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사랑하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 _템플 그래딘(동물학자) “개에 관한 책을 꼽는다면 최고 중에 최고” _엘리저베스 마셜 토머스(인류학자) “개에 관해 재미와 정보를 한 번에” _스탠리 코렌(심리학자) ‘내셔널 아웃도어 북 어워드’ 수상 작가

떠돌이개와 함께한 행복한 나의 인생

원제 Merle’s Door (Lessons from a Freethinking Dog )

테드 케라소티 | 옮김 황소연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1년 6월 5일 | ISBN 978-89-374-8364-6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변형 140x210 · 516쪽 | 가격 18,000원

분야 논픽션

책소개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의 작은 마을 켈리에는 영화 제작자나 작가, 산악인처럼 자유로운 영혼들이 모여 산다. 월든 호숫가에서 통나무집을 짓고 살던 헨리 소로처럼 테드도 나무로 지은 집에 살면서 정육점 고기를 먹지 않고 엘크를 사냥해 먹으며, 번잡한 도시 생활에 물들지 않은 자연인이다. 테드가 산악 여행에서 만난 어린 떠돌이개 멀도 개껌 따위의 인공물에는 관심이 없고 공을 물어 오라는 둥의 식상한 놀이에도 시큰둥하다. 그 대신 햇볕 좋은 날에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동네 주민들을 찾아가 어울리고, 사냥철이면 뛰어난 길잡이로 변신하며, 겨울이면 맨발 스키를 즐기는, 그야말로 자연을 만끽하는 개다.
이 책은 테드가 헤어진 연인과 친구로 남을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개, 그리고 무엇보다도 동행의 기술을 가르쳐 주고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일깨워 준 놀라운 개 멀의 일대기다. 우리는 테드와 멀, 두 남성의 좌충우돌 사랑과 삶의 투쟁을 통해, 진정한 관계는 구속이 아니라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편집자 리뷰

★ 21세기형 헨리 소로,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실천하다

“직접 도축한 고기만 먹는다.”라는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의 새해 목표가 화제가 되었는데, 여기 또 한 명의 현대 판 원시인이 있다. 테드는 정육점 고기를 먹지 않고 사냥철에는 엘크와 꿩 등을, 낚시 철에는 송어와 연어를 직접 잡아먹는다.

그는 총을 쏘아 엘크를 죽이고 나서, 경건한 마음으로 죽은 엘크를 위해 의식을 치릅니다. 손을 엘크의 머리에 대고 눈을 감으면, 그가 오랫동안 살아온 땅이 그에게 다가오고, 엘크 안에서 풀과 물이 그에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는 그렇게 자신에게 먹을 것을 선사한 엘크에게 감사하고 엘크의 영혼을 떠나보냅니다. 흔히 우리는 자신이 땀 흘려 일해서 번 돈으로 먹고 산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밥상에 올라온 음식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살아 있는 생명체였습니다. 우리는 그 점을 잊고 살지만요.
_옮긴이의 글
경관이 웅장하여 서부영화의 주요 촬영지가 되었던 와이오밍 주 그랜드티턴 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켈리라는 작은 마을에서 나무집을 짓고 사는 테드는 남극에서 북극 사이 거의 모든 지역을 다녀 본 여행가이다. 그의 글과 사진들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오듀본》, 《뉴욕 타임스》, 《사이언스》 등에서 볼 수 있으며, ‘내셔널 아웃도어 북 어워드’를 수상한 베스트셀러 저자이다. 그중에서도 떠돌이개 멀과 함께한 자연 생활은 잔잔한 감동을 전하는 최고 인기 스토리다.

이 책은 분명히 장르로 치면 논픽션인데, 웬만한 소설은 무색해질 만큼 온갖 극적인 에피소드가 넘치니, 이 정도면 요즘 대세인 ‘리얼 버라이어티’가 따로 없습니다.
_옮긴이의 글
테드가 떠돌이개와 운명적으로 맞닥뜨린 것은 샌환 강을 여행할 때였다. 뼈를 앙상하게 드러낸 채 아직 다 자라지 않은 골든리트리버 종은 눈 위에 짙은 색 털을 가진 ‘네눈박이’로 인디언들이 말하는 ‘신비로운 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테드는 어린 개가 사람에게 상냥하면서도 점잖은 데 반하여 ‘멀’이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 이렇게 시작된 관계는 멀이 늙어서 죽을 때까지 이어졌다. 야생에서 스스로 살아남는 방식을 터득한 멀은 여느 개와 달라서 이들은 보호와 순종이라는 주종 관계가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동등한 관계로 발전한다.

현대인들은 외롭거나 귀엽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책임감에 대해서는 깊이 숙고하지 못한 채 애완견을 아파트 벽에 가둬 두다가 개가 늙으면 안락사 시키거나 유기한다. “주로 개의 고통을 덜어 준다는 이유를 대지만, 진짜 이유는 개의 고통을 지켜보아야 하는 인간 자신의 괴로움과 늙고 병든 개가 떠올리게 만드는 죽음의 그림자가 두렵고 싫어서일이다.”(옮긴이) 그러나 테드는 멀이 늙어 제 몸을 가누지 못하자 병간호를 하며 자연사할 때까지 끝까지 의리를 지킨다. 빌딩 숲에 갇혀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잊고 지내는 우리들에게 테드의 이야기는 생명공동체에 대해 새삼 경이로운 감정을 느끼도록 해 준다.
 
★ 인간에게는 ‘나만의 방’을, 개에게는 ‘나만의 문’을!
80여 전 전에 버지니아 울프는 ‘나만의 방’을 캐치프레이즈로 들고 나와 페미니즘의 한 장을 장식했다. 테드는 개와 인간 사이에 동등한 관계라는 획기적인 발상을 들고 나온 혁명가라고 감히 말하겠다. 오만한 인간에게 특별한 교감을 줄 수 있다면 어떤 생명체와도 평등해질 수 있지 않을까?

다윈은 인간이 아닌 동물도 행복과 의문, 부끄러움, 자긍심, 호기심, 질투, 의심, 감사, 아량을 경험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동물들도 가식적인 행동을 하고 원한을 품는다.”고 확신하면서, 그들에게도 “도덕적인 성향”이 있고 그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사랑과 뚜렷한 동정심”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그가 이 의견을 세상에 처음 내놓았던 1871년 당시에도 그랬지만 동물도 생각할 수 있다고 믿는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에게도 획기적인 개념이 아닐 수 없다.
_1장에서
멀 역시 테드처럼 자연견이다. 테드가 막대기를 자꾸 집어 던지니까 멀은 하는 수 없이 딱 한 번만 시범을 보이고 나서는 “나는 물어 오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아요.”라는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면서 두 번 다시 물어 오지 않는다. 여느 개처럼 막대기를 물어 오거나 개껌 따위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멀이 처음에는 이상해 보였는데, 이내 테드는 멀이 자연 속에서 살면서 다람쥐를 쫓거나 나무 냄새를 맡거나 눈밭에서 맨발 스키를 즐기는 개이기 때문에 도시 속 좁은 공간에서 사는 개들이 즐기는 것 따위는 시시하게 여긴다는 것을 깨닫는다. 주인을 잃었거나 주인으로부터 버림당한 멀은 자연에서 지내면서 너무나 많은 자극, 즐거운 자극과 위험한 자극을 모두 경험한 개였기에 독립적이고 조심스러우면서 오히려 더 점잖고 신중한 개가 된 것이다.

개와 함께 살다 보면 웃을 일이 많이 생깁니다. 하지만 개가 아무데나 똥오줌을 쌀 경우 난감하기도 할뿐더러 정기적으로 먹이를 챙겨 주고 산책을 시켜 줘야 하는 등 여러 가지 번거로움도 감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개들은 단순히 번거로운 정도가 아니라 인간과 함께 살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습니다. ‘자유’ 말입니다.
_옮긴이의 글

자극이 많은 넓은 공간에서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 그것이 바로 시냅스를 가장 많이 자극하는 방법이다. 사납거나 카펫을 물어뜯거나 아무거나 삼켜대는 개들은 바로 그런 자유를 누리지 못한 데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한 성격 장애를 겪는 것이다. 존 캐츠는 “개들에게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좀체 허용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아내는 기회” 자체를 아예 빼앗겨서 “방향을 찾을 때도 인간에게 의지한다.” 다행이 어떤 개들은 과잉보호하는 인간의 버릇을 뜯어고치기도 하는데, 멀이 그랬다! 멀과 갓길 걷기 훈련을 하던 중 테드는 멀을 자기 곁에 바짝 붙어 걷게 하는 데만 정신이 팔린 나머지 멀이 무엇을 하는지 눈치 채지 못했는데, 놀랍게도 멀은 도로 한가운데로 걸으면서도 한족 귀를 뒤쪽으로 기울이며, 인간보다도 먼저 차가 오는 걸 알고 스스로 갓길로 갔다가 차가 지나간 다음 다시 길 한가운데로 나가는 것이었다. 테드는 오히려 멀을 옆에 붙어 걷게 함으로써 그동안 멀의 귀와 눈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

테드는 잘하면 먹을 것으로 보상하고 잘못하면 눕혀서 호통을 치라는 개 훈련서를 따르지 않는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단지 개에게 공간을 주고, 사리에 맞는 말을 하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보여 주는 것이다. ‘엎드려‘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바닥에 손을 대면 되고, ’이리 와‘나 ’가만히 있어.‘와 같은 것은 손으로 여기와 저기를 각각 가리키면 된다. 그러는 사이에 개들은 주변 세상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스스로 깨닫는다.”

멀은 자유롭게 마을을 순시하고 돌아올 때면 문 앞에서 쯧쯧 기척을 냈지만, 겨울에는 안쪽 문을 닫아 놓기 때문에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멀은 여느 개와는 달리 시끄럽게 짖어대지 않았고, 화장실에 못 들어와서 마당에 똥을 싸는 바람에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멀이 침묵의 가치를 어디서 알았을까? 아마도 야생에서 배웠을 것이다. 테드는 “멀도 나름대로의 삶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결국 문마다 개구멍, 즉 멀에게 ‘나만의 문’을 설치해 줌으로써 멀이 자유의사대로 언제든 마음껏 집 밖을 나다닐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이것은 테드에게 멀과의 관계에서뿐 아니라 연인 앨리슨과의 사이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데, 곧 자유로운 삶만이 조화로운 삶과 아름다운 동행을 가능하게 한다는 교훈을 얻는다.
 
★ 관계의 기술: 지배와 복종이 아닌 평등과 신뢰, 소유욕이 아닌 사랑으로  
“녀석이 내 팔 밑으로 머리를 쓱 들이밀더니 코를 내 코에 가까이 댔다. 그런데도 나를 핥지는 않았다. 많은 개들은 자기보다 서열이 높다고 생각하면 그것이 사람이든 다른 개이든 열렬히 핥아대곤 한다.” 그러나 멀은 테드의 일행을 만나 여행 중에 밥을 얻어먹고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공공연히 애정을 쏟지도 않았고 사람들의 무릎에 고개를 들이밀거나 앞발을 내밀지도 않았다. “녀석은 아직 강아지였지만 과묵하고 위엄이 있었다. 신뢰는 거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노력해서 얻어야 한다는 점을 삶을 통해서 배워 알고 있었던 것이다.”

멀을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보트에 타라고 초대했을 때 “나를 쳐다보는 녀석의 얼굴은 평생 잊지 목할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상실과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희망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이것은 동료 인간과 진지한 관계를 시작할 때도 마친가지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사람의 감정을 동물에게 투사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할 수도 있지만, 저자는 동물이든 사람이든 상대를 이해하는 기준은 같다고 말한다.  
당시 나는 개의 몸짓을 읽고 있었고, 그것은 심리학자가 고객을 분석할 보이는 행동과 다를 바 없었다. 우리들 모두는 친구나 가족, 동료 등 주변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할 때 이와 똑같은 기술을 사용한다. 타인의 감정을 파악하는 기준으로서 자기 자신의 감정을 이용하지 않고는 인간 사이에 소통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거나 극도로 쇠퇴할 것이다.
―1장에서 

저자는 개를 외국어를 구사하는 개체로 인식하고 개의 발성, 눈빛, 표정, 항상 변화하는 몸짓에 주의를 기울이면 개의 말을 통역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바로 인간 동료, 특히 자신의 파트너에게 쏟아야 하는 열정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멀은 샌환 강에서 절벽에 대고 울부짖자 자신의 메아리를 듣고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몇 번 반복하더니 알겠다는 표정이 바뀌었다. “녀석의 눈에 깨달음의 빛이 번쩍 스치는 광경은 참으로 볼 만했다.” 개는 특별한 동반자다. 인간은 황소나 양에게 생각을 전하려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개의 경우는 일상적인 폭소만으로 개의 신경을 건드릴 수 있고 화난 표정만으로 겁을 줄 수 있으며 친절한 태도만으로 진정시킬 수 있다.” 우리는 대부분의 다른 생명체를 향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얼굴을 찡그려 모기를 쫓아 버리거나 미소를 지어 성난 말벌을 달래는 사람이 있는가?” 테드와 멀은 서로에게 교감을 주고받는다. “중요한 것은 영원한 그 후렴구, 시대를 초월해서 울려 퍼지는 그 노래, 인간이 묻는 목소리에 개가 꼬리로 대답하는 그 소리였다. 기분이 어때? 좋아요. 다행이구나. 동감이에요. 서로에게 꽂히는 눈길. 우리는 함께한다.”

테드에게 가장 큰 위기는 사랑하는 오랜 연인 앨리슨이 더 나은 남편감을 찾아 떠났을 때다. “나는 자수성가한 나이 많은 남자였고, 그녀는 젊은 공주였다. 개로 치면 나는 잡종개였는데, 그녀는 혈통서를 가진 강아지를 고집했다.” 테드가 이 시련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심리치료나 친구들의 위안이 아니라 잠잠히 곁을 지켜 준 멀이었다. 멀은 앨리슨의 강아지를 제자로 받아 주어 위엄 있는 어른 개의 역할을 다하였는데, 이번에도 테드는 멀의 도움으로 앨리슨과 친구로 남을 수 있게 되었다.

그녀를 아끼지만 그녀를 놓아주는 멀의 태도는 본받을 만했다. 나는 질질 끌어 온 앨리슨과의 이별을 순조롭게 받아들이기 위해 심리치료를 받았지만, 정작 내게 큰 위로가 된 것은 멀이었다. 멀은 작업실로 들어와서 턱을 내 무릎에 얹었다. 물이나 비스킷을 달라고 하지도, 등산을 가자고 조르지도 않았다. 그저 꼬리를 흔들었는데, 녀석의 몸이 흔들리면서 그 부드럽고 포근한 진동이 내 다리를 타고 올라와 가슴속으로 스며들었다. 멀은 손이 없었음에도 날마다 내 손을 잡아 주었다.
_14장에서
 
★ “나의 서재는 자연이다. 멀은 그 서재의 책들을 읽도록 도와주었다.”

“시간 아깝게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요? 저기 바깥에 놀라 자빠질 만한 게 있는데. 녀석의 다급한 표정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야외에서는 시력이 좋은 인간보다 후각이 뛰어난 멀이 훨씬 더 많은 것을 포착한다. 이 책은 반려견과의 아름다운 동행을 그린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곳곳에서 동물학자의 기록이라 할 만한 개에 관해 훌륭한 보고서들을 읽을 수 있다. “개들은 발자국과 그 다음에 난 발자국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냄새의 강도 차이를 측정함으로써 흔적을 ‘읽는’ 능력이 있다. 이런 차원의 정확한 후각 능력은 주로 눈에 의지하는 우리들에게는 불가사의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고도로 진화한 후각 능력을 생소하게 느끼지만 코를 사용하도록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프랑스인 향수 제조업자 장 클로드 엘레나는 자스민 정유(精油)의 냄새를 한 번만 맡아도 꽃의 원산지가 어디이며 증류한 기계가 스테인리스강인지, 알루미늄인지, 아니면 철인지 구분할 수 있다. 에르메스의 조향사였던 장 클로드 엘레나에 따르면 훌륭한 향수란 ‘시야주(sillage)’가 기억에 남는 향수이다. ‘시야주’는 ‘배가 지나간 자리’, ‘후류(後流)’ 혹은 ‘잔향(殘香)’을 뜻하는 말로서 그 사람이 떠난 후에도 그 자리에 계속 남아 있는 듯한 그 사람의 존재감이라 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공중에 떠도는 엘크의 흔적을 코로 다정하게 어루만지는 멀이야말로 시야주의 달인이었다.

테드는 멀과 함께하는 삶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현대인은 도시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개보다 우월성이 떨어지며, 테드는 여기서 인간의 오만함을 반성하고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느낀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 변화 등으로 인간의 생존에까지 큰 위협이 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다른 종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개에게서 생존 능력을 배우는 것은 인간이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열망과 필요성을 깨닫게 한다.

나는 켈리로 돌아와서 글을 썼다. 오후에 특히 내가 글이 쓰다가 막힐 때면 우리는 산책을 나갔다. 나는 휘파람을 불어 멀을 찾았고, 우리는 강가를 따라 어슬렁어슬렁 걸었다. 나는 그렇게 걸으면서 막힌 글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를 궁리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그의 유명한 저서 『산책』에서 언급한 대로, 나는 막힌 그 어려운 부분을 ‘낙타처럼’ 숙고했다. 소로는 그 에세이에서 윌리엄 워즈워스에 관한 일화를 이야기한다. 한 방문객이 시인의 하녀에게 서재에서 주인을 만나기를 청하자 하녀가 대답한다. “주인님의 책들은 여기에 있습니다만, 주인님의 서재는 바깥에 있습니다.” 나도 그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서재도 대부분 바깥에 있었으며, 멀은 내가 그 서재의 책들을 읽도록 도와주었다. 멀은 네 발로 코를 땅에 대는 중요성을 내게 가르쳤다. 지금도 멀은 행간의 의미를 어떻게 읽는지 시범을 보이고 있었다.
_7장에서

목차

*여는 말
1 꿈에 그리던 점잖고 상냥한 개
2 서로에게 꽂히는 눈길
3 자극이 풍부한 땅에서 누리는 자유
4 냄새 나라 이야기
5 ‘나만의 문’을 가진 개
6 ‘멀’답게 성장하다
7 우두머리 개
8 길고양이 그레이캣
9 에스트로겐 구름
 
 
 
10 앨리슨과 대자연의 품
11 감동을 주는 개
12 켈리의 시장님
13 동등한 관계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
14 멀은 손이 없어도 날마다 내 손을 잡아 주었다
15 멀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16 자유가 사교적인 개를 만든다
17 첫 번째 관문
18 끝까지 곁을 지키다
*아름다운 동행(옮긴이의 말)

작가 소개

테드 케라소티

테드 케라소티Ted Kerasote

여행 작가로서 《뉴욕 타임스》, 《내셔널 지오그래픽 트래블러》, 《살롱》, 《오듀본》, 《아웃사이드》, 《사이언스》 등 예순 개 잡지에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여행과 자연에 대한 책들을 저술했다. 경관이 웅장하여 서부영화의 주요 촬영지가 되었던 와이오밍 주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에 위치한 잭슨홀에 살고 있으며, 아프리카와 남극과 북극은 물론 거의 모든 자연 지역을 여행했다. 테드는 엘크를 사냥하거나 송어 낚시로 식량을 준비하고, 신간 홍보 여행 때를 제외하면 번잡한 도시에는 좀처럼 나가지 않는 자연인이다.

테드가 멀과 운명적으로 맞닥뜨린 것은 샌환 강을 여행할 때였다. 뼈를 앙상하게 드러낸 채 아직 다 자라지 않은 골든리트리버 종은 눈 위에 짙은 색 털을 가진 ‘네눈박이’로 “신비로운 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테드는 어린 개가 사람에게 상냥하면서도 점잖은 데 반한다. 이렇게 시작된 관계는 멀이 늙어서 죽을 때까지 이어졌다. 야생에서 스스로 살아남는 방식을 터득한 멀은 여느 개와 달라서 테드와 멀은 보호와 순종이라는 주종 관계가 아니다. 테드는 멀에게 ‘자기만의 문’ 즉 집에 개구멍을 만들어서 멀이 자유롭게 나다닐 수 있도록 했고, 멀은 사냥할 땐 예민한 감각으로 테드를 도와주고 겨울철에는 스키 길라잡이가 되어 주는가 하면, 테드의 연인 앨리스의 개를 제자로 받아 주었다. 또 멀은 테드가 실연의 아픔을 겪을 때 곁에서 가장 큰 힘이 되어 주었고, 멀이 노화로 잘 걷지 못할 때는 테드가 끝까지 사랑으로 간호해 주었다.

저자는 『컴퓨터 시대에 자연에서 사는 삶(Out There: In the Wild in a Wired Age)』으로 ‘내셔널 아웃도어 북어워드’를 수상했고, 특히 『떠돌이개와 함께한 행복한 나의 인생(Merle’s Door)』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퍼커: 멀의 뒤를 이은 강아지(Pukka: The Pub after Merle)』는 멀의 자리를 대신하여 새 가족을 이룬 강아지의 이야기다. 저자의 홈페이지( http://www.kerasote.com )에서 테드와 강아지 가족의 사진과 동영상을 볼 수 있다.

황소연 옮김

연세대학교 의류환경학과를 졸업하고 출판 기획 및 영어를 한국어로, 한국어를 영어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서머싯 몸의 『인생의 베일』, 『더티 잡』, 『찌꺼기』, 『파랑 피』, 『점퍼 3』, 『말리와 나』, 『믿음의 엔진』, 『안녕하세요 나는 당신입니다』, 『호오포노포노의 비밀』 등이 있다.

독자 리뷰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