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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박공의 집


첨부파일


서지 정보

원제 The House of the Seven Gables

너새니얼 호손 | 옮김 정소영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2년 3월 26일

ISBN: 978-89-374-6282-5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460쪽

가격: 13,000원

시리즈: 세계문학전집 282

분야 세계문학전집 282


전자책 정보

발행일 2012년 6월 30일 | 최종 업데이트 2012년 6월 30일 | ISBN 978-89-374-9582-3 | 가격 9,100원


책소개

유럽의 지붕을 벗어나 미국 문학 고유의 목소리를 끌어낸 작가 호손
비밀스러운 고택에서 잇따라 벌어지는 의문의 죽음과 그에 얽힌 치명적 진실
사실과 환상을 대담하게 섞어 변화하는 시대상을 근원적 죄와 응보의 문제로 읽어 낸 수작

▶ 인간의 다양한 삶 전체에 대한 모호한 잡음과 막연한 메아리로 가득한 거대하고 풍부한 작품이자, 위대한 소설의 진정한 몸짓.—헨리 제임스
▶ 호손은 미국이 낳은 몇 안 되는 명백한 천재 중 하나다.—에드거 앨런 포
▶ 헨리 제임스와 윌리엄 포크너만이 가장 위대한 미국 소설가로서 호손이 가지는 위치에 도전할 수 있다.—헤럴드 블룸

미국 낭만주의 문학의 선구자 너새니얼 호손의 대표적인 장편소설 『일곱 박공의 집』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282)으로 출간되었다. 『일곱 박공의 집』은 인간 근원의 어두운 본성이라는 호손 고유의 문학적 화두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탐욕과 위선의 문제를 통해 변화하는 19세기 미국의 사회상을 면면히 드러내어 『주홍 글자』만큼이나 미국 문학사의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환상과 암시, 추리 등의 장르적 요소가 가미된 독특한 구조는 H. P.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정도로 현대 환상 문학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민음사판 『일곱 박공의 집』은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유일한 완역본으로, 작품의 재미와 명성에도 책을 구할 수 없어 아쉬웠던 독자들에게 반가운 선물이 될 것이다.


목차

서문 7

일곱 박공의 집 11

작품 해설 435
작가 연보 445


편집자 리뷰

■ 뿌리 깊은 인간의 탐욕과 진실을 가리는 선입관에 대한 경고
『일곱 박공의 집』은 호손이 1851년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주홍 글자』의 성공에 이어 야심차게 준비했으며 스스로도 자신이 쓴 “가장 완성도 높은 로맨스”라고 말하는 작품이다. 호손의 일관된 문학적 화두인 인간 근원의 악과 죄, 응보라는 문제가 전작보다 심화되고 극화되었으며, 권선징악적인 해피 엔드의 구조가 흡사 동화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15세기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의 명망 있는 귀족인 핀천 대령은 선량한 서민 몰을 마법사로 몰아 그의 땅을 부정하게 빼앗고 그곳에 저택을 지었다. 몰은 단두대에서 핀천 대령을 향해 “신이 그에게 피를 마시게 할 것이다!”라는 저주를 퍼부었고, 저택의 완공을 축하하려 사람들이 모여든 응접실에서 핀천 대령이 피를 흘리며 죽은 채로 발견된 이래 핀천 가문과 일곱 박공의 집은 부침을 거듭하며 쇠락해 간다. 19세기에 이르러 일곱 박공의 집에는 노처녀 헵지바가 살고 있다. 그녀는 살인죄로 감옥에 간 오빠 클리퍼드를 기다리며 평생 홀로 은둔해 있다.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살림이 어려워지자 헵지바는 예전 조상 중 하나가 저택 현관 쪽에 차린 잡화점을 다시 열지만 사람 상대에 지독한 어려움을 느낀다. 그때 시골에 살던 친척 조카 피비가 그녀를 찾아오고, 기다리던 클리퍼드도 집으로 돌아온다. 피비는 헵지바를 도와 잡화점을 운영하고 낡은 저택을 윤이 나게 가꾼다. 뿐만 아니라, 오랜 옥살이로 마음을 닫은 클리퍼드를 정성스럽게 위무하며, 그 집에 세 들어 사는 냉정한 청년 홀그레이브를 사랑으로 이끄는 등 일곱 박공의 집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다. 한편 헵지바의 사촌이자 명망 높은 지역 유지인 핀천 판사는 친절을 가장해 일곱 박공의 집을 드나든다. 그는 피비가 잠시 시골에 내려간 틈을 타 헵지바와 클리퍼드에게 검은 속내를 내보인다. 그러나 늙은 남매를 협박하던 중 뜻하지 않게 조상인 핀천 대령이 죽은 의자에서 그와 똑같은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옛 살인 사건의 전말과 집안에 내린 저주의 정체가 드러난다.

잘못을 의식하고 있지만 그것을 교정할 수는 없는 그 집의 상속자들이 조상의 엄청난 죄를 매번 새로 저질러 본래의 모든 책임을 계속 지는 셈이 아닌가 하는 무시무시한 의혹을 처리하는 일은 우리에게 남겨져 있다. 또한 상황이 그러하다면 핀천 가문이 엄청난 행운이 아니라 엄청난 불행을 상속받았다고 말하는 것이 핀천 가문에 대한 훨씬 진실한 설명이 아닐까?

조상의 죗값으로 몇 세기 동안 저주받은 가문의 이야기라고 한다면 『일곱 박공의 집』은 과장이 심한 전설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내막을 살펴보면 핀천 가문의 저주에는 매우 합리적인 근거들이 있다. 핀천 가문이 그토록 쇠락한 것은 우선 시대에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계급적 우월감을 털어내지 못한 그들의 자의식 때문이며, 무엇보다 그 옛날 조상이 남겨 놓았다는 유산에 대한 저주보다 뿌리 깊은 집착과 탐욕 때문이다. 또한 오만하고 탐욕스러운 기질적 특성과 성마른 성격은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는 상황에서 뇌질환으로 인한 일련의 죽음들로 이어졌다. 이러한 진실들이 소설의 음산한 분위기와 화자가 사이사이 들려주는 마을의 한담,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보이는 환영이나 환상에 대한 묘사들 뒤에서 어른거리며 독자들이 끊임없이 의문을 갖고 소설에 몰입하게 한다. 한편 『일곱 박공의 집』에 등장하는 대조적인 두 인물, 즉 헵지바와 핀천 판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홀로 저택에 은둔해 살던 헵지바는 오랫동안 겪은 마음의 고통과 근시로 인해 빙퉁그러지고 사나운 인상을 갖게 되었지만, 속마음은 누구보다 여리고 다정하다. 반면 지역 유지인 핀천 판사는 누구나 반할 만큼 멋지고 따뜻한 미소를 지녔지만, 탐탁지 않은 상황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모습은 다르다.

그가 바로 한 발을 앞으로 내디뎠을 때 뭐라 표현할 수 없이 사납고 냉혹한 무언가가, 말하자면 그라는 인간 전체에서 시커멓게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핀천 판사를 알려면 바로 그 순간의 그를 보면 되었다. 그렇게 자신의 모습이 드러난 후에는 아무리 뜨거운 미소를 짓는다 해도 목격자의 기억에서 쇠로 낙인찍힌 인상을 녹여 없애기란 포도를 검붉게 익히고 호박을 노랗게 익히는 일보다 어려울 것이었다. (중략) 특히 이날 오전 핀천 판사의 친절한 면모가 지닌 따뜻함이 너무 도가 지나쳐, 적어도 마을에 도는 소문에 따르면 지나치게 쏟아지는 햇볕 때문에 생긴 먼지를 가라앉히기 위해 따로 물차가 따라다녀야 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들의 외양만 보고 쉽게 그들의 속내를 판단한다. 헵지바가 가계를 꾸리기 위해 잡화점을 열자 동네 사람들은 그녀의 사나운 얼굴 표정을 보며 장사가 될 리 없다고 비난하며, 판사가 저택에서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자 틀림없이 헵지바가 저지른 짓이라며 쑥덕거린다. 그러나 친절을 가장해 헵지바와 클리퍼드에게 접근한 핀천 판사의 속내가 무엇인지, 클리퍼드가 옥살이를 하게 된 배경과 핀천 판사의 사망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 결말에서 밝혀질 진실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호손은 『일곱 박공의 집』에서 인간의 근원적 악인 탐욕과 집착, 그 응보에 대해 경고하는 만큼 외양에 가려진 진실, 그것을 보지 못하게 하는 선입관에 대해서도 경고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호손은 판사의 속내가 비치는 장면 등에서 “그래도 우리가 선량한 사람을 잘못 판단하는 것은 아닐까?” 하며 독자의 혼란을 부추기고 판단을 유보하게 만들어 소설적 재미를 더한다.
■ 변화하는 미국 사회의 다양한 일면을 보여 주며 조화로운 첫길을 제시하는 그림
『일곱 박공의 집』은 핀천이라는 한 가문의 이야기인 동시에 급격하게 변화하는 19세기 미국 사회에 대한 그림이기도 하다. 일곱 박공의 집에 세 들어 사는 청년 홀그레이브는 은판 사진사라는 직업이나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글을 쓰는 일을 즐기고 새로운 사상을 주장하는 모임에 나가 어울리는 모습에서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고정된 것, 지나간 것을 거부하는 새로운 시대상을 상징한다. 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 핀천 판사가 사망한 뒤 헵지바와 클리퍼드가 집을 벗어나 처음으로 올라타는 기차이다. 반면 여기저기 낡고 음울한 기운이 깃든 ‘일곱 박공의 집’은 현재를 내리누르고 지배하는 세습 질서를 상징한다. 현실 감각이 없고 무기력한 헵지바 역시 쇠락해 가는 지난 세대, 유명무실해진 상류층을 상징한다.

일은 벌어졌다! 춤추는 장난꾸러기 흑인 인형의 도움을 받아 어린아이가 그녀를 돌이킬 수 없는 파멸로 몰아넣은 것이다. 그로 인해 유서 깊은 귀족 가문의 구조가 완전히 붕괴되었으니, 마치 그 어린 손아귀로 일곱 박공의 집 자체를 무너뜨린 것 같지 않은가! (중략) 사실 헵지바는 그녀의 몸 주위에 어떤 식으로든 후광이랄까 그런 빛이 있어서 자신의 진짜배기 귀족성에 사람들이 경의를 표하거나 적어도 암묵적으로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었다.

헵지바의 시대착오적인 모습은 이렇듯 종종 웃음거리가 되곤 하지만, 탐욕스러운 자본가를 대변하는 핀천 판사에 비해 그녀의 모습은 비난보다 연민 어린 어조로 그려진다. 호손은 시대 변화에 대해 긍정이냐 부정이냐 하는 단편적인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시대를 이루는 개개인의 근본적인 정서적 문제에 접근하려 했던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조화를 꾀하는 인물이 바로 피비이다. 상류층 아버지와 평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출생부터 두 계급의 화해를 상징하는 피비는 헵지바가 갖지 못한 실용적인 재능을 발휘해 일곱 박공의 집에 생기를 불어넣는가 하면 급진적이고 회의적인 홀그레이브를 사랑으로 이끈다.

그녀가 상류층에 속할 권리가 있는지를 따지기보다는 귀족 가문의 숙녀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상태의 사회(그런 사회가 있다면)에서 여성적 품위와 유용성이 결합된 예로 피비를 간주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 사회에서는 실제로 해야 할 일상적인 일들을 하면서도, 주전자와 냄비를 문질러 닦는 등의 집안일이라도 그 모든 일을 사랑스러움과 기쁨의 분위기로 꾸미는 일, 그것이 여성의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의 이상적인 여성상을 대변하는 피비는 마치 마법과 같은 능력을 발휘해 소설을 행복한 결말로 이끄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결말에 가서 피비를 중심으로 새롭게 구성되는 이들 공동체의 모습은 근대화를 맞닥뜨린 혼란한 미국 사회에 제시한 호손 나름의 조화로운 첫길이다.

■ 장르의 경계를 대담하게 뛰어넘어 소설적 진실에 접근한 작품
『일곱 박공의 집』의 서문에서 호손은 비교적 자유로운 상상과 창조를 허용한다는 의미로 이 작품을 소설이 아닌 ‘로맨스’로 간주한다. 실제로 『일곱 박공의 집』은 19세기 미국 사회의 시대상에 대한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묘사 위에 암시와 최면, 환상 같은 고딕소설의 초자연적 요소와 일련의 의문스러운 죽음들을 좇는 심리적 추리 구조를 과감히 덧씌운 매우 독창적인 작품이다. 이 독창성은 관점과 어조에서도 드러나는데, 소설의 화자는 핀천 길의 토박이인 양 과거의 전설에 대해 너스레를 떨면서 이야기하는가 하면 지금 막 그곳에 도착한 듯 독자와 함께 낯선 광경을 관찰하기도 하고, 마치 우리 판소리 문학의 화자처럼 이야기 속에 들어가 등장인물에게 말을 걸거나 그들로 하여금 대신 이야기를 끌고 나가게도 한다. 호손은 이렇게 사실주의 소설의 한계에 매이지 않고 과거와 현재,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보이는 사실보다 보이지 않는 인간 영혼의 근원적 진실에 접근하려 하며 어떠한 ‘사실’에 대한 판단을 유보함으로써 독자가 선입관을 갖지 않도록 했다. 이는 또한 당대 인기를 끌던 여타 대중소설 사이에서 호손의 소설이 독보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었던 요인이며, 이 작품을 직접적인 모티프로 삼아 여러 단편을 쓴 H. P. 러브크래프트가 “환상 문학에 대한 뉴잉글랜드의 가장 위대한 기여.”라고 말할 만큼 현대 장르 문학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부분이기도 하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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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새니얼 호손

1804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세일럼에서 태어났다. 메인 주 브런즈윅에 있는 보든 대학교에 입학하지만, 학업에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작가로서의 길을 모색했다. 졸업 후, 고향 세일럼에서 12년 동안 ‘고독의 시대’를 보내며 여러 잡지에 단편소설을 기고하다가 1828년 첫 장편소설 『팬쇼』를 출간했다. 1837년 발표한 첫 단편집 『두 번 들은 이야기』에 이 작품을 높이 평가하는 에드거 앨런 포의 서평이 실리면서 비로소 작가로서 세상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소피아 피바디와 결혼하여 콩코드의 ‘옛 목사관’에 정착, 랠프 월도 에머슨, 헨리 데이비드 소로, 마거릿 풀러, 엘러리 채닝 등과 친교를 맺었으나 고독벽(孤獨癖)으로 인해 깊이 공명하는 바는 없었다. 경제적 불안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스턴 세관에서 검사관으로 일하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관직에서 강제로 물러나게 되었다. 이에 대한 불만을 『주홍 글자』의 서문 격인 「세관」을 통해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집필 활동을 시작하여 1850년 대표작 『주홍 글자』를 발표, 작가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당시 그와 친교를 맺고 있던 허먼 멜빌은 그의 천재성에 감탄하여 자신의 작품 『모비 딕』을 호손에게 헌정했다. 이후 『옛 목사관의 이끼』, 『일곱 박공의 집』, 『블라이스데일 로맨스』 등의 소설을 발표하면서 문학을 통해 인간의 영혼과 죄악 등의 문제를 탐구하는 데 노력했다. 1864년 여행 중 플리머스에서 사망했다.

"너새니얼 호손"의 다른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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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영 옮김

번역가. 영문학자. 용인대학교 영어과에 재직했으며, 옮긴 책으로 윌리엄 모리스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일』, 에릭 H. 클라인의 『돌 세 개와 꽃삽』, 너새니얼 호손의 『일곱 박공의 집』, 베시 해드의 『권력의 문제』, 유도라 웰티의 『유도라 웰티』, 진 리스의 『진 리스』, 권헌익의 『전쟁과 가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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