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다 1

원제 I, Claudius and Claudius the god

로버트 그레이브스 | 옮김 오준호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7년 5월 5일 | ISBN 978-89-374-8081-2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410쪽 | 가격 10,500원

책소개

클라우디우스는 로마의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손자였으나, 침을 흘리는 말더듬이에다 실수투성이의 절름발이였던 탓에 황실의 천덕꾸러기였다. 하지만 꼭두각시 황제 티베리우스와 미치광이 황제 칼리굴라의 횡포 속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황실의 핏줄은 바보 클라우디우스였다. 50년간 어릿광대 노릇을 하며 천대의 세월을 견딘 클라우디우스는 권력투쟁의 틈바구니에서 혼자 살아남아 황제가 된 것이다. 일단 권력을 움켜쥔 클라우디우스는 자신이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로마 초기 제정 시대를 그린 흥미진진한 소설. 로마의 황금기를 이끈 아우구스투스, 권력을 위해 전남편을 독살하고 아우구스투스의 친딸을 몰아낸 리비아, 그런 리비아의 꼭두각시 노릇에 지쳐 인생을 망친 티베리우스 황제, 그리고 자신을 신이라고 생각한 미치광이 황제 칼리굴라 등 다채로운 인물들이 연관된 권력투쟁의 한복판에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으면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본 클라우디우스가 자신이 목격하고 들은 바를 기록하는 형식의 장편이다. 역사 속의 악명 높은 인물들과 기인(奇人)들을 흥미진진하게 복원한 그레이브스의 작품은 영화로, BBC의 인기 있는 드라마로 재구성될 만큼 재치와 유머가 넘친다.

편집자 리뷰

어릿광대 클라우디우스, 로마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변신을 보인 황제 클라우디우스는 말더듬이, 절름발이, 간질 환자였다. 황실의 핵심 멤버였음에도 불구하고 음모로 얼룩진 정치판에서 어느 누구도 그런 클라우디우스를 주목하지 않았다. 바보로 통했기 때문이다. 리비아가 권력을 위해 자신의 아들(공화주의자였던 클라우디우스의 아버지)마저 독살하고, 티베리우스와 칼리굴라 황제가 아우구스투스의 친손자들을 비롯하여 모든 정적을 제거하는 와중에도 끝까지 살아남은 황실의 핏줄은 바로 이런 클라우디우스였다. (우리나라의 흥선 대원군과 유사하다.) 하지만 클라우디우스는 20세기 초에 와서 로마 역사상 제정 초기의 유능한 황제로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다』는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인물이었던 클라우디우스가 권위 있는 황제로 변모하는 과정과 대비를 드라마틱하게 묘사하고 있다.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는 현대인의 문제를 깊이 파고든 역작 왜 클라우디우스인가? 그레이브스는 20세기 사회 문제를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고민한 지식인이었다. 그가 내놓은 저술들은 모두 현대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논하는 문제작이었다. 그레이브스의 역사소설들 역시 형식은 소설이지만, 실은 가치관의 혼돈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처한 딜레마를 보여주고 있다. 『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다』에서도 작가가 묘사하고 있는 클라우디우스 시대의 도덕적 해이, 심리적, 정치적 문제는 사실 현대의 모습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로마의 도덕적 타락을 안타깝게 지켜보면서 로마의 기품 있는 전통을 고수하려고 분투하는 클라우디우스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의 고뇌와 다르지 않다. 건전한 가치관이 시대착오전인 것으로 변질된 반면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도덕이 바로 세워지지 못한 타락한 로마 사회에 짓눌린 클라우디우스의 조용한 저항은 사실 급속도로 변해가는 현대에 내동댕이쳐진 개인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결국 작가는 클라우디우스를 통해 현대인이 당면한 정신적인 딜레마를 탐구하고 있다. ⑴ 도덕적 타락과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평범한 개인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⑵ 혼란과 폭력이 일상이 된 현실에서 개인이 어떻게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까? ⑶ 과연 혼탁한 현대 사회가 과거의 악몽을 잊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있을까? 그레이브스가 위대한 역사소설가로 평가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처럼배경은 로마이지만 사실 현대 인간이 당면하고 있는 과제를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출간 직후 지금까지 70여 년간 변함없는 베스트셀러 역사소설 로마의 전기 작가 수에토니우스, 역사가 타키투스와 디오 카시우스 등은 클라우디우스를 유약한 성품의 소유자로 그리고 있는 반면, 리비우스는 클라우디우스에게서 훌륭한 역사가의 자질을 발견했다. 또 클라우디우스가 남긴 공공문서나 서신을 보면 상당히 현학적이면서 논리적이고도 단호하다. 반면 사법 분야 등에서 선진적인 개혁을 단행했으나, 원로원 의원을 즉석에서 처형 명령을 내리는 등 독단적인 모습을 보인다. 사실 단편적으로 남아 있는 기록만으로 우리는 클라우디우스를 일관되게 이해하기 힘들다. 이 점이 바로 클라우디우스에 대한 역사가들의 평가가 다소 일관되지 못한 이유다. 로버트 그레이브스의 위대한 점은, 『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다』를 통해 우리는 이런 클라우디우스의 상반된 면모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소설가의 상상력과 구성력 덕분에, 독자는 인간 클라우디우스의 유약함과 단호함이 공존하는 이유, 그리고 공화주의를 꿈꾸는 이상주의자로서의 클라우디우스와 독재자이자 유능한 황제 클라우디우스 두 가지 모습 사이에 존재하는 내적인 갈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 클라우디우스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이 바로 1934년 처음으로 출간된 이래 74년 동안 꾸준히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이유다.

목차

나, 클라우디우스

작가 소개

로버트 그레이브스

영국의 시인, 소설가, 비평가이자 고전학자이다. 1895년 7월 24일 당시 잉글랜드의 특권 도시였던 윔블던에서 태어났으며, 아버지는 아일랜드 작가 앨프레드 그레이브스이고 어머니는 저명한 독일의 역사가 레오폴트 랑케의 조카인 아말리에 랑케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모이는 차터하우스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고, 1차 세계대전 때는 장교로 복무했다.

전쟁 기간에 세 권의 시집을 썼는데, 그의 서정시는 예이츠와 더불어 20세기 영국 시단에서 가장 훌륭한 시로 꼽히고 있다. 1920년대에는 전쟁의 후유증과 이혼으로 정신적 고통이 컸지만, 계급 사회와 전쟁에 대한 환멸을 생생하게 기록한 자서전 『모든 것과의 이별』(1929)이 크게 성공을 거두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시인 로라 라이딩을 만나 시즌(Seizin) 출판사를 운영하다가, 스페인 마요르카 섬에서 13년 동안 함께 지냈는데, 이때 그레이브스의 대표작들이 완성되었다.

『나, 클라우디우스』(1934)와 『클라우디우스, 신이 되다』(1934)는 각각 아우구스투스, 티베리우스, 칼리굴라가 통치하던 초기 황제 시대와, 클라우디우스 자신이 황제가 되어 겪은 비극을 1인칭 화자의 시점으로 들려주고 있다. 재기 넘치고 흥미로운 구성으로 이 소설은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영미권 최고의 베스트셀러 역사소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다른 역사소설 『벨리사리우스 백작』(1938)도 로마의 전통을 마지막으로 계승한 비잔틴 제국의 장군 벨리사리우스의 삶을 그린 화제작이다.

한편 중동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던 시기에 『로렌스와 아랍』에서 중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가 하면, 『오랜 주말』에서는 1차 세계대전 이후의 사회사를 평가했다. 그레이브스는 현대사의 문제를 예리하게 파악했으며 폭력으로 얼룩진 20세기를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고민한 소설가였던 것이다. 이 밖의 작품으로 신화를 폭넓게 연구하고 내놓은 『황금 양털』(1944), 시적 충동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보인 『하얀 여신』(1948) 등이 있으며, 그레이브스가 그리스 문화를 역동적으로 해석한 『그리스 신화』(1955)는 영어권 신화 시장을 장악했다.

1961년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시를 가르쳤고, 1971년에는 케임브리지 대학교 세인트존스칼리지의 명예박사가 되었다. 1985년 12월 7일 130여 편의 작품을 남기고 아흔의 나이로 눈을 감은 그레이브스에 대해 《타임》은 “위대한 산문가이자 역사소설가이며, 존 던 이래 최고의 연애시인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라고 추모했다. 그레이브스가 작품을 집필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 마요르카 섬 언덕 위의 집은 현재 그레이브스를 기념하는 문학관이 되었다.

오준호 옮김

1975년에 태어났다.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2007년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클로텔, 제퍼슨 대통령의 딸>, <노란 방의 미스터리>, <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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