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하재영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0년 7월 26일 | ISBN 978-89-374-8310-3

패키지 양장 · 46판 128x188mm · 168쪽 | 가격 10,000원

책소개

스캔들은 어떻게 죽음을 불러오는가
 
소문의 희생양을 향한 대중의 냉혹한 응시
그 ‘시선의 폭력’을 파헤친 신예 하재영의 도발적인 첫 장편소설
 
희대의 스캔들 메이커로 불리던 미모의 여배우가 돌연 자살했다. 그리고 영원히 비밀로 묻혀 버린 그 죽음의 이유에 대해서, 또한 영원히 증명되지 않을 증언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문학성·다양성·참신성으로 무장된 신예들을 엄선, 계간 《세계의 문학》에 매호 전재하여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는 ‘민음 경장편’ 시리즈의 네 번째 주인공은 발레리나 출신의 작가 하재영이다. 김이설, 이홍, 황정은에 이어 또 한 번 문단의 반향을 불러일으킬 하재영의 첫 장편 『스캔들』은 한 여배우의 죽음과 그 죽음을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들을 추적하며 ‘소문’에 투영된 사람들의 욕망을 조명하고 있다.
뉴스에서 처음 보도된 자살 사건은 순식간에 일파만파로 퍼져 나가 연예 방송과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재해석되고 재구성된다. 누군가는 댓글을 달고 누군가는 글을 퍼 나르며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를 부른다. 아름다운 여배우, 화려한 스캔들, 의문의 자살. 이 매력적인 키워드는 단숨에 ‘검색어 1위’를 차지하게 되고, 모두가 그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아무도 진실을 알지 못한 채, 또한 진실에 신경 쓰지 않는다. 소문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사실인가 아닌가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그럴듯한가’뿐이다.
문학평론가 이광호가 지적한 것처럼 “위트와 서글픈 유머, 서늘한 문장 등으로 가독성과 흡인력을 부르는 주목할 만한 신인 작가” 하재영은 신예답지 않은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어법으로, 대중의 즐거움을 위해 소문을 만들어 내고 그 대상을 희생시키는 현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정면에서 바라보며 우리 안의 ‘냉혹한 대중’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소문 메커니즘’의 잔혹성을 놀라울 만큼 치밀한 사고와 철저한 주제의식으로 밝혀낸 작가 하재영. 이 영민한 신예는 곧 모두가 주목하는 ‘소문’의 중심에 설 것이다.

편집자 리뷰

■ “미아가 죽었다.” 확인된 사실은 그것뿐이었다
‘한’ 여배우의 죽음을 둘러싼 ‘무수한’ 이야기들
『스캔들』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나’는 자살한 여배우 신미아의 고교 동창으로, 익명이라는 차폐막 안에 숨어서 남의 이야기를 자신의 것처럼 능숙하게 들려주는 대필 작가이며, 요령 있게 절대 들키지 않을 불륜 관계를 갖고 있는 기혼녀이며, 불편한 진실보다 안전한 거짓을 즐길 줄 아는 대중의 일원이다. 그런 ‘나’와는 정반대로 대중의 선망과 질시를 동시에 받는 스타이며, 요령부득한 솔직함으로 곧잘 구설수에 오르는 스캔들 메이커이며, 화려하고 아름답고 시선을 사로잡는 존재였던 미아는 이른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그날, 미아는 왜 죽음을 택했는가.
연락하지 않게 된 지 오래인 동창의 죽음을 재구성하기 위해 연예 방송과 블로그 포스트를 섭렵하는 ‘나’는 무수한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만난다. 실패한 사랑과 부적절한 관계, 고질적인 우울증, 리스트컷 증후군, 이상 행동……. 여배우의 죽음을 설명하고 추측하는 그 모든 이야기들은 무엇 하나 진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이미 아무도 진실을 요구하지 않는다. 소문을 공유하고 있다는 은밀한 연대 아래, 얼굴 없는 대중의 무표정한 말들은 마치 생명을 얻은 것처럼 다만 퍼져나갈 뿐인 것이다.
작가는 철저하게 대중의 한 사람인 ‘나’의 시선을 통해 소문의 희생양인 미아를 바라봄으로써 우리 내면에 자리한 무표정한 대중을 고발한다. 연예인 커플의 파경, 유명인의 자살, 연예계의 뒷소문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스캔들과 마주치는 우리는 과연 얼마만큼의 신중함을 가지고 소문을 옮기는가.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에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우리 안의 폭력. ‘나’의 비밀이 밝혀지고 미아의 마지막 표정을 보게 되는 순간의 전율은 우리를 오랫동안 ‘생각’하게 할 것이다.
 
 
■ 상처 받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 세계
쿨하고 무심하게, 이 도시에서 살아남기

하재영은 지극히 도회적인 작가이다. 도시에서 자라나 도시를 소비해 온 작가의 소설은 차갑고 세련된 도시의 풍경과 닮아 있다. 소설의 인물들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않으며, 무슨 일에도 놀라지 않으려 애쓰고, 상대방보다 언제나 조금 더 쿨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아무도 먼저 속마음을 털어 놓지 않는 이 치킨 게임에서 끝까지 이겨 살아남고 싶은 사람은 끝까지 ‘감추면’ 된다. 무관심과 능숙함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큰 미덕으로 꼽히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가슴속에 저마다 ‘감추고 있는’ 것들에 대해, 하재영은 “연기가 직업이 아니라도 상황에 적응하고 사람들과 매끄러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들 어느 정도 연기를 하며 살아가는지 모른다.”라고, 공감할 수밖에 없는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다.
여배우 미아의 죽음은 그녀의 ‘솔직함’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누구보다 먼저 눈물 흘리고 먼저 모든 것을 말하던 그녀를 ‘우리’는 과연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스캔들』은 ‘솔직함’에 대한 우리들의 ‘솔직한 입장’을 환기시킨다.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감추는 도시에서의 삶, 이 소설은 그런 삶에 익숙해진 도시 생활자들을 위한 아주 현실적인 도시 생태서다.
 
■ 작품 해설 중에서
젊고 새로운 작가 하재영은 표면에 드러난 권력 관계 내면의 타락한 삶의 알리바이를 추출해 낸다. 풍요로운 이미지의 세상 속에서 작가는 더욱 세련화된 폭력의 구조를 읽어 낸다.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다는 것, 그 자체가 상처를 입고 폭력에 노출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작가는 이미지 범람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정서적 빈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공공의 희생양을 만드는 ‘나’의 세련된 무관심에 바로 쿨미디어 세대의 공허함과 폭력성이 담겨 있다. 타인과의 대화에는 행간이 너무도 깊고, 넓다. 그 행간에 자살과 생존 가운데의 선택이 놓여 있는 셈이다.
- 강유정(문학평론가)

목차

스캔들
 
작가의 말
작품 해설_ 소문의 재구성 : 강유정

작가 소개

하재영

1979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2006년 계간 《아시아》에 단편 「달팽이들」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2009년 서울문화재단 젊은 예술가 지원금을 받았다.

독자 리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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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폴라리스 2017.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