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에서 셰익스피어, 카프카, 조르주 페레크까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잊혀진 걸작들의 역사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

우리가 읽고 싶어도 결코 만날 수 없는 위대한 책들의 역사

원제 The Book of Lost Books (An Incomplete History of All the Great Books You Will Never Read)

스튜어트 켈리 | 옮김 정규환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1년 1월 15일 | ISBN 978-89-374-2679-7

패키지 양장 · 신국판 변형 135x225 · 516쪽 | 가격 22,000원

분야 논픽션

책소개

베르길리우스가 「아이네이스」를 불사르라는 유언을 남긴 까닭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보석으로 세공한 금상자에 넣어 보관한 작품은? 너새니얼 호손과 허먼 멜빌이 모두 소설로 쓰려고 했던 애거서 부인의 사연은 어떤 것이었을까? 알료사가 수도원을 나오는 것으로 끝나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의 다음 줄거리는 무엇이었을까? 포프가 불길에 집어 던진 「던시애드」 원고를 조너선 스위프트가 빨리 건져내지 않았더라면! 몰리에르의 뒤통수를 치는 것도 모자라 코르네유의 심기까지 건드렸던 장 라신, 교회의 검열을 통과하지 못하고 재가 된 사포의 애정시들, 『죽은 영혼』의 2부 원고를 불살라 버리고는 스스로 굶어 죽은 고골, 반세기 뒤에 밝혀진 에밀 졸라의 수상한 죽음, 자신의 원고들을 모두 폐기해달라고 통사정하는 유언장을 남긴 카프카, 남편과 시누이의 검열로 망실된 실비어 플래스의 유고작들. 이 책은 유실된 고전, 아직 발견하지 못한 걸작, 대작이 될 뻔한 미완성 원고 등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또는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위대한 작품들에 얽힌 역사를 보여 준다.

편집자 리뷰

★ 문학 소년과 실종된 책을 찾아 떠나는 탐정 여행

저자 스튜어트 켈리(Stuart Kelly)는 1972년생 에딘버러의 독서광이다. 《스코틀랜드 온 선데이》와 《포이트리 리뷰》 등에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월터 스콧의 전기 『스콧-랜드: 국민국가를 만들어 낸 영웅』을 지었다. 켈리가 문학에 빠지게 된 것은 어린 시절 고전 그리스어를 공부하면서부터였다. 실은 체육 시간을 빠져 보려는 심산으로 시작한 것이지만, 그리스 비극을 계기로 “온몸을 쑤시는 좀”에 불과했던 문학에 대한 열정이 “마침내 손에 만져지는 뾰루지”로 돋아났다. 그런데 아르바이트를 해서 몇 달 모은 돈으로 구입한 펭귄 판 고전 그리스 극작품들에 푹 빠져 있던 어느 날,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됐다. 아이스퀼로스의 작품을 모두 모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여든 편이나 썼다는 것이고, 소포클레스의 극은 달랑 두 권이 아니라 서른세 권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당대 최고의 평판을 누린 비극 작가였던” 아가톤의 작품은 단 한 개도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 이것은 당시 열다섯 살 문학 소년에게는 앞으로 바로 잡아야 할 신의 계시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잃어버린 책, 즉 유실되었거나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작품들의 목록은 곧 책 한 권의 분량이 넘어갈 정도로 방대했던 것이다
 
★ 세계 문학사는 사라진(사라질 뻔한) 책들의 역사다

공자는 육경(六經)을 편찬했으나 시황제의 분서갱유 때 『악기(樂記)』가 영원히 사라짐으로써 오경으로 남게 된다. 그리고 반세기가 지난 기원전 175년, 다시는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공자의 텍스트들을 돌에 새겨 보존하라는 명이 내려온다. 프톨레마이오스 3세(기원전 3세기)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지어 두루마리 소장본 20만 개의 모록을 만드는데, 세상에, 파라오에게 아이스퀼로스가 없다니! 프톨레마이오스는 아테나이에 보증금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예치하고는 베낀 필사본을 만들 수 없다는 엄중한 명령 하에 유일한 아이스퀼로스 전작집을 가져온다. 그렇게 해서 여행을 지독히 싫어하기로 소문난 아일리아누스까지 이 원본을 읽기 위해 알렉산드리아를 찾았는데, 640년 생판 다른 의견을 가진 독자가 알렉산드리아를 장악한다. “하느님의 말씀과 어긋나는 것들은 불경스럽거니와, 일치한다 해도 굳이 없어도 괜찮은 것이다.” 그리하여 다른 모든 두루마리들과 함께 아이스퀼로스의 원본도 영원히 소멸한다.
13년 동안 『희극(신곡)』을 써 온 단테가 마지막 칸토 열세 개를 끝내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전체 시의 절정에서 이가 빠진 샘이니, 단테의 아들들인 야코포와 피에트로는 이것을 완성해야 했지만 워낙 수비론(數秘論)적으로 촘촘히 짜인 작품이라 감히 엄두가 안 났다.

이 시는 칸토 100편으로 구성되었으니, 서언이 있고, 그 다음에 「지옥」, 「연옥」, 「낙원」 세 편에 각각 칸토 33편씩 들었다. 시는 삼운구법(테르차리마)으로 쓰였으니, 이 형식에도 마찬가지로 숫자 3의 의미가 짙게 배어 있다. 각 연은 세 줄로 이루어졌는데, 둘째 줄이 다음 연의 첫째와 셋째 줄과 운이 맞는다. a b a, b c b, c d c… 이런 식으로. 칸토 100개는 제곱수로서 완전 숫자 10을 나타낸다. 또는 삼위일체를 가리키는 신비의 수 3을 제곱한 다음 1을 더하여 신의 일체성을 뜻하는 것이다. 수비론과 개인사는 이 작품 전체에 편만해 있다. 단테는 아홉 살 나이에 베아트리체 포티나리라는 소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 베아트리체는 『희극』에서 하늘나라에서 인간계에 관여하는 섭리의 상징이 된다. 베아트리체는 64번째 연(6+4=10)에 등장하는 바, 이 연에는 145행(1+4+5=10)이 들었는데 제73행(7+3=10)에 가면 베아트리체의 정체를 알려준다. 베아트리체는 그 이름이 63번(6+3=9) 거론되고, 또 그 이름이 각운으로 쓰이는 것은 단 아홉 번밖에 없다. (본문 168-170쪽) 
다행히 단테가 야코프의 꿈에 나타나 나머지 열세 칸토가 놓인 벽감을 일러 주었다고 하니, 그렇게 세계문학의 걸작 하나가 완결(?)되었다.
『아이네이스』는 베르길리우스를 로마 최고의 시인으로 만든 서사시다. 그러나 죽을 때까지 결국 완결을 맺지 못한 베르길리우스는 이 원고를 불사르라는 유언을 남겼다. 완벽에 이르도록 다듬지 못했기 때문이다. 앨릭잔더 포프가 『던시애드』 원고를 불길에 집어 던졌을 때 조너선 스위프트가 빨리 건져내지 않았다면 포프의 명성은 문학사에서 뒷전으로 물러났을지도 모른다. 플로베르도 제 하고 싶은 대로 했더라면 세계문학전집에서 『마담 보바리』는 찾아볼 수 없었을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후속작의 중심인물은 성인 같은 알료샤 카라마조프라고 말했다. 알료샤는 무신론자 작가 이반, 방종하지만 살가운 드미트리, 그리고 흉악한 이복형제 스메르디야코프 들의 아우이다. “내 마지막 소설에는 예언적인 요소가 많을 겁니다. 여기에서 알료샤는 수도원을 떠나 무정부주의자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내 순수한 알료샤는 차르를 죽일 것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고 1881년 1월 28일에 죽었다. 그러나 1881년 2월 마지막 날, 차르 알렉산드르 2세는 정말로 암살당했다.
달랑 두 개 남은 단편집만으로 폴란드의 대표적인 작가가 된 브루노 슐츠가 하루만 더 서둘러서 살아남아 「메시아」 원고를 완성했다면 세계 문학의 지형을 바꿨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총을 맞은 바로 그날에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위조 여행증명서와 아리안 신원증명서를 동정적인 친지들을 통해 구해 놓았다. 그가 독일 점령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그 지역 게슈타포 장교 란다우의 보호 아래 지낸 덕택이었으니, 그를 위해 슐츠는 그의 아이들 방에 그림을 그려 주었고 그가 약탈한 책들을 분류하여 도서 목록을 만들어 주고 또 초상화까지 그려 주었다. 그렇지만 란다우가 무슨 친위대 쉰들러는 아니었다. 그는 인접 게슈타포의 우두머리 칼 귄터에게 “필요한 유대인 일손”으로 지정된 유대인 이발사를 하나 살해했다. 귄터는 그 앙갚음으로 슐츠를 사살했고, 나중에 란다우에게 이렇게 떠벌렸다. “네가 내 유대인을 죽였으니, 난 네 유대인을 죽였지.” (본문 477쪽) 
교회의 검열을 피하지 못한 사포의 애정시들 같은 원고 화형식은 먼 과거에만 있었던 일이 아니다. 하인리히 하이네의 오륙백 쪽에 달하는 회고록은 유족들이 자신들의 명예훼손이 된다며 모두 소각해 버렸고, 남편의 외도로 우을증을 겪다가 가스 오븐에 머리를 들이밀고 자살한 실비어 플래스의 유고작들은 그녀를 싫어했던 시누이에 의해 처절하게 난도질당했다.
 
★ 작가들의 성격과 죽음에 얽힌 별난 에피소드 모음집

그리스 최고 비극 작가 아이스퀼로스의 죽음에 관한 저자의 설명은 이렇다.

동물계에서 후천적으로 습득한 행동 양식들 중에서 상당히 놀라운 실례 가운데 하나는 유럽 동남부의 독수리들한테서 나타난다. 조류학자 그라티슬라브 그루박이 기록한 바에 따르면 이 독수리들은 자기네 서식처에 단지 적응한 데 그치지 않고 그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바위투성이에다 거친 기후를 보이는 지역에서 주된 영양 공급원으로 손꼽히는 것은 고슴도치, 마못, 땅다람쥐 등과 함께 육지 거북 들이다. 독수리들이 낮은 고도에서 활공하다가 갑자기 수직 급강하로 덮쳐 거북의 등딱지 가장자리를 굽은 발톱으로 움켜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그러고 나서 독수리들은 100미터 높이로 날아 올라가서는 등딱지를 깨려고 땅 위로 드러난 둥근 돌 위에다 떨어뜨린다. 그렇게 독수리는 포획한 먹이의 보호 갑옷을 산산이 깨부수고 먹잇감을 비교적 쉽게 빼낼 수 있는 것이다. 바로 그런 사건이 기원전 456년에 시칠리아 섬의 젤라 시 변두리에서 일어났다. 문제의 독수리는 먹잇감을 발견하고 와락 채갔다. 독수리는 지형을 세밀히 살피던 중에 갑피를 깨는 데 맞춤한 바위를 찾아냈다. 새가 발톱을 거둬들이자 거북은 그때까지 살면서 상상도 못했던 속도감을 잠시 경험한 뒤에 박살이 나고 떡이 되었다. 그런데 한 가지 변수가 작용함으로써 이렇듯 정교한 먹이 포획의 예를 한층 더 특기할 경우로 바꿔 버렸다. 거북이 그 위로 내동댕이쳐진 것은 바위가 아니라 아이스퀼로스라는 이름을 가진 그리스 노인의 대머리였다. 노인은 즉사했다. 하지만 역사는 그 거북의 최후에 대해서는 기록하지 않았다. 다행히도 아이스퀼로스는 자기 비명을 이미 써 둔 터였다. (본문 63-64쪽) 
드레퓌스를 옹호하며 프랑스의 양심을 호소했던 에밀 졸라는 「정의」를 미처 완성하기도 전에 죽었고, 「진실」은 책 표지에 검은 테를 두르고 출판되었다. 1902년 구월 29일 새벽 3시에 졸라는 구역질, 두통과 어지러움을 호소하다가 창문을 열고는 쓰러져 호흡 곤란 끝에 숨졌다. 그의 의문사는 반세기가 지난 후에야 밝혀진다.

그의 침실 벽난로의 상태를 재현하고 연도(煙道)를 허물어 보았으나 가스가 치사량에 이르도록 형성된 것을 해명해 주지는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중에는 기니피그 몇 마리를 그 방에서 유사한 환경 조건 아래 두었으나 평온한 밤을 지냈을 따름이다. 졸라의 죽음을 둘러싸고 무슨 의혹의 소식이라도 폭발하기 쉬운 대중의 귀에 들어갈까 봐 염려한 검시관은 불의의 사고사라고 기록하였던 것이다. 1953년에 아퀭이라는, 신문 《리베라시옹》의 노인 독자 한 사람이 졸라의 죽음에 관한 기사를 읽고 반응을 보였다. 그이의 굴뚝 소제부 친구는 졸라를 그저 매국노로 여긴 수많은 드레퓌스 반대자들 가운데 하나로서 이렇게 실토했다는 것이다. “나하고 내 인부들이 옆집에서 수리 공사를 하면서 그 굴뚝을 틀어막았지. 워낙 출입이 빈번해서 그 북새를 틈타 졸라의 굴뚝을 찾아냈고 막아버렸지. 다음 날 아주 일찍이 막은 걸 다시 터 놓았지. 우릴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본문 444-445쪽)
몰리에르 극단이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공연을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을 때, 장 라신은 같은 제목의 극을 써서 몰리에르의 경쟁 극단에 건넨다. 이렇게 바다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라신이 바다를 묘사한 극이 몰리에르와 같은 제목으로 같은 날 공연되었고, 몰리에르는 신의를 져 버린 라신과 절교했다. 그런데 몰리에르의 뒤통수를 친 라신은 적수 한 명에 성이 안 찼던지 코르네유의 심기까지 건드린다.

어렸을 때부터 교회의 공식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지 않았던 에드워드 기번의 역사의식은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꽃을 피웠다. 헤밍웨이의 첫 번째 아내는 모든 원고가 들은 여행 가방을 기차에서 잃어버렸다. 헤밍웨이는 그 상실의 기억을 잊을 수만 있다면 정신외과 수술이라도 받겠다고 토로했다. 헤밍웨이는 아내를 용서했을까? 하루에 2만 수의 시를 짓는 경이로운 신기록을 세운 에도 시대의 이하라 사이카쿠, 러시아정교에 심취하여 대작 『죽은 영혼』의 2부를 불살라 버리고는 스스로 굶어 죽은 고골… 고대 그리스와 로마 작가들로부터 중국의 공자와 마호메트의 전기를 쓴 아라비아의 무슬림 학자 이스하크까지, 문학의 거장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로부터 낭만주의와 사실주의, 자연주의 작가들을 거쳐 카프카, 엘리엇, 헤밍웨이, 비트 세대인 윌리엄 버로즈와 조르주 페레크까지, 82개 챕터에 걸쳐 시시콜콜한 작가 비망록을 읽는 재미를 선사하는 책이다.

목차

들어가는 말
*무명씨 *호메로스 *헤시오도스 *야훼, 엘로힘, 신명기 기록자와 편집자 *사포 *공자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아가톤 *아리스토파네스 *크세노클레스 *메난드로스 *칼리마코스 *카이사르들 *갈루스 *오비디우스 *롱기누스 *사도 바울로 *오리게네스 *팔토니아 베티티아 프로바 *칼리다사 *풀겐티우스 *방랑자 위드시드 *가경자 비드 *무함마드 이븐 이스하크 *아마드 다키키 *단테 알리기에리 *제프리 초서 *프랑수아 비용 *존 스켈턴 *카밀로 쿼노 *루이스 바즈 데 카몽스 *토르콰토 타소 *미구엘 데 세르반테스 *에드먼드 스펜서 *윌리엄 셰익스피어 *존 던 *벤 존슨 *존 밀턴 *토머스 어커트 *에이브러햄 쿨리 *몰리에르 *장 라신 *이하라 사이카쿠 *고트프리트 빌헬름 폰 라이프니츠 *앨릭잰더 포프 *새뮤얼 존슨 박사 *로런스 스턴 신부님 *에드워드 기번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로버트 퍼거슨 *제임즈 호그 *월터 스콧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 *제인 오스틴 *조지 고든 바이런 *토머스 칼라일 *하인리히 하이네 *조지프 스미스 2세 *니콜라이 고골 *찰스 디킨스 *허먼 멜빌 *귀스타브 플로베르 *도스토예프스키 *리처드 버턴 *앨저넌 찰스 스윈번 *에밀 졸라 *아르튀르 랭보 *프랭크 노리스 *프란츠 카프카 *에즈러 루미스 파운드 *토머스 스턴즈 엘리엇 *토머스 에드워드 로런스 *브루노 슐츠 *어니스트 헤밍웨이 *딜런 토머스 *윌리엄 버로즈 *토머스 트레일 스펜서 로웰 4세 *실비어 플래스 *조르주 페레크
맺음말
‘책’의 보전과 그 운명에 던지는 시선 두 가지(옮긴이의 글)

작가 소개

스튜어트 켈리

1972년생 편집자이자 독서광. 《스코틀랜드 온 선데이》와 《포이트리 리뷰》 등에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월터 스콧의 전기 『스콧-랜드: 국민국가를 만들어 낸 영웅』을 지었다. 현재 아내와 함께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 산다.

문학에 빠지게 된 것은 고전 그리스어를 공부하면서부터였다. 실은 체육 시간을 빠져 보려는 심산으로 시작한 것이지만, 그리스 비극을 계기로 “온몸을 쑤시는 좀”에 불과했던 문학에 대한 열정이 “마침내 손에 만져지는 뾰루지”로 돋아났다. 그런데 아르바이트를 해서 몇 달 모은 돈으로 구입한 펭귄 판 고전 그리스 극작품들에 푹 빠져 있던 어느 날,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됐다. 아이스퀼로스의 작품을 모두 모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여든 편이나 썼다는 것이고, 소포클레스의 극은 달랑 두 권이 아니라 서른세 권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당대 최고의 평판을 누린 비극 작가였던” 아가톤의 작품은 단 한 개도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 이것은 당시 열다섯 살 문학 소년에게는 앞으로 바로 잡아야 할 신의 계시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잃어버린 책, 즉 유실되었거나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작품들의 목록은 곧 책 한 권의 분량이 넘어갈 정도로 방대했던 것이다!

정규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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