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완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2년 8월 13일 | ISBN 978-89-374-0805-2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4x210 · 152쪽 | 가격 9,000원

책소개

더 크고 혁명적인 노이즈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실험 시의 절정
 

소리 시 세계에 대한 탐구로 끊임없이 언어에 도전하며

한국 현대 시의 자장을 넓혀 온 시단의 테러리스트

3 호 선 버 터 플 라 이   멤 버 이 자  
실 험 과   전 위   시 의   대 표   시 인   성 기 완   신 작   시 집

노래하고 연주하고 평론하고 강의하는 시인 성기완의 네 번째 시집 『ㄹ』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쇼핑 갔다 오십니까?』, 『유리 이야기』를 통해 독특한 에너지와 혼성적인 언어 세계를 표출하고 『당신의 텍스트』에서 텍스트적 사건으로서의 사랑을 노래한 시인이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시집이다. 세 개의 부로 구성된 『ㄹ』은 총 56편의 시를 담았다. 성기완 시인은 시단의 테러리스트라 불릴 정도로 기존의 시적 언어를 부정하며 “가능한 거의 모든 실험 시”를 써 왔다. 이번 시집에서 선보이는 시편들은 실험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정치적, 윤리적 메시지를 담아 전위성까지 더했다. 모든 상황을 시적으로 변형하는 훈련을 해 온 성기완 시인의 실험은 『ㄹ』에 이르러 절정에 다다랐다. 그는 음악, 산문, 전화 통화에서부터 문자메시지, 트위터 문장, 광고 카피를 거쳐 거리의 간판, 술집 옆자리의 대화, 타인의 웅얼거리는 소리까지도 모두 시로 바꾼다. 그는 세상의 모든 무의미를 의미화하고 모든 의미를 재구성한다. 그에게 시가 아닌 대상은 없으며 시에 대한 그의 태도도 그만큼 열려 있다. 작품 해설에서 시인 이준규는 이를 “천박해질 수 있는 용기”라고 했다. 새로운 언어의 탄생을 위해 흩어졌다 뭉쳐지기를 반복하며 폭발적 에너지를 분출하는 성기완의 시어들은 조화로운 결합보다 불안정한 해체를 지향한다. 더 크고 혁명적인 노이즈를 생산하기 위해 아름다움을 버리고 시적인 것에 대해 물고 늘어지기로 선택한 시집 『ㄹ』은 보고 읽는 시에 익숙해진 독자들에게 듣고 발음함으로써 경험되는 또 다른 시 세계를 선사할 것이다.

 

 

편집자 리뷰

■ ‘노이즈 시’의 탄생

노이즈는 소음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단어다. 노이즈는 음악의 한 장르가 되기도 하고  음향 기계를 다루는 전문가들의 용어가 되기도 한다. 이 시집에서 노이즈는 시로 읽을 수 있다. 가령 ㄹ을 조금 기울이면 나비 모양이 된다. ㄹ은 나비 같기도 하지만 새 같기도 하다. 나비일 때 ㄹ은 아무 소리가 없으므로 소리가 아닌 영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그것에도 소리가 있다. 그 없는 소리가 노이즈이며, 그 노이즈가 바로 시다. ㄹ이 새일 때 그것은 영상이기도 하지만 시끄럽거나 아름다운 소리일 수 있다. 우리는 새들이 정확히 무슨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그렇게 노래하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새들이 내는 소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할 수 있고 우리의 믿음을 무화시키는 소리일 수도 있다. 하나의 확실한 의미를 버림으로써 무한한 의미의 가능성을 획득하는 것, 이것이 소리로서의 시가 의미 있는 이유다.

새의울음에는자음이있고개짖는소리엔자음이없다새들이구사하는리듬에는각자의일정한규칙속에서타자의소리를추구하는면이있다새들의울음은공백을견딘다자기장단은남의다발이된다자음의높은주파수특히무성자음2500헤르츠대역에서의분절모음의낮은주파수유성자음의비슷한주파수(중략)부질없는일이지만잊지못할그리움을새들의멜로디는노래한다감정을빼고허공을바라보며함께숨을쉰너를사랑해
—「새의울음연구」에서

노이즈에는 의미가 없다. 하지만 없음이 하나의 시적 세계라면 그 노이즈는 긍정될 수 있고 어쩌면 그 노이즈에서만 세계는 출발할 수 있다. 우주는 어떤 노이즈로 가득 차 있고 시인은 그 노이즈를 받아들이는 그물이 된다. 노이즈에는 의미가 없지만 노이즈를 받아들이는 그물, 즉 ‘노이즈 시’에는 의미가 있다.
세상은보이는것만으로이루어져있지않다 듣는다는것은무언가내게닿은것을느끼는 것이다 본다는것은무언가저기있다는것을알아차리는 것이다 물고기는측선으로듣는다 그것은몸이귀라는뜻 몸으로들어보자 청각과촉각의교류를시험해보자 몸에닿은것들이리듬이되게해보자 흥얼거림 음악을통해마음을읽어보기 당신이좋아하는자음은?당신이좋아하는모음은?그런것들이들어간시노래그래픽사운드타이포음성학음운학 테입루핑반복의미학 배경음악또는무작 갤러리하나만들고걸맞은음악또는소리를배치 사운드설치 음악에있어서의프리 LP 듣기와사고의전환
onlymusicdrivesmewild

—「musicdrivesmecrazy2」에서

 

■ 시라는 발성기관을 채택하는 시적 선택

오늘날의 시 쓰기가 무기력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써도 그 시는 전통적이지 않은 방식의 구조에 노출되어 있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쓴다 해도 그 실험성의 정신이 아무 열기도 생산할 수 없는 상황 속으로 흘러가 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기완의 실험은 어떤 한 가지 스타일에 국한되기보다 실험이라는 단어 자체를 의심하는 실험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모든 것에 반응하며 모든 것을 즐기고 그 모든 것에 슬퍼하는 것. 이것은 모든 현상을 하나의 ‘오작동(에 의한 노이즈)’으로 보고 그 오작동을 흉내 냄으로써 무언가 더 크고 혁명적인 노이즈를 생산하겠다는 시인의 의지이기도 하다.
musicdrivesmecrazy/ 음악은소리를뿜어내고그에반응하는온몸인데/ 더자유롭기위해뜻을버린음악인데/ 더편하기위해뜻을거느린사람인데/ 뜻을거느린시의불편함을벗어던지고자/ 시라는발성기관을채택하는 시적선택/ 발음음색톤/ 뜻은휘발되고기억속에는그것들만남는다/ 시라는신체에서가장결정적으로살아있는/ 발음음색목소리의톤/ 이정도멜로디로는누구도구원할수없다는자괴감/ 멜로디의방출시의자위/ 권발동/ nothingdrivesmecrazybutmusic
—「musicdrivesmecrazy1」

성기완은 아름다움을 버리는 일을 지속한다. 대신 노이즈에 노이즈를 더하며 시적인 것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한번 물어본 것을 끝까지 잡고 늘어지는 길을 선택했다.

 

■ 서정의 세계를 초월하는 실험과 전위의 기쁨

따라서 성기완 시인의 잡스러움과 촌스러움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문법을 무시한 그의 시는 서양의 실험 시를 의식했다기보다는 자생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성기완의 실험성의 특징은 한국적이라는 것이다. 서양의 여러 경향을 극복하거나 무시하려는 것이 보통의 흐름이라면 성기완의 경우 스스로 ‘로컬’적인 것을 자처한다. 이준규 시인은 이를 “자신감 있는 촌스러움”이라 부르며 “시골 쥐의 마음”으로 읽었다. 시인이 느낀 것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눈치 보지 않고 표현하려고 하는 성기완의 작업이 바람직한 윤리에 닿아 있다고 본 것이다. 이렇듯 국지성에 대한 전면적 긍정이 많은 잡스러움을 형성했고 이 잡스러움이야말로 그의 시에만 존재하는 긍정적이고 새롭고 독특한 힘의 바탕이 되었다. 소리 시 세계에 대한 탐구는 이제 하나의 줄기가 되었다. 소리 시를 쓴다고 할 수 있는 일군의 시인들이 있고 그들의 탐구가 가지를 뻗어 나가고 있다. 우주와 영원을 노래하기 위해 ‘토씨 하나를 찾는’ 일에 전력을 다하는 이들의 작업은 흥미로운 시적 상황을 연출할 것이다. 서정을 초월하는 이 기쁨의 세계가 독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시 세계를 맛보게 할 것이다.

 

 

■ 작품 해설 중에서
그는 실험적이고 전위적이다. 실험과 전위는 조금 다르다. 실험은 형식적으로 새로워야 하는 반면 전위는 반드시 그럴 필요가 없다. 실험은 전위적이지 않은 입장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고 또 전위는 실험적이지 않은 형식 속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실험은 정치적이고 윤리적인 입장과는 조금 떨어져 있고 전위는 그것과 떨어지기 힘들다. 아주 진부한 형식과 언어로 이루어진 시를 때론 전위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험은 그럴 수 없다. 성기완의 시는 전위적이라기보다는 실험적인 것에 가깝다고 나는 생각해 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의 시는 전위적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무언가를 전달하려 하고 주장하려고까지 하며 그 전달과 주장의 목소리가 독자를 자극하기를 원한다. 앞으로. 앞으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모든 것으로. —이준규(시인)

■ 추천의 말
 성기완의 시를 읽으면, 아방가르드 앰프에 연결된 다채롭고 자유분방한 언어다발이 떠오른다. 더 자유로워지기 위해 그의 시는 뜻을 버리고 ‘시라는발성기관을채택하는시적선택’을 통해 ‘열린사회의 럭키한 적들’에게 발랄하고 대담한 멜로디를 방출한다. 전문용어로 말하면 ‘바지를 내리는 일’이고, 일반용어로는 ‘전위’이다. 성기완 시집의 첫 시를 읽는 독자들은 다소 고민에 빠질 것이다. 읽어야 하는가, 덮어야 하는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전문용어로는 ‘과감한 기지개’이고, 일반용어로는 ‘전복의 서막’이다.—황병승(시인)

목차

■ 차례

자서

그날이어떤날일지몰라도

 

1부 ㄹ 

musicdrivesmecrazy1

빗속에서내옆을달리는마야코프스키

벽지

소리가없어서

새의울음연구

쿠쿠루쿠쿠비둫기

스모우크핫커피리필

아득한것이자욱하고

일편단심하고하루깍쟁이1

시그널플로우

밤섬의저음

미러볼1

봄항아리

그리고매우멀어바다같아요

아가야

할머니무릎장단

이층이런익숙한멜로티들이그렇게쉽게

시냇물

조이고풀고풀고조이고

글래머

어머니오신날의뽕짝

독거미아르페지오

데레사의문

노래의집

소닉붐

수평선일현금一絃琴

노이즈는회색과같음

점막은 노래한다

자세히들으면나는소리

피아노소나타3번D단조“일몰”

사랑을건넬때아픔을

한밤중에물내리는소리

440헤르츠의고백

삼각관계

일편단심하고하루깍쟁이2

쌍둥이우주

겨울밤바소콘티누오

가을자장가의분비과정

심야의인형장수

웨딩드레스

beep1:10이후새소리

소리일기

비러볼2-병준에게

 

 

2부 리슨투더뮤직=움직이지않는행동

리슨투더뮤직=움직이지않는행동

musicdrivesmecrazy2

기내에계신승객여러분

생명의주된관심사

 

 

3부 DJ목마와소녀

 

저쪽

8월의 화형식

겨울오후사인파위주의그림자

지브롤터

오뚜기클럽은예약제였나요

DJ목마와소녀

 

작품해설/이준규

노이즈 시

 

 

작가 소개

성기완

서울 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4년 ≪세계의 문학≫ 가을호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현재 시인이자 대중 음악 평론가, 방송 진행자,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쇼핑 갔다 오십니까?』, 『재즈를 찾아서』, 『장밋빛 도살장 풍경』 등이 있고, 번역서로는 『록의 시대』, 『마일스 데이비스 자서전』, 『엘비스, 끝나지 않은 전설』 등이 잇다.

독자 리뷰(1)
도서 제목 댓글 작성자 날짜
권세민 2015.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