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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병 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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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이강숙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06년 4월 15일

ISBN: 89-374-8090-5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35x205 · 328쪽

가격: 9,500원

분야 한국문학 단행본


책소개

즉흥연주 같은 세상 속의 견딜 수 없는 고독…황혼의 은은한 삶 그림자가 차분히 살아 숨 쉬는 소설이강숙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꿈과 현실의 대립이 아니라 자유와 구속의 대립이다. 더 절실한 것은 삶의 어쩔 수 없는 균열이다. 자유와 구속의 갈등을 평론보다 더 잘 다룰 수 있기 때문에 이강숙은 소설을 쓰게 되었을 것이다. 소설은 깊은 사랑에도 불구하고 운명처럼 피할 수 없는 삶의 균열을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장르이기 때문이다.그는 소설 속 아내의 입을 빌려 세상의 칭찬과 동의를 구하려는 마음, 반대를 견디지 못하는 마음을 비판하고 있지만,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그와 아내 사이에 있는 거대한 사랑과 그 사랑이 가리지 못하는 두 사람 사이의 틈이다. 인간은 어떠한 비극도 파괴하지 못하는 신비이면서 동시에 어떠한 행복도 채울 수 없는 결여이다.― 김인환(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목차

차례♪ 고구마의 무덤 ▪ 007♪ 견딜 수 없네 ▪ 046♪ 즉흥연주를 하는 사람들 ▪ 074♪ 쇼팽의 넋 ▪ 137♪ 세 개의 눈 ▪ 165♪ 빈 병 교향곡 ▪ 197♪ 내 친구 정현이 ▪ 221♪ 낡은 두 편지 ▪ 254♪ 기가 막혀서 ▪ 282작가의 말 ▪ 315작품 해설 ▪ 317


편집자 리뷰

늦깎이 소설가 이강숙의 첫 소설집 출간한평생 음악과 함께했던 이강숙이 한 옥타브의 음정 대신 한글의 자모를 통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대중에게 이야기를 걸기 위해 전혀 다른 수단을 택하였지만, 그의 소설답게 각 단편들은 크고 작게 음악적 소재를 빌려 작가의 의도를 표현해 내는 데 충실하다. 삶을 즉흥연주에 비유한 「즉흥연주를 하는 사람들」부터 갇힌 세상 속 개인의 외로움을 필연적인 한계 안에서 표출한 「쇼팽의 넋」, 이룰 수 없는 꿈에 대한 열망을 그려낸 「고구마의 무덤」과 「빈 병 교향곡」 등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우리가 음악을 연주하든 글을 쓰든, 현재의 모든 생각과 행위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행복을 위한 시간이다. 그 시간 속에서 우리에게 찾아온 손님이 슬픔과 절망이라는 이름이라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강숙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슬픔 밖에서 기쁨을 마주하는 데 인색하지 않은 것은, 이러한 인생의 참진리를 깨달은 저자이기에 가능하다. 이를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한 자 한 자 심혈을 기울인 정확한 문장과 그를 통한 진지한 얘기 또한 저자의 성품이 고스란히 투영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등단 작품 「빈 병 교향곡」을 포함해 9편의 단편 수록 ▪ 예측 불가능한 세상을 즉흥연주로 보는 이강숙만 쓸 수 있는 ‘삶’ 이야기이번 소설집은 무엇보다 서울대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음악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서울 음대 교수로 재직하였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직을 역임한 저자의 이력과 세상을 살아온 저자의 혜안이 돋보이는 작품집이다. 작품 곳곳에서 저자의 풍부한 음악 지식을 엿볼 수 있는, 음악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전문적이면서도 쉽고 친숙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표제작 「빈 병 교향곡」에서는 호주의 음악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각자 깜냥껏 빈 병을 구하게 하고, 그 병으로 자기만의 음을 낼 수 있게 연습시켜서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합주하는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된다. 학생들은 자신의 병으로 도면 도, 레면 레, 미면 미… 단 한 음만을 만들어낼 수 있다. 백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각자 자신만의 음을 내는 빈 병으로 연주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독자는 이국의 정취를 음악적 이미지와 함께 은은하게 느끼게 된다. 염두에 둘 건 ‘자기 음을 가진다.’는 말이 곧 저마다의 개성, 자기의 주관, 각자의 인생관을 가져야 함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우리네 삶이란 결국 ‘자기만의 음’을 찾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으니까. 알레고리에 가까운 「세 개의 눈」에는 다름과 같음, 그리고 그 사이사이를 꿰뚫어 볼 줄 아는 눈에 대한 저자의 인생 교훈이 의미심장하게 담겨 있다. 저자는 언덕 왼쪽 집과 오른 쪽 집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개개의 삶이 다르게 보이지만 결국은 같은 삶임을 얘기하고자 한다. 단지 어떤 눈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대처하는지에 따라 인간의 행과 불행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을 뿐이다. 한쪽 눈만을 가진 인간은 행복해지기 어렵지 않을까.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라는 본질적으로 같은 소리를 내는 하나의 옥타브로도 얼마나 다양한 화음을 낼 수 있는지 「즉흥연주를 하는 사람들」을 통해 이강숙은 살며시 귀띔해 준다. 어떤 순서로 피아노 건반을 누를지, 즉 어떤 식으로 삶을 살아갈지는 개개인에게 달린 몫일 뿐이다.피할 수 없는 삶의 균열, 즉흥연주 같은 삶 속의 견딜 수 없는 고독 ▪ 삶 속 욕구의 자유와 그를 소화하지 못함으로써 자신의 존재 의미를 상실하는 주인공들여기, 슈베르트의 연가곡 「홍수」를 한 번만이라도 피아노로 쳐서 직접 연주해 보고 싶은 노인이 있다. 직장에서 “은퇴 후 노인의 삶에는 시계가 필요 없었다. 자고 싶으면 자고 일어나고 싶으면 일어나는, 말하자면 기분 내키는 대로 사는 삶을 영위하고 있었”던 노인이 다. 평소대로 술을 마시고 새벽 3시에 문득 눈을 뜬 노인에게 집이 깊은 산속같이 느껴진다. 노인은 “별 이유 없이 쓸쓸하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하지만 실은 ‘나 혼자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깊은 고독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때 꽃을 피우기 위해 아내가 가져다 놓은, 단지 ‘먹는 것’에 불과했던 두 개의 고구마가 눈에 띈다. 못생기고 딱딱하기만 한 고구마가 물속에서 숨을 쉬고 생명 활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니, 마침내는 스스로의 삶을 위해 몸살을 앓고 있는 젊은 부부로까지 여겨진다. 악보도 볼 줄 모르지만 피아노 학원 선생에게 고집을 부려 두 손가락으로 겨우 건반을 누르는 것을 익힌 다음, 박자 없이 음정만 있을 뿐인 「홍수」를 매일같이 연습하는 노인. 그는 물속에서 거품을 내뿜으며 자라기 위해 기를 쓰고 꿈틀거리는 고구마를 보면서 조마조마해한다. 무의식적으로 고구마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노인이 독주회를 열고 싶은 거창한 꿈 때문이 아니라 단지 「홍수」의 감동을 제 손으로 직접 느끼고 싶어서 주변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피아노를 배우는 것처럼, 고구마도 잘 자라서 예쁜 꽃을 피웠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 그토록 살기 위해 애쓰는 것일 것이다. 그런 고구마가 어느 날 갑자기 생명 활동을 멈춘 채 수제비 반죽을 해놓은 밀가루 덩어리같이 물렁물렁하게 죽어버리고 죽은 고구마를 아내가 쓰레기통 속으로 던져버렸을 때, 결국 쓰레기통이 고구마의 무덤이 된 것을 두 눈으로 보며 자신도 고구마와 같은 운명에 놓인 건 아닌가 하고 생각한 노인 역시 가슴이 철렁하며 갈 곳을 잃어버린다.이처럼 「고구마의 무덤」에서 보이는 노인의 모습은 이강숙 소설의 중요한 이야깃거리이다.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발견해 내는 것, 즉 끊임없는 욕망의 배출과 그 욕망의 완성으로 인해 삶의 의의를 잃지 않으려고 기를 쓰는 인간의 모습을 이강숙은 진지하게 뱉어내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개별화된 인간의 존재 의미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너무나 쉽게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자리를 잡고 서 있기란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 그래서 인간은 누구나가 자신에게 기둥이 되어줄 만한 대상을 찾아 헤맨다. 이러한 인생살이의 서글픔은 「견딜 수 없네」의 채규라는 인물을 통해서도 전달된다. 직장을 옮긴 채규는 낯선 세계에서 매일 아침저녁 똑같은 거리의 모습을 확인함으로써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안에서 숨을 돌린다. 오뎅 집 여주인과 과일 장수 남자가 있어야 할 장소에 있음을 아침저녁으로 자신의 눈으로 확인함으로써 동시에 세상 속에 자신이 존재함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오뎅 집 여주인도 사라지고 과일 장수 남자도 연기처럼 자취를 감춘다. 채규가 ‘육지의 등대’라고까지 별칭을 붙일 만큼 희망 같은 존재였던 과일 장수 남자의 갑작스러운 사라짐. 이는 타인(세상)과 접속하고 싶은 욕망의 대상이 없어짐으로써 자신의 존재 의미까지 위협하게 된 상실감에 대한 안타까운 절망감을 표현한 것이다. 식지 않는 열정, 버릴 수 없는 꿈에 대한 갈망▪ 하루살이 인생이라도 꿈을 버리지 않는 데서 우리의 삶은 빛을 발한다. 「기가 막혀서」에는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오혁진이 등장한다. 혁진은 미국에 있는 아들 집을 방문해 시카고 박물관까지 가서도 피카소 그림을 보지 않을 정도로 고집 세고 자신의 잣대에서 벗어날 줄 모르는 인물이다. 아내가 건강을 위해 산보를 권하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을 정도로 남의 의견을 수용할 줄 모르는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는 오로지 소설을 쓰고 싶은 욕구와 열정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자신의 꿈에 대한 열의를 알아주지 않는 아내가 서운하고 밉기까지 하다. 남이 인정해 주지 않는 자신의 꿈에 대한 불안과 갑갑함이 혁진을 점점 고지식하고 완강한 노인네로 보이게 만든다. 새벽에 몰래 자신의 방을 아들의 방과 같은 구조로 바꿔놓고 나서야 만족하며 한숨을 돌리는 「낡은 두 편지」의 노인의 심정과도 사뭇 다르지 않다. 이러한 상황 제시는 일면 저자 자신의 모습을을 투영하고 있는 듯도 하다. 작품을 통해 읽는 이들은 이강숙이 늦은 나이에 글을 쓰기로 결심한 순간, 주변의 눈과 본인의 꿈(욕구)의 실현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었을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의 이목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저자가 한 글자, 한 글자 정성 들여 글을 계속 쓸 수밖에 없었듯 소설 속 등장인물들도 갑갑한 세상살이에서 삶의 이유를 찾기 위해 꿈을 포기하지 못한다. 꿈이 없는 인간은 등대를 잃어버린 채규와 같다. 하루하루 다시 살아나가기 위해 또 다른 등대를 찾아 나설 채규처럼 우리의 삶 역시 인생을 지탱해 줄 등대를 쉼 없이 찾아가는 과정의 연속이다. 이처럼 이강숙 소설은 우리가 앞으로도 털어내기 힘들 갑갑한 심정을 정확하게 담아냈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 ▪ 이강숙1936년 경상북도 청도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했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음악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 조교수,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 KBS 교향악단 총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역임하였다.1988년부터 현재까지 음악학술 계간지 《낭만음악》을 발행하고 있으며, 2001년 《현대문학》에 단편 「빈 병 교향곡」으로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열린 음악의 세계』, 『음악의 이해』, 『한국음악학』, 산문집 『술과 아내 그리고 예술』, 장편소설 『피아니스트의 탄생』 등이 있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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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숙

서울대 음악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미국 휴스턴 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미시간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음악대학에서 오랫동안 음악 이론을 가르쳤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총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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