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절] 요재지이 6

원제 聊齎志異

포송령 | 옮김 김혜경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2년 8월 5일 | ISBN 978-89-374-1176-2

패키지 양장 · 국판 148x210mm · 450쪽 | 가격 15,000원

책소개

중국 8대기서의 하나로 온갖 귀신과 사물의 정령이 펼치는 무한한 동양적 상상력의 세계를 담은 포송령의 요재지이 완역본. 더없이 기이한 소재와 현란한 문체 속에서도 인간 심리를 꿰뚫는 탁월한 통찰력이 녹아있어 시대를 초월해 지금까지 갖가지 예술 장르 속에 응용되고 재생되어(영화 천년유혼의 원작도 요재지이 중 한 이야기다)왔다. 환상과 낭만이 넘쳐흐르는 숱한 기기괴괴한 이야기들 속에서도 저자의 시선은 언제나 인간에 머물러, 사람사는 도리를 엄숙한 설교가 아닌 해학을 통해 생생하게 일깨워주고 있다. (제6권)

편집자 리뷰

중국 문학사의 대작, 포송령(蒲松齡)의 요재지이가 민음사에서 완역 출간되었다. 중국에서는 명대에 출간된 사대기서 삼국지연의, 수호전, 서유기(西遊記), 금병매(金甁梅)에 다시 청대의 요재지이, 유림외사(儒林外史), 홍루몽(紅樓夢), 금고기관(今古奇觀)을 합쳐 팔대기서(八大奇書)라고 부른다. 이 가운데 요재지이는 약 500편의 이야기가 수록된 유일한 단편소설집으로, 중국인의 구어인 백화(白話)가 아니라 전통적인 문어체인 고문으로 씌어진 문언단편소설의 최고의 경지에 있는 책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요재는 저자인 포송령의 서재 이름으로 책의 제목을 풀이하면 <요재가 기록한 기이한 이야기>이다. 이 책에는 온갖 귀신과 여우, 사물의 정령들이 출현하여 무한한 상상의 세계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있으며, 저자인 포송령은 필생의 정력으로 대작을 완성시킨 중국 문학사의 거인으로 칭송된다.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탁월한 통찰력으로 요재지이는 시대를 초월하여 영화나 TV 드라마, 동화, 회화, 만화, 소설 등 거의 모든 예술 장르에서 끊임없이 응용되고 재생되어 왔다. 왕조현과 장국영 주연의 영화 천녀유혼(1권에 수록, 원작 섭소천)을 비롯하여 칸 영화제 고등기술대상을 받은 바 있는 킹 후 감독의 협녀(1권에 수록, 같은 제목)도 그 저본은 이 책 안에 있다. 또한 모택동 같은 인물도 틈만 나면 이 책의 원전을 탐독했다고 한다. 나아가 이 책은 중국 문학의 보배일 뿐만 아니라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등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문학의 위대한 유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쓰기도 했던 헤르만 헤세도 만년에 이 책에 깊이 빠져들었다고 한다. 현실을 향해 토로한 고독과 울분 포송령은 명나라가 망하기 직전에 태어나 청나라 초기 병란과 재난이 잇따르던 시기에 청년기를 보냈다. 이 시기는 중국의 봉건 사회를 비판하는 새롭고 진보적인 사회문화 사상이 출현하면서 민본주의의 발전에 토대가 되었던 때였다. 당시의 사대부들처럼 포송령도 적극적으로 정치에 개입하여 현실을 변화시켜 보겠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었지만, 부패가 만연하던 당시의 과거 제도 하에서 그는 꿈을 펼칠 수가 없었다. 권세가에 아부하는 짓 따위는 할 수 없었던 그가 몰두할 대상으로 찾아낸 것은 바로 요재지이의 창작이었다. 포송령은 스스로를 \’소광(疏狂)\’하고 \’광치(狂癡)\’하다고 일컬으며, 미친 사람처럼 보일지라도 세속에 영합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작품을 써나갔다. 포송령은 요재지이를 \’고분지서(孤憤之書)\’라고 불렀는데 그의 \’고독과 울분[孤憤]\’은 현실로 인해 일어난 것이면서 현실을 향해 발해진 것이었다. 즉 정의가 통하지 않는 당시 사회를 향한 통박이었다. 포송령은 젊은 시절부터 요재지이에 몰두하였는데, 강희 18년(1679) 처음으로 책의 면모가 갖추어져 자서를 쓰기도 하였다. 자서에도 썼듯이 그는 신기한 이야기들을 듣게 되면 즉시 붓을 휘둘러 기록해 두곤 하였는데,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의 취지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면서 이야기들 또한 더욱 풍성하게 쌓여나갔다. 이렇게 그는 노년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새로운 작품을 보충해 나갔으며, 마침내 엄청난 분량의 대작을 완성할 수 있었다. 현실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기이한 환상의 세계 포송령은 현실이 불만스러웠지만 그것을 바꿔보겠다는 이상을 실현시킬 수도 없는 처지였다. 그래서 그는 매혹적인 환상의 세계를 빌려 자신의 감정과 뜻을 기탁했고, 자신의 의지에 부합되는 자유로운 경지에서 정신의 만족을 찾았다. 이리하여 현실에 기초하면서도 현실을 초월한 세계가 창조될 수 있었다. 요재지이는 분량으로 미루어서도 알 수 있듯이 대단히 광범위한 내용을 포괄하고 있는데, 당대의 사회상 및 가정 생활, 남녀간의 애정, 천상의 세계, 자연물들의 신기한 변화, 자연 재해 등등 온갖 사건과 현상들을 망라하고 있다. 궁중에서 귀뚜라미놀이를 즐겨 향리의 서민들이 받는 고통을 그린 촉직이라든가 과거 시험장의 폐단이 저승에까지 미치고 있음을 신랄하게 파헤친 석방평, 고급 관료의 악덕을 그린 속황량 등의 작품에는 부패하고 혼란스런 당대 현실을 향한 작가의 울분이 고스란히 토로되어 있다. 남녀의 진실한 사랑을 묘사하여 봉건 예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작품들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안씨, 황영, 교나, 편편, 청봉 등의 작품에서 작가는 여성을 멸시하던 당대의 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고귀한 품성과 재능을 지닌 여성상을 그려내고 있으며, 등장인물들의 과감한 애정 표현도 서슴지 않고 묘사한다. 귀신이나 여우가 사람과 다름없는 성품을 지니고 사람과 어우러지는 등 환상적인 설정이 다소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과 본성을 긍정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한편 이 책에 수록된 수많은 일화와 민담들은 그대로 당시의 야사가 되어 명말 청초 격변기의 사회상을 증언하는 중요한 사료로 취급된다. 지금의 역사가들은 민초들의 삶에 대한 기록으로서도 이 책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정서적 전통의 계승과 창조적 상상력의 발현 요재지이는 중국 문학사에서 \’발분하여 지은 글[發憤著書]\’이라는 정서적 측면에서의 전통을 잇고 있다. 포송령은 자서에서 언급하고 있듯 굴원(屈原)과 이하(李賀)처럼 세속에 영합하여 수식을 가하지 않고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쓴 글을 높이 평가하였는데, 요재지이 역시 그러한 작품의 하나이다. 또한 때때로 중국 사전(史傳) 문학의 전통을 이어 \’이사씨는 말한다[異史氏曰]\’라며 때론 논단하는 말투로, 때론 서정적인 언어로 명확하게 작가의 의사를 밝히고 있는데 이로써 더욱 뚜렷하게 작품에 작가의 감정적 색채가 드러난다. 한편 포송령은 진의 지괴나 당의 전기 소설의 형식적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거기에 작가의 창조적 상상력을 더해 종래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 냈다. 다른 소설들과는 달리 요재지이에는 고대의 문학 언어가 창조적으로 운용되어 있으면서도 당시의 방언이나 속어가 대량으로 삽입되어, 우아하면서도 생기발랄한 언어들이 뿜어내는 독특한 풍격으로 가득 차 있다. 또한 환상 속의 인물이면서도 주변에 실재하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지는 생동감 있는 인물 묘사나 곳곳에 충만한 시적인 이미지 또한 작품에 예술성을 더해 주고 있다. 요재지이가 작가의 생존 당시 필사본의 형태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었으며, 시대를 초월하여 공전의 인기를 누린 까닭도 여기에 있다. 원문을 바탕으로 10년에 걸쳐 세심하게 번역한 완역본 요재지이는 고문으로 씌어 있어 오랜 세월 학문과 언어를 연마한 사람이 아니면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지식인 문학이었다. 따라서 그러한 고급 문체를 제대로 소화하여 번역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미 우리나라에 소개된 적은 있지만, 기존의 판본들은 중문학자가 번역했다 해도 선집에 그치거나, 완역이라 해도 역자들이 충분한 중국어 실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여 요재지이의 면모를 제대로 되살려주기에 불충분했다. 이번에 민음사에서 출간되는 판본은 60년대에 완역된 이후, 약 40년 만에 다시 출간되는 완역본이다. 기존의 책들과는 달리, 국립대만사범대학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중문학자 김혜경 선생이 원문을 바탕으로 꼼꼼하게 완역하였으며, 약 10년에 걸친 번역과 퇴고 과정을 바탕으로 독자들이 작품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더불어 손대강 화백의 화보 그림 15점과, 유단택 화백의 본문 그림 100점도 짬짬이 재미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목차

1. 기귀 : 바둑귀신2. 두곤 : 떼굴떼굴3. 과보 : 인과응보4. 용육 : 용고기5. 염앙6. 무효렴 : 배신자, 배신자여!7. 염왕 : 염라대왕의 경고8. 포객 : 포목상9. 농인 : 농부와 여우10. 정치 여자 : 소녀와 도시
11. 토우 : 흙인형 서방님12. 여씨 : 좋다가 말았네!13. 유씨자 : 아들로 태어난 빚쟁이14. 상선15. 후정산 : 원숭이 신선16. 곽생 : 여우 선생님17. 소사매 : 전생의 기억18. 소임치 : 악처 다스리기19. 염라홍 : 염라의 죽음20. 전도인 : 꼴불견 망신 주기
21. 귀령 : 귀신의 주령22. 염라연 : 염라의 잔치23. 화마 : 족자에 그린 말이…24. 방접 : 나비 날리는 원님25. 귀처 : 귀신 아내26. 의술 : 엉터리 명의27. 하설 : 여름에 내린 눈28. 하선 : 예언의 신29. 노령 : 악령 수령30. 하간생 : 술 훔치는 여우

작가 소개

포송령

포송령은 명말 청초의 역사적 격변기를 보낸 인물로 산동 지방에서 태어났다. 열아홉 되던 해에 처음으로 동자시(童子試)를 치러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고 붓끝에 신기가 어리고 글에서는 기이한 향내가 난다는 찬사를 받기도 하였다. 당시는 팔고문(八股文)만이 문학의 정통이고 시는 마도(魔道)로 간주되던 시절이었지만 포송령은 시에 대한 조예도 상당히 깊어 친구들과 함께 술잔을 붙들고 시상을 읊조리는 모임을 갖곤 하였다. 서른한 살 나던 해에는 고향을 떠나 막객으로 생활을 하며 회수(淮水) 등지를 떠돌면서 민초들의 고통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고향에 돌아온 이후로는 훈장 노릇을 하며 경사(經史)나 철학, 문학뿐만 아니라 천문, 농상(農桑), 의약에 관한 책들까지 두루 섭렵했다. 향년 일흔다섯에 세상을 하직했으며, 저작으로는 요재지이 외에 요재문집, 요재시집, 농상경, 약수서(藥書) 등이 있다.

김혜경 옮김

1962년 대전 출생에서 출생하였다. 이화여자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국립대만사범대학교 국문연구소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하버드대학 옌칭연구소에 방문학자로 있었으며, 현재 한밭대학교 어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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