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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암살자 2 (세계문학전집)


첨부파일


서지 정보

원제 The Blind Assassin

마거릿 애트우드 | 옮김 차은정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0년 12월 17일

ISBN: 978-89-374-6261-0

패키지: 반양장 · 신국변형 132x225 · 436쪽

가격: 15,000원

시리즈: 세계문학전집 261

분야 세계문학전집 261


전자책 정보

발행일 2013년 12월 13일 | ISBN 978-89-374-9561-8 | 가격 9,500원


책소개

《타임》 선정 현대 100대 영문 소설 | 부커 상 수상작
현대 캐나다 문학을 이끄는 여성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대표작요동치는 20세기를 지나온 여인의 비밀스러운 삶과 비극적인 가족사가 담긴 회고록섬세하고 예리한 다층의 이야기들이 러시아 인형처럼 완벽한 구조를 이룬 소설
▶ 대담하게 상상하고 현명하게 실행한 작품.—《커커스리뷰》▶ 환상적인 손놀림과 마법 같은 재능으로 진실에 눈먼 사람들의 이야기를 훌륭하게 끌어냈다.—《선데이타임스》▶ 빛나는 문장, 외과용 메스 같은 통찰력, 격렬한 인물들로 이루어진 잊을 수 없이 강력한 소설.—《뉴스데이》


목차

7부·9
8부·105
9부·145
10부·201
11부·227
12부·289
13부·317
14부·357
15부·389
감사의 말·401작품 해설·405
작가 연보·413


편집자 리뷰

세계가 주목하는 캐나다 문학의 거장 마거릿 애트우드의 대표작 『눈먼 암살자』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260, 261)으로 출간되었다. 애트우드는 지난 사십 년간 『시녀 이야기』, 『고양이 눈』, 『인간 종말 리포트』 등 뛰어난 상상력과 독창적인 서술 방식이 빛나는 훌륭한 소설들을 창작해 왔다. 『눈먼 암살자』는 이러한 작가적 재능이 최대로 발휘된 걸작으로 애트우드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주었다. 팔십 대의 화자 아이리스가 죽음을 앞두고 작성하는 회고록과 스물다섯에 사망한 그녀의 여동생 로라의 이름으로 출간된 소설 「눈먼 암살자」가 교차하는 가운데 사랑과 욕망, 희생과 배반이 뒤얽힌 비밀스러운 드라마가 펼쳐진다. 다층의 서술 구조와 소설 속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감추어진 진실을 서서히 폭로하는 이 작품은 2000년 출간 당시 “새로운 세기에 나온 첫 번째 위대한 소설”로 평가되며 부커 상과 해미트 상을 받았고, 《타임》지가 선정한 ‘현대 100대 영문 소설’에도 이름을 올렸다. 기교 없이 담백하고 신랄하면서도 위트 넘치고 인상적인 『눈먼 암살자』의 주옥같은 문장들은 2011년 3월에 있을 ‘세계 책의 밤’ 행사에서 낭독될 예정이다.

■ 감춤과 드러냄의 미학을 보여 주는 치밀하고 정교한 구조
『눈먼 암살자』는 러시아 인형처럼 하나가 다른 하나를 품고 있는 세 이야기가 충격적인 진실을 향해 교묘하게 얽힌 삼중 액자 구조의 소설이다. 전체 틀을 이루는 첫 번째 이야기는 팔십 대의 노파 아이리스의 회고록이다. 1930~1940년대 캐나다 토론토와 허구의 장소인 포트타이콘드로가를 배경으로 양차 세계 대전, 대공황, 스페인 내전, 각종 소요 등 국내외 정세와 긴밀하게 얽힌 두 상류층 집안의 흥망성쇠,그리고 집안을 이끄는 남성들의 권위와 욕망에 따라 휘둘리고 희생되는 아이리스의 굴곡진 삶이 그려진다. 두 번째 이야기는 아이리스의 여동생인 로라의 이름으로 사후 출간된 소설 「눈먼 암살자」이다. 상류층 여성과 도망 중인 공산주의자 남성의 적나라한 밀애를 다룬 이 소설은 독자들로 하여금 두 주인공이 누구인지 추측하게 하면서 후에 밝혀질 놀라운 진실을 대면하는 충격을 배가한다. 세 번째 이야기는 「눈먼 암살자」 속 남자가 여자에게 들려주는 공상 과학 소설로 얼핏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계급과 빈부 격차, 자본주의의 타락, 전쟁의 잔혹함 등 당대 현실에 대한 가장 신랄한 비판을 담은 우화이다. 이 액자 내부의 소설이 사랑과 질투, 자기희생과 배반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현실의 이야기도 함께 얽혀 꼬이고 뒤틀린다. 그리고 뒤얽힌 세 이야기는 모두 대재앙이라 할 하나의 결말을 향해 간다.애트우드는 하나의 이야기가 감춘 것을 다른 층위의 이야기가 받아서 다른 방식으로 드러내는 구조를 통해 작품 전개의 속도감과 긴장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모든 이야기를 섬세하고 치밀하게 전달한다. “주먹은 손가락을 다 모은 것 이상”이라고 한 아이리스의 고백처럼 세 이야기를 합한 것 이상의 진실을 담아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눈먼 암살자』는 감추어진 서술들, 섬세한 암시들과 매장된 기억들로 만든 기막힌 역작이다.
■ 눈먼 역사를 진지하게 반성하는 상처와 고통의 기념비
마거릿 애트우드는 캐나다를 대표하는 작가답게 작품을 통해 성실하게 캐나다를 공론화해 왔다. 『눈먼 암살자』에서도 그녀는 역사의 변두리에 서 있는 여성의 회고록을 통해 20세기 초반 캐나다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독자가 믿을 만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소설가의 일”이라고 말한 애트우드는 아이리스의 회고록과 공상 과학 소설 사이사이에 작품 속 사건과 인물에 관한 캐나다 유수 언론지의 기사나 논평을 삽입하여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개인이 겪은 실질적이고 주관적인 기억과 정치적 목적에 따라 재단된 공적 기록 사이의 간극을 문제시한다. 이 문제는 아이리스의 아버지가 포트타이콘드로가에 전쟁 기념비를 세우는 일화에서 상징적으로 극대화된다. 1차 세계대전은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캐나다에 결정적인 독립의 기회를 제공하였기 때문에 캐나다 역사에서는 영광스러운 전쟁으로 기록된다. 그러나 실제로 참전하여 부상을 입고 두 동생을 잃은 아이리스의 아버지에게 전쟁은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기억이다. 그는 “자진하여 최고의 희생을 한 이들”이라는 미사여구로 전쟁의 잔혹함과 무의미한 살상을 포장하고 무마하려는 애국주의에 정면으로 맞서, 고장 난 총을 든 지친 모습의 병사 동상을 만들고 “우리가 잊지 않도록”이라는 문구를 새긴다. 같은 맥락에서 20세기 역사의 소용돌이를 무력한 객체인 여성의 몸으로 겪어 낸 아이리스는 하나의 관점에 따라 일관되게 서술된 기존의 역사 서술 방식을 전복하고, 스스로 불완전하고 오류가 있음을 인정하면서 쓰는 자신의 회고록을 공적 역사의 대안으로 제시한다.경제 공황으로 아버지의 사업이 위기에 처하자 집안을 살린다는 미명 아래 사랑하지 않는 남자에게 팔려가 영혼 없는 인형 같은 삶을 살아야 했던 아이리스, 자신이 신처럼 생각하는 남자를 위기에서 구해 주겠다고 한 형부에게 속아 유린당한 뒤 그 남자가 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했다는 사실을 알고 죽음을 택한 로라. 『눈먼 암살자』는 화려하고 굵직한 역사의 영광스러운 공적 기록들과 그 뒤꼍에서 조용히 희생되어 가는 자매의 비극적인 삶을 극명하게 대비하면서,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는 사람들의 ‘눈멂’에 대해 경고하고 감추고 싶어 하는 삶의 어두운 부분들을 의식적으로 드러내어 다소 고통스럽더라도 진실과 마주하고 그것을 “우리가 잊지 않도록” 촉구한다.
■ 낙원을 포기하고 상실과 후회와 비참함과 열망의 이야기를 택하게 하는 힘
애트우드는 『눈먼 암살자』가 출간되기 몇 달 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글쓰기와 작가의 역할을 주제로 강의한 바 있다. 그녀는 이 강의를 바탕으로 집필한 『죽은 자들과 타협하기』에서 모든 이야기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매혹, 죽은 자의 세계에서 그들로부터 무언가를 가져오려는 바람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죽음을 앞둔 아이리스는 자신의 기억과 상상 속에서 걸어 나온 망자들과 끊임없이 마주치며 그들이 화장실 벽의 낙서와 꿈을 통해 자신에게 계속해서 말을 건다고 생각한다. 하여 그녀는 오랫동안 은폐되고 매장되어 있던 죽은 자들의 이야기를 펼쳐 내고 그들과 자신을 기억하게 할 기념비 격인 회고록을 남기려 한다.

흘리지 못한 눈물을 담고 있으면 상한 냄새를 풍기게 된다. 기억도 마찬가지다. (중략) 공식적으로 로라는 그늘 속에 가려졌다. 몇 년이 더 흐르면 마치 그녀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될 것이다. 나는 무엇을 원했던가? 많은 것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일종의 기념비 같은 것. 그렇지만 결국 생각해 보면 기념비란 견뎌 낸 상처를 기념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견뎌 내고 혐오한. (중략) 죽은 자를 이해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없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을 모른 체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은 없다.

아이리스의 회고록은 앞서 말한 ‘지친 병사’ 동상과 마찬가지로 과거를 영광스럽게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견뎌 내고 혐오한” 상처인 ‘진실’을 보여 주기 위한 글쓰기이다. 우리가 감추려고 하는 삶의 어두운 부분을 드러내는 이야기, 그래서 아이리스는 자신의 회고록을 “왼손잡이 책”이라고 부른다.

“예수님이 하느님의 오른손 쪽에 앉지. 그럼 하느님의 왼손 쪽에는 누가 앉지?” 그녀는 말했다.“하느님은 왼손이 없는지도 모르지. 왼손은 나쁜 거라고 하잖아. 그러니까 왼손이 없을 수도 있지. 아니면 전쟁에서 왼손을 잃었을 수도 있고.” 나는 그녀를 놀리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 (중략)“알았다! 탁자가 둥근 거야! 그러니까 모든 사람들이 다른 이들의 오른손 쪽에 앉는 거야. 빙 둘러서 말이지.”“그리고 그 반대로 말이지.” 나는 말했다.로라는 내 왼손이었고, 나는 그녀의 왼손이었다. 우리는 그 책을 함께 썼다. 그것은 왼손잡이 책이다.

무서울 정도로 순진한 열정으로 한 남자를 동경하다 꽃다운 나이에 추악한 진실 앞에서 죽음을 맞은 로라의 반쪽짜리 삶, 그리고 집안과 동생에 대한 책임감으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삶을 살다가 동생을 죽음으로 몰고 간 진실을 목도하고 나서야 뒤늦게 영혼을 되찾은 아이리스의 반쪽짜리 삶. 아이리스의 글쓰기는 온전히 하나가 되지 못한 두 자매의 반쪽짜리 삶을 하나로 완성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억을 짜 맞추고 되살리는 일은 행복하기보다는 고통스럽고 힘든 작업이다. 내부 소설 「눈먼 암살자」의 여자는 남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두 사람의 행복한 미래에 대한 암시를 얻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녀는 희생제나 암살, 전쟁 같은 슬픈 이야기 대신 행복한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남자에게 청한다. 이에 남자는 ‘아어아 행성’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모든 욕망이 충족된 유리 정원에 갇힌 남자들의 이야기는, 그러나 더 이상 욕망할 것도 분투할 것도 없기 때문에 진전될 수 없다. 여자는 결국 죽음이 존재하는 “정원 밖”으로 그들을 내보내 줄 것을 남자에게 청한다. 마찬가지로 아이리스는 혼자 남겨졌을 때 그녀가 간직하고 있는 유일한 행복의 흔적인 사진을 응시하며 “자신이 떨어뜨렸거나 잃어버린 것, 손으로 잡을 수는 없지만 아직 눈으로 볼 수 있는 무엇, 모래 위의 보석처럼 반짝이는 그 무엇”을 찾으려고 애쓰지만, 사진 속의 행복한 순간은 죽음처럼 이미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다. 그리하여 「눈먼 암살자」 속의 여자가 낙원의 해피엔딩을 포기하고 계속되는 이야기를 택한 것처럼, 아이리스도 사진 밖으로 걸어 나와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이다.

사진은 행복에 관한 것이고,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 행복이란 유리벽으로 보호된 정원이다. 그곳으로는 들어갈 수도, 나갈 수도 없다. 낙원에는 이야기가 없다. 그곳에는 여로가 없기 때문이다. 상실과 후회와 비참함과 열망이 굴곡진 길을 따라 이야기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무엇이 그녀를 계속 이야기하게 하는 것일까. 아이리스는 말미에 가서 자신이 유일한 후손인 손녀 사브리나를 위해, 이제까지 은폐되었던 가족사의 비밀과 진실을 그녀에게 전하기 위해, 타락하고 파멸한 두 가족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존재인 그녀가 자신의 글과 모아 놓은 자료들, “아무렇게나 섞어 놓은 종이 더미”를 재창조할 수 있기를 바라며 회고록을 써 온 것임을 깨닫는다. 그러나 글을 쓰고 읽는 것에는 분명 이러한 의무나 책임에 선행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브리나와의 해후를 상상하는 회고록의 마지막 부분에서, 아이리스는 그녀에게 과분한 사랑도 용서도 바라지 않으며 다만 자신에게 귀 기울여 주고 자신을 바라봐 주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장식된 해골처럼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해 주는 시선. 그것이 상처를 곱씹는 고통을 감내하고 행복한 중지(中止)의 유혹을 떨치며 계속해서 글을 쓰는 이유, 그리고 고통스러운 진실을 대면하며 그 글을 읽어 내는 이유일 것이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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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애트우드

1939년 11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태어나 온타리오와 퀘벡에서 자랐다. 애트우드의 가족은 곤충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매년 봄이면 북쪽 황야로 갔다가 가을에는 다시 도시로 돌아오곤 했다. 이런 생활 속에서 어울릴 친구가 별로 없었던 애트우드에게는 독서가 유일한 놀이였다. 고등학교 진학 후 시인이 되기로 결심하고 토론토 대학교와 하버드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스물한 살에 첫 시집 『서클 게임』을 출간했으며, 이 시집으로 캐나다 총리 상을 수상했다. 이후 여성의 사회 활동과 결혼 등을 소재로 1969년 첫 장편 소설 『먹을 수 있는 여자』를 발표하였고, 장편 소설 『떠오름』으로 시인이자 소설가로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대표작으로 『시녀 이야기』(1985), 『고양이 눈』(1988), 『도둑 신부』(1993), 『그레이스』(1996), 『오릭스와 크레이크』(2003), 『홍수의 해』(2009), 『미친 아담』(2013) 등이 있으며, 2000년 발표한 『눈먼 암살자』로 부커 상을 수상했다. 권위적이고 지배적인 남성 중심 사회를 비판하는 작품들을 통해 페미니즘 작가로도 평가받는 동시에, 외교 관계, 환경 문제, 인권 문제, 현대 예술, 과학 기술 등 다양한 주제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 토론토 요크 대학교, 뉴욕 대학교 등에서 작문과 영문학과 문예 창작을 가르쳤고, 현제 국제사면위원회, 캐나다 작가협회, 민권운동연합회 등에서 활동 중이다. 토론토 예술상, 아서 클라크 상, 미국 PEN 협회 평생 공로상, 독일도서전 평화상, 프란츠 카프카 상 등을 수상했다. 2019년 『시녀 이야기』의 후속작 『증언들』로 부커 상을 수상했다. 이후 『도덕적 혼란』(2020), 『숲속의 늙은 아이들』(2023) 등 새로운 작품을 활발하게 발표하고 있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다른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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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정 옮김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서섹스 대학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상명대학교와 천안대학교에서 강의를 했으며, 옮긴 책으로는 『고양이 눈』, 『눈먼 암살자』 등의 마거릿 애트우드 작품 외에 『하나님이 당신의 이름을 속삭이실 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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