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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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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옮김 송병선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2년 2월 27일

ISBN: 978-89-374-6281-8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244쪽

가격: 11,000원

시리즈: 세계문학전집 281

분야 세계문학전집 281


책소개

불멸의 거장 보르헤스가 남긴 ‘영원’과 ‘순간’에 대한 이야기
환상 문학의 틀 속에 담아낸 현대 사상의 현란한 만화경
익숙했던 세계의 지평이 무너져 내리는 가장 충격적인 문학 체험

▶ 처음 보르헤스를 읽었을 때, 새롭고도 경이로운 현관 앞에 서 있는 것 같았으나, 그 정문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 그는, 그 누구보다 소설의 언어를 혁신적으로 만들어 냈다. — J.M. 쿳시
▶ 글쓰기란 인도된 꿈에 지나지 않는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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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현대 문학의 거장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대표하는 열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된 소설집 『알레프』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281)으로 출간되었다. 중남미 문학의 권위자 송병선 교수가 새롭게 내놓은 이번 번역은 작가 특유의 메마르고 절제된 문체를 생생하게 살리고 의도적으로 사용된 추리, 환상 문학 등의 장르 문법을 존중하여, 현학적이고 고답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한 ‘21세기의 보르헤스’를 지향하였다.
『알레프』는 보르헤스의 소설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극한의 사고 실험과 추리 소설적 기법, ‘변화’와 ‘반복’이라는 세계관이 응집된 단편집으로, 『픽션들』과 더불어 그를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대표작일 뿐만 아니라 20세기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작품집이다.
이 책을 펼친 순간 독자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일순 사라져 버리는 순간을 만난다. 무한이 한 점으로 응집되는 순간, 영원이 찰나로 집중되는 순간, 바로 그 전율의 순간을 책장 가운데에서 마주치는 것이다. 유대교 신비주의 전승, 고대 그리스의 고전, 중세 신학 논쟁, 다중 우주 이론 등 무수한 소재를 넘나들며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어두운 뒷골목, 아즈텍 왕국 저편의 신비로운 감방, 위치가 밝혀지지 않은 ‘죽지 않는 사람들’의 도시, 이단 시비가 광풍처럼 휘몰아친 중세 이탈리아 등 다양한 무대를 마음껏 누비는 이 현기증 나도록 다채롭고 환상적인 이야기들은 본격적인 단편소설의 문법 안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충격적인 전환을 보여 준다.
헤브라이어 첫 번째 알파벳이자, ‘처음’을 뜻하는 ‘알레프’는 이 소설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단편 제목이기도 하다. 소설에서 알레프는 “모든 각도에서 본 지구의 모든 지점들이 뒤섞이지 않고 있는” 장소를 의미한다. 현실과 초현실, 과거와 미래, 모든 시대의 장소와 사건을 한데 모은 이 거대하고도 유일무이한 사상의 집적체에서, 우리는 보르헤스가 펼쳐 보이는 문학적 ‘알레프’를 만나게 될 것이다.


편집자 리뷰

■ 무한한 이야기의 거미줄 한가운데에서 마주치는 ‘진실’의 순간

보르헤스의 작품집 가운데에서도 특히 본격적인 단편소설의 문법을 통해서 시간과 현상이라는 삶의 주제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을 던지는 『알레프』는 아르헨티나의 가우초 문학 전통, 탐정 소설의 기법, 환상 문학의 속성을 가져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친 끝에 대단원의 순간, 그 동안 따라온 이야기 전체에 대한 회의를 맛보는 경험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여자 포로의 운명과 드록툴푸트의 운명 사이에는 천삼백 년이라는 시간과 바다가 가로놓여 있다. 이제 그 두 사람은 똑같이 회복될 수 없는 존재이다. 라베나의 대의명분을 받아들이는 야만인의 모습과 황무지를 택하는 유럽 여자의 모습은 상반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은 어떤 비밀스러운 충동, 즉 이성보다 더 심오한 어떤 충동에 의해 휩쓸렸으며, 그들조차 설명할 수가 없었을 그 충동을 존중했다. 아마도 내가 들려준 두 이야기들은 단 하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신에게는 이 동전의 양면이 똑같기 때문이다.
-「전사(戰士)와 여자 포로에 관한 이야기」에서

로마라는 ‘문명’을 만나 자신의 민족을 버린 게르만족의 전사와 영국이라는 ‘문명’을 버리고 야만이 횡행하는 중남미 대륙의 족장 부인으로서 살기를 택한 여자 포로. 이토록 상이한 두 사람의 인생을 비교한 끝에 본질적으로 그 인생이 ‘동전의 양면’임을 말하는 「전사와 여자 포로에 관한 이야기」의 이야기 얼개에서 볼 수 있듯, 작중 인물의 움직임을 통해 독자의 주의를 사로잡다가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 사고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강렬한 전환을 삽입한 단편들이 주를 이루는 이 소설집은 소설의 형식으로 전할 수 있는 가장 충격적인 깨달음의 순간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이는 실재 위에 허구적이면서도 그럴듯한 각종 인용을 입혀 허구의 본질을 내파한 『픽션들』과는 대별되는 지점으로, 이 책에서는 문헌이나 사상보다는 작중 인물 자체에 초점을 맞춰 보다 몰입도가 높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더욱더 큰 충격을 유도하는 기법적 성숙함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기나긴 모색과 수행의 고뇌 끝에 마주친 깨우침의 순간처럼, 마술적이고도 환상적인 이야기의 골목을 한동안 헤맨 끝에 마주치는 충격의 순간. 절대적 진리와 믿음이 산산이 부서지는 그 순간에 우리는 보르헤스가 그려 낸,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점’을 만나게 될 것이다.

■ 영원으로 회귀하는 순간과 순간에서 증식하는 영원에 대한 소묘

영원히 죽지 않는 자들에게 시간이란 무엇을 의미할까?(「죽지 않는 사람」), 모든 사고가 단 한 닢의 동전에 집중된다면?(「자히르」), 재규어 한 마리의 몸에 새겨진 문양에 우주가 실려 있을 수 있을까?(「신의 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풍경이 집중된 단 한 점이란 어떤 것일까?(「알레프」)
보르헤스의 주요 주제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가변성과 순환성’이다. 그에게 있어 시간은 흘러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어느 우주에서는 과거가 반복될 수 있고, 미래가 현재에 침투할 수 있으며, 현재가 과거에 의해 변형될 수도 있다. 또한 보르헤스에게 있어 공간은 결코 고정된 것이 아니며 단 한 점에 만물이 담길 수도 있고, 또 다른 우주가 우리의 우주 바로 옆에서 함께 달릴 수 있으며, 심지어 다른 세계가 이 세계에 파고들 수도 있다.
이 소설집에서는 특히 그러한 ‘시간의 불변성’, ‘공간의 확정성’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깨뜨리는 작품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층계의 아래쪽 오른편에서 나는 거의 견디기 어려운 광채를 지닌 무지갯빛의 작은 구체 하나를 보았다. (……) 나는 사람이 붐비는 바다를 보았고, 여명과 석양을 보았으며, 아메리카 대륙의 군중을 보았고,, 검은색 피라미드의 한가운데에 있는 은색 거미줄을 보았으며 (……) 모든 지점에서 알레프를 보았고, 알레프 안에서 지구와 또다시 지구 안에 있는 알레프와 알레프 안에 있는 지구를 보았으며, 내 얼굴과 내장을 보았고, 너의 얼굴을 보았으며, 현기증을 느꼈고, 눈물을 흘렸다. 내 눈이 그 비밀스럽고 단지 추정적인 대상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대상은 사람들이 함부로 이름을 부르지만 그 누구도 보지 못했던 것, 그러니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우주였다.
나는 무한한 존경과 무한한 연민을 느꼈다.
-「알레프」에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2~3센티미터의 구체에 응집된 ‘알레프’, 보르헤스는 작품 속 자신의 목소리를 빌어 “무한한 전체를 부분이나마 열거하는 것”의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그는 결국 눈으로 ‘동시에’ 본 모든 것들을 ‘연속적 순서’로 적어 내려간다는 행위를 통해 언어라는 것의 한계를 말하며, 우리가 지각하고 있는 모든 ‘언어적 관념’들이 사실은 아무것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음을 고발한다.
언어로 쓰인 ‘소설’을 통해 언어의 절대성을 파괴한 보르헤스. 친숙했던 세계가 무너진 자리 너머로 우리는 절대적인 것이 남아 있지 않은 세계와 만난다. 시간이 ‘흐르지’ 않고 한 바퀴를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세상, 공간이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다른 공간을 ‘만들어 내는’ 세상, 일상을 살아가며 느끼지 못했던 이 새로운 세상의 위협에 맞닥뜨리는 순간, 우리는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의 언명대로 “지금까지 익숙하게 생각한 모든 사상의 지평이 산산이 부서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 불멸의 신화를 깨뜨리고 불멸의 작가가 된 보르헤스

오늘날 현대 문학을 언급하면서 보르헤스의 이름을 빼놓을 수는 없다. 전 세계 유명 작가들은 인터뷰를 하거나 작품을 쓰면서 자신의 작품 속에 보르헤스가 존재한다고 서슴지 않고 고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매체를 통해 그의 이름은 포스트모던 문학의 대명사로, 현대 사상을 이끈 사상적 디자이너로 인용되고 이용된다. 보르헤스는 살아 있을 때 불멸과 명성이란 함정이며 속임수이고 거품이라면서 경멸했고 죽은 후에는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기를 원한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그의 의지와 달리 이제 그는 ‘죽지 않는 사람’이 되는 고통을 겪고 있다. 그리고 『알레프』는 그가 이러한 불멸의 명성을 누리도록 한 작품이다. 결코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생의 깨달음에 대해 말이 그릴 수 있는 한계까지 포착해 낸 이 소설집은 보르헤스의 작품 중에서는 드물게 단순하며 꾸밈없는 문체로 쓰인 전성기 걸작으로, 그의 세계관이 집약된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나는 나와 같은 경우들, 그러니까 지금은 예외적이고 충격적인 사건들이 머지않아 진부해질 것임을 알고 있다. 나는 내일이면 죽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미래에 다가올 세대들에게 하나의 상징이 될 것이다.
- 「독일 레퀴엠」에서

사후에 ‘아무것도 아닌 모든 사람’이 되기를 원한 보르헤스, 그러나 우리는 그가 남긴 이 불멸의 작품을 통해 실제로 그가 우리 세대에 어떠한 상징으로 남았는지를 본다. 오늘도 여전히 독자들은 불가해한 어떤 것을 만날 때의 떨림을 안고 그의 불타는 수레바퀴와 재규어의 가죽 무늬와 어둑한 이교도의 성전과 신을 찬양하는 장미꽃이 기다리고 있는 책장을 열게 될 것이며, 모든 신성한 상징이 무너져 내린 텅 비고 낯선 미로 한가운데에서 문득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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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1899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 1919년 스페인으로 이주, 전위 문예 운동인 ‘최후주의’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문학 활동을 시작한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돌아와 각종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하며, 1931년 비오이 카사레스, 빅토리아 오캄포 등과 함께 문예지 《수르》를 창간, 아르헨티나 문단에 새로운 물결을 가져왔다.
한편 아버지의 죽음과 본인의 큰 부상을 겪은 후 보르헤스는 재활 과정에서 새로운 형식의 단편 소설들을 집필하기 시작한다. 그 독창적인 문학 세계로 문단의 주목을 받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그는 이후 많은 소설집과 시집, 평론집을 발표하며 문학의 본질과 형이상학적 주제들에 천착한다. 1937년부터 근무한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립 도서관에서 1946년 대통령으로 집권한 후안 페론을 비판하여 해고된 그는 페론 정권 붕괴 이후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관장으로 취임하고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쳤다. 1980년에는 세르반테스 상, 1956년에는 아르헨티나 국민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1967년 66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어린 시절 친구인 엘사 미얀과 결혼했으나 3년 만에 이혼, 1986년 개인 비서인 마리아 코다마와 결혼한 뒤 그해 6월 14일 제네바에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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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선 옮김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했다. 콜롬비아 카로이쿠에르보 연구소에서 석사 학위를, 하베리아나 대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전임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울산대학교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보르헤스의 미로에 빠지기』 등이, 옮긴 책으로 『픽션들』, 『알레프』, 『거미여인의 키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 『말하는 보르헤스』, 『썩은 잎』,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모렐의 발명』, 『천사의 게임』, 『꿈을 빌려드립니다』, 『판탈레온과 특별 봉사대』, 『염소의 축제』, 『나는 여기에 연설하러 오지 않았다』, 『족장의 가을』, 『청부 살인자의 성모』 등이 있다. 제 11회 한국문학번역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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