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을 찾아서

열대 섬과 나, 드래곤 이야기

박정석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5년 5월 13일 | ISBN 978-89-374-2545-5

패키지 소프트커버 · 46판 128x188mm · 292쪽 | 가격 16,000원

분야 논픽션

책소개

민음사의 2005년 ‘올해의 논픽션상’ 여행과 세계 부문 당선작으로 선정된 박정석의 인도네시아 여행기. 친구들이나 가까운 지인들이 재테크나 내 집 마련, 보험, 애들 교육, 살빼기, 보톡스 시술에 관심을 가지는 동안 전세계 웬만한 곳은 다 밟고 다닌 여행 배테랑 박정만 씨. 그는 어느 날 충만하던 호기심이 바짝 말라붙어 버린 것을 발견하고 특별한 모험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다. 바로 괴물이 멸종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괴물 ‘용’을 찾아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 코모도로 떠난 것.   자연경관 이외의 것으로 사람들을 매혹시킬 만한 목적지가 아니라는 편견이 팽배해 있는 동남아의 섬나라에서 저자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그곳의 참모습, 예를 들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열대림이나 세계 최대의 불교 유적지로서의 동남아를 발견하고 그곳에 다가간다. 그리고 그 어딘가에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용이 살고 있을 거라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여행 내내 저자는 용보다는 인도네시아의 풍광에 번번히 사로잡히고 만다. 이리하여, 이 책은 그 목적면에서 보자면 실패한 모험담에 가깝다.   그러나 그가 섬세하게 훑어가는 저마다 고유한 문화와 특색을 지닌 채 존재하는 섬들과 섬 사람들은 이 여행기가 실패한 모험담이란 사실이 중요하지 않을 만큼 매혹적이다. 시계가 없는 섬, 전기와 전화, 자동차가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서 아주 사소한 발견만으로 행복해하는 저자를 보며, 우리는 여행의 참 묘미를 느끼게 된다. 저자가 직접 찍은 60여 점의 사진을 곁들여 한층 풍성한 공감각적 체험을 제공하는 이 책은, 변변한 관광명소에 대한 소개 하나 없이 새로운 문법과 문체를 통해 우리를 마음의 게토로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편집자 리뷰

■유혹하는 여행―서른다섯 살 여자 박정석이 말하는 여행 이야기물질이나 지식, 타인에 대한 갈망과는 별개로 오랜 옛날부터 인간에게는 자유롭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다. 고향에 대한 향수만큼이나 멀고 낯선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갈망이 존재했다. 잘 먹고 잘 사는 법이 화두로 떠오르고 ‘웰빙’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누구나 지갑을 열고야 마는 오늘날, 여행은 산업이 되었다. 인터넷의 발전과 더불어 세계 각국의 최신 정보는 하루가 다르게 업데이트되고 서점의 여행 관련 서가 앞은 주말마다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대입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한 “입시가 끝나면 제일 하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라는 설문조사의 답변으로도 여행은 아르바이트나 성형수술과 더불어 수위를 다툰다. 여행이라는 단어에는 분명 어떤 마력이 있다. 그 마력의 위력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인 저자 박정석은 대학 시절부터 15년 남짓 남북아메리카며 아시아, 유럽은 물론이고 오스트레일리아와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발길이 닫는 웬만한 곳은 다 밟아본 여행 베테랑이다. 굳이 율리시즈나 노마드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멜빌이『백경』에서 말했듯 어디론가 떠나지 않으면 피가 돌기를 멈추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다. 전 세계의 절반을 돌아본 후 그는 이 세상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넓으며, 세상에는 근사한 곳들이 아주 많고, 너무 많아서 죽는 날까지 이를 악물고 돌아다닌다 해도 도저히 다 볼 수는 없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 본다고 해도 그것은 자기만족에 불과하다. 그 모두를 다 볼 필요는 없음을 알게 된 것이야말로 오랜 여행자 생활에서 그가 얻은 가장 큰 소득이다. 많이 보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을 보는 게 더 중요해졌노라고, 덤덤하게 털어놓는다.솔직하다는 것, 인생의 절반을 산 저자의 인간적인 매력이야말로 이 책의 중요한 미덕 가운데 하나이다. 서른다섯.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은 다 알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이 더 많은 나이. 여행에는 이력이 난 그도 인생에는 아직 서툴다는 사실을 기꺼이 인정한다. 그가 “어른다운 어른”이 되는 데 무관심했던 사이 주위 사람들의 관심은 재테크나 내 집 마련, 보험, 애들 교육, 살 빼기, 보톡스 시술로 옮겨갔다. 어느 날 저자는 “한때 충만하던 호기심이 오랫동안 물을 주지 않고 내버려둔 화초처럼 바짝 말라붙어”버린 것을 발견하고는 무슨 조치든 취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질리도록 여기저기를 다녀본 그이지만 지금껏 경험한 그 어떤 여행과도 다른 특별한 모험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하여 모두의 의아한 시선을 뒤로 하고 그는 떠났다,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 코모도로. 인터넷과 과학 문명이 지배하는 이 시대, 모험이 괴물이 멸종한 이 시대에 살아남은 괴물을 보기 위해서. 용(龍)을 찾아서. ■ ‘신들의 섬’ 발리, 그 너머에 용이 산다 오늘날 한국인에게 인도네시아는 길에서 마주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얼굴 이상의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한다. 동남아 사람들의 얼굴은 자세히 뜯어보고 직접 물어보기 전에는 국적을 분간하기 어렵다. 하물며 인도네시아라면 세계에서 가장 빈부격차가 큰 국가의 하나이자 물가가 싸다는 것, 그리고 국명에서 떠올릴 수 있듯 많은 섬들로 이루어졌다는 사실 정도가 알려진 전부일 것이다. “난 동남아는 별로야. 가난하고 더럽다던데. 이왕 구경을 갈 거면 유럽이나 미국이 좋을 것 같아. 돈이 많이 들겠지만 여행 후 남는 것도 그만큼 많을 테니까.” 내지는 “거긴 한국의 1970년대와 비슷해. 가난하고 지저분해. 물가가 싸긴 하지만 볼 건 없지.”라는 게 동남아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이다. 중국의 남쪽, 인도의 동쪽, 서울에서 비행기로 불과 몇 시간 거리에 있는 동남아를 문화적인 장소라고, 자연경관 이외의 것으로 사람들을 매혹시킬 수 있는 목적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열대림이 있다든가 세계 최대의 불교 유적지가 있는 곳이 바로 동남아시아라는 사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문화 관광으로서의 여행이 각광받는 이 땅에서 인도네시아라는 이름은 어떤 인상적인 울림도 남기지 못한다.발리(Bali)라고 해서 사정이 별반 다르지는 않다. 신혼 여행지로서나 TV 드라마를 통해 쌓은 명성과는 별개로, 이 작은 섬이 인도네시아에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이 허다하다. 그러나 저자에게 인도네시아는, 그리고 발리는 여러모로 특별한 지명이다. 이는 그곳이 그에게 미지의 세계에 대한 최초의 갈망을 일깨워준 곳이며, 무엇보다도 그 수많은 섬과 섬 사이 어딘가에 용이 살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아예 눌러앉아 살고픈 장소가 있다. 그것은 제아무리 여행에 이력이 난 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좋은 곳은 세상 어디에나 있었다. 그러나 내가 돌아가고 다시 돌아간 곳, 그러고도 또 돌아간 곳은 한 군데뿐이다. 영원히 머물기 위해서 나의 집을 지어볼까 생각한 곳 또한 오직 한 곳뿐이었다.” 이 책은 용을 찾아 떠난 한 여행자의 모험담인 동시에 누구의 마음에나 자리한 자신만의 비밀한 장소에 대한 고백으로도 읽힌다. 한번 털어놓기로 마음먹은 이상 그의 입담은 그칠 줄을 모른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그렇게 이야기는 흐르고 또 흐른다.이슬람권인 인도네시아에서 거의 유일하게 힌두교를 믿는 곳인 발리 섬 곳곳에서는 1년 365일 수많은 신들을 위한 제례가 열린다. ‘신들의 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제례란 곧 일상이며, 신은 곧 인간을 의미한다. 신과 인간의 합일, 이것이야말로 발리의 신앙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단서이자 발리니즈 문화가 지닌 강인한 생명력의 근원이다. 다른 한편 발리에서는 일박에 칠백 달러짜리 호화로운 호텔과 하루 삼천 원짜리 싸구려 여인숙이 사이좋게 공존한다. 발리 중심가인 꾸따 지역민들의 GNP는 한국인의 그것과 맞먹지만, 롬복에 사는 농부의 어린애들은 신발도 신지 못한 채 굳은살이 밴 발로 메마른 먼지가 이는 흙길을 오랜 시간 걸어 다닌다.세속화된 신들의 섬. 스키장 말고는 없는 게 없는 휴양과 소비의 섬. 저자는 “세계 각국에서 날아든 사람들의 감수성과 문화의 용광로가 된 이 남국의 섬은 나날이 세련되어간다. 개발이 될 대로 되어버린 관광지의 유일한 미덕이라면 지금보다 나아지기는 힘들지만 더 이상 나빠질 것 또한 거의 없다는 점이다.”라며 자조하지만, 자신 또한 세월의 더께를 피해가지 못했음을 알기에 애틋한 마음으로 이를 포용한다. 외국인들의 끊임없는 손길로 닳을 대로 닳아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발리의 문화에는 여전히 그 옛날의 푸른빛이 감돌고 있다는 사실을 놀라워하며. ■여행의 기술(記述)여행은 그 자체로 족하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의 만족을 넘어서 여행을 통해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도 있다. 여행의 모험이란 낯선 문화를 경험하는 일이며, 오늘날 문화라는 말처럼 다방면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어휘는 많지 않다. 내 것과는 다른 남의 것을 겪고, 그 차이로 인해 갈등하기보다는 용인하는 법을 터득함으로써, 편견과 몰이해, 무지를 넘어 화해와 공존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여행은 알려진 한 가장 빠른 길이다.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덜 알려진, 혹은 왜곡되게 알려진 지역을 여행하고 이해하고 알림으로써 그간의 산적한 오해와 편견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것이 최고”라고 확신하는 저자는, 이를 위해서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며 현지인과 대화를 나눠본다면 더할 나위 없다고 조언한다. 아무리 수줍은 여행자라고 해도, 가장 보수적인 여행지라고 해도, 낯선 이와 대화할 기회는 종종 찾아오기 마련이다. 일부러 피하지만 않는다면.이 같은 저자의 신념에 비추어볼 때『용을 찾아서』는 세계 평화에 큰 기여를 하는 책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때로는 동행자이고, 때로는 그저 길에서 스쳐 지나간 이들이다. 마주친 사람들 가운데 일부와는 친구가 되기도 한다. 사람들을 묘사하는 저자의 어조는 솔직 담백하다. 일견 냉소적인 듯하나 실은 어찌해도 감출 수 없는, 어떤 식으로든 드러나고야 마는, 인간에 대한 도저한 연민과 애정을 내포한 시선이다. 문명의, 자본주의의 때가 묻었으나 여전히 순박하고 정 많은 사람들. 낯선 타자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을 애써 감출 필요를 못 느끼는 그들에게도 우리네만큼이나 어두운 일면이 있다. 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는 가난에 오랫동안 시달려 강퍅해진 현지인들의 심성을 마주할 때에도 저자는 이것은 “낯선 존재에 대한 태생적인 혐오감이라기보다는 외국인으로 표상되는 가진 자에 대한 미움, 또는 가난에 대한 자기혐오의 반동으로 생겨난 적의”일 뿐이라며 “누구의 잘못도 아니니 화낼 필요는 없다.”라고 말한다. 순진한 얼굴로 바가지를 씌우는 상인들에 대해서는 “설령 약간의 사기를 당한다손 쳐도 그 액수는 서울의 근사한 카페나 백화점에서 한 순간에 아낌없이 지출되는 돈, 혹은 일요일마다 헌금을 통해 숭고한 목적에 바쳐지는 돈의 일부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름다운 여행지에서 돌연 가슴이 다 아파올 정도는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한다. 그러면서 롬복 섬 바닷가의 앵벌이 듀오 소녀들에게 보기 좋게 속아 넘어간 이야기를 시원스럽고 유쾌하게 털어놓는다. 그런 것 또한 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아니겠냐며.저자의 눈에는, 썬크림이 뭔지도 모르는 띠르따강가 민박집 처녀애와 모계사회인 미낭까바우족 여자인 사납고 늠름하며 금전 감각이 비상한 치트리는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다. 한국에서의 취업을 원한다며 수줍게 초청장을 부탁하는 중년의 인도네시아인 아저씨와 사람 좋고 흑심 품은 무슬림 자말 씨, 낯모르는 외국인에게 더없는 친절을 베푼 반다아체의 소녀 이까, 저자와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된 한없이 순박하고 소탈하며 생활력 있는 22세의 청년 가장 뿌뜨라. 이들은 인도네시아라는 얼굴의 여러 다른 측면들이다. 우리돈 12원(백 루피아)에 자맥질을 되풀이하는 토바 호수의 꼬마들과 그 모습을 보며 박장대소하는 외국인들이 공존하는 그로테스크한 광경을 묘사하는 그의 문체는 침착하고 건조하다. 차분하고 인내심 강한 최고의 여행 동반자 G와 저자의 우정은 은근한 감동을 주며, 어항 가꾸기가 취미인 L씨와 나누는 위트 넘치는 대화는 절로 웃음을 머금게 한다. 저자 박정석의 여정은 한 섬에서 다른 섬으로 나아간다. 섬들은 저마다 고유한 문화와 특색을 지니고 있고, 만남과 헤어짐 사이로 인도네시아의 수려한 풍광이 스치듯 지나간다. 그리고 그의 눈과 손은 사람의 마음에 흔적을 남기고 재빨리 사라지는 한 순간들을 놓치는 법이 없다. 시계가 없는 섬. 전기와 전화, 자동차가 존재하지 않는 공간. 도시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극도의 사치이다. 이것이야말로 여행의 묘미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아주 사소한 몇 가지 발견만으로도 사람들은 행복을 느낀다. 우연히도 뜻하지 않은 횡재를 하게 된 사람처럼.”■용을 찾아서『용을 찾아서』가 지닌 가장 큰 매력은 이것이 실패한 모험의 기록이라는 점이다. 모든 모험담이 성공담일 수는 없다. 온갖 역경과 장애를 이기고 목표했던 보물을 찾아낸 사람들만이 승리자이고, 역사에 기록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원했던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해서 졸지에 실패자로 낙인 찍혀야 할 필요는 없다. 비장한 각오로 칼을 뽑았으나 몇 발 딛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도로 꽂을 수도 있는 일이고, 때로는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얻는 게 더 많은 경우도 있는 법이다.저자 박정석에게 용은, 삶을 지금까지와는 약간 다른 것으로 만들어줄 마법과 같은 존재였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동물, 메테를링크의 파랑새와도 같은 그것을 보려는 일념으로 길을 나선 저자는 “그렇게나 아름다운 발리”에 발이 묶여 번번이 돌아서고 만다. 이 섬 저 섬 떠돌아다니느라 바쁘던 우리의 저자가 도대체 용을 보려는 마음이 있기는 한 걸까 궁금해질 무렵, 그는 무겁게 입을 뗀다. “용을 보고 싶지만, 내심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는 겁니다. 환상과 현실이 겹쳐지면 어떻게 될까요. 목적지가 사라져버리는 것이 두려운 겁니다. 버스에서 영원히 내리고 싶지 않은 사람처럼. 비겁하게 들리겠지요. 하지만 제 말,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그리고 그는 낯선 이방인으로부터 자신이 찾아 헤맨 답을 듣는다. “목적지가 사라지면 다른 목적지를 찾으면 되지.” 우리네 삶의 목적지는 절대적이지도 유일하지도 않다. 거기가 어디든 우리는 갈 수 있다. 젊건 늙건 간에 아직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여전히 꿈을 꾼다. 불가능한 꿈이라도 괜찮다. 서두를 필요는 전혀 없다. 그건 과업도 아니고 뭣도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여행은 의무나 목적이 아니고 오로지 즐거움일 뿐, 집에서는 미처 모르던 것을 길에서 찾는 일이라고. 그러나 박정석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렇게 끝났다면 재미는 있으나 전형적이고 조금은 계몽적인 글이 되었을 것이다. 그는 독자에게 한 여자를 소개한다. 발리의 우붓에서 민박집을 하는 와얀 부인은 10여 년 전 저자가 처음 인도네시아에 왔을 때 이후로 발리에 올 때마다 꼭 들러가는 사람이다. 사람을 평가하는 데 있어 까다로운 저자가 “상대적인 의미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절대적인 친절함을 소유하고 있는 보기 드문 인물”이라고까지 말하는 인물로, 스스로 가진 것이 없으면서도 남이 가진 것에 관심이 없는 희귀한 사람이다. “친절을 행하면서도 그것을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무심한 얼굴은 마치 우연히 발길에 채인 자갈을 집어 들고 보니 반짝거리는 보석이었을 때처럼 내 가슴을 뛰게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로 한 번도 달려본 적이 없는 저자는 아픈 부인의 약을 사러 골목길을 내달린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이것은 좋은 변화일까 하고.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아무도 본 적이 없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비록 저자는 결국 코모도 섬에 닿지 못했으나 원하던 것을 보았다. 용은 예상과는 다른 외양을 하고 있었다. 조심성 없는 관광객을 잡아먹는 흉측한 회색 괴물 대신 수다쟁이 발리니즈 부인과 함께, 저자는 발리 전통 과자를 만들었고 스파게티를 나누어 먹었다. 그곳은 코모도 섬의 울창한 수풀 속이 아니라 발리 중부의 우붓, 왕궁에서 멀지 않은 앙가다 골목 중간쯤에 위치한 어느 다세대 주택의 맨 끝 집이었다.

목차

1부 기억을 완성하기 위하여 코모도 섬에 사는 괴물 한 장의 사진 세이렌이 사는 섬 바닷가로 돌아오다 띠르따강가에서   2부 여행의 기술 고구마처럼 생긴 수마트라 무겁게 여행하기 호수에서 살가 은전을 삼키는 아이들 먹는 이야기: 나시고렝과 빠당 푸드 흥정의 미학   3부 열대의 추억 두 갈래 길 롬복 바닷가의 앵벌이 듀오 파라다이스 생활 동행자 대탈주   4부 여행자들 You\’ve got mail 돼지를 치는 청년 우붓 내 마음에 드는 동네 은둔자 게 납치하기 발리의 외국인들   5부 머나먼 섬 호수에서 만난 남자 친절에 관하여 풀라우웨 이까라는 이름의 소녀 잃어버린 수영복 기념품   6부 용을 찾는 모험 귀여운 여인 이부 와얀 코모도 섬으로 가는 노파 에필로그

작가 소개

박정석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영화와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지금까지 육십여 개 나라를 여행했으며, 『용을 찾아서』로 2005년 올해의 논픽션상 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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