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회화 가족 No.1

조민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0년 8월 20일 | ISBN 978-89-374-0784-0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4x210 · 124쪽 | 가격 8,000원

책소개

지리멸렬한 일상을 산산이 폭발시키는 조용하고도 강력한 폭탄
세계를 전복시키는 블랙 시트콤으로 당신을 초대하는 시인 조민의 첫 시집

조민이 그린 풍경 속에서 학교는 불타오르고, 알은 깨어지며, 가족은 사라진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작은 세계가 산산조각 나는 순간. 이러한 ‘결정적 순간’을 작품으로 포착할 줄 아는 시인은 흔치 않다. 그리고 조민은 시한폭탄이 터지기 직전의 팽팽한 긴장과 터진 직후의 강력한 열기를 담아 시를 쓰는 드문 시인이다. 그녀의 시를 펼치는 사람들은 문득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조민의 첫 시집은 익숙한 것들의 부정에서 오는 짜릿한 충격으로 가득하다. 블랙 유머로 가득한 시트콤과도 같이 위악적이지만 그만큼 즐거운 그녀의 세계에서는 스승의 날이 되면 학교에, “그것도 교실에”(「스승의 날」) 불길이 치솟고, 고층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또 떨어지기 위해 9층 계단을 다시 오른다”.(「낙법」) 때로는 “내가 또 죽은 거 아냐?”(「중이염」)라는 의문이 생길 때도 있지만 “글쎄, 알 수는 없지”(「마지막 회」)라며 포기해 버리면 그만이다. 폭탄이 터지는 순간, 선과 악, 생과 사, 진과 위는 모두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2004년 《시와 사상》으로 등단한 이래, 확고한 전복적 세계관이 돋보이는 작품 활동을 꾸준히 펼치며 시단의 주목을 모아 온 이 유쾌한 시인은 이 한 권의 시집으로 우리에게 ‘어제’까지의 모든 것이 생경하게 느껴질, 신나는 신세계를 보여 줄 것이다.

편집자 리뷰

■ ‘아니’라고 외치는 아이들이 사는 마을
과감한 부정과 기발한 규정으로 만들어 낸 새로운 세계

조민은 끝까지 부정하고 처음부터 시작한다. 사물을 파괴하고 재창조하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시인은 자신만의 ‘스트리트 뷰(street view)’를 만들어 낸다. 그 풍경에는 섬뜩할 정도로 새롭고 창조적인 색채가 있다. 부정을 위한 부정이 ‘왜 안 되는지’를 묻는 천진하면서도 당돌한 시인의 음성은 마치 폭발적인 펑크록처럼 독자를 불온한 유쾌함에 젖게 한다.

새로운 문장마다 붉은 아가미를 벌리고 있지만
물고기는 절대 아냐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피카소의 저녁 식탁이지만 올가는 더더욱 아냐
혀를 날름거리며 세레나데를 부르지만 도마뱀은 결단코 아냐
―「올가의 저녁 식탁」에서

모든 것의 이름에 ‘아니’라고 말하던 시인은 또한 우리가 알던 것들에 알지 못하던 새로운 이름을 붙인다. 이 독특한 작업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살던 세계가 저만치 멀어지고 전혀 다른 세계가 문득 다가오는 체험을 하게 된다. 그 세계는 너무나 새로운 나머지 “오늘이 혹시 어제인가요?”(「일곱 번째 밤」)라고 묻게 될지도 모른다.

치렁치렁 해초 같은 머리채를 머플러처럼
목에 감고 엉덩이에 감고
히치하이크하는
너를, 헬로 히피라고 부를까
누구라고 부를까
(……)
옥상도 없는 계단을 올라가는 너를,
기침만 하면 배꼽이 자꾸 떨어지는
너를, 그냥
시인이라고 부를까
― 「RE : 테디 베어입니다」에서

소리 내어 읽을 때 유독 선명해지는 시가 있다. 조민의 시는 바로 그러한 시고, 조민은 그런 ‘음색’을 가진 특별한 시인이다. 그녀를 따라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듯 ‘아니야’를 반복하고 ‘뭐라고 부를까’ 고민하는 동안 우리는 세상을 재명명한다는, 시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탈을 맛보게 될 것이다.

■ 작품 해설 중에서
조민이 펼쳐 놓은 세계에서 일탈은 결코 소박하게 끝나지 않는다. 이 세계는 그렇게 순수하거나 순순하지 않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스스로 세계를 관찰하고 질문하면서 실체에 한 발짝 한 발짝씩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조민 시의 인물들은 자신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면서 성장한다. 그리하여 어느 순간 답을 찾게 되면 이들은 가슴속 깊숙이 아껴 두었던 느낌표를 꺼내 들고 환호한다. 이때 비로소 조민은 입때껏 모아 왔던 물음표들을 세상을 향해 던지기 시작한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다음 장면을 기다리며, 그녀가 입을 벌린 채 천진하게 묻는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떨어질 거니?” 그녀의 벌린 입에서는 이미 푸르싱싱한 말들이 꼬무락거리고 있다. 이 말들은 앞으로 다가올 상황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이 말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낙법」) 발사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녀가 이 직전(直前)의 긴장감을 즐기고 있고 언제든 세계의 옆구리를 찌를 준비가 완벽히 되어 있다는 점이다. -오은(시인)

■ 추천의 말
크라잉 넛이 아니다. ‘크라잉 에그’가 나타났다! “백 년에서 하루가 모자라 알을 못 낳고 백 년하고도 또 하루 동안 죽은 알만 내리내리 낳는”, 알의 시간만 살게 된 무시무시한 알이다. 그러면서도 “알 속으로 다시 들어갈 수 없어요 꿈틀거리는 것은 모두 다 먹어 치웠거든요”라고 태연하게 말하는 유머러스한 알이다. 이쯤 되면 크라잉 에그의 ‘극단적 아이러니’는 알의 운명이 아니라 알의 선택인 셈이다. 크라잉 에그의 시공간은 기존의 질서 체계와는 다른 방식으로 온다. ‘어제일지도 모르는 오늘’과 ‘나만 모르게 다시 태어난 나’와 “또 떨어지기 위해 9층 계단을 오”르는 “낙법”을 되묻는 조민 특유의 ‘블랙 시트콤’은 풍자도 아니고 삶에 대한 은유도 아니다. 고정관념으로 굳어진 세계를 전복시키기 위해 알 하나가 벌이는 미학적 사건이며 그 사건을 새로운 언어로 받아 적은 낯선 기록이다. 그러니 조심하시라. 조민이 벌이는 알 하나와의 싸움을. 재미로만 깨뜨렸다가는 예상치 못한 섬뜩한 것이 터져 나올 수 있다. -이원(시인)

작가 소개

조민

1965년 경남 사천에서 태어났다. 경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 《시와 사상》으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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