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민음사 편집부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4년 8월 7일
ISBN: 97-7250-833-3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78x258 · 208쪽
가격: 13,000원
시리즈: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 49
* 커버스토리: 잠의 힘
* 전예진, 오한기 신작 단편소설
* 시인 안희연, 아트 컬렉터 이소영 인터뷰
2 — 3 Editor’s Note
9 Cover Story: 잠의 힘
10 — 13 자기 전에 읽는 책 10
14 — 18 정희재 춤출 때 춤만 추고, 잠잘 때 잠만 자기 위한 시도들
19 — 23 염선옥 당신은 당신답게 잡니까?
24 — 30 강영안 잠이라는 장소
31 — 35 김소미 불면의 밤에 탄로 나는 것들
36 — 40 최가은 말로 쓰는 꿈
49 Essay
48 — 51 서이제 이제는 말할 수 있다 4회
52 — 56 정은귀 나의 에밀리 12회
57 — 61 조무원 국가를 감상하는 법 6회
67 Interview
68 — 80 안희연 X 강보원 남아 있기 위해 함께 걷는 사람이 되어
82 — 91 이소영 X 안동선 그림과 책의 숲
99 Short Story
100 — 117 전예진 방문
118 — 135 오한기 반품 알바
139 Poem
140 — 141 김중일 쌓이는 마음
142 — 142 박지일 물보라
143 — 144 추성은 텐더 풋
145 — 145 허주영 고래를 기다리기
149 Review
150 — 153 조예은 『잠수 한계 시간』
154 — 158 김연덕 『펜 소스』
159 — 163 최원호 『중독의 설계』
164 — 168 심진경 『미망』
169 — 172 김지현 『떠오르는 숨』
175 Comics
176 — 200 이수희 인형의 시대 3회
202 — 203 Epilogue
■ 다들, 잘 자고 있나요?
잠들기 전 책을 읽는다면, 당신은 평온하고 안락한 침대에서 완전한 독서로 몰입하기 위해 책을 읽을까. 아니면 숙면은커녕 수면조차 허락하지 않는 잠의 요정(혹은 악마)을 때려잡기 위해 책을 읽을까. 이번 호《릿터》 커버스토리는 ‘잠의 힘’이다. 누군가에게는 완전한 휴식 상태이고, 누군가에게는 괴로운 각성 상태일 수 있는 수면은 오늘 어떤 의미로 규정되며 감각되고 있을까.
철학자 강영안은 레비나스의 존재론를 바탕으로 ‘나’라는 주체가 구체적인 장소와 관계하는 통로가 바로 ‘잠’이라고 말한다. 신체를 통해 의식을 누이고, 휴식을 취하고, 다시 의식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행위의 주체가 되는 것. 잠은 바깥에서 자기에게로 돌아오는 ‘사건’인 셈이다. 잠의 의미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통해 익숙한 잠을 낯설게 바라볼 수 있는 글이다.
그렇게 잠드는 자리에 꿈이 고인다. 잠든 우리는 종종 꿈을 꾸지만 꿈의 전부를 기억하지는 못한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상징물이 현실의 내게 어떤 의미일지 해몽을 검색하는 일은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추적과 추론이다. 문학평론가 최가은은 꿈속에서 반복되는 기호들과 그 의미를 레몽 크노의 소설 『연푸른 꽃』에서 찾아본다. 꿈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 그 분리되고 연결된 관계를 소설과 소설을 읽는 사람이 맺는 관계에 비유하는 통찰이 눈길을 끈다.
문학평론가 염선옥은 수면장애로 인해 현실과 꿈이 혼재된 곳에서 살아가는 존재를 소재로 한 구병모의 소설 『상아의 문으로』를 소개한다. 잠에 들어도 휴식할 수 없고, 바깥과 차단되어 자기 자신일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 이것은 ‘피로 사회’를 맞이한 우리의 현실에 대한 은유가 흘러넘치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고, 잠 못 드는 사람들이 있다. 숙면과 뒤척임, 꿈이 있다면 그 바깥에 불면이 있다.《씨네21》의 김소미 기자는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와 폴 슈레이더 감독의 「퍼스트 리폼드」를 나란히 놓는다. 잠들지 않는 밤, 잠들지 않기로 한 인물들로부터 드러나는 깨어 있는 상태로부터의 사색이 불면을 재해석한다.
『아무튼, 잠』의 저자 정희재는 불면의 괴로움을 현실의 차원으로 조금 더 끌어당긴다. 불면이라는 강을 건너기 위한 호흡 살피기, 해파리가 된 듯 온몸의 긴장을 푸는 보디 스캔법, 숙면에 가장 좋은 보행 수 등 ‘잠이 오는’ 것이 최적지만 그것이 요원하고 곤란한 사람들을 위해 ‘잠을 부르는’ 다양한 시도를 소개한다.
커버스토리의 시작을 알리는 ‘잠들기 전에 읽는 책 10’도 놓칠 수 없다. 당신이 평온하고 안락한 침대에서 완전한 독서로 몰입하기 위해 책을 읽는 사람이든, 다가올락 말락하며 결코 잠들지 못하게 하는 잠의 요정을 때려잡기 위해 책을 읽는 사람이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마법의 리스트가 되어 줄 것이다.
■ 시인 안희연, 아트 컬렉터 이소영 인터뷰
최근 『당근밭 걷기』로 문학 독자의 사랑을 받는 안희연 시인을 만났다. 여름 한낮, 서울의 선유도 공원을 거닐며 ‘공들여 기른 당근들을 떠나보내고 달빛이 비치는 빈 당근밭에 단호히 서 있는’ 마음에 대해 듣는 시간. “만년설이나 활화산” 같은 안희연의 말을 듣고 있자면 그가 시집을 만들 때 자신을 어떻게 녹이고 또 식혔는지, 그 무수한 담금질을 가늠하는 것이 조금도 어렵지 않다. 삶에서 자신이 배운 것들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시인의 발걸음과 ‘숨걸음’ 에서 안희연만의 호흡과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아트 컬렉터의 집은 어떤 모습일까? 미술 에세이스트 이소영 작가는 외부 일정이 없는 날이면 종일 집에서 약 230점의 미술 작품과 수천 권의 책에 둘러싸여 시간을 보낸다. 현대미술 교육기관인 ‘빅피쉬 아트’와 뮤지엄 교육 기관인 ‘조이 뮤지엄’을 대표하는 미술 교육인이자 미술강사인 동시에 유튜브 채널 ‘아트 메신저’를 운영하는 콘텐츠 제작자의 탐독 생활은 탐미의 극치다. 번 돈을 대부분을 미술 작품 사 모으는 데 쓰는 아트 컬렉터에게 듣는 쓸모없는 것들의 아름다움이 문학의 아름다움과 뒤섞이며 ‘예술욕’을 자극한다.
■ 전예진, 오한기 신작 단편소설 수록
전예진, 오한기 소설가의 작품을 싣는다. 전예진의 「방문」은 요양병원에서 ‘나이트 킵’으로 일하는 여성이 일터와 집에서 처한 심리적 딜레마를 그리는 소설이다. 옆집의 생활 소음이 들려오는 구조 탓에 ‘나’는 옆집 소년이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고 있다는 의심을 품지만 그 아이가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폭력 사건의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함께 떠올린다. 한편 ‘나’는 요양병원의 ‘함 할머니’가 일삼는 폭언 속에서도 그를 향한 이중적안 마음을 품는다. 우리는 공감할 수 없는 타인에 대해서도 연민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공감의 그림자를 통해 공감의 실제를 해부해 보인다. 오한기의 「반품 알바」는 가계경제를 위해 갖은 구직 활동을 전전하던 소설가가 반품 알바를 시작하며 겪는 소동을 그린다. 반품 대상은 도마뱀. 회수한 도마뱀은 직접 처리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은 일이다. ‘나’는 무사히 알바를 할 수 있을까? 가계경제에 기여할 수 있을까? 그러나 반품된 것들을 처리하는 방법은 막막하고 ‘나’는 자신의 인생이야말로 반품 중인 상품처럼 느껴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