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서효인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0년 5월 31일 | ISBN 978-89-374-0783-3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4x210 · 128쪽 | 가격 9,000원

책소개

거리의 악동 서효인, 그 생생하고 뜨거운 고순도의 시어
회색 콘크리트 거리를 어지럽게 물들이는 강렬한 언어의 그래피티

누구보다 나이브(naive)한 라이브(live)로 세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젊은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서효인이 그려 낸 거리의 주민들은 생생하게 살아서 분노하고 있다. 시인이 펼쳐 보이는 ‘진짜 거리’에서 우리는 동네 어귀 오락실에서 장풍을 주고받는 ‘팔 할이 고수인’ 소년들과, ‘사납게도 계속 커 가며’ 분노의 슬램덩크를 꿈꾸는 소녀들을 만난다. 도시의 이삼류 인생들, 성장을 박탈당한 그들의 소외당하고 도외시된 성장통과 응축된 묵은 분노를 세대의 언어로 묘사해 낸 시인은 나아가 시편마다 그 모든 분노를 솔직하게 터뜨리고 있다. 무채색 도시의 골목길을 불온한 원색으로 물들이는 그래피티(graffiti. 벽면 등에 스프레이로 그리는 낙서화)처럼, 그 정직하고 신선한 저항의 강렬한 색채는 시집을 읽는 모두를 살아 있게 한다. 서효인의 시가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은 바로 살아 있다는 것, 살아 있게 한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과 자신의 경험을 시적으로 진술하는 좋은 덕목”(시인 김혜순)을 가지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등단 이래 사회와 타자를 순수한 시선으로 응시해 온 서효인. 오늘 우리는 한결같은 열정으로 화낼 줄 아는, 나아가 그 뜨거운 생기를 모두에게 전이시킬 줄 아는 한 명의 시인을 만나게 되었다.

편집자 리뷰

■ 이봐, ‘진짜 거리’가 뭔지 가르쳐 줄까?
― 소년으로, 파르티잔으로 비정한 거리에서 살아남기 위한 안내서
서효인의 거리에 사는 스트리트 파이터(Street Fighter)들은 이 순간, 저 문밖의 거리를 오가는 진짜 요즘 아이들이다. 그들은 나가요 밴드가 연주하는 ‘10대의 스피릿이 담긴 코드’를 들을 줄 알고, 치미는 분노를 조절하기 위해 ‘오락실 게임기의 필살 격투기’를 구사할 줄 안다.
“진짜 거리를 알고 싶냐?”(「거리의 싸움꾼 ― 분노 조절법 초급반」)라고 당돌하게 질문하는 그 “만국의 소년”들은 “근엄한 얼굴로 인생의 진리를 논하는 정규군의 향연”(「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에 궐기할 것을 호언하며 게임기가 늘어선 오락실에서, 밀레니엄을 맞이한 음습한 중국집에서, 학원가의 명멸하는 간판 아래서 파르티잔의 불온한 이름표를 달고 우리 앞에 진군한다.

무거운 가방에 매달려 참고서를 완주하던 당신, 바로 당신. 붉은 엉덩이를 치켜들고 만국의 소년이여, 분열하세요. 배운 대로, 그렇게.
(……)
부릉부릉 분열하는 파르티잔들이 습격을 거듭하는 이상한 트랙에서, 소년들이여, 등에 누운 참고서 아래에 붉고 뜨거운 바람의 계곡을 기억해요. 그리고 궐기해요.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에서

오늘의 소년 소녀들을 향해, 오늘의 소년 소녀가 보내는 선동의 메시지. 묻고, 비웃고, 화내는 서효인의 아이들은 누구보다 이 거리를 잘 ‘견뎌 내기’ 위해 우리가 직시해야 할 인물들이다.

■ 웃어 봐, 독이 오른 웃음을
― 이삼류 인생들을 위한, ‘한없이 시끄러운’ 송가
인간이 가장 외로워지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짓고 마는 웃음이 있다. 서효인이 그려 낸 루저들의 서사를 읽을 때 터져 나오는, 까닭 모를 폭소는 바로 이 웃음에 가장 가까워 있다. 좌절도 분노도 결국에는 자신의 삶까지도 희화화하여 다 함께 낄낄 웃어 버리는 이삼류 인생들의 의연한 코미디가 그의 시에서 펼쳐진다.

나는 마스크 X, 이마에 땀띠가 나도록 경기에 열중하는 프로페셔널, 오늘의 상대는 멀쩡한 옷을 잡아 뜯기로 소문난 분노의 헐크호건이다 그는 아름다운 금발이지만 소갈머리는 공허하다 그는 반인반수의 신화적 기술과 근성을 갖고 있다 (……)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말할 것이 별로 없는 X, 소개도 필요 없는 마스크 X, 반칙왕 마스크 X, 헐크호건을 상대하는 메인 이벤터가 되기까지 나는 수없이 많은 약물을 내 핏줄에 흘려보냈다
―「마스크 1」에서

영원한 금발의 승자 헐크호건과 맞서 “부정(不正)과 부정(不定)”으로 점철된 악행을 저질러야 하는 영원한 패자 마스크 X의 슬픈 숙명. 그가 자신의 “마스크를 벗”는 순간, 우리는 이 모든 ‘부정’들에 “무슨 표정을 지을지 몰라 웃고”(「마스크 3」) 말 뿐인 쑥스러운 소년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진정 관객과 공명하는 희극이 그러한 것처럼, 고통의 공감을 통해 시를 읽는 독자의 마음을 공명시키는 폭소의 순간, 우리는 어느새 자신의 마스크를 벗고, 마스크 X의 웃음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 작품 해설 중에서
서효인의 첫 시집은 개별적 서사를 지닌 인상적인 장면들이 하나의 화면에 오버랩된 시적 그래피티로 기억될 것이다. 분노가 슬픔을 들여다보면서 한 소년의 성장기는 시작되었다. 루저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삶에 대해 추체험하는 힘이 소년을 자라게 했다. 마침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힘과 똑같은 종류의 힘이 청년의 분노를 붓끝으로 밀어 올렸다. 안료 냄새 가득한 그의 그래피티에는 생기가 가득하다. 아무렴, 서효인은 라이브로 그래피티를 그리는 시인이다, 힘내라. 마스크 X! ― 조강석(문학평론가)

■ 추천의 말
고객의 매장된 불안 갱도를 파 내려가야만 하는 경력직 영업 광부를 엄마로 둔 아들은 자라서 무엇이 되었는가. 그는 필멸을 목전에 두고 불안에 떠는 인류의 불안 갱도를 파 내려가는 셰에라자드, 혹은 지구 종말 이야기가 데워 놓은 ‘물에 잠겨 부레처럼 지갑을 벌’리는 사람들을 발굴하는 마지막 ‘이야기 광부’가 되었다. 한 꺼풀 현상의 세계 아래엔 ‘누구의 코털에도 걸러지지 않는 유독가스처럼 질긴 이야기’들이 매장되어 있다. 그는 풍경의 장막 뒤에 숨어서 필멸을 향해 작동하는 서사의 폭주를 따라가면서 우리의 발밑에서 생육하는 비밀스런 이반(異般)의 세계와 접선하여 음란과 광기와 결손과 분노의 절면을 떠낸 보고서들을 작성한다. 그는 그가 시간의 주름 속을 기어 다니며 발굴한 이야기들이 일종의 안내서, 분노 조절 지침서, 행동 지침서가 되기를 바란다지만 ‘마지막 이야기’가 ‘눈을 뜨고’ 있는 그의 시들은 우리를 ‘더워서 눈물 나고 슬퍼서 땀이 나는’, ‘슬플 틈도 없이 뜨거운’ 세계로 데려가고야 만다. ― 김혜순(시인․서울예대 문창과 교수)

서효인의 시가 향하는 곳은, 엄연한 현실이었음에도 우리 시가 괄호로 묶어 놓았던 이삼류 인생들의 삶이다. 그는 “싸구려 성탄 트리처럼 빛”나는 이 비주류적 삶과 욕망을 다양한 문화적 코드와 환상을 결합시켜 낯설게 보여 주면서, 세계의 “도도한 박자”들 사이에 “엇박자의 악센트”를 그려 넣고 있다. 서효인 시가 주목하는 이런 비주류적 현실은, 세계의 공식에는 들어갈 자리가 없어 “나는 누구지?” 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결국 이삼류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서효인이 속한 세대의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러므로 서효인이 “진짜 거리를 알고 싶냐?”라고 묻는 것은, “주제들의 세상”에만 속한 선배들의 문학에 대해서인 것처럼 보인다. 실눈을 뜨고 보는 세상은 나란하지가 않으며, “터진 풍선처럼 일그러”져 있을 뿐이라고 서효인의 시는 말하고 있다. “그것이 리얼”이라고 주장하는 그의 시에서 나는 이 시대 새로운 서정의 가능성을 본다. ― 김근(시인)

목차

自序
1 분노의 시절
킬링 타임  장난치기 좋은 날  저녁의 전화벨  광기의 재개발  거리의 싸움꾼 – 분노 조절법 초급반  분노의 시절 – 분노 조절법 중급반  밀레니엄 송가 – 분노 조절법 고급반  하이라이트입니다  해로운 자세  고래를 잡는 아이를 위한 안내서  커피를 뽑는 사이

2 잭슨빌의 사람들
알파벳 공갈단  슬램, 성장기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폭소  잠자는 감자  속성  박치  잭슨빌의 사람들  애프터서비스  마지막 이야기는 눈을 뜨고  착하고 즐거운 코스  지켜보고 있다  이미 망한 가게  슈퍼 마氏

3 단 하나의 사람
FC 게토의 이삼류 골키퍼  한없이 시끄러운 쟁반  그리고 다시 아침  비닐하우스  녹색어머니회에서 알림  일어서, 건담  블랑코의 잃어버린 코를 찾아서  카누를 밀며  목격자  냄새나는 사람  걱정하는 사람  내려가는 사람  단 하나의 사람

4 마스크
갑각류의 말  내가 바로 배호라니까  부지런한 생물  웃어 봐, 프레이저  City 100 다이어리  이렇게 그렇게 혀  처음부터 나가요 밴드는 아니었지만  메리메리 바나나 이산기(離散記)  마스크 1  마스크 2  마스크 3  수전노 솔레니오
작품 해설 / 조강석악동 라이브 시인의 그래피티

작가 소개

서효인

1981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전남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명지대 문예창작과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2006년 《시인세계》로 등단했으며 현재 ‘작란(作亂)’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독자 리뷰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