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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비평


첨부파일


서지 정보

노태훈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3년 3월 10일

ISBN: 978-89-374-1241-7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52x224 · 412쪽

가격: 22,000원

분야 민음의 비평, 한국 문학


책소개

한국문학의 체질과 성별이 바뀌는 현장 한가운데에서

예리한 분석가이기보다 성실한 독자의 정체성으로

비평을 살아가는 노태훈 첫 비평집


목차

서문: 크리티컬 에세이

 

1부 리허설이 없는 무대에서

쓰지 않는 ‘한국’ 소설, 읽지 않는 한국 ‘소설’ 19

‘나’로부터 다시 시작하는 문학사-최근 한국 소설의 징후 28

여성-서사-재현의 ‘확대’와 ‘심화’-일련의 페미니즘 논쟁을 따라가며 44

(순)문학이라는 장르와 매체 60

7:3 76

독립문학은 가능한가 91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문학상 이야기 104

연결되는 ‘우리’와 회복하는 ‘나’-최근 한국 소설이 역사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114

 

2부 좀처럼 손을 놓지 않는 악수

어떻게 우리는 모두 김연수가 될 수 있는가-김연수를 읽는 몇 가지 독법 133

선택하지 않는 편을 선택하겠습니다 -황정은의 「양의 미래」에 관한 몇 가지 주석 156

우리는 슬픔을 먹고 자란다-김애란 『바깥은 여름』에 부쳐 169

사라진 후장사실주의와 돌아온 후장사실주의 188

문자라는 이데아와 혀의 시뮬라크르-백민석론 198

뭐든 쓰겠습니다, 그러나-이기호론 213

 

3부 앞에서 뒤에서 옆에서 좆으며 233

더 많은 증언들을 위하여- ‘광주’라는 이름의 서사 233

치유의 문학- ‘너머’와 ‘이후’의 일 245

웰컴 투 메타픽션 월드! -1990년대 이후 전위 소설 진영의 형성 256

소설, 누군가를 위한:2017년 1월부터 4월까지의 한국 소설 275

한국 소설의 ‘수준’-2017년 5월부터 7월까지의 한국 소설 287

한국 소설의 현재와 미래-2017년 8월부터 10월까지의 한국 소설 300

더 많은 시도와 더 많은 실패, 그리고 전진-2017년 11월부터 2018년 1월까지의 한국 소설 316

2010년대 한국 소설 리스트.xlsx 328

 

4부 누군가가 누군가를 만나는 것

소설이 감당해야 하는 일-황정은, 『야만적인 앨리스씨』 339

이걸 무어라 부르지-박솔뫼, 『그럼 무얼 부르지』 344

사려 깊은 세 가지 목소리-황정은, 『계속해보겠습니다』 349

소설적인 너무나 소설적인-김경욱, 『소년은 늙지 않는다』 354

문학성을 회복하는 방법-정용준,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358

끔찍한 아름다움-최은미, 『목련정전』 364

단호한 표정의 정직한 소설-김혜진, 『어비』 367

소재주의라는 매혹과 실패-장강명, 『우리의 소원은 전쟁』 377

비장함을 버릴 때 오는 걸듯-김훈, 『공터에서』 382

소설을 믿는 소설-손보미, 『디어 랄프 로렌』 386

사랑하는 사람, 살아남는 사람-최진영, 『해가 지는 곳으로』 391

난망하는 소설-민병훈, 『재구성』 402

 


편집자 리뷰

노태훈의 첫 비평집 『현장비평』이 ‘민음의 비평’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결기처럼 이 비평집에서 현장은 수사가 아니라 구체적인 탐구 대상인 동시에 비평의 핵심 주제이다. 장르와 제도로서의 순문학, 비평의 자리와 역할에 대한 고민, 페미니즘과 퀴어 문학의 젠더 담론, 트위터·블로그를 중심으로 한 비평장의 변화 등 최근 한국 문학에 관한 한 어떤 비평가보다 더 ‘현장성’에 집중해 온 만큼, 한국문학의 현장성에 대한 치열한 성찰과 비판들로 채워진 이 책은 2010년대 한국문학을 가리키는 현장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1부에 수록된 글들의 소재는 한국 소설과 한국 문단이다. 그런 점에서 1부에 수록된 글들의 비평 대상은 2010년대 중반 한국문학 전반이라고도 할 수 있다. 2010년대 중반은 한국문학의 침체기라 불렸던 한때이다.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한국 소설을 찾아보는 일이 어느 때보다 힘들었고, 한국문학의 위기라는 말은 더 이상 새롭지도 않을 만큼 익숙해졌다. 「쓰지 않는 ‘한국’ 소설, 읽지 않는 한국 ‘소설’」은 이러한 침체기에 비평가의 시선으로 쓰인 한국문학 현장 체험기이자 관찰기다. 독자들로부터 외면받는 한국 소설의 명암에 대한 고찰은 한국 소설의 다양한 징후들을 거쳐, 순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다양한 통찰로 나아간다.

 

특히 인상비평 식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전수조사에 버금가는 취재를 하며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은 노태훈만의 집념과 실증적 태도가 빛나는 부분이다. 가령 여성 작가들이 득세해 남성 작가는 설 자리가 없다는 주장의 진위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2019년 한 해 동안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단편소설 중 남성 작가의 작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그 비율이 말해 주는 것은 무엇인지 분석한다. ‘문학상’을 둘러싼 비판적 견해들, 한국 소설이 역사를 다루는 방식 등 중요한 이슈들의 궤적을 두루 짚는 가운데 한국문학의 내부와 외부를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단서들이 주어지는 것 역시 눈여겨볼 부분이다.

 

2부에서는 독자들에게 작가론으로 익숙해진 형태의 글쓰기를 선보인다. 작가론은 한 작가의 작품을 망라하며 해당 작가를 한국 문학사에 위치시키는 정교한 글인 동시에 한 작가를 폭넓게 감상할 수 있는 종합적인 글이기도 하다. 문예지를 통해 발표되는 비평가의 글 가운데 가장 밀도가 높은 글의 하나가 작가론이며, 따라서 비평가의 분석과 애정이 가장 균형을 이루는 글이 또한 작가론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비평집에 선별되어 수록된 글은 김연수, 황정은, 김애란, 백민석, 이기호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것에 더해 ‘후장사실주의’로 명명되는 작가들의 작품에 관한 다층적인 분석들이다. 현장에 밀착한 읽기가 작가의 현재성을 끊임없이 갱신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글들이기도 하다.

 

3부에서 선보이는 단평은 현장성이 가장 돋보이는 글이라 하겠다. SNS에 기반한 소통 방식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친화적인 언어일 수도 있겠다. 기존의 비평문에 익숙했던 독자들에게는 간명하고 짧은 언어로 핵심을 관통하는 형식의 글이 기존의 비평과 비교해 새로운 묘미를 주는 새로운 시도로 다가올 것이다. 한편 비평가라는 정체성보다 성실한 독자로서의 성실성이 더 빛을 발하는 3부는 2017년 발표된 거의 모든 소설을 다 읽어 보겠다는 포부를 스스로 실험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출간된 책들을 가능한 한 빠짐없이 읽으려 했던 비평가의 단상과 단평을 통해 한국문학의 흐름을 조망하고 자신의 시각을 가져볼 수 있다. 서평을 수록한 4부에서는 황정은, 박솔뫼, 김경욱, 정용준, 최은미, 김혜진, 장강명, 최진영 등 당대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던 작가들의 신작을 통해 문학 현장 최전선에서 작가와 독자가 주고받는 감정과 사유를 읽어 낸다.

 

■ 서문에서

문학비평의 새로운 형식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어떤 것이 가능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우선은 여기 실린 글들이 지난 10년 정도의 한국 소설을 회고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2000년대가 그랬고, 2010년대가 그랬듯 2020년대의 한국문학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 현장에 늘 있고 싶다. -서문에서

 

■본문에서

 

비평적 의제가 던져졌을 때 그곳에 참여할 수 있는 비평가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처럼 비평의 불안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도 제한된 사람들에게 주어진다. 매해 데뷔하는 시인, 소설가들이 몇 명이고 이 중 아주 적은 창작자만이 활동을 이어 갈 수 있다는 분석은 흔하지만 비평가는 그런 분석의 자료도 되지 못한다. 어렵사리 자신의 단행본을 가질 수 있는 시인, 소설가는 있어도 비평가는 없다. 독자를 곧바로 만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창작자의 대열에 비평가는 대체로 속하지 못한다. 그럼 대체 한국의 문학비평가는 무얼 할 수 있을까. (11쪽)

 

사실상 2015년의 ‘한국’에 관한 소설은 아주 소수로 존재하거니와 영화나 드라마, 웹툰 등 여타의 서사 장르들이 이를 충분히, 훌륭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어 명함을 내밀기조차 쉽지 않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싫어서』와 같은 작품이 독자의 이목을 끄는 현상은 단순하게 넘길 일이 아니라 한국 소설에 대한 어떤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 일인지 모른다. 아직 당대의 서사를 소설이라는 방식으로 접하고 싶어 하는 독자가 제법 존재한다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더 이상 독자들이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성찰, 삶에 관한 통찰력과 세계를 대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문제는 ‘독자’다. 독자를 늘리는 것은 순문학의 입장에서 대단히 요원한 일이고, 사실 썩 갈급하지도 않은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독자를 ‘지키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한국 소설의 ‘애독자’가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할 때 진짜 위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24쪽)

 

대체로 순문학의 시스템은 문학이라는 이름의 권력을 가지고 있고, 그를 통해 그 바깥의 문학을 배제하고 차별해 왔다. 작품의 청탁에서부터 평단의 리뷰, 문학 관련 매체의 언급과 홍보, 각종 지원 제도, 문학상 심사 등 순문학의 시스템 안에서 그 바깥의 문학은 너무도 흔하게 또 자연스럽게 배제당한다. 지금 순문학 장에서 ‘문학주의’의 입장으로 타 장르에 대한 완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분위기는 거의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더 문제적인 것은 약간의 진입을 허용하면서 균형을 갖췄다고 생각하는 시혜적인 태도이다. 그것은 순문학의 문학적 편견을 감추기 위한 알리바이고, 아주 낭만적이고 순진하게, 대결 구도를 설정하는 일이 무용하다는 원론적인 주장을 하면서 개별 작품의 계보와 특성을 무시해 버리는 무책임한 비평적 무능이다. (72~73쪽)

 

나는 여기에서 한국문단의 ‘실체’를 일부 들여다보고자 한다. 여성 작가들이 득세해 남성 작가는 설 자리가 없어지고, 퀴어-페미니즘 일변도의 서사 속에 ‘다른’ 이야기는 쓰기 어렵게 되었다는 ‘인상비평’식의 판단이 아니라, 한국 문단의 핵심이라 할 수 있을 문예지의 지면이 어떻게 분배되어 왔는지, 소설 단행본은 어떻게 출간되고 있는지, 어떤 작가들이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서 이로부터 다음의 질문에 답을 찾고자 한다. ‘지금 한국 문단의 남성 작가들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나.’ (77쪽)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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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훈

1984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공부했고 「1990년대 한국소설과 소수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3년 중앙신인문학상 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계간 《자음과모음》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