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사는 법

이선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5년 1월 5일 | ISBN 89-374-8047-6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260쪽 | 가격 9,000원

책소개

한국문화예술진흥원 2005 우수문학도서 선정거칠고 메마른 인생을 지나가는 아홉 가지 방법 슬프고, 우스꽝스럽고, 섬뜩한 삶의 풍경을 비추는오늘의 작가상 수상 작가 이선의 신작 소설

편집자 리뷰

1990년 제1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 작가 이선의 신작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병을 거꾸로 세워 흔들면서 물을 쏟아 내는 듯한 망설임 없는 글쓰기”(문학평론가 김윤식), “찰고무줄처럼 탄력 있고 담백하기보다는 맛깔스러운 글맛”(문학평론가 권택영)으로 주변부 인생들을 예리하게 묘파해 온 이선의 이번 소설집은, 사막과 같이 메마르고 황폐한 삶을 견디어 가는 소시민들의 일상과 내면을 날카롭게 포착하여 삶의 아이러니를 극적으로 드러내는 작품 아홉 편을 담고 있다. 1987년 등단 이래 주로 장편소설을 통해 긴 호흡의 이야기를 해 온 이선은 이 작품집으로 압축과 절제의 단편 미학에도 일가를 이루었음을 보여 준다. 일견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처럼 보이는 인물들의 내면 깊이 파고드는 통찰, 희비극이 교차하는 삶의 양면성에 대한 균형 있는 시각, 소소한 일상사를 드라마틱한 사건으로 발전시키는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가 두드러지는 작품 아홉 편을 모았다. 지지리도 못난 인생, 인생들 이 책에 담긴 아홉 편의 단편들 속에는 작중화자는 물론 무척이나 다양한 성격과 배경을 가진 주변 인물이 등장한다. 서른여덟의 조카가 바라보는 고모님, 젊은 과외 선생이 지켜보는 중년 부부의 불화, 첫사랑의 순정을 간직한 미망인과 아내를 잃을 위기에 처한 중년 남자의 방황, 처량하고 못난 놈보다는 악한이 되겠다며 바람난 아내를 구타하는 남자, 첫 아이를 임신한 젊은 부인과 아슬아슬한 가족의 행복을 지켜 나가는 둔하고 묵묵한 셋방 여자, 요실금을 앓는 탓에 자식들로부터 된서리를 맞지만 그것조차 행복이라 믿고 있는 할머니, 30년이 넘게 은둔하는 노인과 그에게 맹목적으로 순정하며 살아가는 늙은 여자 등등 이선은 우리 현실과 기억 속 언저리에 널려 있지만 쉽게 지나치는 작고 하찮은 인생들의 마음속 깊은 곳으로 우리의 눈길을 이끈다. 하나같이 못나고 쓸쓸한 삶의 그늘이 드리워 있지만 자기 나름의 진실을 간직하고 지켜나가려 애쓰는 군상들의 모습에서 삶에 대한 깊은 애정이 배어나온다. 슬프고, 우스꽝스럽고, 냉혹한 일상의 풍경 이선의 단편소설은 자연스럽고 잔잔하면서도 다채로운 재미를 안겨 준다. 비정상적인 인물의 기행(奇行)이나, 극단적인 파국으로의 돌진, 작위적일 정도의 강렬한 반전 등으로 독자의 눈을 강제로 붙잡는 여타의 단편 작품들과는 달리 평범한 일상의 디테일에서 자연스러운 감동이 배어나게 하는 이선의 작품은 이야기꾼과 사색가의 양면을 고루 갖춘 작가의 면모에서 비롯한다. 현실이 지닌 통념성과 생활인의 상식에서 출발하는 이선의 소설은 굳이 비정상적인 장치나 극단적인 파국을 고안하지 않더라도 현실의 여러 가지 면을 다채롭게 보여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 서사의 유효성과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가족 이야기를 다루면서 가부장제의 폐해나 여성의 상처와 피해의식을 강조하는 관습적 태도에서 벗어나, 가족 내의 다양한 폭력과 모순을 복합적으로 그려 내고 이를 감내하고 적응해 가는 인물들의 내면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하는 균형적인 태도를 보인다. 증오와 연민, 인생의 두 얼굴 이선 소설이 지닌 주제의 한 축은 관계의 양면성에 대한 통찰이다. 누군가를 더없이 증오하면서도 어느새 그에게 의지하는 자신을 발견하거나, 일생의 동반자로 여겼던 이에게 배신당하는 삶의 아이러니는 어떤 관계든 일방성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아야 함을 보여 준다. 특히 작품 속에서 노인이나 여성, 경제적 약자 등 소외된 이들이 서로 맺는 관계는 경쟁과 혐오와 연민이 난마처럼 얽혀 있어, 쉽게 상처를 입고 절망하기도 하고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황혼에 접어든 본 처와 후처의 기이한 동거, 순정을 간직한 카페 여주인의 추억, 삼십 년간이나 은둔하는 남자를 맹목적으로 보살피는 할머니 등의 관계를 그리면서, 이선은 어떤 관계든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노력 속에 진실이 숨어 있음을 말한다. 작품별 소개 사막에서 사는 법 1 서른여덟의 노총각 나는 나이든 고모님 집에 고종사촌 내외와 함께 살고 있다. 고모부는 고모와 말고도 세 번이나 새장가를 들었고, 그중 두 번째 부인이었던 ‘아우님’은 고모부와 헤어진 뒤에도 자주 고모님 집에 들락거렸다. 그러던 아우님이 허름한 술집을 차렸다는 소문을 들은 고모님은 집안 망신이라며 아우님에게 차라리 자기 집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 그때부터 집 안은 두 할머니의 사소한 다툼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돌아가신 지 오래인 고모부의 추억에 대한 쟁탈전부터, 아우님의 외아들 종길이 친모(親母)를 무시하고 고모님을 정식 어머니로 받드는 일에서까지 두 노인의 질투 싸움을 끝을 모른다. 사촌 내외는 사업이 기울자 고모님에게 함께 이민을 가지고 청하지만, 고모님은 내 핑계를 대며 한국에 남겠다고 고집한다. 이윽고 사촌 내외는 먼저 떠나고 나는 고모님, 아우님과 아슬아슬한 동거를 시작한다. 그러던 차에, 종길의 결혼 문제로 두 사람이 한바탕 난리를 피우자, 종길은 아우님 편을 들어, 그녀를 데리고 다른 살림을 차려 나간다. 고모님은 이민을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아우님을 찾아간다. 빈궁한 살림에 다리까지 다친 아우님은 그래도 지지 않고 고모님에게 대거리하며 작별 인사를 대신한다. 그렇게 고모와 아우님은 헤어졌지만, 두 사람은 가끔 내게 전화를 걸어 여전히 험담 아닌 험담으로 상대방의 안부를 확인하곤 한다. 사막에서 사는 법 2 송이 엄마는 딸의 과외 선생님 내게 송이 아빠가 혼자 떠난 여행에 몰래 뒤따라가 보라고 부탁했다. 나는 송이 엄마의 의부증(疑夫症에)에 짜증이 나면서도 그녀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의 뒤를 쫓아 삼포의 콘도까지 내려갔다. 그는 별다른 방황도, 외도의 기미도 없이 그저 혼자 바닷가를 어슬렁거릴 뿐이었다. 송이 엄마는 수시로 전화를 걸어 내게 그의 동태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한 근사한 차림의 부인은 여행지에 와서도 이상하게 궁상맞은 태도를 버리지 못한다. 평생 가족을 위해서만 살아온 그녀는 무책임한 남편이 전 재산을 다 탕진해 버리자 남은 돈을 챙겨서 피신해 온 터였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를 원망하기보다는 구차해진 자신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고 한다. 여행의 마지막 밤 걸려온 송이 엄마의 전화에는 남편에 대한 걱정과 연민이 가득하다. 사막에서 사는 법 3 나는 중년의 노처녀로 지방의 작은 사무실에서 어린 시절부터 알고 있던 오빠의 친구 밑에서 일한다. 오래전 남편이 세상을 뜬 이후 나는 외로운 삶을 살아왔다. 사장이자 오빠의 친구는 중병에 걸린 아내 때문에 계속 우울한 상태다. 그는 서울에 사는 소설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자신의 옛 사랑 이야기를 소설로 써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한다. 현실에서 좌절된 아내와의 사랑을, 소설 속에서나마 이어지게 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그런 그의 쓸쓸한 모습에 안타까워하며, 그에게 품었던 예전의 연정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그는 이런 내 마음을 알 리 없고, 나도 속마음을 쉽게 보여주지는 못한다. 다만 그에게 작은 위로나마 해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사막에서 사는 법 4 삼촌과 방 여사는 오늘도 싸웠다. 싸움이라고 해봐야 방 여사가 삼촌에게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식이다. 춤바람에 정신 나간 방 여사나, 그런 아내를 두들겨 패기만 하는 삼촌 모두 못난 사람들이다. 삼촌은 젊은 시절 나의 언니를 좋아했지만, 집안의 반대로 당시 양장점에서 일하던 방 여사와 결혼을 했다. 언니는 금은방집 아들에게 시집을 가버렸다. 그 후 세월이 한참 지났지만 삼촌은 언니를 잊지 못하고 있었고, 방 여사 또한 잘사는 언니네를 보며 화병을 키워왔다. 두 사람 사이에 불화가 생길 때마다 삼촌은 언니 때문에 자존심이 무너진 불쌍한 신세가 되지 않기 위해 방 여사에게 손찌검을 하며 차라리 나쁜 놈이 되려고 한다. 언니의 존재가 두 사람에게 계속 질곡으로 남아 있는 한 삼촌의 손찌검은 쉽게 그칠 것 같지 않다. 사막에서 사는 법 5 나는 첫아이를 가진 스물다섯의 새댁이다. 남편은 여섯 달 동안 해외 출장을 나간 탓에 시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집을 혼자 지켜야 한다. 지난번 문간방에 세를 들어온 집의 여자가 노름에 빠져 집 안이 발칵 뒤집혔기에, 나는 새로 세를 놓으며 신중을 기한다. 새로 들어온 미미네는 겉으로 보아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미미 엄마는 예의 바르고 생활력도 강한 여자지만 수더분하다 못해 여성적인 매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한시름 놓았던 나는 그러나 곧 어여쁜 외모에 교태가 흐르는 미미 엄마의 동생의 출현으로 긴장한다. 이사 오기 전 미미네 옆집에 살았다는 인연으로 언니 동생 관계를 맺었다는 그녀가 심상치 않아 보이는 이유는 그 아가씨가 미미 아빠에게 지나치게 아양을 떨기 때문이다. 친정 나들이로 미미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미미 아빠와 그 동생은 수상쩍은 행동을 보인다. 급기야 동네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소문이 나고 내 눈으로 그 진상을 확인까지 하자, 나는 모든 상황을 미미 엄마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미미네는 동생 몰래 이사를 나갔지만, 어느 날 나는 미미네 가족과 동생이 함께 어디론가 가고 있는 모습을 본다. 사막에서 사는 법 6 청양댁은 여든이 넘은 할머니로 증손자를 보았다. 온갖 고생으로 키운 자식들이 모두 번듯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가장 자랑스러운 그녀지만, 요실금을 앓고 있는 탓에 자식들은 그녀를 멀리한다. 우연히 증손자의 백일잔치를 자기 몰래 치르려 한다는 소식을 들은 청양댁은 화를 참지 못하고 잔치가 열리는 손자 집으로 향한다. 갑자기 들이닥친 청양댁 때문에 일가친척들은 모두 당황하고, 특히 청양댁의 오줌 지린내에 고개를 돌린다. 어떻게든 그녀를 돌려보내려 하지만 청양댁은 막무가내로 증손자를 보고 가겠다고 고집한다. 자식들은 그녀를 이기지 못하고 증손자를 보여주고, 청양댁은 감격에 젖는다. 사막에서 사는 법 7 시골 소읍의 카페 갈매기를 들른 손님과 중년의 마담이 나누는 대화만으로 구성한 작품. 마담은 젊은 시절 티켓 다방에서 고단한 삶을 꾸리던 시절 우연히 만난 손님이 보여준 친절에 감동하여 그를 기다린다. 오늘 들른 손님은 그런 마담의 순정 아닌 순정을 웃어넘기면서도 자기 친구 중에 그런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어쩌면 이 손님이 그때 그 남자이지 않을까. 손님은 연신 자기가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마담은 점점 그일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사막에서 사는 법 8 그녀는 수족을 못 쓰는 그를 수십 년간 보살펴 왔다. 그동안 ‘가죽 잠바’는 어떤 정치적인 원한으로 그를 줄곧 뒤쫓아 왔다. 그는 이제 가죽 잠바를 대면하고 자기 삶을 정리하려 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그와의 시간을 연장하려 한다. 하지만 가죽 잠바의 집요한 추적을 끝내 따돌리진 못한다. 가죽 잠바는 말을 못하는 그에게 옛 원한의 진상을 깨내려 하지만, 그의 반신불수 상태를 확인하고, 그녀의 간곡한 호소로 다음 날 다시 찾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그는 죽기 전 진실을 자백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 그녀는 그가 조용히 삶을 마감하도록 약을 준비한다. 사막에서 사는 법 9 성공한 남편에 공부 잘하는 자식들까지 어느 하나 남부러울 것 없는 준호 엄마는 같은 아파트 주민들의 부러움과 시샘을 받는다. 나는 준호네와 비교하면 모든 점이 처지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조금씩 준호네의 비밀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화려한 겉과는 달리 준호네 속사정은 복잡하다.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 엄마에게 무관심한 매정한 자식들, 나이가 들수록 심해지는 건망증과 우울증으로 준호 엄마는 고통을 겪고 있다. 나는 그런 준호 엄마의 이중생활에 한편으론 연민을 보내고, 다른 한편으론 초라하지만 평온한 집안 사정에 안도한다.
이선1953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1987년 \”승자를 위하여\”로 《소설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1990년 \”기억의 장례\”로 제14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기억의 장례』, 『행촌 아파트』, 『우리가 쏘아 올린 파이어니어호』, 『프라우드 메리를 기억하는가』, 소설집 『배꽃』, 『귀신들』 등이 있다.

목차

사막에서 사는 법 1사막에서 사는 법 2사막에서 사는 법 3사막에서 사는 법 4사막에서 사는 법 5사막에서 사는 법 6사막에서 사는 법 7사막에서 사는 법 8사막에서 사는 법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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