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문학사상 최고의 충격을 안겨 준 소설

밀실에서나 하는 철학

사드 | 옮김 정해수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1년 4월 29일 | ISBN 978-89-374-8363-9

패키지 양장 · 신국변형 153x225 · 328쪽 | 가격 14,000원

분야 외국 문학

책소개

프랑스 문학사상
최고의 충격을 안겨 준 소설
 
 
 
▶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가장 자유로운 영혼. —기욤 아폴리네르
 
▶ 도덕적 포르노그래퍼. -안젤라 카터
 
▶ 사드를 찬미한다는 것은 그의 사상에 감미료를 첨가하는 것이다. ―조르주 바타이유
 
▶ 사드는 자신의 작품 각 페이지마다 치밀하게 계산된 비현실적인 장면을 나열했다. 즉 사드의 소설에서 일어나는 일은 문자 그대로 가공된 것, 다시 말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롤랑 바르트
 
▶ 사드는 양식 있는 공화주의자의 부드러운 얼굴 뒤에 어떤 폭력성이 숨어 있는지를 폭로함으로써 분명 처음으로 동시대 윤리 의식의 급소를 의도적으로 규명한 유일한 작가다.
―아니 르브룅
 
▶ 사드는 18세기의 끔찍하고도 외설성 짙은 골칫덩어리로서 그 시대를 종결하려고 느닷없이 나타났다.―쥘 자냉

편집자 리뷰

■ “아! 외제니, 미덕 따위는 포기하여라!”
—‘사디즘’, ‘사디스트’라는 말을 탄생시킨 사드의 대표작
 
세상에서 가장 부도덕한 사상가 돌망세는 방탕한 생탕주 부인과 부인의 동생 미르벨 공자와 함께 순진한 소녀 외제니에게 은밀한 교육을 한다. 남색과 혼음, 근친상간뿐만 아니라 가학적 성행위, 그리고 신성모독에 이르기까지, 외제니는 위험한 철학에 빠져든다.
 
사드에 대한 독자의 관심은 그가 성적 추문을 일으킨 이후 19세기 낭만주의, 20세기 초현실주의 그리고 21세기 초엽인 현재까지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사드의 문학과 철학적인 측면만을 조명한 결과가 아니다. 특히 프로이트 이후 정신분석학계에서는 사드에 대한 연구를 공공연히 해 왔고 바타이유, 바르트, 푸코, 들뢰즈, 라캉 같은 대표적 현대 지성들은 그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심도 있는 연구를 해 왔다. 요즈음에도 정신분석학은 물론이고 문학, 철학, 사회학, 병리학, 법학 등 여러 학문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드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연구자들이 사드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고 그의 사상과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심도 있는 연구를 수행했다 하더라도 사드 작품의 의미는 아직도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들은 작품의 전체적인 맥락은 경시한 채 작품의 부분적인 요소만을 취해 연구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작가의 사상 또는 작품의 의미를 오히려 훼손한 경우가 많았고 연구자 스스로도 잘못 이해한 텍스트를 이해하기 어려운 이론적 시각으로 해석하여 자주 독자의 판단을 흐리게 한 측면도 있다.
난데없이 행해지는 유사한, 그러나 서로 상반되는 철학적 논증들, 논증 전이나 후에 펼쳐지는 사디스트적인 장면들, 기상천외한 성도착증, 그럼에도 철학자의 면모를 보이는 등장인물들은 사드가 오늘날 변태성욕의 일종으로 인식되는 ‘사디스트’, ‘사디즘’이라는 말을 탄생시켰음을 잘 알게 해 주는 장치들이다. 그런 만큼 사드를 읽는 데에는 상당한 인내와 용기가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사드 자신과 사드가 살았던 시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 독서광이자 확고한 세계관을 보였던 한 시대의 지성, 사드
 
사드는 평생을 걸쳐 누구보다도 책을 좋아했던 독서광이었다. 엄청난 분량의 책을 소장한 영지 라코스트 성 서고에서 책 읽는 것을 좋아했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독서에 할애할 수 있었던 수감 생활 동안에는 철저한 계획을 세워 굉장한 분량의 책을 읽었다. 1778년부터 1789년까지 옥중 서신에서 언급된 서적만 279종이었으며 그 외에도 하루에 읽는 책만 보통 두세 권에 달했던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드 연구자들은 독서광 사드가 자신이 읽은 책의 내용을 광범위하게 인용하여 작품을 창작했다는 사실을 간과해 왔다. 하지만 몇몇 학자들은 벨, 몽테스키외, 볼테르, 라메트리, 엘베시우스, 달랑베르, 돌바크 등을 비롯한 19세기 프랑스를 빛낸 사상가 수십, 수백 명의 논거가 약간 수정되거나 혹은 한 자도 바뀌지 않고 원문 그대로 사드의 작품 속에서 인용된 사실을 밝혀냈다. 사실 사드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여러 철학적 세계관, 특히 18세기 철학적 세계관을 다루고자 했다.
 
일례로 사드는 『밀실에서나 하는 철학』을 직접화법 대화체로 서술했다. 문학 장르로서의 ‘대화’는 오늘날 거의 사라졌지만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18세기 계몽주의 시대까지 수많은 철학자들이 애용해 왔던 장르이기도 하다. 사실 ‘대화’는 논증을 매우 자유롭고도 용이하게 보여 줄 수 있는 장르인 만큼 철학자 대부분이 독자들에게 자신들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철학적 대화체를 즐겨 이용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사드는 그런 철학자들과는 반대로 『밀실에서나 하는 철학』을 통해 자신만의 철학이나 모럴을 독자들에게 논리적으로 전달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대신 사드는 방탕아 중의 방탕아, 돌망세라는 등장인물의 입과 기괴한 행동들을 통해 특정한 사상적 유파 또는 특정 사안들이 품고 있는 논리적 모순을 폭로하고자 했다.
 
 
■ 계몽철학은 인간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해 주는가?
—‘방탕아’들의 입을 빌려 폭로하는 18세기 철학과 이상의 모순들
 
『밀실에서나 하는 철학』에서 사드는 돌망세를 세상에서 가장 부도덕하고 완벽하게 타락한 데다, 비정하고 흉악하여 남색, 근친상간, 가학적 성행위 등을 벌이는 등장인물로 묘사했는데, 이러한 행위는 다른 사드의 등장인물들처럼 그도 무신론과 유물론 철학을 실천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보여 주는 것이다. 돌망세의 가르침을 받은 외제니가 단 하루 만에 무신론적 유물론 철학에 현혹되어 방탕의 극단까지 섭렵하다 급기야 자신의 생모까지 성적 쾌락의 도구로 삼아 필설로 옮기기조차 힘든 학대를 하는 마지막 장면을 읽고, 독자들은 무신론적 유물론 철학, 즉 극단적 계몽철학이 인간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그들의 철학은 외제니의 경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매우 위험한 결과를 낳는 만큼, 그리고 그들은 ‘밀실에서나 하는 철학’을 하는 만큼 인간을 파멸로 이끌어 갈 위험한 철학을 경계하라는 권고로 여겨야 하는 것이다.
 
사드는 분명 계몽주의 사상에 많은 영향을 받은 작가다. 그에게도 역시 이성과 철학이 인간을 모든 편견과 종교적인 암흑에서 벗어나게 하여 인류의 진보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는 신념이 있었다. 그러나 18세기 후반의 계몽철학은 무신론을 극단적으로 수용했는데 사드는 이 철학체계가 이기심과 방종을 조장한다는 논리적 모순을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드는 당시 지식층에 만연한 무신론적 유물론의 해악을 독자들에게 고발하고자 작품을 쓴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사드가 밝힌 자신의 철학자로서의 소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작품이든 예나 지금이나 선정성에 매몰되어 작품의 진정한 의미와 작가를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사드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가 굉장한 독서광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동시대 철학자들의 저작, 종교, 자연학, 윤리, 세계 각 지역에 대한 여행기 등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사드의 독서는 광범위했다. 그는 시, 희곡, 여행기, 철학 콩트, 단편 소설, 장편 철학 소설 등에서 자신의 문학을 실험하여 최적의 문학 장르를 찾으려고 했다. 사드가 추구했던 문학은 모든 장르에 걸쳐 자신이 읽은 책, 특히 동시대 철학자들의 여러 사상을 비교하고 각 사상에 숨겨진 반윤리적인 측면을 부각하는 일이었다.
『밀실에서나 하는 철학』은 사드가 공화 정부의 공포정치 희생양으로 사형수가 되었다 로베스피에르의 실각으로 출옥한 경험, 즉 대학살의 피비린내를 몸소 체험하고 집필한 작품이다. 계몽주의 철학자들이 신봉한 자유와 평등을 최고의 이념으로 삼은 공화 정부가 공화국 국민을 압제하고 학살하는 것이 정당한 일일까? 이미 오래전부터 계몽철학에 의문을 제기했던 터에 사드는 공화국 정부가 이념적 기초로 삼은 모든 계몽주의 철학자들의 사상을, 모순으로 점철된 돌망세와 생탕주의 입을 통해 검증하고 방탕아들의 기괴한 행위를 통해 철학자들의 사상이 내포하는 반윤리적이고 폭력적인 면을 독자들에게 폭로한 것이다.
―정해수(옮긴이)

작가 소개

사드

정해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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