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간은 신적인 권위를 상실했다! 현대 시간 체계의 기원을 추적한 시간의 문화사

모던 타임

샌포드 플레밍과 표준시의 탄생

원제 TIME LORD (Sir Sandford Fleming and the Creation of Standard Time)

클라크 블레즈 | 옮김 이선주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0년 5월 7일 | ISBN 978-89-374-2687-2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40x210 · 376쪽 | 가격 18,000원

분야 논픽션

책소개

샌포드 플레밍은 19세기 말 표준시 운동을 이끌었던 주요 인물이다. 그는 그리니치 자오선이 국제 표준 자오선으로 채택된 ‘본초 자오선 회의’ 개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은 샌포드 플레밍의 전기인 동시에 시간의 체계와 표준을 다룬 역사서이다. 표준시 체계를 만들고 전 세계가 그 표준을 채택하도록 설득했던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사적 작품과 사건을 시간의 미학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한 ‘시간의 문화사’이기도 하다.

편집자 리뷰

▶ 블레즈는 우아하고 매력적인 작가다. 이 책에서 그는 서사의 짐을 내려놓고 예술과 문화의 숲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ㅡ《뉴욕타임스》
▶ 그의 이야기는 복잡하고 풍요로우며, 그의 문장은 재치있고 세심하다. 담백한 유머와 정확한 묘사가 돋보인다. ㅡ《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오늘날 우리는 세계를 분할하는 24시간 시간대를 당연하게 여긴다. 현지 시간을 고려해 국제 전화를 걸며, 외국 여행으로 인한 시차를 계산할 줄 알고, 세계 각지의 공통 시간을 계산하는 방법도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1884년 표준시 체계가 수립되기 이전만 해도 시간은 지역 사정에 따라 자의적으로 설정되었다. 『모던 타임―샌포드 플레밍과 표준시의 탄생』은 표준시 체계를 만들고 전 세계가 그 표준을 채택하도록 설득했던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한 이 책은 다양한 문화사적 작품과 사건을 시간의 미학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한 ‘시간의 문화사’이기도 하다.간단히 말하자면, 이 책은 샌포드 플레밍의 전기인 동시에 시간의 체계와 표준을 다룬 역사서이다. 샌포드 플레밍은 19세기 말 표준시 운동을 이끌었던 주요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표준시 운동의 관점에서 그의 삶을 살펴보는 전기이지만 이 주제에 가장 충실해 보일 때에도 이 책은 그 이상을 다루고 있다. 가령 1장 「시간에 매혹된 사람들」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가난한 이민자 플레밍이 캐나다에서 거둔 초기 성공 일화를 들려주지만, 그보다는 산업 시대의 도래로 인한 낭만주의적 열정의 소진, 그리고 시간 관념의 혁명적 변화를 주로 논의한다. 3장 「시민적 하루와 자연적 하루」에서는, 철도망의 급속한 확장과 함께 심각한 골칫거리가 되고 있던 태양시 혹은 지방시의 자의성에 대하여 플레밍 자신이 남긴 논문을 검토하고, 공학도의 재능과 사회적 의제에 대한 관심을 동시에 내보였던 청년 플레밍의 지적 형성기를 다루면서, 그와 나란히 소로의 『월든』, 애덤스의 『헨리 애덤스의 교육』,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디킨스의 『돔비와 아들』,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 등을, 시간 합리화의 혁명이 인간성을 향해 던질 도전의 이야기로 거론한다.인상주의가 미술에서, 모더니즘이 문학에서 불러올 혁신이 언급되는 5장에 이르면, 플레밍이나 표준시는 구실이며 저자의 진짜 관심은 표준시 또는 시간의 문화사라 부를 만한, 빅토리아 시대에서 기원하여 우리 시대에 이르는 넓고 깊은 변화의 추적과 기록에 있는 듯하다. 과연 이어지는 장들에서 블레즈는 오스만 남작의 파리 재건 사업, 카유보트의 「파리 거리, 비오는 날」, 포크너의 『음향과 분노』, 이외에도 다양한 문화사적 사건들을 시간의 미학, 혹은 시간의 윤리에 대한 이야기들로 읽고 있다.
현대 표준시 체계의 탄생
시간은 태초부터, 어디에나 존재했다. 하지만 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고 합의된 표준 시간을 도출하려는 노력은 근대의 기술 발달, 모더니즘의 전개와 더불어 시작되었다. 철도가 발달하기 전, 시간을 알아야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사는 마을의 공식 시계를 참고했다. 철도가 지구상의 모든 ‘문명화된’ 지역을 달리기 전, 사람들이 자기 마을에서만 살고, 범선, 거룻배, 말 혹은 우차만이 교통수단으로 사용될 때는, 시간 표준이 서로 다르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철도와 전신, 곧 ‘속도’가 지방시 표시 체제를 붕괴했다. 기차가 100마일을 통과하는 데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면 어느 도시의 시간이 공식 시간이 되어야 하는가? 누가 시간을 결정하는가? 노선을 따라 늘어선 도시들인가, 기차를 탄 승객들인가, 아니면 철도 회사인가?이로 인한 혼란은 온전히 승객들이 떠안았다. 최종 목적지에 몇 시에 도착할지 궁금한 승객은 자기가 탈 열차의 소속 회사가 지키는 시간 표준을 알아야 했고, 승차할 때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릴 때 지역 시간에 따라 시간을 전환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착오를 일으켜 열차를 놓치는 승객들이 비일비재했다. 샌포드 플레밍은 실제로 아일랜드 간선 철도 노선에 있는 밴도란의 시골 역에서 기차를 놓쳤다. 이 착오로 그는 그날 밤 밴도란 역에 갇혔을 뿐만 아니라 다음 날 아침 영국으로 가는 배까지 타고 갈 교통수단을 놓치고 만다. 이를 계기로 그는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기차를 놓치는 정도의 사소한 불편을 넘어선 더 큰 문제들도 있었다. 국적이 다른 배들은 바다 위에서 서로 위치를 알릴 수 없었던 것이다. 상이한 여러 본초 자오선들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철도 사고가 일상적으로 일어났다. 같은 노선을 달리는 열차들이 서로 다른 시간을 적용하고 있었음을 감안하면 필연적인 일이었다.샌포드 플레밍은 베니스와 로마에서 열린 두 차례의 세계 측지선 학회에서 표준시 수립을 위한 두 편의 중요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들은 1884년 본초 자오선 회의의 개최로 이어지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 본초 자오선 회의에서 세계 공통 자오선이 채택되고 현재의 표준시 체계가 수립되었지만, 우리는 왜 요코하마, 뉴욕 혹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자오선이 아니라 그리니치 자오선이 채택되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시, 그리니치 자오선이 비교적 널리 쓰여 ‘편의성’이 높으며, 미국의 철도 회사들이 그리니치를 기준으로 시간을 표준화했다는 사실들이 힘을 얻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외교관 르페브르의 외교 활동이 실패로 돌아가는 바람에, 마지막까지 파리 본초 자오선을 고집하던 프랑스가 결국 이를 포기함으로써 그리니치 자오선이 세계 표준 자오선으로 채택되었다. 그리니치 자오선을 선택해야 한다는 역사적, 경제적, 정치적 이유들은 명백했지만, 그만큼 명백한 천문학적 이유는 없었다. 다시 말해 과학적 근거는 없었다.
 표준시와 합리성, 그리고 시간의 미학
어느 날 아침 아내와 내가 식사를 하고 있었을 때, 하녀가 전보를 들고 들어왔다. 셜록 홈스에게서 온 것이었고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며칠 시간을 낼 수 있겠나? 보스콤 계곡의 비극과 관련해 영국 서쪽으로부터 방금 전보를 받았네. 자네가 나와 함께 갈 수 있다면 기쁘겠네. 공기도 좋고 풍경도 멋진 곳이야. 11시 15분 열차로 패딩턴을 떠나게.” —아서 코넌 도일, 「보스콤 계곡 사건」
셜록 홈스는 항상 왓슨 박사에게 전보를 보낸다. 홈스가 문학계에 데뷔한 해인 1887년, 열차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교통수단이 되어 있었고 열차 노선은 질서 있게 짜여 있었다. 셜록 홈스 이야기에서 전보와 철도가 빈번히 등장한다는 사실은 충분히 인상적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전보와 철도를 추리에 끌어들일 때 홈스가 내보인 냉철한 자신감이다. 철도와 전신이 일으킨 시간의 균열과 합리성은 셜록 홈스 시리즈를 비롯한 여러 문학 작품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19세기 철도 여행의 사회사를 쓴 볼프강 쉬벨부시 식으로 말하면, 철도 여행은 19세기의 모든 철학적, 미학적 논쟁이 집약된 소우주였다. “공간은 철도에 의해 살해되었다.” 디킨스는 『돔비와 아들』의 「돔비 씨, 여행 가다」라는 장에서 철도가 가진 구원의 힘을 찬미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지치고 절망한 상태로 열차에 올랐던 돔비는 고양된 정신으로 무장하고 새로운 자신감에 차 열차에서 내린다. 디킨스는 철도가 절망과 암흑만이 존재하던 곳에 삶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만큼 확실하게 삶을 파괴하리라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철도는 안나 카레니나를, 그리고 철도에 적응할 수 없는 모든 인물을 죽일 것이었다.철도 혁명은 뿐만 아니라 도덕에 대한 질문, 특히 성에 대한 질문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속도와 사치가 결합하면서 유동적인 사회가 생겨날 때, 불가피하게 전통 윤리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를 잘 보여 주는 작품이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시스터 캐리』이다. 드라이저는 친숙한 뒷골목 이야기, 저속하며 품위 없다는 이유로 쉽게 거절됐던 이야기에 ‘속도’라는 새로운 요소를 추가했다. 캐리의 죄악은 그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협상해야 하는지 알았다는 데, 그리고 재빨리 행동을 취했다는 데 있었다. 그녀의 전락과 그 뒤를 잇는 상승, 보상 없는 노동이라는 불의 뒤에 오는 정절의 포기는 수동적이면서도 걷잡을 수 없이 빠른 과정이었고 독자들은 이에 충격을 받았다. 드라이저는 캐리의 성을 강조하면서도 ‘변화의 속도에 일어난 변화’의 결과로 나타난 사회적 불안을 보여 주었다. “속도가 전통 윤리를 침식했다.”콘래드가 암시했듯, 표준시는 세속화된 종교였다. 시간에는 도덕적 속성이 있다. 시간을 생각할 때, 우리는 일종의 세속화된 형태의 경외감을 느낀다. 포크너와 치누아 아체베의 작품들에서 시간은 ‘자연 시간’과 ‘합리성’으로 분열되어 대립한다. 특히 치누아 아체베의 『신의 화살』은 표준시, 다시 말해 ‘이성’이 비서구 문화권에 끼친 영향을 명쾌하게 보여 준다. 식민주의와 종교의 언어로 서술된 아체베의 이 고전은, 시간의 용어로 말하면 자연의 신과 합리성의 신 사이에 벌어졌던 폭력적이며 신성 살해적인 충돌 이야기이다.현대 표준시 체계 수립에 기여했던 샌포드 플레밍은 시간의 연대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후 소설가와 시인들이 시간의 지배, 그리고 시간을 초월하는 방법을 놓고 번민하기 시작했을 때 무대에서 퇴장했다. 플레밍의 관심사가 곧 그들의 강박관념이었다. 영원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순간을 살 것인가의 문제, 다시 말해 어떻게 시간의 이중성 안에서 살 것인가의 문제였다. 세계 표준시 체계를 둘러싼 샌포드 플레밍의 고민은 결국 시간의 체계를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 시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영역까지 확장 가능한 질문이었던 셈이다.

목차

서문-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1 변화의 속도에 일어난 변화
 1 시간에 매혹된 사람들  2 누가 시간의 주인인가?  3 시민적 하루와 자연적 하루  4 철도 건설을 꿈꾸며  5 거긴 지금 몇 시지?  6 해 시간, 열차 시간, 시(市) 시간 
2 시간은 공기 중에 있었다
 7 열정적 아마추어리즘의 활약  8 철도에게 시간을 가르치다  9 숨이 멎을 듯한 시간의 미학  10 시간이라는 상품 
3 시간의 연대를 지나
 11 일요일이 세 번 있었던 일주일  12 기차 위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 
후기-시간은 머물고 우리는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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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클라크 블레즈

클라크 블레즈는 1940년 미국 노스다코타 주 파고에서 태어났다. 오랜 세월 아이오와 대학의 국제 작가 프로그램의 수장을 지냈으며, 현재 인도 출신 작가 바라티 무커르지와 결혼해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다. ‘캐나다 첫소설 상’ 수상작인 『달의 인력』(1979)을 비롯, 『욕망들』(1984), 『만일 내가 나라면』(1997) 등 많은 저서를 발표했다. 『모던 타임』(2000)은 그의 열여섯 번째 책이다.

이선주 옮김

경희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영통역번역학과를 졸업하고,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BK 사업단 소속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모던 타임』,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생존자의 회고록』 등이 있다.

독자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