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원제 Klingsors Letzter Sommer

헤르만 헤세 | 옮김 황승환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9년 11월 13일 | ISBN 978-89-374-6230-6

패키지 반양장 · 신국 변형 132x225 · 140쪽 | 가격 7,500원

책소개

예술에 대한 쉼 없는 열정으로 정신적 죽음의 문턱을 넘어선 헤세의 자전적 소설생사의 대립과 시공의 경계를 넘어 순전한 진실의 약동을 그리려 한 화가 클링조어서구 사회의 권태와 노화에 몰락을 선언하고 새로운 세계의 탄생을 희구하는 전환기의 초상
▶ 그의 영감 어린 글쓰기는 대담성과 통찰력이 빛나는 한편으로, 고전적인 인도주의의 이상과 수준 높은 문체의 좋은 본보기가 된다.—스웨덴 한림원・노벨상 선정 이유▶ 이 소설은 매우 아름답다. 작품의 주인공은 계절을 관조하고 달을 뜨게 하며 적포도주를 끝없이 들이켜다 결국에는 몰락한다. 이것이 그가 해낸 일이다!—베르톨트 브레히트▶ 여기서는 기이한 변신이 일어난다. 보는 일이 마술이 되는 것이다. 헤세는 화가 클링조어의 삶에 반 고흐의 색채들을 옮겨와 빛과 어둠에 관한 영구하고 열정적인 논쟁이 담긴 산문을 만들어 냈다.—슈테판 츠바이크

편집자 리뷰

독일 문학의 거장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230)으로 출간되었다. 헤세는 이 작품을 집필할 당시 재정난과 아버지의 사망, 아내의 우울증과 막내아들의 발작 등으로 엄청난 정신적 위기를 겪고 있었는데, 여름 한 달 만에 써 내려간 이 소설을 통해 자신의 고통을 문학으로 승화시켰다. 죽음을 앞두고 가장 크고 밝은 마지막 불꽃을 피워 올리는 화가 클링조어의 모습 속에는 이러한 헤세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클링조어가 생사의 대립을 무화하고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이며 자신을 남김없이 불태워 최후의 작품을 완성하는 생애 마지막 여름의 삶은 1차 세계대전 이후 피폐해진 유럽 사회에 몰락을 선언하고, 소멸을 통한 새로운 탄생을 희구하는 전환기의 초상이다. 감각적인 언어들로 그려 내는 클링조어의 그림 속 스위스, 이탈리아 등지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작가이자 화가인 헤세가 내뿜는 그림에 대한 열정도 엿볼 수 있다.
■ 몰락을 통한 새로운 탄생을 희구하는 전환기의 초상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은 섬세하고 예민한 감성을 지닌 화가 클링조어가 어느 해 여름 죽음의 그림자가 자기 앞에 드리우고 있음을 알아채고 남은 생명을 모두 소진해 마지막 작품을 완성하는 이야기이다. 포도주와 아름다운 여인들, 낭만적인 시와 음악을 사랑하는 그는 스스로를 중국의 시인 이태백과 동일시하고 자신의 친구인 시인 헤르만을 두보라 부를 정도로 동양적인 사고와 사상에 심취해 있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생에 대한 욕구와 죽음의 그림자 사이를 오가며 사랑하는 여인과 친구 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 다음 방 안에 틀어박혀 미친 듯이 그림 그리기에 몰두한다.클링조어는 삶에 대한 열정과 죽음에 대한 공포로 불안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죽음과 몰락을 환영하고 기꺼이 소멸하려 한다. 이러한 클링조어의 태도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사회, 특히 문인이나 예술가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몰락’이라는 구호와 상통한다. 이는 국가나 정치의 몰락 같은 부정적인 의미의 몰락이 아니라, 낡은 것을 거부하고 새로운 예술의 탄생을 환영하는 문화적 현상이다. 헤세에 따르면, 몰락은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이고, 모든 대립은 인간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착각이다. 이와 밀접한 연관 관계에 있는 것이 ‘마술’인데, 이는 헤세에게 상당히 중요한 개념이다. 클링조어라는 이름도 중세의 서정시인 볼프람 폰 에셴바흐의 『파르치팔』에 나오는 마술사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헤세에게 마술은 전통적인 시공 개념을 넘어 대립과 경계가 없는 근원적인 것으로 회귀해 새로운 탄생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며, 예술은 이러한 마술을 이루어 내는 도구다. 헤세는 무수한 대립 쌍의 한쪽에만 뿌리를 두고 있는 기존의 서구적 사고방식과 문화, 예술 등이 해체되고 몰락해야 새로운 탄생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모든 대립을 지양하고 이들을 통합하는 새로운 예술의 탄생을 예고하는 몰락은 클링조어가 모든 생명을 불태워 완성하는 자화상에서 최고조에 다다른다.

그들은 말한다. 에케 호모, 이것이 인간이라고. 말세의 지치고, 탐욕스럽고, 거칠고, 천진하면서도 세련된 우리 인간, 죽어 가는, 죽고자 하는 유럽인이라고. 동경함으로써 고상하게 되고, 악덕으로 인해 병들고, 자신의 몰락을 앎으로써 열광적으로 생기를 얻고, 발전을 준비함과 동시에 퇴보가 무르익는, 똘똘 뭉친 열정이자 넌더리나는 권태, 모르핀 중독자가 독에 중독되듯 운명과 고통에 중독된, 고독한, 내면적으로 약화된, 태곳적의, 파우스트이자 동시에 카라마조프, 동물이자 현자, 적나라하게 노출된, 명예욕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완전히 벌거벗은, 죽음을 죽이기 위해 죽음에 대해 어린아이가 느끼는 공포로 가득한 동시에 권태에 지쳐 죽음에 대한 준비를 끝낸 유럽인이라고. (본문 중에서)

클링조어의 자화상에 대한 이러한 언급을 통해, 그의 죽음이 단순한 개인의 죽음을 넘어 서구 사회의 권태와 노화에 몰락을 선언하고 그로부터 새로운 세계를 일구어 내려는 시도임을 알 수 있다. 그가 남긴 최후의 자화상은 다름 아니라 몰락을 통한 새로운 탄생을 희구하는 전환기 유럽 사회의 초상인 것이다.
■ 그림과 음악, 문학이 절묘하게 조화된 환상적인 소설
헤세의 작품들 중에는 자전적인 요소가 있는 것들이 상당히 많은데,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이 작품은 헤세가 1차 세계대전의 폐해와 가정의 붕괴라는 이중고로 정신적 죽음의 문턱에 서 있던 1919년 여름 약 네 주 만에 신들린 듯 써 내려간 것으로, 그의 고뇌와 열정이 작품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 당시 그는 치료의 일환으로 그림을 시작했는데, 1925년의 어느 편지에서는 “내 생애 가장 힘든 시기에 처음으로 그림을 그리려는 시도가 나에게 위안을 주고 나를 구원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미 오래전에 저 세상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그가 화가 고흐를 염두에 두고 창작한 인물인 클링조어는 살기 위해 그림을 그린 화가로서의 헤세 자신과도 상당히 닮아 있다. 독일의 표현주의 작가 클라분트는 이 작품이 이전 작품과는 다른 헤세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 주며, 무엇보다 뒤늦게 그림 공부를 시작한 헤세가 이 작품에서 그림에 대한 놀라운 열정을 드러내고 있다고 극찬했다. 죽음 앞에서 미친 듯이 붓을 휘두르며 힘든 싸움을 하듯 그림을 그리는 클링조어의 모습에서 당시 헤세가 처했던 상황과 그가 느꼈을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는 증오로 가득 차서 집시들이 몰고 온 초록색 마차 아랫부분의 주름을 파리 블루로 할퀴듯 그려 넣었다. 그는 격분한 나머지 크롬 옐로를 방충석(防衝石) 모서리에 내동댕이쳤다. 그는 깊은 절망에 사로잡혀, 칠하지 않고 비워 둔 곳에다 치노버를 찍어서 튀어나온 하양을 죽여 버렸으며, 영속을 얻기 위해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웠고, 잔인한 신을 표현하기 위해 옅은 노랑과 나폴리 옐로로 고함을 쳤다. 그는 신음을 내면서 더 많은 파랑을 무미건조한 먼지투성이의 초록에 내동댕이치고, 간절히 기도하면서 마음속의 불을 저녁 하늘에 붙였다. 작은 팔레트는 불의 힘을 가진, 순수한, 섞이지 않은, 가장 밝은 색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그 색들은 그의 위안, 그의 탑, 그의 무기고, 그의 기도서, 사악한 죽음을 겨냥하여 쏘는 그의 대포였다. (본문 중에서)

또한 헤세는 음악과도 인연이 깊어 열한 살에 바이올린 교습을 받고 마울브론 신학교에서 오케스트라 활동을 했으며, 사는 동안 화가나 음악가와 많은 교제를 나눴다. 그는 여든 살에 어느 독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두 가지 일은 음악 연주와 그림 그리기”이며, 힘들고 어려울 때 음악과 그림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1924년의 어느 편지에서는 “그림이 없었다면 저는 시인으로 이 자리까지 도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이런 이유로 헤세의 작품, 특히 생존을 위해 화가로서의 열정을 불태우던 시기에 자신의 고통을 문학으로 승화한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에서는 매우 독특한 문체가 나타난다. 문법적인 규범에서 벗어난 문장들도 많고, 심한 경우에는 대여섯 개의 형용사가 하나의 명사를 수식하기도 하며, 위의 인용 구절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림이나 풍경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하나의 쉼표만으로 연결되어 반 페이지를 넘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붓질을 하듯 수많은 쉼표로 분절하고 문법적 틀에서 벗어나 노래하듯 써 내려간 문장들은 대립과 경계를 넘어선 헤세의 통합적인 사고를 여실히 보여 준다. 음악과 문학이 대가의 손에서 절묘한 문학으로 어우러진 이 작품은 언어로 붓질한 그림이자 붓으로 연주한 음악이며 색채의 가락을 입힌 환상적인 소설이다.

목차

머리말·5
1. 클링조어·9
2. 루이스·20
3. 카레노에서 보낸 하루·29
4. 에디트에게 보내는 편지·54
5. 몰락의 음악·57
6. 8월의 저녁·73
7. 매정한 녀석 루이스에게 보내는 편지·82
8. 클링조어가 친구 두보에게 보내는 시·88
9. 자화상·90

작품 해설·99
작가 연보·123

작가 소개

헤르만 헤세

1877년 독일 남부 칼브에서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시인이 되고자 수도원 학교에서 도망친 뒤 시계 공장과 서점에서 수습사원으로 일했으며, 열다섯 살 때 자살을 기도해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등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냈다. 이십 대 초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페터 카멘친트』, 『수레바퀴 아래서』, 『인도에서』, 『크눌프』 등을 발표했다. 스위스 몬타뇰라로 이사한 1919년을 전후로 헤세는 개인적인 삶에서 커다란 위기를 겪고, 이로 인해 그의 작품 세계도 전환점을 맞이한다. 술과 여인, 그림을 사랑한 어느 열정적인 화가의 마지막 여름을 그린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과 『데미안』이 바로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헤세는 이 작품들과 더불어 소위 ‘내면으로 가는 길’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헤세가 그림과 인연을 맺은 것도 이 무렵이며, 이후 그림은 음악과 더불어 헤세의 평생지기가 되었다. 그는 이어 『싯다르타』, 『황야의 이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동방순례』, 『유리알 유희』 등 전 세계 독자들을 매료하는 작품들을 발표했고, 1946년에 『유리알 유희』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1962년 8월, 제2의 고향인 스위스의 몬타뇰라에서 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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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환 옮김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지식인으로서의 하이네와 그의 작품에 나타난 지식인상」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대학교와 인천대학교에 강사로 재직 중이다. 공동 저서로 『text와 形象』, 『독일 명작의 이해』, 공동 역서로 『소문의 역사』 등이 있다.

전자책 정보

발행일 2012년 9월 9일 | 최종 업데이트 2012년 9월 9일

ISBN 978-89-374-9530-4 | 가격 5,250원

생사의 대립과 시공의 경계를 넘어 진실의 약동을 그리려 한 화가 클링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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