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채우는 감각들

세계시인선 필사책

에밀리 디킨슨, 페르난두 페소아, 마르셀 프루스트, 조지 고든 바이런 | 옮김 강은교, 김한민, 이건수, 황동규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2년 12월 15일 | ISBN 978-89-374-7599-3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40x210 · 120쪽 | 가격 14,000원

책소개

황홀한 경험을 맞이할 수 있도록 영혼의 문은 언제나 살짝 열려 있어야 한다.”

—에밀리 디킨슨

“나는 포르투갈어로 쓰지 않는다. 나는 나를 쓴다.”

—페르난두 페소아

“잠시 꿈을 꾸는 것이 위험하다면, 그 치료제는 적게꿈꾸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항상 꿈꾸는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

“잉크 한 방울이 백만 명의 사람을 생각하게 할 수도 있다.”

—조지 고든 바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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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19세기를 대표하는 네 시인

에밀리 디킨슨, 페르난두 페소아,

마르셀 프루스트, 조지 고든 바이런의 시를

선별하여 엮은 세계시인선 필사책

19세기를 대표하는 시인 에밀리 디킨슨, 페르난두 페소아, 마르셀 프루스트, 조지 고든 바이런의 작품을 선별하여 엮은 민음사 세계시인선 필사책 『밤을 채우는 감각들』이 출간되었다. 세계시에 친숙하게 다가가지 못했던 독자들, 세계시를 음미하고 싶었던 독자들을 위해 민음사 세계시인선 『고독은 잴 수 없는 것』,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에서 접할 수 있었던 작품 중 한 번 더 깊이 감상하면 좋을 시들을 엄선하였다.

고독과 허무, 죽음을 주제로 했던 에밀리 디킨슨은 우주적 사색을 짧은 글에 담은 시인으로,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따라 읽고 쓰며 숙고하기 좋은 작품들을 써냈다.

소박하게 더듬거리는 말로

인간의 가슴은 듣고 있지

허무에 대해—

세계를 새롭게 하는

힘인 ‘허무’—

—에밀리 디킨슨, 「소박하게 더듬거리는 말로」

‘시인들의 시인’이라 불리는 페르난두 페소아는 철학을 가장 시적으로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70개가 넘는 이명(異名)을 사용하여 각기 다른 문학적 자아를 창조했으며, 그중 이명들의 스승이자 페소아가 “유일한 자연 시인”이라고 칭한 알베르투 카에이루, 그리스 철학을 애호하는 리카르두 레이스의 시가 필사책에 실려 있다.

 

생각한다는 건

바람이 세지고, 비가 더 내릴 것 같을 때

비 맞고 다니는 일처럼 번거로운 것.

내게는 야망도 욕망도 없다.

시인이 되는 건 나의 야망이 아니다.

그건 내가 홀로 있는 방식.

—페르난두 페소아, 「양 떼를 지키는 사람」 중에서

 

제임스 조이스, 프란츠 카프카와 함께 20세기 현대문학을 연 마르셀 프루스트는 필생의 대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필사책에는 그 단초가 된 산문시집 『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 중 자연과 심리 묘사가 유연하게, 음악적으로 표현된 시를 발췌하였다.

 

욕망은 영광보다 더 우리를 도취시킨다. 욕망은 모든 것을 아름답게 꽃피우지만, 일단 소유하게 되면 모든 게 시들해진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을 꿈꾸는 것이 현실에서의 삶보다 더 낫다. 되새김질하는 짐승의 우매하고 산만한 꿈처럼, 어둡고 무거워 신비감이나 명확성이 떨어질지라도 꿈은 좋은 것. 삶 자체가 어차피 꿈꾸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마르셀 프루스트, 「꿈으로서의 삶」 중에서

 

19세기 영국의 대표 낭만주의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은 젊음과 열정, 모험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가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중 특히 바이런의 낭만적, 영웅적 면모가 드러난 시들을 필사책에 실었다.

 

자, 나의 작은 배여, 너와 더불어

어서 가자, 거친 바다를 가로질러

다시 고향만 아니라면

어느 나라로 날 싣고 가든 상관없다.

오너라, 어서 오너라, 검푸른 파도여,

이윽고 그 파도 내 눈길에서 사라질 때

오너라 사막도 동굴도.

고향이여, 잘 있거라!

—조지 고든 바이런, 「이별」 중에서

목차

1부 고독은 잴 수 없는 것 9

2부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31

3부 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 55

4부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 77

작가 소개

에밀리 디킨슨

●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1886)

19세기 미국 대표 시인. 매사추세츠 애머스트에서 세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꽃과 새, 계절과 같은 구체적인 소재에 추상적인 사고를 연결하여 실존적이고 무거운 주제들을 응축된 문장에 담은 간결한 스타일로 매우 현대적이고 독특한 감각을 보인다.

디킨슨에게 시는 영혼의 호흡이었고 편지는 소통의 창구였다. 고전에 심취했지만 당대 출판된 책들도 꾸준히 읽었고, 기독교 신앙심이 깊었지만 청교도의 경직성에 반항적이었고, 여러 편집자들로부터 출판을 권유받았지만 출간에 회의적이었다. 점차 은둔자가 된 시인은 집 밖을 나가지 않으려고 심지어 아버지의 장지에도 따라가지 않았다.

그러나 독창적 은유와 기발한 상상력, 심오한 철학적 사유를 담은 그녀의 시 세계는 온 우주를 품었다. 『결핍으로 달콤하게』는 학창 시절 단짝들, 문학 상담을 해준 비평가, 사랑하는 연인 등에게 보내는 편지들이다. 이 서간집은 “시인의 시 세계를 정의하는 특징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마치 한 권의 산문시로 된 자서전과도 같다.

페르난두 페소아

포르투갈의 모더니즘을 이끈 대표 시인. 해럴드 블룸은 서양 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 26인 가운데 셰익스피어, 괴테, 조이스, 네루다와 더불어 페르난두 페소아를 꼽는다. 일생 동안 70개를 웃도는 이명(異名) 및 문학적 인물들을 창조하고 독창적인 글을 썼다. 포르투갈어와 영어, 프랑스어 등 다양한 언어 및 서로 다른 문체를 구사하였으며, 시, 소설, 희곡, 평론, 산문 등 많은 글을 남겼다.
1888년 리스본에서 태어난 페소아는 일찍 친아버지를 잃고, 외교관인 새아버지와 함께 가족 모두가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주했다. 1905년에 홀로 고향으로 돌아와 리스본대학교에 입학했으나 곧 학업을 중단하였다. 일생을 마칠 때까지 ‘무역 회사의 해외 통신원’으로 무역 서신을 번역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평생 여러 잡지와 신문을 통해 130여 편의 산문과 300여 편의 시를 발표했으나, 생전에 출간한 포르투갈어 저서는 시집 『메시지』(1934)가 유일하다. 1915년 포르투갈 모더니즘 문학의 시초인 잡지 《오르페우》를 창간했다. 오랫동안 틈틈이 적은 단상을 모아 『불안의 책』을 출간하려 했으나 실현하지 못했다. 1935년 47세의 나이에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사후 엄청난 양의 글이 담긴 트렁크가 발견되었고, 현재까지도 분류와 출판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마르셀 프루스트

1871년 파리 근교 오퇴유에서 파리 의과대학 교수 아드리앵 프루스트와 부유한 유대인 증권업자의 딸 잔 베유 사이에서 태어났다. 명문 콩도르세 학교에 진학하여 공부하다가 열여덟 살이 되던 1889년 군에 지원하여 일 년간 복무한다. 제대 후 아버지의 권유로 법과대학과 정치학교에 등록하지만 학업보다는 글쓰기에 전념하여 《월간》에 브라방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기고한다. 이후 여러 문인과 교류하며 극장, 오페라 좌, 살롱 등을 드나들고 유럽 각지를 여행하며 그림을 감상한다. 1909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집필하며 오랜 칩거 생활이 시작된다. 이후 여러 출판사를 찾아다니지만 출간을 거절당하고, 결국 그라세 출판사에서 자비로 책을 낸다. 1919년 갈리마르에서 개정판을 출간하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편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로 공쿠르 상을 수상, 1920년에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는다. 1922년 기관지염이 악화되어 폐렴에 걸리나 마지막까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원고를 다듬다 결국 11월 18일, 쉰한 살의 나이로 사망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프루스트 사후 오 년 만에 완간된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다른 책들

조지 고든 바이런

영국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시인으로 괴테, 스탕달, 도스토예프스키 등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1788년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바이런은 어릴 때부터 글쓰기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으며,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하였다. 그러나 학업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아 자유로운 삶을 살았고, 1812년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를 발표하며 19세기 낭만주의를 여는 시인이 되었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 3, 4장을 썼다. 그리스 문화를 사랑하여 1823년 그리스 독립 전쟁에 참여하였다가 이듬해 그리스 미솔롱기에서 36세라는 젊은 나이에 열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바이런의 낭만적 면모를 부각시켜 이르는 표현인 ‘바이런적 영웅’은 브론테 자매와 프리드리히 니체, 버트란드 러셀 등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강은교 옮김

1945년 12월 13일 함경남도 홍원에서 출생, 백일 만에 서울로 이주. 1964년 경기여자중고등학교 졸업. 1967년 연세대학교 재학시 연세문화상 문학상 수상. 1968년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영어영문학과 졸업. 9월 월간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시 「순례자의 잠」 외 2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1970년 사단법인 「샘터」사에 입사, 동년 김형영, 정희성 등과 「칠십년대」 동인지 활동. 1971년 첫 시집 「허무집」(칠십년대 동인회) 출간. 1974년 시선집 「풀잎」(민음사) 출간. 1975년 산문집 「그물 사이로」(지식산업사), 「추억제」(민음사), 역서 「예언자」(K. Gibran, 문예출판사) 출간. 제2회 「한국문학 작가상」 시부문 수상. 1976년 역서 「한 줄기 빛이 비스듬히」(E. Dickinson 시선, 민음사) 출간. 연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 1977년 시집 「빈자일기(貧者日記)」(민음사), 산문집 「도시의 아이들」(진문출판사) 등 출간. 1978년 연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81년 연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입학. 1982년 시집 「소리집」(창작과비평사) 출간. 1983년 동아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에 교수로 임용, 삶의 터전을 부산으로 옮김. 인도 등 잠시 여행.

1984년 시선집 「붉은 강」(풀빛), 산문집 「누가 풀잎으로 다시 눈뜨랴」(문학세계) 출간. 1985년 산문집 「어두우니 별뜨는 하늘이 있네」(영언문화사) 출간.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조교수. 1986년 시선집 「우리가 물이 되어」(문학사상) 출간. 1987년 시집 「바람노래」(문학사상) 출간. 1988년 문학선 「순례자의 꿈」(나남사), 시화집 「어떤 미루나무의 꿈」(영언문화사) 출간. 학위 취득. 1989년 시집 「오늘도 너를 기다린다」(실천문학사), 비평연구집 「한국근대문예비평사연구」(공저, 세계사) 출간. 1990년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부교수. 1991년 시선집-한국대표시인100인선 「그대는 깊디깊은강」(미래사) 출간. 1992년 시집 「벽 속의 편지」(창작과비평사) 출간. 제37회 「현대문학상」 시부문 수상. 1993년 산문집 「잠들면서 참으로 잠들지 못하면서」(한양출판사) 출간. 1994년 동화집 「하늘이와 거위」(삼성출판사) 출간. 1995년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김한민 옮김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고 그림책과 만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스 비극의 가면 제작사를 다룬 만화 『유리피데스에게』, 그림책 『웅고와 분홍돌고래』, 어린이를 위한 동물 행동학 책 『Stop!』,  그림 소설 『혜성을 닮은 방』 등을 만들었다. 자연과 동물에 대한 관심으로 많은 동물 캐릭터를 창조해 이야기에 등장시켰으며 어린 시절 스리랑카와 덴마크에서 살았고 2년간 페루 북부의 도시 치클라요에서 자동차 정비 분야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책 속에 다양한 지역적, 문화적 색채를 불어넣고 있다.
포르투갈 포르투 대학교에서 페르난두 페소아의 문학에 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했고, 리스본 고등사회과학연구원(ISCTE) 박사과정에서 인류학을 공부했다. 페르난두 페소아의 산문집 『페소아와 페소아들』, 시선집 『시가집』을 엮고 옮겼으며, 페소아와 그의 문학, 그리고 그가 살았던 리스본에 관한 책 『페소아: 리스본에서 만난 복수의 화신』을 썼다.

이건수 옮김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학하고 프랑스 프로방스대학에서 프랑스 현대시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세기 프랑스 시인들과 보들레르에 대한 다수의 연구 논문이 있으며, 현재 충남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저주받은 천재 시인 보들레르』, 역서로 기유빅 시선 『가죽이 벗겨진 소』, 보들레르의 『벌거벗은 내 마음』, 『라 팡파를로』, 『보들레르의 수첩』 등이 있다.

황동규 옮김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에든버러대학교에서 수학했다. 1958년 《현대문학》에서 시 「시월」, 「즐거운 편지」 등으로 등단한 이래 『어떤 개인 날』, 『비가』, 『몰운대행』,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 『겨울밤 0시 5분』, 『연옥의 봄』 등의 시집을 펴냈다. 옮긴 책으로 바이런의 『순례』, 예이츠의 『1916년 부활절』 등이 있다. 서울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미당문학상, 호암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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