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열정이 다하고

비타 색빌웨스트 | 옮김 임슬애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3년 3월 31일 | ISBN 978-89-374-2990-3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13x188 · 240쪽 | 가격 12,800원

책소개

“결국에는 자기가 원하던 것을 얻는 것이 인생인지도 몰라.”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20세기 영국 문단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비타 색빌웨스트의 대표작

편집자 리뷰

“비타의 재능과 감수성은 경이롭기 그지없다. 예술적 광채가 눈부시다.” -버지니아 울프

“가장 중요한 것을 포기하셔야 했지요. 예술가에게 자기 재능을 실현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어요. 그러지 못하면 예술가는 기이하게 뒤틀린 나무처럼 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삶의 의미를 전부 잃어버린 채 그저 하루하루 대충대충 흘려보낼 뿐이지요. 자식, 남편, 부와 명예, 당신이 누린 모든 것들은 단지 자기 자신으로 사는 데 방해가 되었을 뿐입니다. 당신의 소명을 포기하고 그 대체품으로서 선택한 것들이지요. 하지만 그런 삶을 선택했을 때 이미 진실 앞에서 죄를 저지른 것이었죠.” -본문에서

『모든 열정이 다하고』는 경이로울 정도로 우리에게 용기와 위안을 주는 작품이다. ≪가디언≫
희망과 열정으로 가슴 벅차게 하는 이야기. ≪옵서버≫
우아한 문장, 뛰어난 재치, 풍부한 영감으로 흘러넘치는 작품. ≪선데이 텔레그래프≫
『모든 열정이 다하고』는 모든 문장마다 우리에게 기쁨을 가져다준다. ≪타임스≫

20세기 영국 문단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소설가, 비타 색빌웨스트의 대표작 『모든 열정이 다하고』가 민음사 쏜살 문고로 출간되었다. 일찍이 뛰어난 언어 감각과 예술적 재능을 발휘하며 작가로서 놀라운 가능성을 선뵌 색빌웨스트는 한때 계관 시인 후보로 거론될 만큼 눈부신 영감을 지닌 시인이자, 현대 조경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뛰어난 원예가로서도 괄목할 만한 성취를 이루었다. 이토록 다재다능한 색빌웨스트의 창작열은 속세로부터 동떨어진 유서 깊은 놀하우스에서 성장하는 동안, 가정 교육을 받으며 책으로 고독을 달래야 했던 어린 시절부터 고양되었다. 차갑고 엄숙한 영국의 귀족 혈통과 열정적이고 방랑벽 가득한 라틴의 혈통을 모두 물려받은 색빌웨스트는 예술적 열망뿐 아니라 사랑과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늘 대중과 어울리기를 어려워했지만(버지니아 울프와 친하게 지냈음에도 블룸즈버리 그룹과는 거리를 두었다.) 학창 시절부터 동성 친구들과 깊은 사랑을 나누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가문의 요구로 외교관 해럴드 니컬슨과 결혼식을 올리지만 한평생 남편과 친구처럼 지내며 열린 관계(Open marriage)를 이어 갔다.(당대, 즉 엄격한 빅토리아 시대가 막 끝난 시점에 비타 색빌웨스트의 선택은 모두 파격적이었다.)

줄곧 보수적인 영국 사회의 백안(白眼)과 맞서 싸우는 와중에도 색빌웨스트는 끊임없이 훌륭한 작품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대중과 평단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다. 1926년 장편 시 『대지(The Land)』와 1933년 『시 선집(Collected Poems)』으로 두 차례 호손든상을 수상하고, 장편 소설로는 1930년 『에드워드 시대의 사람들(The Edwardians)』과 1931년 『모든 열정이 다하고』, 그 밖에도 전기와 희곡 작품 등을 발표하며 작가로서 완벽히 자리매김한다. 그리고 비타 색빌웨스트의 삶에서 결코 지울 수 없는 이름이 있었으니, 바로 버지니아 울프다. 연인이자 문학적 반려자로서 진솔히 교감했던 두 사람은 서로에게 위로와 영감이 되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비타 색빌웨스트를 모델로 삼아 소설 『올랜도(Orlando)』의 주인공 올랜도를 창조해 냈고, 색빌웨스트 역시 울프의 ‘의식의 흐름’ 기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때 색빌웨스트와 울프가 오래도록 주고받은 편지는 영국 현대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할 뿐 아니라, 수차례 연극 무대에 오르고 2018년 영화화되었을 정도로 오늘날까지 널리 읽히고 있다. 비타 색빌웨스트는 1962년 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결코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의 일생에서 시와 수필, 소설은 늘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중에서 가장 성공한 작품이자 더불어 가장 중요한 소설이라 할 수 있는 『모든 열정이 다하고』는 이야기꾼 색빌웨스트의 재능과 재치, 삶에 대한 통찰과 문학적 깊이를 결정적으로 보여 준다. 자신의 두 아들에게 가르침(“결국에는 자기가 원하던 것을 얻는 것이 인생인지도 몰라.”)을 주고자 직접 그들에게 헌정한 『모든 열정이 다하고』는 역경 속에서 꿋꿋이 꿈을 좇는 사람들, 성장통을 겪으며 방황하는 모든 이들에게 여전히 뜨거운 감동을 전한다.

『모든 열정이 다하고』는 영국의 총리까지 지낸 위인, 헨리 홀랜드의 죽음과 함께 시작된다. 여섯 명의 자녀는 영면을 맞이한 아버지를 추모하고 상을 치르는 여든여덟 살의 어머니, 즉 레이디 슬레인을 위로하고자 양 떼처럼 모여든다. 케이와 이디스, 두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네 자식은 워낙 잇속에 밝은 터라 눈물을 흘릴 겨를도 없이 곧장 유산 상속과 어머니 부양 문제를 두고, 짐짓 점잖은 체하며 지극히 속물적으로 아귀다툼을 벌인다. 늘 그림자처럼 아버지를 얌전히 내조해 온 아내, 남편을 잃은 뒤 의연하게 여생을 보내며 자식들 의견에 동조해 줄 어머니, 레이디 슬레인이 마침내 자식들 앞에 나타난다. 이제 모든 일이 순리대로 흘러갈 것이었다. 유산은 적법하게 상속될 테고, 어머니는 죽는 그 순간까지 남편을 기리며 자식들의 지붕 노릇을 해 주리라. 그러나 상황은 뜻밖의 반전을 맞이한다. 레이디 슬레인은 돌연 더 이상 누군가의 아내로, 여러 아이들의 어머니로, 스스로 바라지도 않았던 온갖 굴레로부터 분연히 벗어나겠노라고 선언한다. 이 다짐은 절대 괜한 변덕이나 충동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가문에 떠밀리듯, 사회 풍속에 휘말리듯 정신없이 결혼식을 올린 그 순간부터, 자신의 참된 열정을 저버리고 꿈을 놓아 버린 그 옛날부터 이미 오래도록 품어 온 계획이었다. 레이디 슬레인은 자식들에게 얹혀살기를 단호히 거부하고, 런던 사교계의 소란으로부터도 멀찍이 떨어진 아늑한 전원으로 과감히 거처를 옮긴다. 비로소 스스로를, ‘데버라’라는 자신의 이름을 되찾기 시작한 레이디 슬레인은 뜻밖의 귀중한 인연들을 마주하며 지난날의 꿈과 좌절을 오래도록 되새긴다. 그렇게 ‘모든 열정이 다하고’ 오롯이 자기만의 방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는 레이디 슬레인의 눈앞에 드디어 얼굴을 드러낸 일생은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 이제 우리가 레이디 슬레인, 아니 아흔을 바라보는 데버라의 용기 있는 선택, 어렴풋이 잊힌 예술가의 꿈, 황혼처럼 찬란한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볼 때다.

목차

1부
2부
3부

옮긴이의 말
작가 연보

작가 소개

비타 색빌웨스트

1892년 영국 켄트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빅토리아 메리 색빌웨스트이지만 한평생 ‘비타’라고 불린다. 어린 시절, 유서 깊은 놀하우스에서 성장한 비타 색빌웨스트는 한동안 가정 교사의 교육을 받으며 고독한 세월을 보낸다. 그럼에도 프랑스어를 통달하고,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이며 일찍이 소설과 시 등을 집필하기 시작한다. 당대 영국의 풍경과 사교계의 모습을 그린 다양한 장르의 글을 썼고, 원예가로 유명하다. 1926년 장편 시 『대지(The Land)』와 1933년 『시 선집(Collected Poems)』으로 두 차례 호손든상을 수상하고, 1930년 『에드워드 시대의 사람들(The Edwardians)』과 1931년 『모든 열정이 다하고』를 잇따라 출간하며 평단과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또 훌륭한 전기 작가이자 동화 작가, 원예가로서 명성을 떨친다. 한편 중성적인 외모에, 양성애 성향을 지닌 색빌웨스트는 1913년 외교관 해럴드 니컬슨과 결혼하지만 각자 서로의 정체성을 이해하며 개방된 결혼 생활을 유지한다. 여성과 남성의 성 역할을 엄격히 구별하던 시대에도 색빌웨스트는 남성복을 입거나 직접 운전을 하는 등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며 여성과 연애를 이어 간다. 특히 버지니아 울프와의 만남은 당대뿐 아니라 두 사람 모두에게 커다란 파문을 남긴다. 색빌웨스트는 우울증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울프를 위로해 주었고, 울프는 색빌웨스트와 교감하며 걸작 『올랜도(Orlando)』를 완성해 낸다. 연인이자 친구이자 문학적 동지였던 두 사람의 이야기는 수많은 편지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리고 1930년에 매입한 시싱허스트성의 정원을 가꾸며 《옵서버》에 원예 칼럼을 연재하고 커다란 성과를 거둔다. 1947년 문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으며 영국왕립문학학회의 회원으로 지명되고, 명예 훈작을 받는다. 1962년 6월, 암을 앓다가 일흔 살의 나이로 영면한다.

임슬애 옮김

고려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한영 번역을 공부하고, 현재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레이첼 커스크의 『영광』, 엘리너 데이비스의 『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 니나 라쿠르의 『우리가 있던 자리에』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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