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의 지성 푸엔테스가 집요하게 그려 낸, 인간의 비극적인 ‘의지와 운명’20세기 멕시코 현대사를 총망라한 음모와 배신의 드라마악마와 손잡은 대부호의 일그러진 욕망과 그의 세 아들 앞에 강요된 피비린내 나는 숙명

의지와 운명 2

원제 La Voluntad y La Fortuna

카를로스 푸엔테스 | 옮김 김현철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0년 7월 16일 | ISBN 978-89-374-6252-8

패키지 반양장 · 신국변형 132x225 · 304쪽 | 가격 10,000원

책소개

라틴아메리카의 지성 푸엔테스가 집요하게 그려 낸, 인간의 비극적인 ‘의지와 운명’20세기 멕시코 현대사를 총망라한 음모와 배신의 드라마악마와 손잡은 대부호의 일그러진 욕망과 그의 세 아들 앞에 강요된 피비린내 나는 숙명
라틴아메리카의 대표적인 작가이자 진보적 지식인이며,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언급되는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신작 『의지와 운명』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251, 252)으로 출간되었다. 멕시코의 게레로 주 연안에 굴러다니는 잘린 머리가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의 일생을 고백하는 형식의 이 작품은, 현실과 환상의 견고한 경계를 허물어뜨리며 작가 특유의 신화적이며 비장미 넘치는 세계를 보여 준다.푸엔테스는 『의지와 운명』을 통해, 한 개인의 비뚤어진 욕망이 어떻게 사회악을 낳고, 비극적인 역사로 이어지는지를 절묘하게 다룬다. 부와 권력에 집착했던 콘셉시온 부인, 어머니의 욕심 때문에 일생이 일그러졌음에도 역시 같은 전철을 밟는 막스 몬로이, 서로를 한 몸처럼 아끼는 두 형제 여호수아와 예리고, 그리고 부친살해라는 위험한 욕망을 품은 채 살아가는 또 다른 형제 미겔 아파레시도……. 이들은 약육강식의 법칙이 역사를 지배하는 한, 개인이 감당해야 할 숙명적인 비극은 대물림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작가는 그 배경에 멕시코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치밀하게 배치해 사회적 부패와 인간 본성 사이의 단단한 고리를 풀어낸다.푸엔테스 말년의 걸작 『의지와 운명』은 20세기 멕시코의 역사와 현실을 총체적으로 다룬 대서사시이자, 작가가 평생을 두고 천착해 온 ‘멕시코인의 정체성’에 대한 완결판이라 할 만하다.

편집자 리뷰

한 여자를 차지하기 위한 형제들의 배신과 증오, ‘21세기 카인과 아벨’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작품들은 흔히 건축물과 비교된다. 복잡한 건축물의 설계도를 그리듯 작품을 치밀하게 설계하는 그만의 방식은 『의지와 운명』에서도 절묘하게 이루어진다. 열 명 남짓한 주요 등장인물들을 통해 한 세기에 이르는 역사를 언급하기 위해서 푸엔테스는 성경, 신화, 전설, 역사 등을 동원하거나, 환상적인 설정으로 세계를 재조직한다.이 작품은 멕시코의 게레로 주 연안에서 잔물결에 흔들리는 여호수아의 머리가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여호수아는 그해 천 번째로 머리가 잘린 사람이다. 어려서 코가 크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던 여호수아는 한 살 많은 예리고에게 도움을 받고, 둘은 친구가 된다. 고아였던 두 사람은 자신들의 만남이 운명적이라고 믿으며 아우구스티누스와 토마스 아퀴나스, 니체와 스피노자의 책을 읽고 토론을 나눈다. 그들은 함께 법대에 진학하기로 약속하지만, 예리고는 돌연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다. 그리고 그 사이 여호수아는 예전에 죽은, 훗날 자신의 할머니로 밝혀지는 안티구아 콘셉시온의 망령과 대화를 나누며 역사적 사실들을 배워 간다. 또한 여호수아는 논문을 쓰기 위해 교도소를 드나들며 많은 범죄자들을 만난다. 특히 ‘죄수들의 왕’ 미겔 아파레시도에게 흥미를 느끼는데, 그는 자신이 감옥에서 나간다면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찾아가 죽일까 봐 두려워 스스로를 감옥에 가둔 사람이었다.졸업을 한 여호수아는 변호사 상히네스의 주선으로 통신 서비스 분야의 대기업에 취업하고, 프랑스에서 돌아온 예리고는 대통령 보좌관이 되어 꿈을 펼칠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여호수아는 회장 막스 몬로이의 애인이자 비서인 아순타 호르단에게 반해 다른 것들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여호수아는 그녀를 원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 곁에 따라다니는 몬로이의 그림자에 늘 움츠러든다.무능한 대통령에게 반감을 품은 예리고는 반동분자들과 반란군을 조직하다가 결국 들키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몬로이의 회사로 피신한 예리고는 그곳에서 만난 아순타에게 반하면서부터 여호수아와 한 여자를 두고 앙숙이 된다. 어린 시절 절친했던 ‘카스토르와 폴룩스’가 이제는 ‘카인과 아벨’처럼 질투심에 서로에게 살의를 품는 관계로 변한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여호수아는 미겔의 아버지가 바로 몬로이라는 사실뿐 아니라, 몬로이에게는 숨겨진 아들들이 더 있다는 비밀도 알게 된다.
멕시코 현대사를 아우르며 근대화의 그림자를 신랄하게 파헤친 작품
『의지와 운명』은 비극적인 숙명을 대물림하는 삼 대의 이야기를 통해 격동의 20세기를 보여 준다. 1대는 무덤에 갇힌 전근대적인 망령 안티구아 콘셉시온, 2대는 그의 아들인 산업 시대의 대재벌 막스 몬로이, 그리고 3대는 미겔, 예리고, 여호수아 형제들이다. 그중 세 형제들은 전근대와 근대가 버린 오물 같은 존재들이다. 이 세상에 이들을 위한 자리는 없다. 이들은 태생부터 어딘가 결핍되고 불완전한 채로 살아간다. 하지만 이들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각각 다르다. 미겔은 전 세대의 부정을 알고는 있으나 체념해 버리고 스스로의 자유의지를 포기한다. 예리고는 자신의 뿌리, 즉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이상적인 세계를 향해 돌진하지만 이내 무너지고 만다. 여호수아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위화감을 느끼지만 그것을 직시하지 않고 기성 질서와 타협하며 수동적으로 살아간다. 패배주의, 폐쇄성, 파편화는 바로 오늘날 멕시코 젊은이들의 얼굴들이다.

루차, 직장 생활은 전혀 안 해 본 거야? 나는 실업자야. 일할 필요 없어. 사회로부터 쫓겨났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거야? 사회가 나를 침략하기 전에 내가 사회를 먼저 침략할 수 있어. 루차, 내적인 갈등이라도 있는 거야? 나는 지금 세상에 맞서 싸우는 중이야. 사회에 대한 불만이 뭔데? 나는 영원한 채무자가 되기 싫어. 넌 사회에서 바로 그런 존재야. 영원한 채무자.

이 작품을 발표하고 푸엔테스는 나서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게레로 주에서 목이 잘려 죽은 사람들이 발견되기 전에 나는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현실이 허구를 능가합니다.” 여호수아의 머리는 자신이 멕시코에서 그해 천 번째로 잘린 머리라고 밝힌다. 해변에 나뒹구는 잘린 머리는 소설을 위한 과장된 설정이 아니라, 멕시코에서 연일 신문지상에 오르는 잔혹한 사건들 중 하나일 뿐인 것이다. 푸엔테스는 오늘날 멕시코에 만연한 ‘폭력’은 사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까지 말한다. 어째서 우리는 이토록 살벌한 사회에 살게 되었는가? 그는 지난 세기의 멕시코를 거슬러 올라가며 그 이유를 찾는다.

이런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역사 시간에 매일같이 듣는 말이잖아? 아무개가 무기를 들고 일어나 아무개를 물리쳤고, 그런 이유로 또 다른 아무개가 일어나 또 다른 아무개를 무찌르고, 계속 그런 식이지. 어이, 친구들, 역사는 바로 이런 식으로 흘러가잖아. 타도의 연속이라고.

푸엔테스는 새로운 세기에도 피가 피를 부르는 역사가 반복될 것이라며 불길한 예언을 남긴다. “우리의 20세기에는 잔인한 사건들이 넘쳐 났다. 다음 세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그의 말처럼 이 작품 속에는 아우슈비츠와 아부그라이브, 스탈린그라드와 틀랄텔롤코, 바르샤바의 게토와 인도차이나의 밀림 등 20세기 역사의 부끄러운 잔혹사가 곳곳에 드러나 있다. 인구, 노동 운동, 상업 광고, 범죄, 부동산 투기 등 여전히 위험이 도사리는 근대화의 숙제들도 마찬가지다. 텔레비전 수상기는 있지만 식수는 없는 현실, 푸엔테스는 그 암울한 부조리 속에서 작가의 존재 이유를 찾는다.
“글쓰기란 침묵과 싸우는 전쟁이다.”
그는 상상력과 언어를 제외한다면 작가가 국가에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가를 물으며 자신의 역할을 밝힌다. “설령 단 한 대의 텔레비전도, 단 한 부의 신문도, 단 한 사람의 역사가나 경제학자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소설가는 아직 쓰이지 않은 영역을 마주하면서 계속 존재할 것이다.”작가 스스로 “살벌한 사회에 대한 엑스레이사진”이라고 말했듯 이 작품은 표면적인 사건들을 한 꺼풀 한 꺼풀 벗겨 나가며 생생한 진실에 다가간다. 인간 본성의 선악을 집요할 정도로 파헤쳐 밝히는 그는 나약함, 선의, 포용이 얼마나 쉽게 ‘악’의 다른 얼굴이 되는지를 실감하게 한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이야기한다. 세 젊은이를 끝없는 방황으로 몰고 간 자본주의의 왕, 대기업 총수 막스 몬로이는 이미 너무 늙었다. 그다음에는 무엇이 올 것인가? 누가 그의 유산을 이어받을 것인가?그는 과거의 역사는 굳어 버리는 게 아니라 매 순간 새로 창조되는 것이라고 믿는 작가다. 그가 그린 도둑들, 깡패들, 살인범들, 포주들, 퇴역 군인들, 타락한 성직자들, 미친 미국인들, 파산한 연금 수급자들은 근대화라는 거대한 실험의 작은 얼룩으로 치부되어 발전의 세계사에는 언급되지 않을 인물들이지만, 우리는 언젠가 이 작품을 두고 20세기 세계사를 연구할 것이다.

작가 소개

카를로스 푸엔테스

1928년 파나마의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태어났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유럽과 아메리카 곳곳을 옮겨 다니며 성장했으며, 열여섯 살 때 멕시코로 돌아와 멕시코 국립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1958년 『공기가 청명한 지역』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아우라』, 『아르테미오 크루스의 최후』, 『라우라 디아스의 세월』, 『의지와 운명』 등을 발표하며 멕시코 국가 문학상, 세르반테스 문학상 등 스페인어권 최고의 상들을 휩쓸었다. 주로 멕시코의 정체성에 대해 성찰해 온 그는 정치 사회에 대한 시각뿐만 아니라 문학적으로 완벽한 구조, 실험적인 형식으로 평론가들에게 찬사를 받으며 라틴아메리카를 대표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소설가 외에도 문학 비평가, 시사평론가, 교육자 등 다양한 직업을 넘나들며 재능을 발휘했고, 프랑스 주재 멕시코 대사로 임명되는 등 정치인으로도 활약했다.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지식인이자 작가로 폭넓은 활동을 했던 그는 2012년 5월 15일 멕시코시티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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