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맹호 자서전 책

박맹호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2년 12월 7일 | ISBN 978-89-374-8630-2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52x225 · 332쪽 | 가격 18,000원

분야 논픽션

책소개

『박맹호 자서전 책』한국 출판의 반세기를 말하다

 

사람은 누구나 평생에 한 번쯤은 ‘그 생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받게 마련이다. 그러나 과거를 돌이키기보다 오직 미래를 창조하는 데 몰두하는 사람은 삶 자체로서만 답할 뿐 이에 대한 답을 흔히 후세의 몫으로 넘기곤 한다. 1966년 서울 청진동 옥탑방 한 칸에서 민음사를 창립한 이래, 문학과 인문학 출판에서 많은 업적을 쌓아 마침내 한국 최대의 단행본 출판사로 키워 낸 박맹호 회장이 그 질문에 답하면서 ‘책’이라는 과감한 제목의 자서전을 펴낸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다. 그동안 “각계 명사들이 지나간 이야기를 털어놓는 지면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번번이 고사해 온 터여서 더욱 그렇다.

이 책은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의 형식으로 씌었다. 1933년 생으로 올해 맞은 팔순이 한 계기가 되었고, 충청북도 보은의 한 마을인 비룡소에서 시작해 “책으로 쌓아 올린” 평생을 돌이키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박 회장이 답하고자 한 것은 “늘 위기가 아닌 적인 없”었던 한국 출판의 역사를 통해, 그 역사 속에서 늘 새로운 길을 개척해 왔던 민음사의 역정을 통해 오늘날 팽배해 있는 패배주의적 “출판 위기론”에 대한 대안적 통찰이다.

‘완성된 인간’은 책 없이는 불가능하다. 출판 종사자들은 이러한 사명감을 갖고 꾸준히 책을 펴내서 독자들에게 접근해야 한다. 만날 하는 진부한 얘기 같지만, 이 점이야말로 변하지 않고, 앞으로도 쉽게 변하지 않을 사실이다. (257쪽)

인간은 책 없이 완성될 수 없다는 것, 따라서 출판인은 “새로운 필자를 발굴하고 새로운 책을 만들어 내면서 이 사회의 지성과 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맹호 회장은 스스로 일생을 통해 이 주장의 증거가 되었다. 첫 책 『요가』(1966)를 펴내면서 시작해 지금까지 5000종이 넘는 양서를 출판한 그의 인생을 배제하고 1970년대 이후 한국 출판의 역사를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1970년대 초 박 회장은 ‘세계 시인선’과 ‘오늘의 시인 총서’로 시집 출판 붐을 일으켜 오늘날 한국을 ‘시의 나라’로 만드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으며, 한수산, 박영한, 이문열, 최승호, 조성기, 강석경, 이혜경, 이만교, 정미경 등 대형 신인을 발굴해 낸 ‘오늘의 작가상’과 신진 작가의 작품들을 과감하게 단행본으로 펴내 독서계에 일대 충격을 가져 온 ‘오늘의 작가 총서’를 통해 한국 문학 출판의 전범을 마련하고 단행본 출판 시대를 열었다. 또한 ‘이데아 총서’ ‘대우 학술 총서’ ‘일본의 현대 지성’ ‘현대 사상의 모험’ 등을 통해서 이전에는 교재 출판 수준에 대부분 머물렀던 인문학, 자연 과학 등 기초 학문 출판을 다양한 형태로 장려하고 정착하는 데 앞장섰다. 그 와중에 시집 판형을 개발하고 한글 가로쓰기를 본격 도입하는 등 한국 책 형식에 일대 혁신을 가져오고 북 디자이너 정병규와 힘을 합쳐서 책 장정과 광고의 역사를 개척해 나갔다. 1990년대 초에는 대중 출판의 시대를 맞아 편집부 직원이었던 이영준을 주간으로 발탁하여 문인 또는 교수가 아니라 편집자가 출판을 주도해 가도록 함으로써 ‘전문 편집자 시대’를 여는 길잡이 역할을 했다. 이후 비룡소, 황금가지, 사이언스북스 등 민음사의 계열 자회사를 통해 각각 어린이 책, 대중 문학, 과학 책 출판을 선도함으로써 전문 출판의 길을 제시했다.

 

 

“민음사의 궤적이 한국 출판의 전부는 아니지만, 적어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역할은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할 만하다. 창립 이래 지금까지, 박 회장은 한국 출판이 부닥쳐 온 지속적 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좋은 책을 내면 독자의 손에 들어가게 마련이라는 믿음으로 시대를 앞서가는 선견을 갖춘 저자를 발굴하고 끊임없는 출판 실험을 통해서 이를 적극적으로 세상에 알려 감으로써 출판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책의 세계를 확장해 왔다. 박 회장의 일생과 민음사의 역사를 더듬는 것은 단지 한 개인 또는 한 회사를 회고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위기에 빠진 출판에 강력한 시사점을 던지는 일이기도 하다.한편, 이 책에는 박 회장과 책의 만남이 빚어낸 강렬한 에피소드들이 곳곳에 실려 있다. 청소년 시절 그가 즐겨 읽고 감동에 빠졌던 『인간의 굴레에서』, 『1984』, 『밤으로의 긴 여로』, 『적과 흑』,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삼국지』, 『수호지』 등 동서양의 명작들은 문청 시절에는 ‘이런 작품을 쓰겠다’는 다짐으로, 출판 입문 이후에는 ‘이런 책들을 반드시 내 손으로 펴내겠다’는 형태로 가슴에 남아서, 수많은 시도 끝에 결국 40년이 흐른 뒤인 1998년에야 실현되어 최근 300권을 돌파한 민음사 ‘세계 문학 전집’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 밖에도 《한국일보》 제1회 신춘문예에 소설로 당선될 뻔했으나 독재 정권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취소되어 운명이 바뀐 이야기, 시인 고은과 만나서 의기투합해 출판 동지이자 평생의 우정을 계속한 이야기, 김현, 김치수 등 ‘문학과 지성’ 그룹과 함께 ‘세계 시인선’ ‘오늘의 시인 총서’ 등을 기획해 시집 열풍을 불러온 이야기, 정병규를 만나 그를 디자이너의 길로 이끌고 함께 한국 책 디자인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분투한 이야기, 건국 이래 최대의 베스트셀러인 이문열 평역 『삼국지』를 둘러싼 이야기, 한수산, 박영한, 강석경, 하일지 등 작가들과의 인연, 김용옥, 최창조, 이강숙 등 신진 학자들과의 만남 등이 두루 실려 있어 흥미를 더한다.대한출판문화협회를 둘러싼 이야기는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부분을 드러낸다.

 

1980년대 김경희(지식산업사), 김언호(한길사), 이기웅(열화당) 등 대표적 단행본 출판사 사장들과 함께 ‘수요회’를 이끄는 맏형이 되어 출판문화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 ‘출판인 17인 선언—「출판문화의 발전을 위한 우리의 견해」’를 주도하고, 이후 단행본 출판사들의 열망을 안고 출협 회장 선거에 나섰다가 중정 등의 방해로 낙선한 뒤 세무 조사를 받아 회사가 존폐의 위기에 놓인 것은 박 회장이 입에 담기를 꺼려서 그동안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다. 2005년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출협 회장에 당선되어 한국 출판의 미래를 열기 위해 분투하다가, 병으로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드는 대목에서는 숙연한 느낌이 든다.

 

이 책은 박맹호 회장의 또 다른 출발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박 회장은 영원한 현역이다. 그는 “오늘도 새벽에 평생 해 왔던 것처럼 집으로 배달되는 일간지들을 정독하고 출판사에 나갈 시간을 기다린다. 민음사는 물론 한국 출판을 위해서도 해야 할 일이 있을 것 같다. (중략) 출근할 때는 여전히 마음이 설렌다.”라고 말한다. 그는 한국 출판의 거대한 뿌리를 이루었다. 그 뿌리는 지금도 어마어마한 힘으로 물과 양분을 공급하면서 수많은 책들을 열매 맺게 하고 있다. 디지털과 모바일의 시대에 ‘책의 힘’이 궁금한 이들은 이 자서전에서 통찰과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박맹호

1933년 충청북도 보은에서 출생. 경복중학교, 청주고등학교를 거쳐 1957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1966년 민음사를 설립하고 ‘세계 시인선’, ‘오늘의 시인 총서’, ‘이데아 총서’, ‘현대 사상의 모험’, ‘대우 학술 총서’, ‘세계 문학 전집’ 등 일련의 시리즈를 비롯해 약 5000여 종의 단행본을 펴냈다. 1976년 계간지 《세계의 문학》을 창간했으며, ‘오늘의 작가상’, ‘김수영 문학상’ 등을 제정했다. 제45대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서울시 문화상, 인촌상,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상, 국무총리 표창, 화관문화훈장, 보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전자책 정보

발행일 2013년 1월 25일 | 최종 업데이트 2013년 1월 25일

ISBN 978-89-374-8646-3 | 가격 12,600원

1966년 서울 청진동 옥탑방에 민음사를 창립한 이래 한국 최대 단행본 출판사로 키워 낸 박맹호 회장의 자서전. 위기가 아닌 적이 없던 한국 출판의 역사 속에서 늘 새로운 길을 개척해 온 민음사의 역정을 통해 오늘날 팽배한 패배주의적 ‘출판위기론’에 대한 대안적 통찰을 전한다. 인간은 책으로 완성된다고 믿으며 평생 출판인으로서 “필자를 발굴하고 새로운 책을 만들어 사회의 지성과 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다했다. 1960년대 젊은 연구자들의 원전 번역으로 ‘세계 시인선’을 내놓았고, 당시 무명인 김수영 시인의 『거대한 뿌리』를 시작으로 ‘오늘의 시인 총서’를 통해 젊은 시인들의 시적 진실을 담아냈다. 젊은 소설가들과 ‘오늘의 작가 총서’를 출간하고, ‘오늘의 작가상’으로 한수산, 이문열 등을 발굴했다. 1976년 계간《세계의 문학》을 창간, 인문 사회과학 및 자연과학의 기초 인프라로서 ‘이데아 총서’, ‘현대 사상의 모험’, ‘대우 학술 총서’ 등을 펴내 출판의 위상을 재정립했다. 1998년부터 시작된 ‘세계 문학 전집’을 비롯 지금까지 약 5000여 종의 단행본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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