 아닌 새로운 미래이다. 어떤 상황도 받아들이기만 했던 에츠코는 단 한 번 미래를 좇아 본인의 의지로 선택을 내린다. 일본을 떠나 영국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것. 그리고 그 미래는 다시 영국에서 낳은 딸 니키로 형상화된다. 동양과 서양의 결합이기도 한 니키는 기질 면에서 언니 게이코와 닮았으면서도 건강하고 독립적인 삶을 이끌어 간다. 게이코가 행복하지 못할 걸 알면서도 영국에 데려왔다고 고백하는 에츠코에게 니키는 삶을 낭비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 것이라며 다정하게 위로한다. 과거의 모든 것과 얽혀 있지만 어느 것에도 얽매이고 싶어 하지 않는 니키에 이르러 과거와 현재는 화해를 이룬다. 이시구로는 이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라는 평범하지만 빛나는 진리를 전달한다.

 

■ 줄거리

영국인인 두 번째 남편과 사별하고 영국에 홀로 사는 중년의 일본 여인 에츠코는 일본인인 첫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첫째 딸 게이코의 자살로 상심에 빠져 있다. 두 번째 결혼에서 얻은 딸 니키가 에츠코를 위로하기 위해 집에 와 있는 동안, 에츠코는 오래전 일본에서 게이코를 임신했을 때 만났던 모녀 사치코와 마리코를 떠올린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복구가 한창이던 일본 나가사키. 사치코라는 여인이 어린 딸 마리코와 함께 마을에 홀연히 흘러 들어온다. 모녀는 빈 오두막을 거처 삼아 지내며 주위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미국 군인과 만나고 있는 사치코는 곧 이 비참한 현실에서 벗어나 미국에 가리라는 꿈에 부풀어 있고, 전쟁 때 아기를 살해하는 여자를 목격한 마리코는 그 여자가 자신을 데려갈 것이라는 망상에 쫓긴다. 차분하고 순종적인 에츠코에 반해 사치코는 거만하고 이기적이며 이런 자신의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성격이다. 에츠코는 사치코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두 모녀와 미묘하게 관계를 이어 가고, 종종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낀다.

 

■ 『창백한 언덕 풍경』에 쏟아진 찬사

‣ 완벽한 정교함을 자랑하는 섬뜩한 수수께끼 같은 소설. — 《선데이 타임스》
‣ 첫 소설이라고 보기 어려운, 최근 여러 해 동안 발표된 작품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소설. — 《옵저버》
‣ 미묘하고 역설적이며 함축적인 소설. 소설의 인물들이 마음을 잡아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것은 이 소설이 엘레지와 아이러니 사이에서 견지하고 있는 균형감이다. —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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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오 이시구로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이 되던 1960년 해양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했다. 켄트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후,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에서 문예창작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2년 일본을 배경으로 전후의 상처와 현재를 절묘하게 엮어 낸 첫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을 발표해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을 받았다. 1986년 일본인 화가의 회고담을 그린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로 휘트브레드 상과 이탈리아 스칸노 상을 받고, 부커 상 후보에 올랐다.
1989년 『남아 있는 나날』을 발표해 부커 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 작품은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영화로 제작되어 또 한 번 화제가 되었다. 1995년 현대인의 심리를 몽환적으로 그린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로 첼트넘 상을 받았다. 2000년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우리가 고아였을 때』를 발표해 맨 부커 상 후보에 올랐으며, 2005년 발표한 복제 인간을 주제로 인간의 존엄성에 의문을 제기한 『나를 보내지 마』가 《타임》 ‘100대 영문 소설’ 및 ‘2005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었고, 전미도서협회 알렉스 상, 독일 코리네 상 등을 받았다. 2015년 십 년간의 침묵을 깨고 『파묻힌 거인』을 발표했다.
그 외에도 황혼에 대한 다섯 단편을 모은 『녹턴』(2009)까지 가즈오 이시구로는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을 작가 특유의 문체로 잘 녹여 낸 작품들로 현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 가는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대영제국 훈장을, 1998년 프랑스 문예훈장을 받았으며, 2008년 《타임스》가 선정한 ‘1945년 이후 영국의 가장 위대한 작가 50인’에 선정되었다.
2017년 “소설의 위대한 정서적 힘을 통해 인간과 세계를 연결하고, 그 환상적 감각 아래 묻힌 심연을 발굴해 온 작가.”라는 평가와 함께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2021년 『클라라와 태양』을 발표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다른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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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옮김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주로 문학 작품을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가즈오 이시구로의 『우리가 고아였을 때』, 『창백한 언덕 풍경』, 『녹턴』, 『나를 보내지 마』,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마음의 심연』, 『슬픔이여 안녕』, 제임스 설터의 『스포츠와 여가』,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가면의 생』, 『여자의 빛 』, 『솔로몬 왕의 고뇌』, 미셸 슈나이더의 『슈만, 내면의 풍경』, 야스미나 레자의 『행복해서 행복한 사람들』 등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 『나의 프랑스식 서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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