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대학의 학자들

이스라엘 셰플러 | 옮김 김영건, 이재춘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0년 1월 22일 | ISBN 978-89-374-2675-9

패키지 양장 · 46판 128x188mm · 360쪽 | 가격 18,000원

책소개

존 듀이와 모리스 코언은 어떻게 가르쳤을까?노암 촘스키의 첫 번째 논문은 어떻게 탄생했을까?하버드 대학의 학풍과 교육철학을 들여다본다
프래그머티즘의 대표 사상가 존 듀이, 박학함으로 명성을 떨친 모리스 코언, 탁월한 언어철학자이자 촘스키의 스승인 넬슨 굿맨, 저명한 논리학자 윌러드 콰인, ‘기본영어’의 실천을 제창한 아이버 리처즈, 미국의 교육 개혁을 주도한 제임스 코넌트 하버드대 총장 등 20세기 서양 철학의 진원지에서 그들의 면모와 진지한 고민을 들여다본다.
올해 여든일곱 살(1923년생)의 저자 이스라엘 셰플러는 반세기를 하버드 대학의 교육대(1952-2003년)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존 듀이의 실용주의를 계승한(퍼스 → 듀이 → 코헨 → 네이글 → 저자) 교육철학자로서 20세기 반평생을 교육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어떻게 철학을 접목시킬까를 고민해 온 학자다. “특히 가르치는 방법에 구현된 생각들과 그것들을 추진하기 위한 책임 있는 태도들에 관심을 가져 왔다.” 『하버드 대학의 학자들』에서 저자는 하버드 대학 시절에 만난 저명한 교수들의 면모, 학회의 분위기, 학자들 간 의 교류와 얽힌 구체적인 경험과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저술 의도를 “교육학적 영향에 대하여 반성할 계기를 갖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여전히 우리가 배울 만한 것들을 지닌 과거 세대에 속하는 학자들의 행동을 회상함으로써 널리 유행하고 있는 대학의 기억상실증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한국의 학계 상황을 비교, 고찰하는 데 참고가 될 만한 책이다.
“서양 학계의 가장 핵심적인 동아리의 분위기와 하버드 대학의 뛰어난 철학과 교수들의 통찰을 일별할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 하비 시걸(마이애미 대학교 철학과 교수)

편집자 리뷰

이 책에서 독자는 많은 철학자들을 비롯한 인문계 학자들을 만난다. 거기에는 뉴욕의 철학자들, 런던의 철학자들, 하버드 대학교의 철학 교수들, 교육대학원의 학자들과 행정관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하버드 대학교, 스탠퍼드 대학교, 시카고 대학교, 런던 대학교, 예루살렘의 대학교에서 만난다. 그들 중 대부분은 철학자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큼 세계적으로 명성을 누리고 있다. 독자는 미국 대학에서 어떤 절차에 따라 교수를 채용하고, 교육 방침과 프로그램이 어떤 과정을 통해 결정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 나타나는 각기 학자들의 학문에 대한 태도, 그들의 성격, 풍모, 품위 그리고 인격을 발견하고 배운다. 이 책의 저자가 묘사해 주는 학회에서의 맹렬하고 때로는 험악하기까지 한 세계적 명성을 가진 철학자들 간의 말싸움을 읽으면서 그들의 저술만으로는 알 수 없는 그들의 학문에 대한 열정, 진정성과 철저함을 배운다. … 이 모든 것을 그대로 모방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는 그들의 학문에 대한 열정, 학풍, 대학, 연구소의 운영, 학회의 진행, 그들의 인간관계 그리고 생활 태도 등을 배워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런 계몽적인 점에서만도 이 번역본의 독서는 한국의 철학자, 교육자, 모든 학자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일반 교양인에게도 충분한 공적 가치가 있다.— 박이문 교수의 서문에서
★ 과학적 방법과 폭넓은 지식의 전통프래그머티즘의 창시자 찰스 퍼스는 박학다식함으로 여러 분야의 독자들에게 각기 다른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퍼스는 “과학은 탐구자 공동체가 불가피하게 최종적인 진리에 대한 궁극적인 합의를 향해 가는 것이며, 과학의 대상은 어떤 개별적인 사람이나 집단이 생각할 수 있는 것으로부터 독립적인 실재라고 생각했다.” 퍼스의 실용주의를 물려받은 존 듀이(1859-1952)와 퍼스의 실재론을 물려받은 모리스 코언(1880-1947)은 모두 철학에서 과학적 방법을 지지했다. 논리학의 규칙과 경험적 증거 두 가지가 모두 요구된다는 공통의 맥락에서 모든 학문 분야를 통합해야 한다는 사상을 공유하는데, 이것은 학문 전반뿐 아니라 시사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도 불러일으켰다. 따라서 듀이와 코언, 그리고 그의 제자이자 저자의 지도교였던 ‘컬럼비아의 현자’ 어니스트 네이글과 시드니 훅은 모두 지적 관심의 폭과 깊이가 상당했고, 저자는 이처럼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는 활발한 교류의 가치를 알리고자 한다.특히 모리스 코언의 전설적인 박식함은 학계의 존경을 받았으나 동료 교수들의 질시를 받기도 했다. 한 번은 교수 모임에서 늘 최종 발언으로 마무리하는 코언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기 위해 동료 교수들이 ‘고대 중국 도자기’라는 주제를 정하고 저마다 미리 발언을 준비했다. 화학 교수는 청자의 화학 성분에 관하여, 미대 교수는 청자 스타일에 관하여, 언어학 교수는 고대 중국어의 문자 특징에 관하여, 고고학 교수는 도자기의 연대기에 대한 고고학적 증거에 관해 말했다. 놀랍게도 그날 코언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것에 환호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 된 한 교수가 코언에게 의견을 강요하자 코언이 이렇게 대답했다. “여러분 모두가 고대 중국 도자기에 대하여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쓰여 있는 내 글을 읽었다는 것이 너무나 기쁩니다. 그러나 그것을 쓴 후 내 의견은 변했습니다.”
★ 다양한 교수법이 지니는 가치존 듀이와 모리스 코언의 강의 스타일은 정반대였다. 듀이는 논증의 전체적인 개요는 염두에 두면서도 세부적인 내용들은 강의 중에 완성시켜 나간 반면 코언은 기존의 견해들을 날카롭게 분석했으며, 듀이가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반면 코언은 부정적인 인상을 줄 정도로 전투적이었지만 그의 신랄한 비판과 혹독한 교수법은 예민한 학생들에게 위협적일 수도 있지만 대학의 수준 향상에 큰 기여를 했다.어니스트 네이글은 듀이처럼 자율적이지도 않고 코언처럼 논쟁적이지도 않았지만 체계적인 명쾌함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네이글은 ‘컬럼비아의 신사적인 논리학자’였다. 학생들과의 교류에서 그의 비판적 분석은 항상 예리했지만, 제기된 질문의 의미가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비판을 보류했으며, 한결같이 정중했다. 그러므로 신사적이면서 비판적인 그의 태도는 동전의 양면이다. 그가 제시했던 교육학적 모델은 어떤 질문이 가질 수 있는 두 가지 의미에 대해 공감적 해석의 우선성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대가로 바보 같은 질문에도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진지한 학생들의 신경을 거스르기도 했다.저명한 언어철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넬슨 굿맨은의 수업 특징은 논제의 실례로 아직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한 문제들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굿맨의 스타일은 학생들이 위대한 철학자들의 성취 앞에서 넋을 놓고 있기보다는 그들도 해결하지 못한 영역을 스스로 탐구하도록 자극했다. 그리하여 굿맨의 세미나에서 학생들이 제출한 논문들이 출판되었을 때 거기에는 통사론에 관한 노암 촘스키의 첫 번째 논문과 철학 분야에서 저자가 처음 쓴 두 개의 논문들이 포함되어 있다.
★ 대학의 개혁과 보수 갈등‘코넌트 보고서’로 미국의 교육 개혁을 제창한 제임스 코넌트가 하버드의 총장이 되었을 때 그는 두 마리의 고양이를 제거하라는 충고를 들었다. 그 두 마리는 공대와 교육대였는데, 코넌트는 MIT를 따라갈 수 없는 공대는 없앴지만 교육학의 중요성을 생각해서 교육대는 오히려 강화했다. 코넌트는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문과대학에 정규 과정으로 편입시키기도 했는데, 그의 유명한 조교 중에 한 명이 바로 『과학 혁명의 구조』를 쓴 토머스 쿤이다.코넌트는 가장 훌륭한 학자들로 교수진을 구성하기 위해 교수 선발에 외부 임시위원회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전반적인 개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인물이다. 반전, 인권, 인종 등의 문제로 대학가가 가장 혼란한 시기였던 1960년대에 교수진은 보수파와 자유파로 나뉘었다. 필자가 보수파로 몰리면서도 굽힐 수 없던 주장은 교수 인사나 평가에 학생들이 관여하는 점이었다. 특히 학문적 요구가 느슨해지고 그 기준이 완화되는 것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인종적 기준을 과도하게 내세우는 행정 절차에 대해서도 강하게 대항했다. 인종 차별 금지 노력은 성별, 인종별 비례 입학으로 확대되자 교수들은 점차 자신들이 속한 성, 인종 집단의 이익을 도모해야 하는 대표자로 간주하기 시작했고, 이것은 오히려 심각한 분열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 이론과 실천의 괴리저자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의 팬으로서 런던 정경대학에서 칼 포퍼의 세미나에 참석했지만, 포퍼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에게 거침없이 야유를 퍼붓는 포퍼의 추종자들과 그를 자신의 적으로 간주하는 포퍼 자신의 태도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존경받아 마땅한 포퍼의 이론과는 달리 완전히 ‘닫힌사회’였던 포퍼의 세미나는 이론과 실천 사이의 괴리라는 인간의 나약한 본성을 여실히 보여 주는 사례였다. 이것은 아이의 양육에서 흔히 보이는 바, 이 점을 꿰뚫고 있는 부모들은 아이에게 “내가 행한 대로 따라하지 말고, 내가 말한 대로 해라.”라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위선에 대한 비난보다는 인간의 복잡성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한 관대한 포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이와는 반대로 넬슨 굿맨과는 끝가지 의견의 일치를 볼 수 없음을 서로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노장은 중요한 학회에서 자신의 이론에 대한 필자의 반박의 글을 읽는가 하면 필자의 반박을 무시하지 않고 언제나 서면으로 답하면서 끝가지 신뢰와 우정의 관계를 유지했다.또 한 명의 유명한 학자로 와이드너 도서관에 가장 먼저 들어가서 가장 늦게 나오는 해리 울프슨 교수가 있다. 그는 가장 폭넓은 분야를 가장 깊이 있게 다루는 독특한 학자로 유명한데, 그에게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동료 학자에 대해 지면으로 공식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적인 대화에서조차 어느 누구도 결코 비판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비공식적인 비판은 책임 질 수 없는 소문거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울프슨의 도덕적 기준은 너무나 경직되어서 동료 학자들을 당황스럽게 하기도 하지만, 학자들 간의 비공식적인 평가가 점점 난무해진 지금의 학계에서 그가 보여 준 학자적 양심은 대단히 가치 있는 일이였다.이 밖에 하버드의 교수들은 학자로서뿐 아니라 별종으로도 유명한 인사들이 많았다. 그중 기독교 학자 아서 다비 노크는 어느 날 누드인 채 독서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청소부 아줌마가 “주여!”라고 소스라치게 놀라자 그는 “아닙니다, 저는 주의 충실한 종일 뿐입니다.”라고 응수했다고 한다.

작가 소개

이스라엘 셰플러

하버드 대학교에서 52년간 철학을 가르쳤다. 컬럼비아 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했으며, 존 듀 이의 실용주의를 계승한 철학자이며 특히 분석교육철학을 대표하는 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뉴욕으로 이민 온 가난 한 불가리아계 이민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유대교 전통을 존중하지만 신을 믿지는 않는다. 브랜다이스 대학교 만델센 터 방문교수, 과학철학협회(Philosophy of Science Association)와 찰스 S. 퍼스 소사이어티 회장을 지냈고, 미국 학술 원(AAAs) 회원이며, 국립교육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Education)의 창립회원이다. 『내 젊은 시절의 선생님들』 은 당시 쟁쟁한 학자들이었던 스승들을 회상한 자서전이고, 『하버드 대학교의 교육자들』은 하버드 시절에 만난 동료 학자들에 대한 회고록이다. 그 밖에 저서로 『진리의 세계(Worlds of Truth: A Philosophy of Knowledge)』(2009), 『상 징적 세계(Symbolic Worlds: Art, Science, Language, Ritual)』(1997), 『사람의 잠재력에 관하여(Of Human Potential: An Essay in the Philosophy of Education)』(1990), 『네 명의 실용주의자들(Four Pragmatists)』(1974), 『과학과 주관 성(Science and Subjectivity)』(1967), 『지식의 조건(Conditions of Knowledge: An Introduction to Epistemology and Education)』(1965), 『탐구의 해부(The Anatomy of Inquiry)』(1963), 『교육의 언어(The Language of Education)』(1962) 등이 있다.

김영건 옮김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 한양대 등에서 언어철학, 논리학, 인식론 관련 과목들을 강의하고 있다. [철학으로 가는 길][현대철학의 위기와 전환기의 인간관][철학과 문학, 그 비판적 대화]등을 썼고,[인식론][아인슈타인의 공간과 반 고흐의 하늘]등을 옮겼다.

이재춘 옮김

덕성여자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교양조직부 객원교수이다. 논문으로 [경험적 지식의 가능성과 객관성 문제][근대 철학의 딜레마와 맥도웰의 헤겔적 해소][데이비슨은 인식론적 딜레마를 피했는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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