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대리는 어디에서,어디로 사라졌는가?

이치은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3년 9월 25일 | ISBN 978-89-374-8020-1

패키지 소프트커버 · 신국판 152x225mm · 332쪽 | 가격 8,500원

책소개

1998년 첫 소설 <권태로운 자들, 소파 씨네 아파트에 모이다>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작가 이치은이 5년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장편소설. 현실과 환상, 추리와 묘사, 공문서 양식, 르포르타주 등 다양한 글쓰기 양식과 기법이 혼재되어 있는 작품이다. 회사원 유지형은 회장의 모친상 장례식장에 일꾼으로 뽑혀 일하다 우연히 정체불명의 총격전을 목격하게 된다. 엉겁결에 총격전에 끼어든 그는 정신을 잃고, 나중에 회사 동료의 시체와 함께 발견되어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는데……. 거대한 통제 시스템과 인간적인 삶의 욕망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편집자 리뷰

“빠른 속도의 이야기 전개, 퍼즐을 맞추는 듯한 섬세하고 정교한 구성, 그것을 통해 드러나는 덧없는 인간과 세계와 또한 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을 수 없이 쏟아져 나오는 질문들. 그 질문들이 만드는 빈 공간의 공명을 통해 오래간만에 현실과 말 사이의 역동적 긴장이라는 소설의 존재 이유가 밝혀진다.” ―박철화(문학평론가) 1998년 스물일곱의 나이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젊은 작가 이치은의 두 번째 장편소설 \’유 대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사라졌는가?\’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매력적인 문체, 진지한 주제를 흥미롭게 이끌어 가는 독창적인 구성, 문학과 현실에 대한 치열한 사유 등이 돋보였던 데뷔작 \’권태로운 자들, 소파 씨네 아파트에 모이다\’에 이어 5년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치은은 글쓰기의 다양한 하위 장르들을 뒤섞고 충돌시키면서 현실과 환상, 진실과 허위, 개인의 실존과 억압의 문제를 파고드는 독특한 작품 세계를 보여 주고 있다. 1. 시놉시스 회사원 유지형은 회장의 모친상 장례식장에 주차 안내원으로 차출된다. 우연히 들어간 저택 안에서 정체불명의 총격전을 목격하고 엉겁결에 끼어든 유지형은 영문 모를 총질 끝에 정신을 잃는다. 정신을 차린 그는 회사 동료 강 과장의 시체와 함께 발견된다. 대기업의 회장 저택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에 경시청은 각별한 관심을 표하며 특수 수사반을 파견한다. 총격전을 보았다는 진술만을 반복하는 유지형은 정신병자로 취급 당하며 강 과장의 살인범으로 몰린다. 특수 수사반의 진 반장과 민 형사는 이런 수사 방향에 제동을 걸고 유지형의 증언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벌인다. 유지형은 압송된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후 변호사 박지영에게 도움을 청해 회장 저택에 잠입한다. 총격전이 실제로 있었으며, 그것을 은폐하려는 음모에 자신이 걸려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유지형은 점점 사건의 전말에 다가간다. 한편 경시청은 실체에 접근하는 진 반장과 민 형사, 유지형을 제거하기 위한 계획에 착수한다. 이들 세 사람은 경시청의 특수 프로그램에 의해 존재가 말소되거나 전혀 다른 존재로 다시 태어나고, 사건은 봉합된다. 사건에 휘말렸던 인물들은 과거를 ‘말소’한 후 전혀 다른 존재로 ‘재생’되거나 그 존재가 ‘삭제’된다. 2. 작품 세계 문학의 다양한 하위 장르를 결합하는 실험 이 작품에는 마치 문학의 여러 장르들을 총동원하듯 다양한 형식과 기법이 차용되었다. 전체적인 틀을 꿰고 있는 추리소설의 스타일을 비롯하여,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의 매뉴얼과 같은 정밀한 총격전 소묘(2장), 밀실 트릭을 해부하는 고도의 지적 추리(3장), 누보로망을 연상시키는 치밀한 객관적 묘사(4장), 사건의 전말을 간접적으로 보여 주는 온갖 공문서 양식(5장), 전혀 딴사람이 되어 살아가는 주인공의 행적을 추적하는 르포(7장) 등 장별로 천차만별의 스타일이 번갈아 구사되고 있다. 이렇게 직조된 다양한 장르의 조각들은 작품의 복잡한 플롯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주인공 유지형이 얽혀든 음모의 이모저모와 거기에 가담한 자들의 내면까지 두루 비추는 이 이중 삼중의 장치는 작품의 세계를 보다 치밀하게 만들고 독자의 시선을 이곳으로부터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게 가둔다. 그와 동시에 현란한 문학적 형식 실험은 역설적으로 이 치밀한 세계의 허구성을 엿보게 만든다. 이야기의 구조가 복잡하고, 그것을 엮기 위한 논리가 치밀할수록 오히려 이 진짜 같은 이야기가 본질적으로는 가짜임을 깨닫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진짜 현실, 가짜 현실, 진짜 허구, 가짜 허구의 미로를 헤매던 유지형이 어느 순간 이면에 숨은 조종자의 정체를 깨닫듯, 작가에 의해 꾸며진 복잡다단한 이야기 속을 헤쳐 나가던 독자는 문득 현실의 저 뒤편을 응시하게 되는 자신의 눈을 자각하게 된다. 출구 없는 미로에 빠진 삶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작품에 나오는 모든 진실/거짓, 현실/환상이 모두 경시청이라는 권력 기관에 의해 조작된 것임이 드러난다. 경시청은 심지어 각 개인의 존재를 제거하거나, 전혀 다른 삶으로 재생할 수도 있다. 개인의 육체를 가두고 사상의 전향을 강요하는 외적인 억압뿐 아니라 개인의 실존 자체를 지배하는 끔찍한 디스토피아가 존재한다는 설정은 작품 속 인물들이 현실로부터 탈출하거나 그것에 저항하는 일을 만만치 않게 만든다. 경시청은 그러한 억압의 총체, 지배의 시스템의 상징이다. 어떤 개인이 이 세계에서 일탈하려 한다면 경시청은 그 문제적 개인의 존재를 제거하고 또 다른 현실을 만들어 낸다. 이때 그 일탈의 시도는 ‘있지 않은’ 일로 되어 버리고 흔적조차 없어진다. 이렇게 완벽한 권력 장치 속에서 유지형은 오직 자신의 실존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최소한 무엇이 있고 없는지,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지를 분별할 수 있을 때에야 인간은 삶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본적인 조건은 곧 경시청의 지배 프로그램의 실체를 폭로하는 위협으로 간주된다. 인간적인 삶의 욕망과 체제 지속의 메커니즘이 정면으로 대립해 있다는 섬뜩한 예시는 실체 없는 이미지가 지배하는 가상현실의 미래를 날카롭게 부조한다. 현실/환상, 사실/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진실 찾기 이 작품의 전체적인 틀은 추리소설의 구성을 따르고 있다. 의문의 사건이 발생한 후 사건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는 구성을 유지하면서도 그 과정과 결말은 일반적인 추리소설과는 사뭇 다르다. 사건 현장의 여러 단서들 중에서 거짓과 참을 가려 진실을 탐구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리라면, 이 작품은 사건을 풀어 나가면 나갈수록 현실과 환상,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속으로 점점 빠져든다. 주인공 유지형이 목격한 총격전은 현실이고, 사실이다. 그러나 그 현실, 사실을 은폐하려는 자들에 의해 그것은 환상, 허구라고 강요된다. 자신의 실존을 지키는 길은 자기의 기억과 경험이 실제의 것임을, 그것을 표현하는 말이 진실함을 증명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밝혀진 현실, 사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차라리 환상이고 허구로 믿고 싶을 만큼 끔찍하다. 누군가에 의해 자신의 삶이 지워지거나 송두리째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무엇이 진짜 현실인가를 되묻고 있다. 지금까지의 삶과 변화된 삶 중에서 진짜는 무엇인가? 변화된 삶이 현실, 사실이라면 과거의 삶은 환상, 허구에 불과한 것인가?

목차

상복의 주차 요원 MP5 vs. SA80 밀실살인사건 한낮의 잠입 Q336-A83 건과 관련된 최종 보고서 대화의 숲 세계 반도체 산업 재도약 비사 두 명의 매장인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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