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판]개들조차도

원제 Even the Dogs

존 맥그리거, 이수영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2년 5월 31일 | ISBN 978-89-374-9056-9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244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무슨 일이 일어나길. 누가 와 주길. 뭔가…… 변화하길.
기억할 이도 슬퍼할 이도 없는 남자의 쓸쓸한 마지막 여정을 따라실패한 사랑과 놓쳐 버린 희망에 보내는 밑바닥 인생들의 이별가거친 속어와 욕설, 해체된 문장 안에 삶의 쨍한 울림을 담아낸 소설
2012 임팩 더블린 문학상 수상작
특유의 시적 감수성으로 주목받는 존 맥그리거의 최신 장편소설
▶ 상스러움 속에서 시어를 찾아내고, 영혼을 잃어버린 채 허우적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고귀함을 찾아낸다. ―《파이낸셜 타임스》▶ 목소리 없는 사람들을 위한 영가, 아름다운 화음. ―《파리 리뷰》▶ 이처럼 아름답게 다듬어진 산문을 쓰는, 이토록 기교와 공감을 강력하게 결합하는 영국 소설가는 요즘 없다. ―《인디펜던트》 ▶ 짧고 팽팽하게 당겨진 이야기 속에 유별난 감정적 타격점들을 꾹꾹 다져 넣었다. ―《텔레그래프》▶ 이 놀라운 작품에 엿보기 의도는 없다. 깊이 있고 인간적일 뿐. 비딱한 심리 없이 존중심을 가지고 접근한 작가는 그쪽 세상에 대해 설명하거나 정당화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이해하려 노력할 뿐. ―《아이리시 타임스》

편집자 리뷰

일상을 포착하는 섬세한 시선과 감성적인 문체로 영국을 사로잡은 젊은 작가 존 맥그리거의 세 번째 장편소설 『개들조차도』가 민음사 모던 클래식(56번)으로 출간되었다. 겨울날 시신으로 발견된 남자의 마지막 여정을 따라가며 도시 사회가 한 사람의 죽음을 처리하는 방식, 소외된 중독자들의 좌절과 후회를 연민 어린 시선으로 포착한 소설이다. 의식의 흐름처럼 과거와 현재를 무규칙하게 오가며 남자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삶과 죽음을 속도감 있게 조망하고, 전작들의 특징인 감성적인 시어와 유려한 문장 대신 상스러운 속어와 욕설, 해체되고 분열된 문장들로 혼돈 속 중독자들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 찬사를 받았다.맥그리거는 27세에 쓴 첫 장편소설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으로 부커 상 후보에 올라 언론과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전작의 숨은 이야기를 담은 두 번째 장편소설 『너무나 많은 시작』 역시 호평 속에 부커 상 후보작이 된 데 이어 『개들조차도』가 2012년 임팩 더블린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맥그리거는 당찬 신예에서 현대 영국의 대표 작가로 발돋움하고 있다.

■ 한 남자의 쓸쓸한 죽음, 그리고 끝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12월 말에 그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 시체를 밖으로 옮겼다.” 『개들조차도』의 첫 문장이다. 이렇듯 소설은 누군가의 죽음에서 시작한다. 추운 겨울, 황량한 분위기의 공공 임대 주택. 리버뷰 가든 1호에서 한 주 내내 인기척이 없고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해 중년 남성의 시신을 발견한다. 그는 로버트 래드클리프라는 사십 대 남자로 아내가 딸을 데리고 집을 나간 후 줄곧 술에 의존해 살며 퇴거당한 임대 주택에서 뜨내기 약물중독자 무리와 어울려 지냈다. 로버트의 십 대 딸도 엄마가 새 남자를 만나는 데 대한 반항심으로 집을 뛰쳐나와 그들 무리와 어울리다 재활원에 들어갔다. 만성 알코올중독으로 건강이 악화된 로버트는 크리스마스 무렵 모두가 집을 비운 채 저마다의 환각에 빠져 있는 사이 쓸쓸히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의 현장 조사, 감식반의 해부, 형식적인 공청회가 이어지고 로버트는 이렇다 할 장례식도 없이 화장터로 옮겨진다. 끝에서 끝으로 가는 이 여정에 ‘우리’라는 복수 화자가 동행해 로버트의 과거를 경계 없이 들여다보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고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            ■ 중독자들의 삶과 죽음이라는 내용에 형식적 밀도를 더하는 독창적 기법
『개들조차도』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으며 그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1인칭 복수 화자의 존재다. 이는 놓치기 쉬운 일상의 이면을 보여 주기 위해 전작들에서 사용한 다중 화법에서 한발 더 나아간 설정이다.

우리는 일어나, 집을 떠난다.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길거리에서 남자들이 로버트의 시체를 차창이 까만 밴에 넣고, 우리는 모두 그 옆에 올라탄다. (중략) 우리는 고개를 돌려, 집 뒤의 차고 지붕을, 대니가 뛰어내리다 미끄러지고 누구를 찾아 달려가던 곳을 바라본다. 그리고 우리는 대니를 본다.

생전에 로버트의 집에서 어울리던 ‘우리’는 지금 로버트의 시신을 따라 이동하는 동시에 무리 중 하나였던 대니가 전에 경찰보다 먼저 시신을 발견하고 공황에 빠져 여기저기 뛰어다니던 모습을 쫓는다. 동시에 여러 장소에 있기도 하고 로버트, 대니, 그리고 ‘우리’ 자신의 과거의 현재를 순서 없이 한꺼번에 보기도 한다. 흔히 죽음 앞에서 삶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고 하듯 ‘우리’는 이미 첫 장부터 시신으로 발견되어 볼 수 없었던, 죽음 앞에 선 로버트의 혼돈과 분열된 자아를 함축하고 있다. 다른 한편 맥그리거는 이러한 대담한 전지적 화법으로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삶과 죽음을 더욱 밀도 있게 그린다.또한 맥그리거가 특유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문장 대신 비속어가 난무하고 문법에 맞지 않는 거친 문장을 선택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속어와 욕설이 수시로 등장하고 구두점이 마구잡이로 생략된 것은 물론 아예 모든 단락의 마지막 문장을 완성하지 않은 채로 뜻만 겨우 통하도록 만들어 놓은 장도 있다.

우리는 차를 지금 멈춰야 해 우리는 밴 자동차에서 내려 로버트를 씹할 들쳐 메고 저벅저벅 걸으며 천천히 솟아오르는 분노 속에 바리케이드 친 거리 꽉 막힌 교차로를 지나 차에서 운전자들이 모두 나와 우리 뒤로 씹할 엄청난 무리를 이루면 우리는 큰길에서 벗어나 새로 생긴 회사 건물들을 가로질러 저 흰 셔츠 차림의 직장인들이 모두 나와서 지켜보고 킹 조지 바깥의 술꾼들이 모두 맥주를 우리 발치에 부으며 마치 공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뭐냐 천수를 누린 인생에 경의라도 표하는 것처럼 그리고 여자들도 다들 포레스트 거리를 따라 늘어서 짧은 제복을 입고 반짝이는 부츠를 신고 마치 명예로운 기사대가 된 것처럼 한 발짝씩 앞으로 나서며 꼬깃꼬깃한 20파운드 지폐를 로버트의 수의 속에 끼워 넣으면 우리는 계속 그를 높이 들어 올리고 교회를 지나 곧장 묘지 문

이 책의 주인공과 화자는 모두 만성 중독자들이며 죽음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있다. 맥그리거는 대화에서 비속어를 사용해 도시 하층민의 말투를 살리는 정도로 그치지 않고, 이들이 처한 상황과 의식 상태까지 텍스트 전체에 고스란히 반영했다. 약에 취한 상태에서 동료의 죽음을 목도하고 느끼는 다급함과 혼돈,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느끼는 불분명한 분노와 후회가 구두점이 생략되고 해체된 문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다. 『개들조차도』는 흡사 형식과 내용이 혼연일치를 이룬 이러한 기법으로 단순히 유려한 문장이 주는 감동보다 더욱 절절하고 진실한 감동을 전한다.    ■ 존 맥그리거의 전작을 관통하는 화두 “너무나 많은 유명의 무명들”
맥그리거가 첫 작품에서부터 『개들조차도』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다루고 있는 것은 사소하게 보이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삶과 죽음이다. 지인이 다이애나 왕세자비 사망 소식에 자기 할머니의 죽음이 가려진 것을 안타까워한 일화에서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이 나온 것처럼 『개들조차도』 역시 사회 복지사로 일하던 아내가 전한 이름 모를 남자의 죽음에서 비롯되었다. 크리스마스 무렵 자기 집에서 죽은 지 몇 주나 지나서 발견된 한 남자의 죽음이 맥그리거를 사로잡은 것이다.

우리가 복닥거리며 모여들지만, 그들은 우리를 보지 않는다. 물론 보지 못한다. 어떻게 보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이런 일에 익숙하다. 이전에도, 오랫동안 이런 일을 겪어 왔다. 이렇게 되기 전에도.
문에 붙은 식별표. 날짜, 시간, 분류번호. 로버트의 이름이 있어야 할 난의 공백.너무나 많은 간극들.너무나 많은, 씹할, 유명의 무명들.

퇴거 조치가 내려진 임대 주택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남자의 이름은 그가 숨기려고 애써서가 아니라, 그렇게 뜨내기 삶을 살다 죽어 간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쉽게 밝혀지지 않는다. 기억하고 슬퍼할 사람이 없기에 없는 것과 다름없는 이름, 맥그리거의 화두인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 작품에서 한층 더 페이소스가 짙어진다. 유일하게 그를 알고 있는 ‘우리’는 누군가 로버트의 이름을 찾아내기를, 그의 죽음을 발견하고 세상에 알리기를, 아무 감정도 없이 그저 공공 절차에 따라 시신이 해부되고 화장되는 것으로 로버트의 삶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로버트와 다를 바 없는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기다리는 것뿐이다. 로버트가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동안 ‘우리’ 역시 현실을 잊기 위해 약에 취해 죽어 갔거나 죽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만날 피해 다니느라, 조금이라도 옷깃이 닿지 않으려고, 심지어 눈길 한 번 마주치지 않으려 기를 쓰고. 그런데 그때. 하나씩 손으로 잡고 씻기고 닦아 주고. 대개, 그런 건 몸에 배어 있으니까. 그런 거라면 하루 종일이라도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데. (중략) 붕대를 갈아 주거나 혈압을 재 주거나 폐에서 나는 색색 소리를 들어 주면서, 깨끗하고 부드러운 손으로 만져 줘야 했지만 아무도 불평 한마디 없이 하지만 너무 도움이 되고 오 세상에나 위안이 되어 주고.

삶을 놓아 버린 중독자들의 이야기에서는 시종일관 애틋한 연민이 느껴진다. 전쟁에서의 참혹한 기억을 잊기 위해, 가족 혹은 연인에게서 버림받은 상처를 잊기 위해, 처참하게 실패한 고통을 잊기 위해, 현실의 비참함을 잊기 위해 약에 의존하지만, 이들이 바라는 것은 작은 관심이다. 얘기를 해 보자는 상담사를 비웃으면서도 사실은 누구한테든 속 얘기를 털어놓고 싶어 몇 번씩 같은 얘기를 반복하고, 지저분한 자신들을 외면하지 않고 매만져 주는 자원봉사자의 손길에 위안을 얻는다. 로버트의 딸 로라도 아버지의 죽음을 두고 벌어진 공청회에서 시종일관 무심한 척하지만, 사실은 오랫동안 자신을 버려 둔 아버지에 대한 원망보다는 그리움이 더 컸기에 그를 찾았던 것이다. 맥그리거는 후회와 연민의 ‘–했어야 하는데’와 ‘–했더라면’으로 가득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외면하는 구석진 삶의 쨍한 울림을 절절하게 담아냈다.

목차

하나 · 11둘 · 27 셋 · 73넷 · 149다섯 · 195
감사의 말 · 233옮긴이의 말 · 235

작가 소개

존 맥그리거

1976년 북미의 영국령 버뮤다 제도에서 태어났다. 곧 영국 본토로 돌아와 주로 잉글랜드의 노퍽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웨스트요크셔의 브래드퍼드 대학교에서 미디어를 전공했다. 학창 시절에 쓴 짧은 글들을 「시네마 100」이라는 책으로 펴냈는데, 이 책의 수록작이나 이후에 쓴 단편들이 종종 장편에 다시 나타난다. 졸업 후 제과점, 의류 공장, 잡화점, 우체국, 식당, 콜센터를 전전하는 한편, 배를 한 척 사서 집 삼아 강 위에서 지내며 긴 글들을 쓰기 시작했다.
스물여섯 살에 낸 첫 장편소설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으로 2002년 맨 부커 상 후보에 올랐다. 후보들 중 가장 어린 나이에 유일하게 처녀작으로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로 주목을 받았다. 2003년에는 서머싯 몸 상과 베티 트라스크 상을 수상했고, 커먼웰스 작가상과 《선데이 타임스》 올해의 젊은 작가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06년 두 번째 장편소설 『너무나 많은 시작』 역시 맨 부커 상 후보에 올랐다. 2010년에 세 번재 장편소설 『개들조차도』를 출간했고, 《그란타》 등에 발표해 온 단편소설을 모아 2012년 『당신 같은 사람에겐 일어나지 않을 그런 일(This Isn’t the Sort of Thing That Happens to Someone Like You)』을 출간했다.
현재 노팅엄에 살고 있으며, 노팅엄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강의도 하고 있다.

이수영

연세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 비교문학과를 졸업했다. 편집자, 기자, 전시 기획자 등으로 일하며 『밴디트―의적의 역사』, 『우리는 매트릭스 안에 살고 있나』 등 인문서로 번역을 시작했다. 지금은 문학 번역에 전념하고 있다. 소설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 『너무나 많은 시작』, 『야생종』, 『아이 엠 넘버 포』, 회고록 『마이 코리안 델리』, 여행기 『너의 시베리아』 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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