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이중생활

김연경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9년 11월 6일 | ISBN 978-89-374-8290-8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35x205 · 284쪽 | 가격 11,000원

책소개

그해 11월, 혁명은 고양이 한 마리와 자명종 한 개에서 시작되었다
날마다 새로운 ‘반란’을 꿈꾸는 작가 김연경 이토록 사소하고 하찮은 일상에 ‘종언’을 고한다!

편집자 리뷰

21세기에도 여전히 ‘혁명’은 유효한가? 독특한 사유와 재기 넘치는 상상력으로 꾸준히 문단의 주목을 받아 온 젊은 작가 김연경이 장편소설 『고양이의 이중생활』을 통해 2000년대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11월 혁명을 재구성한다. 혁명의 뇌관을 터뜨린 것은? ‘광장의 함성’도 ‘냉혹한 총성’도 아닌, 칸트라는 이름의 까칠한 고양이 한 마리와 호랑이 모양의 기묘한 자명종 한 개다.그린 듯이 모범적인 부르주아 가정의 구성원과 프롤레타리아 혁명이라는 시대착오적 기치를 내건 인터넷 카페 회원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 소설은 불가코프의 현란한 풍자 소설을 연상시키는 기상천외한 사건들과 갈수록 꼬여만 가는 상황들을 쉴 새 없이 터뜨리며 역설적으로 ‘우리 삶의 범속함’을 극대화시켜 보여 주고 있다.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혁명을 꿈꾸며, 실패한 후에도 때때로 혁명의 잔상을 떠올리는, ‘우리와 마찬가지’인 존재들이다. 부조리한 현실, 불가항력적인 시간에 맞서 좌충우돌하면서도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인간 군상. 밝고 가벼운 문체와 장르 문학의 속도감을 빌려 흡인력 넘치는 사건 구성 등 전작과의 차별이 눈에 띄는 한편, 데뷔 때부터 그녀가 일관적으로 보여 준 ‘인간에 대한 통찰’은 여전히 처음처럼 생생하다.일상이 통속으로 화하는 순간, 우리는 곧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소설의 등장인물들처럼 혁명을 꿈꾸게 된다.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일상은 슬플 정도로 통속적이며, 따라서 이 소설이 선언하고 있는 혁명의 시제는 ‘현재진행형’이다.
 
■ 모든 실패한 혁명에 바치는 가장 실패한 혁명의 이야기
노인병을 주로 다루는 의학 박사 아버지는 정작 본인의 노화로 정신이상을 겪고 있으며, 우아하고 지적인 전업주부 어머니는 우연히 마주친 연하의 백수와 본격적으로 불륜에 돌입한다. 대학생 아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인터넷 카페의 초대 메일을 받은 뒤로 고양이 한 마리와 방에 틀어박혀 사제 폭탄을 제작 중. 오래전 죽은 어린 딸의 복제인간으로 의심되는 꼬마가 불현듯 가족 앞에 나타나고, 갑자기 평범한 일상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기발한 사건 사고가 잇달아 벌어진다.『고양이의 이중생활』은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라는 저 오랜 경구를 반증하기라도 하듯, 기발하고 유쾌한 상상력을 통해 모든 신화와 권력을 다만 철저히 파괴하고 있다. 대한민국 상위 10%의 모범 답안 같은 의사 집안의 평화는 아주 사소한 우연에 의해 어이없이 깨어지고, 1917년 11월을 역사의 장에 영원히 남긴 11월 혁명은 21세기 서울에 수입되어 고양이 한 마리와 자명종 한 개가 일으킨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변질된다. 이전 세대의 가슴을 뛰게 했던 뜨거운 혁명의 문구들이 ‘키보드 혁명가’들의 자판 놀음 아래, 조회 수마저 저조한 인터넷 카페 게시 글로 화석화되는 지점, 바로 이 ‘모든 것이 지나간 후의 세계’에서 이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 것인가? 장난기 넘치는 음성으로 김연경이 내놓은 해답은 다음과 같다.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이와 같은 결론 앞에 우리는 결국 미소를 짓게 될 것이다.  
■ 익숙한 생경함과 생경한 익숙함, 숨은 그림 찾기의 즐거움
작가 김연경은 『악령』,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등 무게 있는 러시아 문학을 지속적으로 번역해 온 번역가로도 사랑받고 있다. 그런 그녀가 이야기하는 대한민국 서울의 11월 혁명은 러시아 문학에 바치는 오마주로 가득해, 찾아보는 즐거움이 또한 각별하다.서른이 넘도록 단칸방에서 고시생과 백수의 경계로 지내는 카페 회원 김철수에게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 생활자’를, 문화 센터 수강생에 뒤마의 소설을 즐겨 읽는 교양 넘치는 어머니 장윤희에게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악녀와 요정의 경계에서 중년의 보호자를 매혹시키는 소녀 딸기에게서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읽어 내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설정들은 결코 단순한 차용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력이 증명하는 바와 같이 고전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작가인 김연경은 자신의 인물들에게 ‘역사의 종언’ 이후를 살아가는 자들에 걸맞게 적당히 뒤틀리고 전복적인 색채를 부여하며 ‘삐딱하게 보기’에서 나오는 웃음을 주고 있는 것이다. 아주 익숙한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생각한 순간, 모든 사건이 허망할 정도로 생경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생경한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각한 순간, 예전에 만난 이야기를 다시 만난다. 이토록 유쾌한 문학적 유희, 『고양이의 이중생활』의 발칙하지만 즐거운 ‘이중’적 매력이다.

목차

1부
칸트, 꽁치, 딸기
연탄과 피아노
나는 나를 책형에 처한다
아케이드의 잔해
망각의 저편
베로니카 혹은 베로니크
 
2부
일상의 당혹
망각의 접점
별들이여, 빛을 감추어라
전야
호랑이 자명종
 
3부
땡감은 떫다
일상의 축복
 
에필로그
 
작가의 말
작품 해설
혁명이 필요하지 않은 이들은 누구인가
이수형(문학평론가

작가 소개

김연경

1975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다.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문학과 사회》를 통해 등단했다. 소설집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소설』, 『미성년』, 『내 아내의 모든 것』, 경장편 『그러니 내가 어찌 나를 용서할 수 있겠는가』 등이 있다. 현재 소설 쓰기와 번역, 러시아 문학 강의 및 연구를 병행하고 있으며 역서로는 『악령』,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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