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 버리고 싶어.아니, 그만큼 간절하게 사랑받고 싶어.

[품절] 가출

어느 거리 소녀의 일기

원제 Runaway (A Diary Of A Street Kid)

에벌린 라우 | 옮김 안명희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0년 5월 26일 | ISBN 978-89-374-9022-4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460쪽 | 가격 13,500원

책소개

도발적이고 솔직한 글쓰기로 캐나다 문단을 깜짝 놀라게 한 중국계 캐나다 작가 에벌린 라우의 자전적 소설 『가출』이 민음사 모던 클래식 22권으로 출간되었다. 에벌린은 자신의 가출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다. 어릴 적부터 문학잡지에 글을 발표하고 문학상을 받아 오며 탁월한 문학적 재능을 보인 에벌린이 스물두 살에 쓴『가출』은 그녀가 가출한 후 2년간 직접 겪었던, 거칠고 위험한 거리의 생생한 기록이다. 이 작품을 구성하는 하루하루의 일기에는 불안한 삶과 스스로에 대한 멸시 속에서 흔들리며 고통받는 심리가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한 가출 소녀의 자기 파괴 욕구와 수치심을 그려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작가가 되려는 열렬한 소망을 품은 한 지적인 소녀의 내면을 탁월하게 포착하고 있다. “가장 강렬하고 화끈한 길거리 삶의 초상”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에벌린 라우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며 주목을 끌었고, 산드라 오 주연의 텔레비전 영화 「에벌린 라우의 일기」(1993)로 방영되어 널리 알려졌다.

편집자 리뷰

차가운 거리에서 무너진 심정으로 적어 내려간, 한 감수성 예민한 소녀의 내밀한 일기장

부모의 안락한 보호에서 벗어나 차가운 거리로 나가는 데에는 얼마만큼 비범한 용기가 필요할까. 열네 살의 에벌린은 총명하고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타고난 소녀였지만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했다. 어머니는 그녀를 윽박질렀으며, 그녀에게 사랑을 준 유일한 사람인 아버지는 어머니의 등쌀에 무력한 데다 실직 후에는 그녀를 방치했다. 좌절감에 시달리던 에벌린은 가출을 감행한다. 2년간에 걸친 길거리 삶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그녀의 일기는 바로 이 시점에서 시작된다.
에벌린은 혼란스러운 매일의 삶에 대한 솔직한 고백을 일기장에 쏟아붓는다. 일기 형식으로 방황의 여정을 기록한 것은 마약에 빠진 10대 소녀의 삶을 짤막한 일기로 기록한 작가 미상의 『이상한 나라에 빠진 앨리스』(1971)나 뉴욕의 뒷골목에서 좌절감에 휩싸여 마약과 방종으로 빠지는 10대 소년이 일기로 자신의 감정을 기록한 짐 캐롤의 『바스켓볼 다이어리』(1978)와 비슷하다. 사회 복지 시설을 떠돌아다니고, 마약을 하며, 자살 시도로 정신 병원에 갇히기도 하는 에벌린의 일기에는 이 모든 방황의 여정과 함께, 어느 날은 마약의 환각에 기분 좋게 녹아들다가도 그다음 날은 헤어 나올 수 없는 우울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대는 그녀의 급격한 감정 변화가 솔직하게 드러나 있다.
그러면서도 에벌린은 시나 단편 소설을 써 응모하는 등 희망의 몸짓을 그치지 않는다. 문학상을 받을 때마다 그녀는 죽음을 바라는 자신과 문학가로서 성공하기를 바라는 자신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 이 모든 감정의 기록인 일기는 자신의 존재를 놓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2년 동안의 일기는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한 10대 가출 소녀의 불안정한 마음 상태와 그녀의 문학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보여 준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만큼 사랑받고 싶었던 소녀의 갈망

에벌린은 결핍된 애정의 욕구를 주체하지 못하고 그녀를 사랑해 줄 누군가를 찾아 헤맨다. 에벌린이 “가지 말라고 침대 가장자리의 나무 막대기들 사이로 손을 뻗어 크고 안락한 아버지의 손을 꼭 움켜” 쥐곤 했던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가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 사람이다. 그러나 실직 후 사랑을 거두고 자신을 방치한 사람이기도 하다. 새끼 오리가 처음 태어난 순간 자신 곁에 있는 사람을 어미로 ‘각인’하듯이, 에벌린에게 사랑을 주는 사람으로 ‘각인’된 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갈구는 여러 양상으로 나타난다. 가출 초기에 에벌린은 상담가들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확인하고 보호받으려 하지만, 그들의 관심이 직업적 관심에 불과할까 봐 반신반의한다. 그녀가 마음을 터놓고 따르는 상담가 하이타워 선생님과의 자리에서 에벌린은 그에게 화를 내는 이유를 “선생님을 아버지처럼 생각했고, 아버지가 자신을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애정과 증오는 종이 양면처럼 붙어 있던 셈이다.
거리에서 매춘하면서 만난 래리와 스펜서는 에벌린에게 아버지 상(像)을 대변한다. 병약하고 다정한 래리는 그녀를 다독이면서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그와의 관계는 그에게서 지속적인 애정을 바라던 에벌린을 치명적인 마약 중독의 구렁텅이로 끌어들인다. 래리보다 사회적 지위도 높고 심성도 굳건한 스펜서는 자신의 속마음을 제대로 보여 주지 않아 에벌린을 혼란스럽게 한다. 에벌린은 래리를 무력하지만 자신에게 지속적인 애정을 주는 아버지로, 스펜서를 자신이 열렬히 사랑하지만 버림받을 수도 있는 아버지로 형상화한다. 에벌린은 언제나 사랑에 목말라 있지만, “불빛이 내게 머물며 나를 감싸 주기를 간절히 원하는 순간 문밖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을 경험하고 나서는 곧 버림받을 수도 있다는 상처 속에서 괴로워했던 것이다.

자신 안의 또 다른 자신을 품고 있는 ‘러시아 인형’의 자기 치유기

상담을 거듭해 나가면서 에벌린은 인형을 벗겨 내면 똑같이 생긴 또 다른 인형이 있는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자신 안에도 주눅 들고, 여러 기대들에 자신을 맞추고 살아야 했던 상처 입은 어린 소녀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에벌린은 그 작은 소녀를 숨기고, 죽여 버리고 싶어 하며, 가출하자마자 “오늘 태어난 것이라고” 스스로를 달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 그녀의 자기부정은 매춘이라는 극단적인 타락으로 이어진다.
매춘은 에벌린 자신에게 벌을 주고 자기를 파괴하기 위한 수단으로, 처음에 그녀는 이를 떠올릴 때마다 참을 수 없는 치욕감을 느끼며, 때로는 강간과 같은 폭력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에벌린은 자발적으로 매춘한다고 생각한다. 매춘을 통해 그녀는 인정받지 못했던 자신을 인정받고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확인할뿐더러 매력적이지 않았던 과거의 자신에 대한 열등감에서 벗어나고, 다른 사람을 조종할 수 있는 권력을 얻었다고 스스로를 기만한다.
그러나 점점 에벌린은 자기 안의 어린 소녀를 만나면서 이런 자신의 생각이 잘못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무엇보다 자신이 매춘 행위를 증오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어린 소녀, 곧 에벌린 자신의 깊숙한 내면은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려 애쓰고 있던 것이다. 에벌린 속의 소녀는 결코 사라지지 않고, 에벌린은 자신이 결국 어린 소녀를 인정해야 함을 알게 된다. 드디어 에벌린은 자기임을 부정하고자 했던 그 어린 소녀를 인정하고, 하나가 되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은 그녀가 던져 버리고자 했던 과거를 인정하고 자신을 받아들이게 되는 치유의 과정인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1부   1986년 3월 22일부터 6월 18일까지
2부   1986년 6월 22일부터 9월 14일까지
3부   1986년 9월 17일부터 12월 30일까지
4부   1987년 1월 16일부터 4월 26일까지
5부   1987년 5월 1일부터 8월 11일까지
6부   1987년 8월 14일부터 10월 1일까지
7부   1987년 10월 9일부터 12월 20일까지
8부   1988년 1월 4일부터 1월 20일까지
작가의 말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작가 소개

에벌린 라우

1971년 캐나다의 중국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에벌린 라우는 여섯 살 때부터 글쓰기에 재능을 나타내 열두 살 때부터 문학잡지에 글을 발표하고 문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라우는 문학적 재능을 키우기보다는 방 안에 갇혀 공부하고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를 강요받았다. 결국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괴로워하며, 라우는 열네 살에 가출을 감행한다.

가출 당시 일기들을 토대로 한 『가출』(1989)은 밴쿠버 거리를 떠돌았던 자신의 삶에 대한 솔직하고 처절한 기록이다. 가출 후 라우의 삶은 결국 마약과 술 중독, 매춘, 그리고 자살 시도라는 급격한 추락으로 이어진다.

다른 작품으로 소설집 『상큼한 소녀들』(1993)과 『나를 선택해』(1999), 장편 소설 『다른 여자들』(1995)이 있다. 시집으로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1990)와 『오이디푸스의 꿈』(1992)이 있다. 현재 밴쿠버에 살며 시인이자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안명희 옮김

서강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파워 오브 스피치』,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 『하버드 졸업생은 마지막 수업에서 만들어진다』, 『욜란다 킹과 떠나는 아름다운 동행』, 『가출』, 『거리의 법칙』 등이 있다.

독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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