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 그림 정다은 | 옮김 안정효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4년 6월 24일
ISBN: 978-89-374-5693-0
패키지: 변형판 120x233 · 20쪽
가격: 22,000원
셰익스피어 글방
■ 결국, 남는 것은 한 폭의 그림!
고전을 감각하는 또 하나의 방법
민음사에서 ‘세계문학 일러스트 에디션’이 출간되었다. 모파상의 「달빛」, 울프의 「럭턴 유모의 커튼」, 헤밍웨이 「셰익스피어 글방」 등 고전 작가의 ‘숨은 명작’에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일러스트레이터의 감성을 더했다. 이 시리즈는 전통적인 의미의 ‘읽는 고전’, 오디오북으로 확장된 ‘듣는 고전’에 이어 ‘감각하는 고전’이라는 콘셉트로 기획되었다. 16면의 아코디언 북을 펼치는 순간,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풍경처럼 모습을 드러내고 화폭을 좁히고 넓히는 손끝의 힘이 이야기를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3인 3색 일러스트레이터의 개성도 돋보인다. ‘소녀들과 몽환의 작가’ 권서영, ‘팔레트와 물감으로 사랑스러운 색감을 구현하는 작가’ 진청, ‘단단한 풍경을 그리는 작가’ 정다은이 고전 소설을 동시대적인 가치와 감각으로 해석했다. 매 작품마다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 후기’와 작품 이해를 돕는 ‘편집자 레터’가 아름다운 디자인의 엽서로 동봉되어 있다.
■ 무명의 헤밍웨이를 지켰던 ‘작은 서점’, 『셰익스피어 글방』
글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림 정다은, 번역 안정효
“우린 온 세상의 책들을 모두 다 읽을 수가 있고,
여행갈 때 가지고 떠나도 돼”
“그래도 괜찮은 건가?”
“그럼”
크게 성공한 아티스트들의 무명 시절을 엿보는 것은 특별한 감동이 있다. 특히 헤밍웨이처럼 삶의 굴곡이 많았던 작가라면 더 그렇다. 『노인과 바다』를 비롯한 수많은 명작들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헤밍웨이에게도 스스로의 재능에 의구심을 품고 흔들리던 시기가 있었으니까. 이십 대 초반 언론사 특파원으로 발탁되어 5년간 파리에 머물던 시절, 작가로서의 미래는 불투명했지만 그때 헤밍웨이 곁에는 막 결혼한 여덟 살 연상의 아내 헤들리가 있었다. 그들은 가난했고, 책을 사랑했다.
어느 겨울날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헤밍웨이가 집으로 돌아온다. ‘셰익스피어 글방’이라는 이름의 멋진 서점을 발견했다고 아내에게 자랑한다. 친절한 주인이 책도 몇 권 무료로 빌려주었다고 했다. 하루 종일 크림 탄 커피를 마시며 카페에서 일한 헤들리는 남편을 설득해 책을 대여한 돈을 제대로 치르러 ‘셰익스피어 글방’으로 향한다. 그리고 부부는 가벼워진 주머니만큼 홀가분한 마음으로 센 강변을 산책하며 귀가한다. 이날 헤밍웨이가 빌린 책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도스토옙스키의 『도박사』 등이었다. 그리고 헤들리는 곧 헨리 제임스를 읽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세상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 단단한 풍경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정다은
“저는 이번 작업을 하면서 책이 가진 힘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책을 읽으면 순식간에 그 장면에 들어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여행할 수 있는 것처럼,
비록 가진 것 없고 무명이었지만, 헤밍웨이는 ‘책’을 통해 세상을 엿보기도 하고
아내와 함께 즐거운 미래를 꿈꾸기도 하니까요.”
-작업 후기
정다은 작가는 복잡한 인생을 단순하게 살고 싶어서, 세상을 단순한 형태로 해석하여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그리는 풍경은 단순하다기보다 단단하다. 그리고 다정하다. 그런 그가 1920년대 파리 센 강변의 풍경과 그곳에 자리 잡은 작은 서점을 그렸다. 수중에 돈이 없던 이십 대의 헤밍웨이가 머뭇대며 들어갔던 ‘셰익스피어 글방’. 한겨울 네모난 창밖으로 흘러나오는 빛이 이토록 따뜻할 줄이야…… 당대 주목받던 젊은 작가들이 미국 명문 대학교 출신이었던 것과 달리 대학을 나오지 않은 헤밍웨이는 학력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이곳에서 엄청난 양의 책을 빌려 읽었다고 전해진다. 정다은 일러스트레이터는 헤밍웨이가 ‘셰익스피어 글방’을 찾아낸 첫날, 난로가 뿜어내는 온기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들이 이 무명작가의 방문을 기다리는 그 순간을 포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