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 옮김 황가한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1년 8월 26일 | ISBN 978-89-374-9051-4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296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아프리카 현대 문학의 아버지 치누아 아체베의 “21세기 딸”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최신작

급격히 밀려들어 온 미국 문화의 물줄기 
세계화라는 이름이 붙은 그 거센 흐름을 마주한 사람들
동경과 환멸, 몰이해와 소통의 순간들을 오가며
공존에 다다르려는 주변인들의 위태하고도 흥미로운 여정

아프리카 현대 문학을 이끄는 차세대 대표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신작 『숨통』이 민음사 모던 클래식(51번)으로 출간되었다. 아디치에는 『자주색 히비스커스』로 등단하자마자 “치누아 아체베의 21세기 딸”이라는 명성을 얻었으며, 두 번째 장편소설 『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2006)로 오렌지 소설상을 받고 “천재 상”이라 불리는 맥아서 펠로로 선정되었다. 『숨통』은 2002년부터 6년간 《프로스펙트》, 《그란타》등 세계 유수의 잡지에 발표했던 열두 개의 단편들을 모은 소설집으로, 모든 것이 세계화라는 명목으로 ‘미국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전통을 지키려 애쓰며 자신만의 삶의 양식을 개척해 가는 나이지리아인들의 지난한 여정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 냈다. 전작들을 통해 고국 나이지리아가 겪은 역사의 진실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썼던 작가는 이번에는 열아홉 살에 도미한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인이 아닌 ‘타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보다 동시대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계화라는 커다란 흐름에 놓인 약소국가의 한 개인이 주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담아낸 『숨통』의 이야기들은 우리에게도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작가의 날카롭고 섬세한 관찰력과 진중하면서도 곳곳에 배어 있는 유머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2009년 《파이낸셜 타임스》 선정 ‘올해의 도서’ 목록에 올랐다. 아디치에는 2011년 《뉴요커》에서 뽑은 ‘미국을 대표하는 젊은 소설가 20인’과 하버드 대학교 래드클리프 고등 연구소 펠로로 선정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져 나가고 있다.

편집자 리뷰

■ 세계화의 흐름에 맞서 ‘자기만의 삶’을 꾸려 나가려는 이들의 이야기
『숨통』에는 저마다 다른 삶의 내력을 지닌 다양한 나이지리아인들이 등장한다. 나이지리아라는 나라 자체는 낯설게 느껴질지 몰라도,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의 모습과 그들의 고민은 우리에게 크게 낯설지 않다. 나이지리아에 살면서도 미국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거나 미국에 살지만 나이지리아인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는, 양쪽 세계에 걸쳐 살아가는 나이지리아인들의 모습에 구미 문화권 출신도 아니고 영어를 모국어로도 하지 않는 이른바 주변인으로서 오늘날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겹치기 때문이다. 각 이야기들은 미국 혹은 나이지리아 어딘가에서 펼쳐지지만, 그들이 어디 사느냐 하는 공간적 문제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며 주인공을 한국 사람이라고 가정해도 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보편적이다. 작품은 국가, 가족, 개인의 신념 등과 같이 자신의 정체성을 이루는 요소들을 위협해 오는 것으로부터 자기만의 고유성을 지키고 싶어 하며, 보호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완성하길 원하는 인간의 열망을 매우 세밀하게 그려 낸다.   
내가 그런 말을 한다면 그 애에겐 마침내 여기 와서 나를 미국으로 끌고 갈 구실이 생길 것이고, 그러면 나는 모든 것이 너무 편리해서 재미없는 삶을 살아야만 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기회”라 부르는 것으로 더럽혀진 삶. 내게는 맞지 않는 삶. (중략) “그런 생활이 좋으세요, 아빠?” 은키루카는 요즘 나랑 통화할 때 은근히 귀에 거슬리는 미국식 악센트로 이렇게 묻는 데 맛을 들였다. 그건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야. 그냥 내 삶일 뿐이지. 나는 딸에게 그렇게 말한다. 중요한 건 그것뿐이다. —「유령」에서
작품들 속에는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신념 아래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가는 이들과 ‘삶의 양식이 의식을 지배하는 것’을 경계하며 미국이라는 거대한 힘에 자신의 삶이 휩쓸릴까 조심스러워하는 이들이 함께 등장한다. 하지만 작가는 무엇이 좋고 나쁜가에 관해서 직접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거대하고 막강한 세력 앞에서 무차별적인 변화를 강요받는 주변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며 모든 것이 단일한 기준에 의해 통합되고 수렴되어 가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미국’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으로 망명 간 남편 때문에 정부 요원의 손에 아들을 잃기도 하고, 원하지 않는 결혼 이민을 와서 사랑하지도 않는, 배 나오고 입 냄새가 나며 이보어도 못 쓰게 하는 의사 남자와 살며 괴로운 나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수동적으로 당하기만 하기보다는 최대한 저항하며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다. 「미국 대사관」에 등장하는 주인공 여자가 죽은 아들을 팔아넘겨 미국 망명 비자를 받느니 이 땅에 남겠다며 대사관을 박차고 나오는 장면이나, 「고집 센 역사가」에서 노인 느왐그바가 기독교식 장례를 위해 자기 몸에 성유를 발랐다간 남은 힘을 다해 후려쳐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장면 등은 ‘대세’가 무엇이든 각 개인은 자신만의 삶의 양식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자명한 진실을 상기시켜 준다. 
 
■ 편견 너머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해 주는 소설
에드워드는 생각에 잠긴 듯이 한참 파이프를 씹더니, 이런 유의 동성애 이야기는 아프리카의 진짜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어느 아프리카요?” 우준와가 불쑥 말했다. (중략) “지금이 2000년일지는 모르지만 가족들에게 자기가 동성애자라고 고백하는 여자 이야기가 대체 얼마나 아프리카적이라는 거요?” 에드워드가 물었다. 그러자 세네갈인이 알아들을 수 없는 프랑스어를 속사포처럼 쏟아 내기 시작하더니 약 1분 동안의 일장 연설을 마친 뒤에 이렇게 말했다. “내가 세네갈인이에요! 내가 세네갈인이라고요!” —「점핑 멍키 힐」에서

당신은 그와 가까워졌음을 알았다. 당신의 아버지가 실은 교사가 아니라 건설 회사의 말단 운전사라고 그에게 말했을 때. 그리고 당신은 아버지가 털털거리는 푸조 504를 운전했던 어느 날의 이야기를 그에게 들려주었다. (중략) 당신이 이 이야기를 마치자, 그는 입술을 오므리면서 당신의 손을 잡고는 당신 심정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당신은 그의 손을 뿌리쳤다. 세상이 자기 같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고, 혹은 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에게 갑자기 화가 났기 때문이다. 당신은 그에게, 이해해야 할 것은 하나도 없다고, 그냥 사는 게 원래 그런 거라고 말했다.  —「숨통」에서
『숨통』은 또한 타자, 특히 주변부를 바라볼 때 범하기 쉬운 오류를 보여 준다. 작품 속에는 소위 아프리카 애호가, 아프리카 전문가라는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아프리카에 대해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알며 더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대놓고 혹은 은연중에 과시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특정 대상에 관심을 갖고 그것에 대해 많은 정보를 터득한다고 해서 그 대상에 대한 ‘이해’가 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중심부에서 서서 주변부에서 살아가는 누군가를 편견 없이 온전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그 불가능성을 겸허히 인정하고 시각의 축을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이동하려는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에드워드 교수가 “이런 유의 동성애 이야기는 아프리카의 진짜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점핑 멍키 힐」)이나 외제차를 살짝 박은 아버지가 길바닥에 엎드려 “저와 제 가족을 판다 해도 선생님 차의 타이어 하나 살 수 없을” 거라며 비는 모습이 꼭 ‘똥’ 같아 보였다는 나이지리아 여자의 이야기를 듣고 미국인 남자 친구가 “당신 심정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숨통」)은 자기가 아는 일부 사실만으로 그 대상을 ‘안다’고 생각하는 ‘만용’과 같다. 작가는 ‘아프리카’를 떠올렸을 때 흔히 생각지 못하지만 아프리카인들의 삶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동성애, 결혼 이민과 같은 일들을 진솔하게 그려 냄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편견의 더께를 걷어 내고 ‘진짜 아프리카’의 모습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  
작가는 “소설에는 가슴으로 느껴지는 진실이 반드시 드러나야 한다”며 이것은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일상성 안에서 상황을 설명하기보다는 그대로 보여 줄 때 느껴지는 진실”을 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작가 자신의 경험을 투영하여 세계화의 거대한 흐름이 개인의 삶에 드리운 행복과 불행의 면면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소설집 『숨통』에도 작가의 이러한 신념이 관철되어 있다. 낯선 세계 속에서 갖가지 난관들을 헤치며 자신의 영역을 위태롭게 확보해 나가는 이들에 관한 이 지극히 현실적이고 진솔한 이야기가, 점점 복잡해져만 가는 세상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잊은 채 분주히 살아가는 우리에게 스스로의 삶을 돌아볼 계기를 마련해 준다.

목차

1번 감방  9
모조품  33
사적인 경험  61
유령  79
지난주 월요일에  101
점핑 멍키 힐  129
숨통  153
미국 대사관  171
전율  189
중매인  221
내일은 너무 멀다  245
고집 센 역사가  259

옮긴이의 말   285

작가 소개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1977년 9월 15일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났다. 나이지리아 대학교 의약대에 1년 반 동안 다니다가 열아홉 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필라델피아의 드렉셀 대학교에서 2년간 언론정보학을 수학한 후 이스턴 코네티컷 주립 대학교로 옮겨 언론정보학과 정치학을 전공했다. 존스홉킨스 대학교와 예일 대학교에서 각각 문예 창작과 아프리카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나이지리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생생한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 내면서도 아프리카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 감성을 보여 주는 작가 아디치에는 나이지리아의 엄격한 가정에서 성장하는 열다섯 살 소녀 이야기를 담은 첫 장편소설 『자주색 히비스커스』(2003)를 발표하며 영연방 작가상, 허스턴 라이트 기념상을 수상하고 《워싱턴 포스트》로부터 “치누아 아체베의 21세기 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나이지리아 현대사를 정확히 조명하면서 그곳의 삶을 감동적으로 그려 낸 두 번째 장편소설 『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2006)로 오렌지 소설상을 받고 “천재 상”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맥아서 펠로로 선정되었으며 《뉴욕 타임스》 선정 “올해 주목해야 할 100대 소설”의 목록에도 올랐다. 모든 것이 ‘미국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정체성을 찾기 위해 애쓰며 자신만의 삶의 양식을 개척해 가는 나이지리아인들의 지난한 여정을 그린 소설집 『숨통』(2009)은 조이스 캐럴 오츠와 치누아 아체베의 찬사를 받으며 《파이낸셜 타임스》 선정 “올해의 도서”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2013년 발표한 장편소설 『아메리카나』는 동시대 나이지리아 출신 청년들의 아메리칸드림과 그 명암을 사랑과 우정을 소재로 재치 있게 그려 낸 작품이다. 현재 그녀는 미국과 나이지리아를 오가면서 소설작법을 가르치며 집필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2011년에는 《뉴요커》에서 뽑은 ‘미국을 대표하는 젊은 소설가 20인’과 하버드 대학교 래드클리프 고등 연구소 펠로로 선정되었다.

황가한 옮김

서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과 언론정보학을 전공한 후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근무하였으며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한영번역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아메리카나』, 『숨통』, 『울지 마, 아이야』, 『잃어버린 지평선』, 『밀레니엄, 스티그와 나』가 있다.

독자 리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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