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네가 잘났다고 생각하지?내 눈엔 그저 시골 사람으로 보이는걸. 거짓과 상처뿐인 도시여, 안녕!새로운 삶을 찾아 자연의 품으로 떠나는 새침데기 런던 아가씨의 인생 제2라운드《그란타》 선정 ‘최고의 젊은 소설가’서머싯 몸 상 수상작

[품절] 어느 도시 아가씨의 아주 우아한 시골

원제 The Country Life

레이철 커스크 | 옮김 김소연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0년 4월 23일 | ISBN 978-89-374-9019-4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428쪽 | 가격 14,000원

책소개

넌 네가 잘났다고 생각하지?내 눈엔 그저 시골 사람으로 보이는걸.
거짓과 상처뿐인 도시여, 안녕!새로운 삶을 찾아 자연의 품으로 떠나는 새침데기 런던 아가씨의 인생 제2라운드
《그란타》 선정 ‘최고의 젊은 소설가’서머싯 몸 상 수상작

편집자 리뷰

예리한 심리 묘사와 재치 있는 전개로 ‘21세기의 제인 오스틴’이라고 불리는 작가 레이철 커스크의 『어느 도시 아가씨의 아주 우아한 시골 생활』이 모던 클래식으로 출간되었다.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와 마찬가지로 20~30대 젊은 여성들의 미묘한 고민을 생생하게 그려 낸 이 작품으로, 레이철 커스크는 유망한 영국 작가에게 주어지는 서머싯 몸 상을 받았고, 영국 문단의 차세대 작가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눈이 돌아갈 만큼 예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빠지지는 않는 외모에, 배울 만큼 배웠고, 퍽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오랫동안 사귄 남자와 결혼까지 골인한 스텔라. 하지만 그녀 인생에 일생일대의 터닝포인트가 찾아온다. 이 작품은 평범한 중산층 여성이라면 누구나 거치는 인생의 단계들을 안전하게 밟아 가던 도시 아가씨의 과감한 결단을 다룬다.팍팍한 일상 속에서 누구나 한두 번쯤은 꿈꿔 보았음직한 도시 탈출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스텔라를 통해, 이 작품은 모범답안을 상실한 시대에 자아를 찾아가는 젊은 여성의 여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 낸다.

■ 잘나가는 도시 아가씨에게도 일과 연애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어느 도시 아가씨의 아주 우아한 시골 생활』(이하 『시골 생활』)은 이미 우리나라에 소개된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아주 완벽한 하루』보다 앞서 발표된 초기작이다. 늘 자신이 지금 이 순간 고민하는 문제들을 작품 속에 생생하게 담아내 온 커스크는, 휘트브레드 신인소설가상을 수상한 첫 장편 『아그네스 구하기』와 뒤이어 발표한 『덧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서도 젊은 여성의 일과 사랑을 둘러싼 욕망과 현실을 다루었다. 하지만 20대 막바지에 구상한 이 작품은 전작들과는 방향이나 깊이가 조금 다르다. 사회적인 성공이나 애인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의의를 찾는 단계를 뛰어 넘어, 『시골 생활』의 스텔라는 그 고민들 아래 깔려 있는 보다 묵직하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것은 바로 어떻게 해야 나 자신답게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다.이 작품을 쓰기 전에 커스크는 이미 앞서 발표한 두 편의 소설로 작가로서의 명성과 부를 얻었고, 젊은 나이에 순탄하게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0대 후반에 많은 것을 얻었지만, 이것이 내가 찾아 헤매던 인생의 전부가 아닌 것 같았고, 이 상태로는 아무것도 쓸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어느덧 사회적인 안정을 얻었지만, 여전히 질풍노도와 같은 내면의 혼란을 잠재울 수 없었던 젊은 작가의 고백은 작품 속 스텔라의 독백을 통해 생생하게 묘사된다.
“내가 결혼했다는 사실이, 마치 잘 맞지 않는 흉측한 옷처럼 내게 들러붙어 있었다. (……) 나의 높고 뜨거운 감옥에서 훨훨 날아 탈출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이 순간이었다.”
어린 나이에 경험한 동생의 죽음, 애정을 느낄 수 없었던 부모에 대한 원망, 습관처럼 관계를 유지해 온 오래된 애인……. 스텔라의 현재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삶의 조건들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또 서로 별개의 것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모든 관계들은 스텔라가 일생 동안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살아온 결과이자, 상처도 결핍도 돌보지 않고 모른 체하며 살아온 대가이다.사춘기 때에나 어울릴 ‘나다운 삶’, ‘진짜 삶’에 대한 고민이 서른을 목전에 둔 그녀 앞에 한꺼번에 몰아닥쳤고, 그녀는 그 순간 복잡한 현실을 과감하게 일시정지하기로 결정한다.
■ 낭만적인 전원생활을 꿈꾸셨나요? 잊어버리세요!
이 작품은 스텔라가 갑작스럽게 도시를 떠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동안 살아온 과거를 모두 청산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단 사흘. 부모와 회사 상사, 남편에게 짧은 편지만을 남기고, 닥치는 대로 짐을 싸서 그녀는 기차에 쫓기듯 몸을 싣는다.외딴 시골 마을 힐탑에 도착한 그녀는 매든 집안에 머물면서 휠체어를 타는 막내아들 마틴을 돌보는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새로운 생활을 희망차게 시작하기도 전에, 스텔라는 이 집안의 실권자인 파멜라과 만나고, 그 순간부터 불편한 기운을 느낀다. 감정적이고 변덕이 심한 파멜라는, 한없이 살갑게 대해 주다가도 돌연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무지막지하게 그녀를 쏘아붙인다. 10대 소년 특유의 반항심으로 똘똘 뭉친 마틴 역시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대다. 스텔라가 보기에 이들은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무례한 사람들이다.시골 생활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도시에서부터 기대했던 귀를 간질이는 미풍이나 평화로운 들판, 아름다운 새소리를 즐기는 대신, 아침부터 저녁까지 잡아먹기라도 할 듯이 타오르는 태양과, 산책길에서 어김없이 묻어나는 끈적끈적한 타르,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개나 비둘기 들과 싸워야 한다. 혼자 머무는 오두막에서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심지어 친구도 없이” 보내는 공허한 저녁은 도시에서와 마찬가지로 처절하게 고독하다.시골에서의 일상도 도시만큼이나 복작대며 시끄럽게 굴러간다는 것을 깨달을 즈음에는, 스텔라는 처음에는 몰랐던 사실들을 하나씩 알아 간다. 공공 산책로를 둘러싼 매든 집안과 이웃들 사이의 갈등, 한때 신문지상에 오르내렸던 파멜라의 불륜 사건, 출가한 매든 집안의 아들딸들이 들락거리면서 드러나는 애증 관계 등을 스텔라는 흥미롭게 지켜본다. 자신이 남겨 두고 온 도시의 가족만큼이나 이들 가족사도 얼룩져 있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각자가 자신만의 개성을 강렬하게 발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한다.
“완벽하지 않다면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건 좋지 않아요, 스테엘라. 그게 가족이에요. 가족은 닮아 가요. 그리고 그렇게 성장하죠. 모두가 뒤틀리고 추해 보일지라도, 최소한 강해요.”

■ 발랄하지만 가볍지 않고,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은.
쓸데없이 진지하고 때론 엉뚱한 도시 아가씨 스텔라가 좌충우돌하며 소동을 빚는 장면들은 분명 이 작품의 커다란 매력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기에 이 작품은 특별하다.남편이나 부모의 이름도 빌리지 않고, 직장이나 재산에 기대지 않고 맨몸인 ‘나’로서 세상과 마주하는 스텔라는 여성으로서 독립적인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지난하고, 또한 동시에 얼마나 의미 있는 과정인지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더위를 못 참고 싹둑 잘라 버린 짧은 반바지 때문에 그녀는 매든 집안의 젊은 남자들에게 성적인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그런 차림으로 혼자 거울을 보며 생전 처음으로 성적 욕망의 주체가 되는 경험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타인의 욕망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자신의 욕망을 개척해 나가는 시도가 여성에게 얼마나 낯설고 특별한 경험인지를, 이 작품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생생하게 공감할 수 있다.
아무런 변화도 없이 늘 같은 틀로 고정되었다고 믿어 왔던 나의 몸이, 사실은 발굴되지 않은 개성이 넘치는, 새로운 잠재력을 품은 공간 같았다. (……) 내가 알던 나는 사라졌고, 나 자신을 사실상 통제할 수 없었다.
『시골 생활』은 언뜻 좌충우돌 소동극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실은 내면의 목소리에 따라 살아가라는 윤리에 대해 말한다. 인생의 정답인 양 견고하게 서 있는 평범한 삶, 그 너머에도 세상이 있다고 작가는 독자에게 말하는 것이다.작품 내내 등장하는, 과거와 현재를 꾸준히 오가는 스텔라의 혼란스러운 독백은 작가의 독백이자 젊은 여성 독자들의 독백이기도 하다. 『시골 생활』은 웃음이 터져 나오는 사건들과 인생 막바지에 달한 스텔라의 절박함과 그 모든 상황에 대한 진솔한 묘사가, 서로 다른 온도 차이를 두고 공존하는 완성도 높은 수작이다.

작가 소개

레이철 커스크

1967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로스앤젤레스에서 보낸 후 영국으로 이주, 옥스퍼드 뉴칼리지를 졸업했다. 첫 번째 소설 『아그네스 구하기』를 발표하자마자 휘트브레드 신인소설가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은 그녀는 이후 세 번째 소설 『시골 생활』로 서머싯-몸 상까지 수상한다. 그 외에 『덧없는 것』, 『운 좋은 사람들』(휘트브레드 소설상 최종 후보작), 『우리에 갇혀』(맨부커 상 후보작)를 비롯해 지금까지 모두 다섯 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했고, 발표하는 작품마다 좋은 평을 받았다.

2003년 그녀는 《그란타》 선정 최고의 젊은 소설가 중 하나로 꼽혔고, 이 작품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로 오렌지 상 최종 후보작에 이름을 올렸다. 이미 2001년 『생명의 작업』이라는 논픽션에서 어머니가 된다는 것의 애매모호함, 아이를 돌보면서 겪는 고된 일과와 자아 상실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는 그녀는, 이 소설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에서 자신의 문제의식을 보다 깊이 있게 발전시켰다. 이 작품은 여성, 그중에서도 아내-어머니인 여성에 대한 작가의 관심의 결과물이다. 어머니 역할이 피곤하고 지겨운 일이라고 말하는 것이 여전히 신성 모독처럼 여겨지는 사회에서(어떻게 애 키우는 엄마가 저럴 수 있나, 하는 폄하 등등), 커스크는 대담하게도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 특히 물질주의와 소비주의가 팽배한 문명 안에서 주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여 논쟁을 낳았다.

김소연 옮김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비교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학로에 있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독자 리뷰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