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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머리 짐승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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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신이인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3년 2월 3일

ISBN: 978-89-374-0929-5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4x210 · 252쪽

가격: 12,000원

시리즈: 민음의 시 309

분야 민음의 시 309, 한국 문학


책소개

불시착한 여기에서 엉망진창을 끌어안기

나와 너의 괴상함마저 태연하게 유희하는

매혹적인 일탈의 시

 

 


목차

1부 최고의 반려동물

머리말 13

마음가짐 14

작명소가 없는 마을의 밤에 15

배교자의 시 18

구미 24

Grooming — 상처를 핥을 수 없는 동물 27

Beautiful Stranger 33

나의 전부였던 나무 37

불시착 44

훗날 그들이 웃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48

먹는 재미 56

 

2부 좋은 사람

투성이 63

펄쩍펄쩍 66

니트 69

멀미와 소원 74

신혼여행 76

평화로운 가정 80

폴터가이스트 84

드라마 87

크림 91

날 미워하지 마 92

왓츠인마이백 94

외로운 조지-Summer Lover 101

 

3부 검은 머리 짐승

악취미 109

검은 머리 짐승 111

스톡홀름 증후군 113

올드 앤드 뉴 트라우마 116

의류 수거함 122

의류 수거함 이전의 길몽 123

학습 만화 126

외로운 조지-자폐 131

영접 136

영매 143

엑토플라즘 146

끝나지 않는 밤의 이불 148

플라스틱—나는 내가 작년에 죽었다고 생각했다 150

 

4부 가죽

하루미의 영화로운 날 157

I Just 166

타투이스트 169

자존 2 172

팝 176

귀빈 181

실패한 농담 보호소 184

도둑 고양이 190

나에게는 좋은 감촉이 있다 194

예언 197

도마뱀 200

끝 202

검은 머리 짐승 사전 205

스트레칭! 208

작품 해설–전승민(문학평론가) 210

 


편집자 리뷰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신이인의 첫 시집 『검은 머리 짐승 사전』이 ‘민음의 시’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완벽한 관리자이면서 특별한 난동꾼’이라는 심사평과 함께 데뷔한 신이인은 2022년 문지문학상 후보로 선정되고 2021 ‘시소’ 프로젝트의 ‘여름의 시’에 꼽히는 등 신인임에도 평단의 꾸준한 관심을 받아 왔다. 관리자와 난봉꾼이라는 모순된 수식어에 걸맞게, 신이인의 시에는 시 전체를 압도하는 이미지에 더해 그 바깥으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잉여의 감정들과 존재들이 있다. 잘못된 장소에 불시착한 채로 시작하는 시들은 아름답지도 매끄럽지도 않은 ‘검은 머리 짐승’들을 얽히고설킨 채로 늘어놓고 그 엉망진창을 즐겁게 유희한다. 가볍게 뛰어넘고 일탈하는 시인의 시처럼 짐짓 태연하게, “아무것도 아닌 듯이 소개해 주고 싶은”(「머리말」) 신이인의 첫 번째 세계다.


 

 

■불시착한 여기에서

 운석이 떨어지고

 

거실 바닥이 패였다

원한 적 없는 모양으로

 

―「불시착」에서

원한 적 없던 선물이 도착했다. 지붕에 큰 구멍을 내며 떨어진 운석. 아무나 찾아와 뻥 뚫린 집 안을 들여다보려고 하는 것만 같은 어수선함이 지나가고, 나는 “악의라고는 한 톨도 없이” 지붕의 구멍 너머로 아름다운 야경을 본다. 뒤늦은 슬픔이 찾아오지만 나보다 먼저 우는 것은 거실에 드러누운 “회색 먼지 뭉치를 굳힌 것 같은” 운석이다. 나도 운석도 원한 적 없었던 불시착. 여기가 신이인의 시가 출발하는 지점이다.

불시착한 세계에서 주로 일어나는 일은 기다림이다. 해설에서 전승민 평론가가 말하듯, 시인은 “소외의 상황에서 슬픔으로 직진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자신의 고유한 실존적 양태의 일부로 돌출시킨다.” 화자는 자신만의 비밀을 간직한 채 기다린다. 그러다가 나의 이상함을 놀이하듯 꺼내 보이며 말한다. “이것이 나의 무기다”(「배교자의 시」) 이상하다며 소외된 상황, 서로가 낯선 지금 이 자리에서 시인은 너와 나와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내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난장을 이것 봐, 하며 아무렇지 않게 보여 준다.


 

 

■ 엉망진창을 끌어안기

오리너구리를 아십니까?
오리너구리, 한 번도 본 적 없는
―「작명소가 없는 마을의 밤에」에서

오리도 너구리도 아니지만 오리너구리라고 불리는 것은 신이인 시 세계에 사는 존재들의 괴상함을 보여 준다. 이 세계에는 “오리도 아니고 너구리도 아니나 진짜도 될 수 없었던” “안에도 밖에도 속하지 못한” 이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부리가 있는데 날개가 없고, 알을 낳지만 젖을 먹인다는, 반은 여자고 반은 남자라는 소문만 횡행한 가운데 나는 “밖과 안을 기우며” 의연하게 말한다. “요괴는 그런 식으로 태어나는 겁니다”

이상한 것은 내 안에도 있는데, 가령 “징그럽고 뻔뻔한 개구리”(「펄쩍펄쩍」)처럼, 나의 생각을 비웃으면서 자꾸 튀어 나가려는 마음이다. 그 마음의 배를 갈라 죽이고 싶다고 나는 못된 생각을 하지만, 진짜 나쁜 건 펄쩍펄쩍하는 마음을 못 보고 지나치는 사람들이다. 나는 두려움과 미움마저 내보이는 솔직함으로 어지럽고 들끓는 것들을 향해 팔을 벌린다. 불시착한 이곳, 엉망진창인 세계의 사랑은 가장 소중한 것을 숨기지 않고 표적처럼 매달고 다니는 일, 내던져졌기 때문에 모른 척했던 것을 끝내 꺼내서 선물처럼 건네는 일이다. 내보이면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해 보는 것이다. “아, 이상해.”(「작명소가 없는 마을의 밤에」)


■ 추천의 글

신이인의 시는 외계와 내계의 두 날개를 함께 다스리는 나방의 몸통과 같다. 우리를 갈라 놓는 경계로서의 몸통. 신이인은 그 경계에 두 발을 딛고 분주하게 누빈다. 경계에 대한 이토록 본격적인 들썩거림이 신이인 이전에 있었을까. 아니, 이 들썩거림을 우리 시가 본격적으로 환대해 본 적 있었을까. 경계 짓지 않음으로 나아가려는 신이인 곁에 우리는 서 있어야 한다. 그와 함께 같은 별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때론 공포를, 때론 부끄러움을, 때론 의미없음을, 때론 엉망진창을, 때론 자긍심을 거느리고서. ―김소연(시인)

 

신이인의 세계에서 우리는 타자들의 이질적인 실존이 주체를 불편하게 하는 이물감에 그치지 않고 괴상한 매력으로 전환되며 끈질긴 사랑으로 올라서는 순간들, 동물 앞에서 동물이 되는 상호타자로의 무수한 전환이 이루어지는 퀴어한 특이점을 목도한다. ―전승민(문학평론가)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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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인

199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