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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발 미용실 2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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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원제 カツラ美容室別室

야마자키 나오코라 | 옮김 서혜영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0년 2월 16일

ISBN: 978-89-374-8299-1

패키지: 양장 · 46판 128x188mm · 144쪽

가격: 10,000원

분야 외국문학 단행본


책소개

연애? 연애! 연애?!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를 잇는 나오코라식 연애 소설
   
마음이 발효되어 간다.
연애 감정이 아니라, 깊은 우정으로…
 
이름 붙일 수 없는 관계, 미묘한 거리감,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
벚꽃이 피고 지고 다시 필 때까지 수줍게 피어나는 스물일곱 살 남녀의 우정
복잡한 감정의 결을 어루만지는 무심한 듯 섬세한 손길, 그리고 따뜻한 위로


편집자 리뷰

야마자키 나오코라의 소설 『가발 미용실 2호점』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스무 살 나이 차를 지닌 연인의 이야기를 파격적인 줄거리와 감성적인 문체로 그려 낸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2005)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동세대 젊은이들의 감수성을 담담하고도 신선한 터치로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은 두 번째 장편소설 『지상에서 런치를』(2009)에 이어 국내에는 세 번째로 소개되는 작품이다. 나오코라는 이 작품에서도 특유의 담백한 문체를 살려 관계에서 비롯되는 미묘한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그려 냈다.
야마자키 나오코라는 2004년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로 제41회 문예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그해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까지 오르며 문단과 대중 양쪽에 선명한 인상을 각인시켰다. 특히 2008년 『가발 미용실 2호점』, 2009년 『손』으로 세 번이나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오르면서, 일본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인정받았다. 뛰어난 심리 묘사와 독특한 형식, 평범한 인물들에 대한 집중 등으로 문단뿐 아니라 독자들도 그의 젊은 감수성에 열광하고 있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특별한 주장을 하는 소설이 아니라 새로운 감각을 제시하고 싶었다.”라는 작가의 말대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가 겪는 작지만 중요한 문제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담아 내고 있다.
특히 『가발 미용실 2호점』은 “남녀 사이의 미묘한 거리감을 파악한 신선한 소설”이라는 평을 받은 작품이다. 나오코라는 전형적이지 않은 스토리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 소설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사랑에 빠지지 ‘않는’ 이야기를 선보인다. 또한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과 공기를 애써 언어로 치환하려 하지 않는다. “소설에서는 관계를 설명하는 언어를 사용하게 되지만, 연인, 친구, 동료 등 관계를 수식하는 언어는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언어에 빈틈없이 들어맞는 관계는 좀처럼 없다.”라는 작가의 생각이 고스란히 표현된 소설인 셈이다.
 

달리기 시작한 우정은 멈추지 않는다.
 도쿄 고엔지의 작은 상점가에 위치한 ‘가발 미용실 2호점.’ 미용사임에도 가발을 쓰고 다니는 독특한 점장 가쓰라 씨와, 젊은 여자 미용사 가바야마 에리코와 모모이 유카리 셋이서 꾸려 가는 아담한 미용실이다. 주인공은 스물일곱 살 샐러리맨, 준노스케. 준노스케는 고엔지에 이사 온 첫날 괴짜 선배 우메다를 따라 처음 그곳에 들러 사람들을 소개받고 머리를 자른다. 그들과 함께 벚꽃놀이를 갔다가 우연히 에리(에리코의 애칭)와 모모이를 둘러싼 삼각관계 소동에 휘말리면서 점차 에리와 가까워진다. 서로 메일을 주고받고 미술관 데이트를 하고 술을 마시다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에 실려 가는 등 크고 작은 해프닝을 겪으며 준노스케는 “뭔가가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준노스케는 에리가 낯선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질투를 느끼고, 가쓰라 점장의 인정을 받기 위해 애쓰는 에리를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뿐만 아니라 준노스케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날, 우메다 선배가 먼저 잠든 후 둘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도 한다. 하지만 둘은 좀처럼 연인 사이로 발전하지 못하고 애매한 관계인 채로 시간은 흘러간다. 그러다 가쓰라 점장의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점장은 고향으로 내려가 어머니의 가게를 잇겠다고 선언한다. 에리는 차기 점장 자리를 놓고 모모이와 신경전을 벌인다. 결국 모모이가 가쓰라의 뒤를 이어 점장을 맡게 되고, 미용실 손님과 충돌이 있었던 날 에리와 준노스케도 어색한 사이가 돼 버리고 만다.
며칠 후, 곧 홋카이도로 이사 가는 우메다 선배를 배웅하기 위해 모인 벚꽃놀이 자리에서 그들은 다시 만난다. 처음 만난 날 함께 했던 벚꽃놀이로부터 일 년이 지난 봄날이다. 짧게 자른 에리의 머리가 시원해 보인다.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러 함께 공원을 산책하며, 두 사람은 자신들 사이에 연애 시작 전의 줄다리기가 아닌 ‘우정’이 생겨났음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꼬리를 물고 떨어지는 꽃잎을 뒤로하며 그들은 마흔이 되어도 여든이 되어도 계속 벚꽃놀이를 하자고 약속한다.

남녀 사이에도 우정은 샘솟는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우정을 지나치게 깨끗한 걸로 생각해서다. 우정이라는 건 친밀감과 질투와 에로스와 의존심을 믹서로 갈아 만드는 것이다. 당연히 끈적끈적하다. 연애 비슷한 것과 성가신 기분을 뛰어넘어 우정은 계속된다. 달리기 시작한 우정은 멈추지 않는다. — 본문 중에서
 

평이한 문장 사이에 놓인 핵심을 찌르는 통찰력
 이 소설은 3월 30일에 시작해, 다음해 3월 28일에 끝난다. 벚꽃놀이로 시작해 벚꽃놀이로 끝나는 구성이다. 그 일 년 동안 드라마틱한 기승전결이 전개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담담하고 평탄하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짧은 대화, 느슨하고 담백한 문장들 사이에 핵심을 찌르는 심리 묘사나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함축되어 있다. 독자들은 어떤 시점을 지나면서, 어떤 문장을 계기로 이야기의 리듬이 자신의 내부에서 가속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연애 소설이지만 우리가 남녀의 사랑을 다룬 전통 연애 소설에서 기대하는 다디달고 쓰디쓴 경험, 강렬한 감정과 뜨거운 로맨스, 죽음 같은 좌절과 치 떨리는 배신, 슬픈 이별 혹은 축복받는 결혼으로의 골인 같은 내용들은 나오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서로 알게 된 지 일 년이 지나 소설이 끝나는 시점에 이를 때까지도 본격적인 사랑이라 할 만한 것을 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완성되지 못하는 사랑, 열렬한 러브스토리에 이르지 못한 채 끊임없이 연장되는 전주곡이라고 할 수 있다.
연애지상주의 그리고 이해하기 쉬운 관계로 도피하는 소설들 사이에서 이 작품은 분명한 의의를 확보한다. 평이한 문체로 관계의 단면을 정확히 표현해 내는 힘, 읽고 나면 문득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 이것이 바로 나오코라식 연애 소설이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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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자키 나오코라

1978년 일본 후쿠오카 출생. 고쿠가쿠인 대학 문학부 일본문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로 제41회 문예상을 수상하며 데뷔,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 『가발 미용실 2호점』, 『손』으로 세 번이나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올랐다. 예리한 심리 묘사와 간결하고 개성적인 문체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 중 한 명이다. 특히 『가발 미용실 2호점』은 관계에서 비롯되는 미묘한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그려 낸 작품이다. 그 외의 작품으로 『지상에서 런치를』, 『여기에 사라지지 않는 대화가 있다』, 『논리와 이성은 상반되지 않는다』, 『긴 마지막이 시작되다』, 『남자와 점과 선』 등이 있다.

"야마자키 나오코라"의 다른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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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영 옮김

서강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일어일문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전문 일한 번역 · 통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소리나는 모래 위를 걷는 개』,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레몬일 때』, 『쉬 러브스 유』, 『하드보일드 에그』, 『오로로 콩밭에서 붙잡아서』, 『도쿄밴드왜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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