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회 제명 사건

이청해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1년 4월 22일 | ISBN 978-89-374-8362-2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35x205 · 292쪽 | 가격 11,000원

책소개

일상의 사소한 낌새를 약동하는 문학적 순간으로 승화해 내는
작가 이청해의 다섯 번째 소설집
“이청해는 오랜 숙성을 거치며 빚어진 간결함으로순정하고도 원숙한 미의식을 음미할 수 있게 해 준다.” — 우찬제(문학평론가)
치밀한 심리 묘사를 통해 따스하고 폭넓은 여성적 공간을 구축해 온 작가 이청해가 다섯 번째 소설집 『장미회 제명 사건』을 내놓았다. “사소한 것에 스민 기미나 징후에서 삶의 본질을 드러내는 데 능숙하다”(문학평론가 김미현)는 평을 받아 온 이청해는 이 시대 “삶의 진정한 모럴과 가치를 고민하게”(문학평론가 방민호) 하는 몇 안 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보통의 사람과 보통의 삶을 새삼 다시 보게 하는 섬세한 시선이 돋보이는 이번 소설집은 삶의 시련과 위기에 봉착한 주인공들을 통해 인간의 내밀한 욕망을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그려 보인다. 동시에 일상과 일탈의 짜임 속에 드러나는 인간 존재의 결함을 비난하거나 탓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품어 안으며 우리네 삶의 조바심을 풀어 준다. 삶의 화해로운 조율을 추구하는 이청해의 소설에 ‘제명’이란 없다.

편집자 리뷰

■ 진실과 바보가 동의어인 세상, 가냘프고 얄팍한 삶을 끌어안는 살가운 시선
『장미회 제명 사건』에 수록된 일곱 편의 중・단편들은 각기 다른 질문들을 담고 있다. 사랑은 대체 무엇일까? 알 수 없는 불면의 원인은 무엇일까? 내 삶의 “불행의 뿌리”는 어디에 닿아 있을까? 아버지의 굽은 등이 감추고 있는 비밀은? 대통령의 죽음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지난여름, 내가 한 일은 무엇인가? 등.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평범해 보이던 일상은 “밝혀낼 수 없는 비밀이 숨어 있는”(「시크릿 가든」) 미로가 된다. 이 미로를 탐험하면서 이청해는 그만의 성실한 시선으로 삶의 과정을 진솔하고 또 넉넉하게 관찰하며 일상의 틈에 스민 인생의 미묘함을 포착해 낸다.꿈꾸는 20대, 꿈과 현실을 어떻게든 타협시키려 치열하게 달리는 30~40대를 거쳐 이제 막 삶의 열매를 따 먹을 중년의 나이. 그러나 팍팍한 우리 사회에서 중년의 삶이란 오죽 고달픈가. 잘 살면 잘 사는 대로 못 살면 못 사는 대로 위에서 치이고 아래에서 치받으니 바퀴살 한두 개쯤 부서진 채로 덜걱거리며 굴러가는 게 가족이라는 수레를 이끄는 중년의 일상이다. 그 부러진 바퀴살은 남편의 실직과 연이은 사업 부도일 수도 있고,(「지리산」, 「장미회 제명 사건」) 오십 줄에 들어서까지 거두어지지 않는 죽은 아버지의 ‘사상’일 수도,(「지리산」, 「밤을 건너는 사람들」) 심지어 바람나 낳은 아기를 떠맡기고 도망가 버린 시누이일 수도 있다.(「바보 이야기」) 이미 공공연하지만 떳떳이 내놓을 수는 없는 삶의 편린들은 아픈 가시가 되어 등장인물들의 삶을 찔러 온다.그러나 이청해는 삶의 곪은 상처를 섣불리 봉합하려 애쓰지 않는다. 다만 갈등과 대립의 상황을 인정하자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보자고 말한다. 아름답지만은 않은 것이 세상이고 어딘가 불행한 구석을 안고 사는 것이 인생인 법. 삶의 슬픔과 상처까지도 간직한 채로 세상을 사랑하고 긍정하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진실이나 그 비슷한 것, 진정성, 그런 걸 말하는 태도, 말하는 사람, 말하는 표정까지 놀림감이 되어 버”린(「장미회 제명 사건」) 세상에서 말이다.
■ 작품 해설 중에서
비밀을 폭로하는 많은 책들이 있다. 사라진 책과 사라진 수도자들에 대한 수수께끼를 그린 움베르토 에코의『장미의 이름』처럼. 생각해 보면, 끝이 있는 이야기의 본질은 숨겨진 비밀을 찾아가는 데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죽음을 향해 가는 인생 역시 비의를 담고 있는 한 권의 책이라 할 수 있을 터. 유일무이한 비밀에 대해 말하는 책이라는 점에서, 이청해의 소설은 한 권의 비서(秘書)이다. 이청해의 소설 속에는 왕궁에 넘쳐 나는 은밀한 욕망들이,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속살이, 비운의 인물이 남긴 한 조각의 비밀이, 거짓말 뒤에 숨겨진 일말의 진실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진실을 성실하게 들여다보는 시선이 있다.작가는 곧 비밀을 다루는 자이기도 하다. 『장미회 제명 사건』에서 작은 실마리를 붙잡고 생의 비밀을 캐려는 작가의 노력은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일곱 편의 단편을 하나의 줄에 꿰어 준다. 자, 이제 이 겸손한 비서(secretary)의 안내를 받으며 미로에 들어가 보자.— 양윤의(문학평론가)

목차

시크릿 가든지리산바보 이야기내가 예순네 살이 되었을 때나는 네가 지난여름 한 일을 알고 있다밤을 건너는 사람들장미회 제명 사건
작가의 말작품 해설 | 비밀의 비밀_ 양윤의

작가 소개

이청해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0년 중편소설 「강」으로 KBS 방송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듬해 《세계의 문학》에 단편 「빗소리」로, 《문학사상》에 단편 「하오」로 등단했다. 장편소설 『초록빛 아침』, 『아비뇽의 여자들』, 『체리브라썸』, 『오로라의 환상』(전2권), 『그물』, 『막다른 골목에서 솟아오르다』가 있으며 소설집 『빗소리』, 『숭어』, 『플라타너스 꽃』, 『악보 넘기는 남자』, 장편동화 『내 친구 상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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