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괴수전

이지월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0년 4월 16일 | ISBN 978-89-374-8303-5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35x205 · 236쪽 | 가격 11,000원

책소개

무협소설과 성장소설의 도발적인 이종교배,
오늘, 학교는 무림이 되고 갑갑한 세상은 괴수를 맞이한다
불량한 어른아이 이지월의 변두리 학원 잔혹사
 
우리는 ‘이지월’을 모른다. 그는 이른바 ‘문학고시’로 불리는 신춘문예와 신인상을 거치지 않았다. 이 ‘듣도 보도’ 못한 낯선 작가는 그저 어느 날 편집부에 장편소설 한 편을 투고했고, 곧바로 출간이 결정되었다. 우리 문학사에는 복거일이나 하일지처럼 어떤 다른 수식 없이 작품 하나만으로 ‘작가’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들이 있다. 민음사의 편집자들과 편집위원들은 이 작품을 검토하는 동안, 내내 이 작가 역시 그렇게 한국문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술렁였다.
『변두리 괴수전』이라는 독특한 소설과 함께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 이지월은 ‘모범’이라는 좌표의 대척점에 선 작가다. 잘 다니던 문예창작과를 접고 고독한 무사와 같이 세상에 나선 이래, 그는 이 작품에서 장르소설과 서브컬처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파격적인 문법을 마음껏 흡수하며 기존의 ‘모범’ 소설이 보여 주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냈다. 레시피도 없이, 한 번도 어울려 본 적 없는 재료를 신나게 뒤섞어 만들어 낸 이 전대미문의 아웃사이더 성장소설은 강렬하고 짜릿하고 아무도 맛본 적 없는 맛을 내고 있다.
『변두리 괴수전』은 ‘왕년에 17대 1로 위대한 승리를 거둔 적 있는’ 모든 불량한 소년 소녀들에게 바쳐진 불온한 헌사다. 이지월이 그린 ‘우리들의 일그러진 학원’에서 싸움 좀 하는 친구는 신화의 괴수가 되고 운동권 여학생은 강림한 여신이 되며 세상에 뒤통수를 맞기 전에 어떻게든 한 대 미리 쳐 볼까 고민하던 고삐리들은 ‘은강의 전설’이 된다. “인정사정없이 배트를” 휘두르며 학교와 사회의 비리에 맞서 싸우는 아이들의 ‘전설’을 통해 우리 사회 전체를 맹렬한 기세로 “끝까지 때”리고 “끝도 없이 패 버리는” 작가의 통쾌한 일격. 이지월은 “세상에 맞선 대가로 ‘시민권’을 잃은 괴수들을 위해서 『변두리 괴수전』이라는 초야(草野)의 ‘영주권’을 부여해”(문학평론가 ․ 이학영) 주고 있다.
무협소설과 성장소설을, 사회소설과 학원소설을 절묘하게 이종 교배한 이 ‘듣도 보도 못한’ 소설은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청량 과자를 연상시킨다. 그러니까, 불량해서 더 맛있다.

편집자 리뷰

■ 무서울 만큼 유쾌하고 활달한 언어로 그려 낸 성장소설의 최신 진화형
‘진짜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나는가?
 
어느 갑갑한 도시가 있다. 그 도시에는 갑갑한 학교가 있고, 그 학교에서는 갑갑한 일들만 벌어진다. 우리가 사는 갑갑한 세상을 고배율 축척도로 담아낸 듯한 무대에서 아이들은 어떻게든 갑갑함을 이겨 보기 위해 해직 교사들과 연계하여 위대한 혁명을 준비한다. 모든 혁명이 그렇듯 시작은 아주 사소했다. 이사장 사돈의 팔촌이 경영하던 학교 공식 교복점의 옷감 질이, 아주 ‘특수하게’ 나빴던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 아닌지.
이지월은 이 작품에서 청소년이었거나 청소년인 모두가 ‘어디서 한 번쯤’ 마주친 적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학원 현장을 과장된 의고체와 무협소설의 문법과 장르소설의 속도로 그려 내며, 찾아보기 힘든 신선함과 강렬함으로 성장소설을 재정의하고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기존 성장소설의 아이들과 조금도 비슷하지 않다. 그들은 고민하지만 고뇌하지 않고, 가장 진지한 순간에조차 자신들만의 언어로 농담을 하고, 위험에 맞서기보다 슬쩍 돌아가는 길을 택한다. 그러나 그런 한편, 그들은 요령부득인 자신을 참아 내고, 문제가 생기면 내 옆의 친구와 한숨을 나누고, 그래도 안 될 때는 ‘자기 나름’의 싸움을 싸우며 변두리라는 초야에서 느리지만 확실히 성장해 나가는 ‘진짜 요즘 아이들’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성장소설이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성장을 돌이켜 볼 수 있게 한다면, 『변두리 괴수전』이 보여 주는 성장은 기존의 어떤 작품이 보여 준 것보다 더욱 생생하고, 정확하고, 과감하게 우리의 ‘그때 그 시절’을 눈앞에 떠올려 준다.
변두리 은강의 아이들이 퇴역 장군 출신 이사장이 군림하는 막강한 재단을 상대로, 두려워하면서도 있는 힘껏 용기를 끌어 모아 도전장을 내밀었던 투쟁의 계절. 바로 그 계절이야말로 우리 모두 살아 본 적 있는 시절이기 때문이다.
 
■ 신예만이 보여 줄 수 있는 발랄하고 발칙한 파격
극도로 ‘불량’하지만 전혀 ‘새로운’ 세계가 지금-여기에 펼쳐진다
 
이 작가가 수상하다. 강렬한 예감이 든다. 『변두리 괴수전』으로 데뷔하게 된 이지월은 특별한 유형의 신인이다. 우선 그는 작가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할 공식 절차를 밟지 않았다. 신춘문예나 신인상을 통과하지 않고 그저 완성된 장편소설을 투고하여 등단이 결정된 그는 그야말로 아직 아무도 ‘듣도 보도’ 못한 신인 작가인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 서로 어울려 본 적 없는 문법들의 이종교배라는, 과감한 서사 전략을 내세우며 지난 세기 모든 대형 신인들이 그러했듯 지금까지 없었던 ‘신종’의 언어를 선보이고 있다.
『변두리 괴수전』에서 중량감 있는 주제의식과 한없이 가벼운 설정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불협화음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다. 문제적이면서도 심각하지 않고 통렬하면서도 유쾌하고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이다. 야구 배트를 들고 학원 비리에 맞서 싸우는 싸움의 고수, 재단 설립에 반대하는 철거민들을 호령하는 전설적인 노장군, 초야의 전답에서 그날의 일을 회상하는 전설의 주인공까지. 얼토당토않지만 그래서 더 강렬한 사건 사고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소년은 어른이 되고 다음 세대의 소년들에게 전설을 전해 준다.
전설을 가장하여 역으로 현실을 극대화한, 불량하지만 영리한 이 작품으로 이지월은 지금-여기의 문학에서 의미 있는 ‘전설’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목차

頭書(두서) 은강소고
入門(입문) 세상의 중심
餘談(여담) 사랑이 위험한들 어리석기야 하겠는가
時(시) 가해자
空(공) 뒤통수
殺(살) 호모 파베르
敗(패) 시정잡배
附錄(부록) 초야의 전답에서는 잡초를 뽑지 않는 법

작가 소개

이지월

마지막 LP 세대, 혹은 첫 번째 CD 세대.

학창 시절, 지역의 모 단체에서 주최하는 백일장에 참가하려 했으나, 수업 빼먹으려고 별짓을 다 한다며 담임에게 욕만 무지하게 먹었다. 물론 수사적 표현일 뿐, 욕‘만’ 먹었던 건 아니고 맞기도 좀 맞았다. 뭐, 심각한 난독증 탓에 글을 쓰기는커녕 읽는 것조차 제대로 못 했던 게 사실이고, 백일장 핑계로 학교를 빠져나가 한나절 놀다 오려던 것도 사실이긴 했다.

해적판 만화책과 대본소용 무협지에 빠져 살게 되면서 겨우 한글을 읽고 쓰는 일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지금도 소수의 인원이 혼란한 세상을 무력으로 돌파해 나가는 이야기에 사족을 못 쓰고, 세로쓰기 된 책만 보면 신이 난다.

한순간도 문학 소년, 내지 그 비슷한 고귀한 신분을 가져 본 적이 없었던 관계로 글 쓰는 일을 하게 되리라고는 꿈에서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사람 일이라는 게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다. 어쨌거나 꿈에도 예상 못 했던 그 일을 되도록 오래도록 하며 지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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