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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


첨부파일


서지 정보

김희진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2년 6월 15일

ISBN: 978-89-374-8475-9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35x205 · 288쪽

가격: 12,000원

분야 한국문학 단행본


전자책 정보

발행일 2012년 7월 31일 | 최종 업데이트 2012년 7월 31일 | ISBN 978-89-374-8489-6 | 가격 8,400원


책소개

가혹한 상상력으로 말을 거는 작가 김희진의 첫 소설집 강박과 공포, 감금과 폭력의 언어로현대인의 일그러진 초상을 그리다
 
사랑하는 사람을 가질 수 없다면 가질 수 있는 사랑을 한다. 가질 수 있는 것만 사랑하는 그들의 질병은 습관성 짝사랑. 그러나 희망 없는 짝사랑은 순정할 수 없다. 순정 대신 증오를 품은 짝사랑은 가두고 훔쳐봄으로써 사랑을 소유한다. 김희진 소설의 현장은 감금과 폭력이 지배하는 막다른 곳이고 그곳의 인물들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소통 대신 소유를 택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계층으로 구분되고 구분된 모든 것이 계급으로 굳어진 곳에서 하위 세계를 배당받고 자신감을 상실한 사람들은 욕망을 향한 이상 행동을 보인다. 자신감을 상실한 사람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수단과 방법의 결핍은 김희진 소설의 스케치이자 김희진 고유의 색깔이기도 하다. 
장편소설 『고양이 호텔』과 『옷의 시간들』을 통해 소통과 관계의 문제를 다루어 온 작가 김희진의 첫 번째 소설집 『욕조』가 출간되었다. 이번 소설집은 입에서 빠져나온 혀들이 공중에 둥둥 떠다니며 말 못하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독특한 알레고리 소설이자 등단작이기도 한 「혀」를 비롯해 욕조에서 잠을 청하며 불면증을 달래는 여자를 다룬 「욕조」, 해바라기 공포증이 있는 사람을 하루 종일 해바라기가 보이는 창가에 앉혀 놓고 고문하는 이야기 「해바라기밭」, 옆집 여자를 동경한 나머지 몰래 그녀의 집을 드나들고 그녀를 상상하며 도시 여자가 되고 싶어 하는 여자의 욕망을 그린 「면도」, 붉은색을 먹어 치움으로써 붉은색과 관련된 모든 의미를 세상에서 삭제해 버리는 「붉은색을 먹다」 등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여덟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었다. 독자들은 『욕조』를 통해 현대판 라푼첼 『고양이 호텔』과 멀쩡한 세탁기를 두고도 빨래방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 『옷의 시간들』에서 드러난 작가의 문제의식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포와 폭력이 일반적인 정서가 될 수밖에 없는 세계에 대한 급진적이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김희진 특유의 상상력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현실과 환상 사이, 상상 자체를 소설화한 소설
김희진 소설은 환상적이라기보다 인위적이다. 환상의 문법을 빌려 현실적 기반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인위성을 강조함으로써 실현될 수 없는 것으로서의 상상 그 자체를 강조한다. 가슴 가득한 불만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상상 속에서만 복수하는 것처럼, 소설 속 주인공들이 보이는 행동은 마음대로 환상할 자유마저 지니지 못한 사람들이 머릿속에 그리는 복수 혈전과 닮았다. 의도적인 부자연스러움은 상상이라는 형식을 더욱 강조한다. 「혀」와 「붉은색을 먹다」에서 이러한 특징이 단적으로 나타난다. 「혀」는 어느 날 갑자기 혀가 사람들의 언어를 빼앗아 입 밖으로 달아난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혀는 마치 날개 달린 새처럼 허공을 유영하며 사람들의 말을 옮기고 나른다. 자신의 혀가 아닌 다른 ‘혀’를 삼켰다가 죽는 사람이 생기기도 하고 ‘혀’를 되찾기 위한 강도짓이 발생하기도 한다. 혀가 달아난다는 설정도 인위적이지만 그 혀가 언어적 기록을 탑재한 채 빠져나간다는 상상은 한층 더 작위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는 사람은 애초부터 언어 장애가 있던 주인공뿐. 말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세상에서 배제된 삶을 살아온 ‘나’에게 ‘혀 사태’는 비로소 정의가 구현된 세상이다. 「읽어 주지 않는 책」에서는 문예지로 등단한 후 팔리지 않는 소설만 쓰는 작가가 자신의 책을 읽어 주지 않는 가족에게 총을 들이대며 자신의 책을 읽힌다. 이러한 인위적 조작의 언어는 이야기를 환상의 범주로 확장시키지 않는다. 그 대신 현실에서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면 상상의 세계라도 취하겠다는 비극적인 교환을 암시한다. 즉 김희진 소설에서는 ‘무엇을’ 상상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상상한다’라는 형식이 중요하다.
 
■ 사람 대신 사물을 욕망하는 사람들
이러한 조작적 상상들은 타인과 소통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욕조』에서 불면증에 시달리는 여자는 욕조를 구입해 그곳에서 잠을 청한다. 콜센터에서 일하는 그녀에게 인간관계라 불릴 만한 일은 거의 없다. 어느 날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약혼자가 있다는 말에 감정을 지워 버린다. 타인에게 건네고 싶은 마음은 발화되기도 전에 사윈다. 그런 여자에게 만족을 주는 것은 1인용 욕조. 여자는 욕조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버리고 개인적 평온함 속으로 들어간다. 사물을 소유하는 일은 도전하지 않아도 되고 실패할 필요도 없으며 어떤 상처도 남기지 않는다. 감금과 폭력으로 서로에 대한 욕망을 표현하는「해바라기밭」이나 도시 여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도시 여자의 전형으로 보이는 옆집 여자의 외형을 모사하는 「면도」 모두 타자의 세계와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또 다른 표현이다.
 
■ 독특하게 다른 작가 김희진
이처럼 김희진 소설의 인물들은 모두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하면서도 하나같이 유리창 너머를 구경하는 성냥팔이 소녀처럼 자신의 공간을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들의 실현된 욕망은 기껏해야  “옆집 여자”처럼 되는 것이다. 그녀가 쓰는 도어록을 내가 사는 집에서 설치하고 그녀가 쓰는 로션을 나도 써 보는 것. 혹은 폭력을 동원해 내가 쓴 책을 강제로 읽히거나 비윤리적인 사랑을 계속하기 위해 거짓된 강금과 폭력의 제스처를 인위적으로 주고받는 것. 소설에 쓰이는 감금과 폭력, 공포와 강박은 때로는 불가피하고 때로는 의도적이다. 사랑하는 것을 가질 수 없어 가질 수 있는 것만 사랑하는, 욕망이 가난한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혹은 선택적으로, 그러나 결국엔 전반적으로 감금과 폭력을 일상화한다. 습관적 짝사랑은 이렇게 습관성 폭력이 된다. 상상을 소설화하는 독특한 글쓰기로 현대인의 일그러진 초상을 그려 내는 『욕조』는 다르되 독특하게 다른 소설을 쓰는 김희진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온 과정의 시작과 지금을 오롯하게 담고 있다. 김희진 소설을 지켜보는 사람과 한국 문학의 변화에 주목하는 사람이 작가 김희진을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다.


목차

■목차
혀                   9쪽
욕조                43쪽
읽어 주지 않는 책   77쪽
복도에서            111쪽
해바라기밭          143쪽
우리들의 식탁       177쪽
붉은색을 먹다       211쪽
면도                243쪽


편집자 리뷰

■ 작품 해설에서
김희진은 가혹한 상상의 언어로 말을 거는 예외적 존재로서의 작가다. 그 언어들은 지금껏 우리가 소설 공간에서 목격해 왔던 관습들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가 하면 그 격렬함 이면에는 엄마의 겨드랑이 속을 파고드는 연약한 아이가 숨어 있다. 어쩌면 이 양가성은 작가 김희진이 계속해서 소설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세상이 요구하는 “도시 여자”로서의 정체성과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과격한 상상의 세계 한가운데에 김희진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붉은색을 삼키는 소설 속 인물처럼 소설을 삼킨다. 그리고 그녀 자체가 소설의 한 징후가 되고자 한다. 이 과정들은 김희진을 독특한 ‘소설종’으로 분류케 하는 어떤 징표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 강유정(문학평론가)
 
■본문 중에서
난 그때서야 노선생이 내 소설 따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는 걸 알았다. 노선생 부인도 마찬가지였다. 저 방 돌침대에 누워 곧잘 책을 읽던 부인도 내 소설엔 먼지만 앉게 했다. 나는 신문을 읽어 주기 전에 내 첫 청탁 소설이 실린 문예지를 가방에서 꺼내 놓으려다 관둔다. 존재 자체를 몰라서 읽지 않는 것이 존재를 확인하고도 읽지 않는 것보다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19쪽
 
신자유주의의 병폐는 부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슬픔과 기쁨 따위의 감정에도, 건강에도, 온갖 동식물과 사물들에도, 심지어 글자 안에도 있었다. -23쪽
 
내 손안에 쥐어진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내 의도와는 다르게 진행되거나 결말지어질 때가 있다. 내 인생이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있듯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내 모든 일들이 휘어지고 말듯이, 실제든 허구든 그 안에는 모두 불가항력적인 요소가 있기 마련인 것 같았다. -90쪽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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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1976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200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혀」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첫 장편소설 『고양이 호텔』로 대산창작기금을 받았으며 2011년 두 번째 장편소설 『옷의 시간들』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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