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범기사

이경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1년 12월 9일 | ISBN 978-89-374-8418-6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35x205 · 256쪽 | 가격 11,500원

책소개

《세계의 문학》 신인상 수상 작가 이경의 첫 소설집
잔혹한 세계로부터 밀려난 이방인들의 삶을 통해
내 안의 이방인을 만나다

‘이방인’ 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알베르 카뮈의 영원한 문제작 『이방인』을 떠올릴 것이다.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자기 스스로의 밖으로 쫓겨난 듯 자기 자신에 대해 느끼는 낯섦”을 뫼르소라는 인물을 통해 충격적으로 그려 낸 작품이다. 그리고 여기, 우리의 뇌리에 깊이 각인될 또 하나의 ‘이방인’이 출현했으니, 제2회 《세계의 문학》 신인상 수상 작가 이경의 첫 소설집 『표범기사』다. 수상 당시 “인상적인 내공과 기본기”,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향해 일로매진하는 거침없는 활력”, “인간과 삶에 대한 애정과 통찰”, “개성적인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작가”라는 찬사를 받은 그녀는 걸출한 신예로 주목을 받아 왔다. 이에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이번 소설집은 놀라운 흡인력, 밀도 높은 서사, 주술적인 강렬한 문장으로 화려한 도시의 폐부에 감춰진 불온함을 강렬하게 묘파한 수작이다.
『표범기사』는 온통 이방인의 정서로 흠뻑 적셔져 있다. 테마 파크를 아스텍 제국으로 착각한 인디오 전사(「표범기사」), “태어날 때부터 외국인으로 살아온” 자이니치(在日)이며 한국에서도 쫓겨 가듯 또다시 이삿짐을 꾸려야 하는 하루카(「자전거 무덤」), 돈을 벌러 한국에 왔지만 임금 체불과 부당 해고, 보상받지 못한 산업재해로 굶주리고 있는 파키스탄 청년 찌마(「먼지별」) 등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의 존재를 포근히 감싸고 돌봐 줄 곳 하나 없이 먼지 같은 도시를 떠돈다. 작가는 묻는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사는 이곳은, 우리의 고향인가? 소설 속 이방인들의 고통스러운 표정은 바로 거울 속 우리 자신의 표정인 것이다. 잔혹한 세계로부터 밀려난 이방인들의 삶을 통해 비로소 우리는 자신 안의 이방인을 마주하게 된다.

편집자 리뷰

■ 화려한 도시의 폐부에 감춰진 불온함을 강렬하게 묘파한 놀라운 신예 이경
이경은 무엇보다 다양한 관심사와 소재 확장 능력, 인간과 삶에 대한 애정과 통찰, 사회에 대한 관심과 비판이 탁월하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에 대한 숙고의 흔적이 역력하고 말하고자 하는 바를 허구를 통해 풀어내는 솜씨도 능숙하다.
첫 소설집인 『표범기사』에서 그녀는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한다. 등단작이기도 한 「파이프」는 쇼핑센터가 상징하는 자본의 환상성, 그로 인한 어머니의 자살과 동생의 죽음, 그 죽음에 대한 복수로 광고 담당자를 지하 터널로 유인해서 죽이려는 아이의 욕망이 강렬하고도 핍진성 있게 그려진 작품이다. 상업 광고가 제시하는 허위 이미지에 현혹된 대중의 형편을 독특한 질병을 앓고 있는 아이로 그려 낸다. 이경은 광고가 조작하는 환상이 순진한 대중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음을 귀기 어린 상황으로 제시하면서, 자기반성을 모르는 탐욕과 실제와 가상이 전도된 세태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그녀는 또한 존재와 삶에 대한 깊은 사유와 집요한 탐색을 통해 도시 속에 스며 있는 개인들의 실존적 불안을 섬세하게 포착해 낸다. 먼지처럼 피어오르는 일상의 공포, 현대인의 불안과 욕망을 거침없이 추격하는 표범처럼 동물적인 감각으로 집요하게 추적한다. 현실인지 환상인지 모르는 일들과 그 사이에서 혼란에 빠진 인물 내면의 심리, 치밀한 사건 구성을 바탕으로 한 숨 막히는 긴장감과 반전이 깃들어 있다. 그녀의 작품을 읽어 가다 보면 기묘한 환상성, 놀라운 흡인력, 밀도 높은 서사, 개성 넘치는 강렬한 문장,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장악력에 압도당하고 만다. 그녀는 주술적인 마력의 문장들과 독보적인 서사로 지금껏 우리가 들어 본 적 없는 아주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데, 혹시 거짓말 아니에요?”
(……)
“정말이지, 그럼, 정말이라니까.”
언제 들어도 아버지의 ‘정말이다’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그제야 나는 안심이 되었다. ― 21쪽
이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그녀의 이야기들이 새빨간 거짓말임을 알게 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내 그 새빨간 거짓말이 결국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임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불편한 쾌감을 맛보게 된다. 이러한 체험을 가능케 하는 이 작품은 아프고, 무섭고, 슬프고,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 우리는 모두 이방인이다!
이 소설집 곳곳에는 도시를 떠돌며 서성이는 ‘이방인’들이 넘쳐난다. 이처럼 이경의 소설은 이방인의 정서, 고향을 떠난 채로 살아가야 하는 자의 고통과 슬픔, 즉 귀환하지 못하는 아픔으로 적셔져 있다. 잔인한 세계로부터 밀려나고 단절되고 소외된 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환상이라는 프리즘으로 들여다본다. 그럼으로써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우리의 고향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며, 현대인은 모두 이방인임을, 이방인들의 고통스러운 표정은 사실 우리 자신의 표정임을 보여 준다.
‘이방인’들은 안락한 우리의 삶을 끊임없이 근원적인 질문 속으로 밀어 넣는 위험한 존재들이다.  「먼지별」의 배고픈 가출 소녀, 이주노동자들에게 몸을 팔아 잠자리와 먹을거리를 얻는 소녀가 파키스탄 이주노동자 찌마의 얼굴을 볼 때마다 느끼는 당혹스러움이 바로 이러한 질문에서 오는 것이다.
  “아저씨, 할래요? 백 원어치도 해 드려요.”
  그가 눈을 껌벅이자 밤의 창문이 열리는 것 같았다. ― 170쪽
  홱 돌아서 찌마를 눈으로 잡아끌었다. 찌마가 밤의 창문을 열고 물끄러미 날 내려다보았다. 저런 눈을 하면 어쩔 줄 모르겠다. 뭘 어쩌라는 건지도 모르겠고. ― 173쪽
문학평론가 권희철의 말을 빌리자면, 『표범기사』는 한마디로, “먼지 도시의 거주자들이 이방인의 정서와 물음을 체득하고 자신들이 처한 거주의 본래적인 곤경을 감지하면서 먼지 도시로부터의 귀환과 새로운 집짓기를 소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추천사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당대성과 사회성까지 담보한 이야기로 잘 요리하는 내공과 기본기가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향해 일로매진하는 거침없는 활력이 작품을 살아 있게 한다. 다양한 관심사와 소재 확장 능력, 인간과 삶에 대한 애정과 통찰, 사회에 대한 관심과 비판 등을 볼 때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된다. ― 김미현(문학평론가,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이경의 소설은 선명하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에 대한 숙고의 흔적이 역력하고 말하고자 하는 바를 허구를 통해 풀어내는 솜씨도 능숙하다. 사회의 주류에서 배제되고 소외당한 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환상이라는 프리즘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환상의 프리즘에 난반사된 현실은 따뜻한 유대의 가능성이 모색되는 장이 되기도 하고 살풍경한 속살을 드러내기도 하고 우주적 묵시록으로 치환되기도 한다. 욕망의 무저갱을 들춤으로써 자기반성을 모르는 탐욕과 실제와 가상이 전도된 세태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창작의 동기를 섣불리 말하지 않고 냉철하게 보여 주고 있다는 점, 군더더기 없이 핵심을 향해 또박또박 나아간다는 점도 돋보인다. 독자들에게 개성적인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작가다. ― 김경욱(소설가)
단편소설이 갖춰야 할 미덕을 골고루 지니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 현실에 대한 시각을 견지하고자 했고 그것을 개인의 미학으로 흡수하여 조형해 냈다. 화려한 도시의 폐부에 은닉된 불온한 기미를 잡아낸 솜씨가 탄탄하다. 외국인 노동자를 그려 내는 이경의 솜씨는 사회적 소수자를 그리는 천편일률적인 시도를 벗어나고 있다. ― 강유정(문학평론가)
 
■ 작품 해설에서
이경의 소설은 이방인의 정서로 적셔져 있다. 이경의 소설을 뒤덮고 있는 어둡고 축축하고 무거운 느낌들, 일상화된 피로와 탈출에의 소망, 근거를 알 수 없는 불안과 이물감, 결국에는 어떤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모여드는 이 느낌들은 저 이방인들에게서 오는 것이다.
이경의 소설은 이방인에 대한 문제에서, 이방인으로부터 온 문제로, 그리고 결국 우리의 거주의 문제로 시야를 이동시키면서 이 물음들을 활성화시킨다. 『표범기사』는 결국 우리 자신이 우리의 거주지 안에서 이미 이방인이라는 사실과 대면하도록 강제한다. 이방인의 정서는 단지 우리의 연민을 촉발하는 타인의 아픔인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근본 정서다. 『표범기사』는 우리가 그것을 느끼도록 강제한다. 이 강압이, 그리고 이 강압이 이끌어 내고야 마는 수긍이,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 가슴을 훑고 지나가는 손길의 정체다. 결국 이미 우리 안에 자리 잡고 있었으나 우리가 무감각했던 우리 자신의 이방인임과 이방인의 정서를 감각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표범기사』가 해내는 것이다. ― 권희철(문학평론가)
 
■ 본문 중에서
밤하늘에는 시멘트 먼지가 싸락눈처럼 날리고 있고 어둠 속에 드문드문 나트륨등이 켜져 있다. 도시의 가로등은 백색 수은등 대신 오렌지 빛 나트륨등이다. 안개 지역 못지않게 1년 내내 허연 시멘트 먼지가 날리기 때문이다. (……) 시간은 시멘트 분진이 담긴 모래시계처럼 쌓여 갔다. ― 78쪽, 92쪽                                      
처음 찌마에게 화성이라는 별이 오렌지색 먼지로 뒤덮여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내겐 그게 너무나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다. 화성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먼지가 풀썩이는 것 같으니까. 어쩌면 먼지별 화성과 지상의 화성은 먼지에 가려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쌍둥이인지도 모른다. ― 166쪽
빵집 하나 제대로 못 터는 찌마가 이곳에서 살아갈 방법은 없다. 빵을 찾아 이곳에 불시착했듯이 또 다른 행성을 찾아 달아나는 수밖에 없다. 밤을 갈기갈기 찢을 기세로 먼지 폭풍이 휘몰아친다. 오렌지색 먼지들이 하나로 뭉쳐 사납게 소용돌이친다. 나는 찌마의 가슴을 힘껏 민다. 찌마가 뒤로 넘어가며 두 팔을 활짝 벌린다. 유영하는 우주 비행사처럼 찌마가 오렌지색 먼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검은 밤이 펼쳐진 그의 눈에서 별이 반짝한다. 난간 위로 올라서 찌마에게 손을 뻗는다. 찌마. 같이 가. 먼지 폭풍을 타고 진짜 화성으로 가자. ― 182~183쪽

목차

표범기사
파이프
토큰
개미인간
자전거 무덤
먼지별
웨웨곰벨
이라크 이발사

작가의 말
작품 해설
먼지 도시의 이방인들_ 권희철

작가 소개

이경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8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2007년 김유정소설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을 수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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