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앙드레 지드가 자신의 유일한 ‘소설(roman)\\\\\\\'이라 칭한 작품

위폐범들

원제 Les Faux-Monnayeurs

앙드레 지드 | 옮김 원윤수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0년 6월 25일 | ISBN 978-89-374-6249-8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580쪽 | 가격 13,500원

책소개

1926년 출간된 『위폐범들』은 앙드레 지드가 자신의 유일무이한 ‘소설’이라고 했을 뿐만 아니라 ‘마지막 작품’이라 생각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담고자 한 작품이다.
자신이 사생아임을 우연히 알고 집을 나온 혈기왕성한 청년 베르나르, 온화하지만 세상과 마주보는 것이 서툴렀던 문학소년 올리비에, ‘글쓰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지식인 에두아르,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일화가 얽히고설킨 이 ‘소설’은 마치 위조화폐처럼 거짓된 모습으로 거짓 세계 속을 표류하는 이들이 진정한 자아와 삶의 의미를 발견해 가는 여정을 그린다.
『위폐범들』에서 앙드레 지드는 제도와 인습에 대한 반항, 동성애, 성실성, 선과 악 문제, 삶의 양식 등, 너무나 “지드적인” 주제를 통해 모순으로 가득한 현실과 자신에게 주어진 불합리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함 ‘삶’이며 눈부신 ‘내적 성장’임을 보여 준다.

* “프랑스적 사유의 한 지표가 되는 작가,”-사르트르

편집자 리뷰

지드의 유일한 ‘소설’, 『위폐범들』
베르나르는 자신이 사생아임을 우연히 알고 편지만 한 창 남긴 채 집을 나온다.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지만 젊은 베르나르는 어떤 짓을 해서든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이상한 자신감에 넘친다. 베르나르는 친구 올리비에의 집에서 하룻밤 묵으며 올리비에가 흠모하는 외삼촌 에두아르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그에 대해 호기심을 품는다. 소설가인 에두아르는 조카 올리비에의 인품과 문학적 재능에 큰 관심을 보이지만 자기 뒤를 쫓아온 베르나르의 꾀에 감탄해 그를 자신의 비서로 삼는다.
한편 올리비에의 형 뱅상의 아이를 가진 로라는 그 사실을 남편에게 숨긴 채 옛 사랑 에두아르에게 도움을 청하고, 에두아르와 로라 그리고 베르나르는 함께 여행을 떠난다. 그들의 여행에 심한 질투를 느낀 올리비에는 홧김에 천박한 소설가 파사방 백작과 어울리고 두 사람은 추문에 휩싸인다.
앙드레 지드는 자신의 픽션을 세 종류로 나눈다. 『배덕자』, 『좁은 문』, 『전원 교향곡』, 『이자벨』, 『여성의 학교』3부작 등을 ‘이야기(récit)’, 『팔뤼드』, 『교황청의 지하도』처럼 풍자적인 작품을 ‘풍자물(soties)’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가 유일하게 ‘소설(roman)’이라 명명한 작품이 바로 『위폐범들』이다. 뿐만 아니라 지드가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남김없이 쏟아 넣고자 한 작품이기도 하다.
실제 앙드레 지드의 작품들은 대부분 짧고 간결하며,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하지만 지드 자신이 부단히 비판 정신과 연륜을 확대해 가면서 그의 작품은 서서히 “닫힌 영역 이상의 것, 가능한 한 개방되어 있으며 현존하는 삶을 나타내는 모든 것을 집결하는 총화소설”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지드가 명명한 ‘소설’이란, 가장 차원이 방대하며, 작가의 명성을 정착시킬 수 있는 야심만만한 용어다.
이를 반영하듯 『위폐범들』에는 서로 다른 여러 일화들이 여섯 가정, 즉 프로피탕디외 가, 몰리니에 가, 파사방 가, 브델아자이스 가, 라 페루즈 가, 소프로니스카 가 등을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히며 전개된다. 뿐만 아니라 10대 소년에서부터 청년, 장년층과 노년층 등 거의 모든 세대가 다루어지며, 중학생, 고등학생, 법조인, 소설가, 의사, 교사, 목사, 주부, 하인 등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등장해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위조화폐처럼 거짓된 모습으로 거짓 세계 속을 표류하는 인간 군상
‘위폐범들’이라는 제목은 작품 속 여러 주제 중 특히 ‘스트루빌루’라는 인물에 조종되어 위조화폐를 은밀하게 유통하는 중학생 소년들의 일화에서 따온 것이다. 하지만 이 ‘위조화폐’ 사건은 사건 자체로는 500쪽이 넘는 기나긴 작품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그 상징적인 의미가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위폐범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대부분 마치 위조화폐처럼 거짓된 모습으로 살아간다. 베르나르는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한 양아바지의 마음을 외면하고 강한 척 세상으로 뛰어든다. 올리비에와 에두아르는 서로에 대한 호감을 숨긴 채 각자 다른 상대와 여행을 떠난다. 로라는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했던 에두아르와 헤어져 심성이 곱지만 유약한 남자와 안정적인 결혼을 한다.
이러한 자기기만적인 모습은 젊은(어린) 사람들에게서만 드러나지 않는다. 바람을 펴서 베르나르를 낳지만 진짜 사랑은 숨긴 채 살아가는 프로피탕디외 부인, 남편의 불륜을 알지만 못 본 척, 오히려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숨겨 주려 애쓰는 폴린, 자살을 꿈꾸지만 정작 죽음을 두려워하는 노인 라 페루즈 등, 작품 속 인물들은 거의 모두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알지 못하고, 혹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이어나간다.
자기기만과 위선, 가족 문제, 세대 간 갈등, 질투, 죽음, 의미 없는 나날들과 마주치며 방황하면서도 끊임없이 고뇌하고 사유하는 인물들을 통해 앙드레 지드는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젊은이의 열정과 자신감, 반항심으로 가득 찬 베르나르가 주어진 운명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다 결국 어엿한 성인이 되는 과정은 모순으로 가득한 현실과 자신에게 주어진 불합리한 환경 속에서도 항상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삶’이며 눈부신 ‘내적 성장’임을 보여 준다. 이것이 지드가 이 소설에서 추구한 “가장 의미 있는 삶의 양식”인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결정이 서기까지 만일 제가 잘못 살아간다면 어떡하죠?”
“그 자체가 가르침이 될 테지. 위를 향하기만 한다면 자기 마음이 기우는 쪽을 따르는 게 좋아.”
-작품 속에서

에두아르의 노트, 혹은 일기―소설가의 치열한 글쓰기, 그 고뇌와 성장의 기록
『위폐범들』은 프랑스 문학사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졌고, 비평가들에게서 논란의 중심이 되었으며, 지금까지도 많은 프랑스 대학교에서 교재로 삼을 뿐 아니라 수많은 논문과 연구 서적 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것은 이 작품이 제도와 인습에 대한 반항, 동성애, 성실성, 선과 악 문제, 삶의 양식 등, “지드적인” 주제를 다루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바로 지드가 이 소설에서 의욕적으로 시도한 여러 실험적 장치 때문이다. 이 새로운 시도로 평론가들은 『위폐범들』을 소설 장르의 전통적인 개념을 거부한 반소설의 모델이라고 규정하였으며, 누보로망의 선구적인 작품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지드는 『위폐범들의 일기』라는 저술을 통해 자신이 『위폐범들』을 쓸 때 자신의 주된 관심이 ‘무엇을’ 쓰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였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도 소설 기법과 구성에 특히 골몰했다.
이는 주요 인물 중 하나인 에두아르의 직업이 소설가이며, 『위폐범들』의 3분의 1 정도가 그의 일기로 구성되어 있다는 데에서도 잘 드러난다. 『위폐범들』은 주로 에두아르의 일기를 통해 그의 주변 세계(즉 작품의 세계)와 소설이라는 장르, 그리고 소설을 쓰는 행위 자체에 대해 성찰하고 비판한다. 에두아르가 작품 속에서 쓰려고 마음먹은 소설의 제목 역시 「위폐범들」이다. 지드는 에두아르가 「위폐범들」을 쓰는 과정, 그리고 「위폐범들」을 쓰기 위해 ‘일기’를 쓰는 과정을 통해 ‘이야기가 어떻게 구상되고 어떻게 쓰이는지’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이는 곧 지드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고찰이다.
『위폐범들』은 사실주의적 구습으로부터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한 채, 답보 상태에 이르렀다 생각하는 소설 장르에 돌파구를 열고자 한 지드의 노력의 결과인 것이다.

작가 소개

앙드레 지드

1869년 파리 법과 대학 교수인 아버지와 루앙의 유복한 사업가 집안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격정적인 성격에 몸이 허약했던 지드는 열한 살에 아버지가 사망하자 어머니와 외사촌 누이 등 여자들에 에워싸인 채 엄격한 청교도적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는 동안 신경 쇠약에 시달렸다. 『앙드레 발테르의 수기』로 문단에 데뷔한 그는 1893년 북아프리카 여행 중 결핵으로 신음하다가 회복되면서 처음으로 삶의 희열과 동성애에 눈을 뜨고, 마침내 모든 도덕적 · 종교적 구속에서 해방되어 돌아온다. 『지상의 양식』은 시, 일기, 여행 기록, 허구적인 대화 등 다양한 장르가 통합된 형식으로, 이때의 해방감과 생명의 전율을 노래한 작품이다.
1909년 친구들과 함께 문예지 《N.R.F.》를 창간하면서 그의 엄격하고 고전적인 스타일은 20세기 전반기 프랑스 문단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1914년에 주인공 라프카디오의 무상행위로 유명한 『교황청의 지하도』를, 1919년에는 『전원 교향곡』을 발표하고, 1920년대 초에는 과거, 도덕적 구속, 전통적 예술로부터 3중의 해방을 구가하며 『한 알의 밀알이 죽지 않으면』, 『코리동』, 『위폐 제조자들』을 연달아 발표했다. 한편 『콩고 기행』을 통해서 식민주의를 고발하고, 『소련 기행』을 통해서 공산주의가 주는 매혹과 환멸을 표현하기도 했다. 1938년 아내가 사망한 후 일생 동안 꾸준히 써온 여러 권의 『일기』를 발표하기 시작했고, 1947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1951년 파리의 자택에서 폐 충혈로 사망했다.

원윤수 옮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소르본 대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명예교수이다. 저서로 『스탕달과 낭만주의』, 『불문학 개론』(공저), 『프랑스어 문화권의 이해』, 『스탕달, 정열적이고 자유로운 한 정신의 일대기』 등이 있고, 역서로 『현대인의 대화』, 『나폴레옹의 불멸의 페이지』, 『북호텔』, 『위폐범들』 등이 있다.

전자책 정보

발행일 2012년 11월 1일 | 최종 업데이트 2012년 11월 1일

ISBN 978-89-374-9549-6 | 가격 9,450원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앙드레 지드가 자신의 유일한 ‘소설(roman)’이라 칭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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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제목 댓글 작성자 날짜
제법 눈물 같은데 하고 그는 생각했다
heostein 20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