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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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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라파엘 라시드 | 옮김 허원민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2년 7월 8일

ISBN: 978-89-374-4285-8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5x200 · 164쪽

가격: 15,000원

분야 논픽션, 정치/사회/경제


책소개

‘정상성 중독의 나라’ 한국에서 11년 동안 살아온
영국인 저널리스트 라파엘 라시드가 경험한 K-행복의 명암

부정할 수 없는 사실 하나가 있다. 바로 라파엘 라시드는 한국을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누구보다도 눈을 크게 뜨고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공간들과 사람들을 관찰해 왔다. 애정을 가진 관찰자의 질문은 따뜻하면서도 날카롭다. 라파엘은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한국 사회에 굵직굵직한 질문을 던지고 화두를 제시해 왔다. 이 책은 그동안 그의 애정 어린 관찰에서 나온 매서운 질문과 날카로운 분석을 묶은 기록이다. 라파엘처럼 한 걸음 뒤에서 읽을 것을 권한다. -박주원(미국 AP통신 기자)

K-결혼, 번아웃 그리고 행복…… 이 책에는 우리가 때때로 놓치고 있을지도 모르는 한국 사회의 구석구석을 흥미롭게, 종종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게 바라본 시각이 담겨 있다. 프리랜서 기자로서, 또 외국인으로서 그리고 한국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라파엘의 이야기는 통찰력도, 시의성도 겸비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재밌다.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항상 가지고 있는 당신에게 이 책은 바깥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으로 대답을 던진다. -임현수(《코리아헤럴드》 기자)

타인을 제한된 지표들로 평가하는 것이 당연하다면 자신을 평가할 때도 동일한 지표들을 사용함이 분명하다. 직업, 연봉, 아파트 평수, 외모, 학력, 차 브랜드 등을 기준으로 연신 자기를 평가하고 평가당하다 보면 불만족을 느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런 기준들에 부합할 만한 점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이기 때문이다.
이토록 표면적이고 제한된 지표들이 진정으로 ‘나’를 정의하는 요소들의 전부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모든 인간에겐 정상과 비정상, 이상과 현실, 아름다움과 추함, 앎과 무지 같은 정반대되는 요소들이 혼재되어 있다.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은 스스로 보기에 부족한 부분들을 직시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단지 해결 방법을 찾기에 앞서, 개인과 이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본문에서


목차

1장 어쩌다 서울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 저널리스트

2장 지금 당신은 행복한가요?
노오오오력
꿈이 뭐야?
스펙 쌓고 있어?

3장 연애와 결혼의 의무
이상형은 누구예요?
왜 여친 없어?
소개팅할래?
자기야, 사랑해
연봉을 입력해 주세요
그래서 결혼은?

4장 직장이라는 지옥
SJN, BSJN, ISN, BJN, CJN, GJN, DRN
이거 급한 거야
좋은 데 가시죠!
퇴사하고 싶다

5장 한국 언론은 왜 타락했나
팩트 만들기, 축소하기, 부풀리기
소설의 냄새가 난다
팩트 체크의 부재
복붙
언론의 자유란 수정과 삭제의 자유인가?
뒷광고
언론 윤리의 부재

6장 흑백 논리의 나라
분열 국가
너 도대체 어느 쪽이야?
너 ‘페미’야?
바람직한 것 vs. 바람직하지 못한 것

7장 자기 모습 그대로
펭수 현상
외모가 바람직하지 않을 때
성적 지향이 바람직하지 않을 때
출신 지역이 바람직하지 않을 때
행동이 바람직하지 않을 때
그럼 이상적인 사람이란?
차별은 안 되지만 차별은 괜찮아

8장 왜 한국을 혐오해?
한국의 ‘외국인’
“우리나라에서 나가라!”
한국은 지옥인가?

9장 코로나 이후의 우리
언택트 시대에 더불어 살아가기


편집자 리뷰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하고 세계적 문화 현상을 주도하는 나라,
‘선진국’ 대한민국의 사람들은 왜 불행과 불안을 이야기하는가?
연애와 결혼, 계층과 노동, 혐오와 차별 그리고 행복……
‘아웃사이더를 용서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이 답해야 하는 미래의 질문들

해외 각국에 한국의 최신 소식을 다채롭게 전해 온 스타트업 미디어 ‘코리아 익스포제’의 공동 설립자이자, 지난 11년 동안 서울에 거주하며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서 활동해 온 영국 출신 기자 라파엘 라시드의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이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은 친밀한 외국인이자 낯선 내국인으로서 오래도록 집요하게 한국 사회의 여러 층위와 안팎을 진중히 톺아본 《엘르 코리아》의 연재물 「라파엘의 한국살이」(2020~2021)를 바탕으로 전면 개고, 새로이 재구성한 책이다. 라파엘은 50회의 칼럼을 기고하면서 이미 한국 사회의 이모저모를 현장감 있게, 종종 맵고 다정하게 취재했지만, 이번에는 한 발 더 나아가 당시 지면에서 미처 보여 주지 못한 문제의식, 즉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하고 전 세계적 문화 현상을 주도하며 모두가 선망하는 나라’ 대한민국에 드리운 빛과 어둠을 더욱 깊게 파고든다. 어렸을 적에 우연찮게 맛본 ‘한국 도시락’과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덕분에 ‘대한민국’을 처음 접한 라파엘은 호기심 같은 인연을 운명으로 삼아서 한국학을 공부하고, 급기야 서울에 정착하게 된다. 십여 년 전, 한국의 대중문화가 대유행하고 최첨단의 기술 산업이 공고해지기 전까지 ‘대한민국’은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는 북한보다도) 그다지 잘 알려진 나라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라파엘 역시 희미한 이미지만을 가진 채, 남들이 모르는 나라를 먼저 알아보겠다는 묘한 도전 정신에서 한국을 찾았다. 하지만 늘 정체되어 있는 듯 보이는 영국이나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굉장히 역동적인 힘과 무시무시한 잠재력을 지닌 특별한 나라임을 금방 깨닫게 되었다.
방글라데시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성장해 온 독특한 이력 그대로, 라파엘은 교차하는 정체성을 품은 채 (이토록 흥미진진하고 생명력 넘치는) 대한민국을 새로운 토양으로 삼아 이제껏 살아오고 있다. 그런데 한두 해, 아니 십여 년을 한국에서 생활하는 내내 한 가지 놀라운 질문을 맞닥뜨리게 된다. “너는 왜 한국에서 사니? 한국 사람들은 모두 ‘헬조선’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데.” 아니, 배달, 수리, 의료, 사회 서비스 등이 이렇게 신속하고 간편한 데다, 커피숍에 가방을 두고 나와도 도둑맞을 염려 없고, 깨끗하고 편리한 대중교통이 완비되어 있을 뿐 아니라, 치안 수준도 놀랍도록 훌륭한데, 이런 대한민국이 지옥이라고? 라파엘은 한국에서 먹고살고, 세금을 내고, 일상을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이 문제를 결코 간과할 수 없었다.

한국은 남들이 볼 때 살고 싶은 나라로 발전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대다수의 한국 사람들은 굳이 ‘헬조선’에서 살기로 결심한 나의 선택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내 또래의 많은 한국인들은 자기 삶에 불만족해하며 우울함과 불행을 느끼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 십 대에서 삼십 대까지의 사망 원인 1위는 질병도 사고도 아닌 자살이다. 또한 행복도 조사에서 OECD 37개 국가 중 한국은 그리스와 터키 다음으로 35위다. (……) 내가 연재했던 《엘르 코리아》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사실 내가 쓴 연재 기사를 관통하는 주제는 불행이었다. 무엇이 한국에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지 들여다보다 보니 50회까지 이어 가게 되었다. 할 말은 많지만 마땅히 표현할 수단이 없는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글의 소재를 찾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본문에서

나는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누구나 자신이 현재 몸담고 살아 숨 쉬고 일하고 세금을 내고 먹고사는 공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인간은 국적이나 피부색을 떠나 공감하는 동물이다. 내가 주변 사람들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일 따름이다.
이런 관심과 공감 그리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한국에 대한 혐오로 비친다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내가 진심으로 한국을 혐오했다면 십여 년이라는 긴 시간을 버티지 못했을 것이고, 아마 오래전에 한국을 떠났을 터다. -본문에서

과연 관광객이 아닌 구성원으로서 한국 사회에 한 걸음 더 다가서자 비로소 미묘한 기류, 불협화음과 위화감을 감지할 수 있었다. 먼저 ‘꿈’을 대하는 태도였다. 라파엘이 한국에 정착한 뒤로 가장 자주 들었던 질문 중 하나는 바로 “꿈이 뭐예요?”였다. 당연히 가치관, 이상, 삶의 방향성 등을 묻는 것이리라 예상했지만, 한국 사회에서 꿈이란 이른바 진로, 일종의 자기 브랜딩(어떠한 스펙을 쌓아서 어느 직장에 들어가고, 무슨 아파트와 차를 구입할지……)을 의미했다. 어느 국가나 사회, 또 어느 누구에게나 성공에 대한 열망은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한국만큼 엇비슷한 목표를 향해 모두가 무한 경쟁을 펼치는 나라는 드물고, 정형화된 성공의 컨베이어벨트에서 낙오하는 사람에게 가혹한 곳 역시 흔하지 않다. 개개인들이 스스로를 위해 꿈을 꾸지 못하고, 오로지 사회적 시선과 외부적 가치 기준에 부합하고자 천편일률적 스펙을 쌓는 데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면 판에 박힌 성공만큼이나 비슷비슷한 불행이 만연하게 될 터다. 이렇듯 개인을 질식하게 하는 사회적 압박은 연애와 결혼의 룰(‘한국식 결혼식’은 개인의 행복과 만족보다 사회적 시선에 부응하려는 욕망을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결정적인 예다.)에도 그대로 적용되며, 각자 실력을 발휘하고 공동체적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 노동 현장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난다. 능력보다 스펙을, 스펙보다 ‘눈치’를 중시하는 의전형 업무 환경, 기형적인 접대 문화, 창의적인 소통보다 상명하복을 강조하는 회사 시스템은 여전히 한국의 잠재력을 좀먹고 있다.(이 모든 것들이 한데 엮여서 젊은 세대의 절망, 저출생 문제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토록 눈치를 살펴야 하고, 무엇보다 ‘눈 밖에 나는 일’을 두려워하게 하는 한국 사회의 (아웃사이더를 용서하지 못하는) 분위기는 ‘단일 민족’을 표방하는 문화적 배경, ‘유교적 가족 중심주의’,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현실 등이 복합적으로 빚어낸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특수성을 교묘하게 활용하는 한국의 정치 풍토와 흥행만 좇는 언론의 태도다. 이들은 매 시대 어젠다만 바꿀 뿐 이념 갈등, 지역 갈등, 남녀 갈등 등을 불러일으키며 반목과 편 가르기를 부추기고, 심지어 최근에는 소수자와 약자를 대상으로 선동과 공격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라파엘은 대한민국이 산적한 미래 문제를 타개하고 ‘선진국’에 걸맞은 위상을 차지하려면, 타자를 배제하고 소통을 거부하며 극단적 흑백 논리로 이익을 취하는 정치, 종교, 언론의 자성과 쇄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편 개인들도 스스로의 목소리를 찾고, 진정한 욕망을 들여다보고 화해함으로써 누구에게 보여 주기 위함이 아닌 본래 자신을 찾아갈 수 있도록, 타자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성찰을 경주해야 하리라. 라파엘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대한민국이 약자와 소수자를 포용함으로써 더욱 열린사회로 나아가고,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서 보다 큰 발전을 이어 갈 수 있도록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을 통해 진지하고 애정 어린 화두를 던진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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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라시드

런던대학교 SOAS에서 한국•일본학을 전공하고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한국학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국제 홍보 대행사에서 수년간 근무했으며 《가디언》, 《뉴욕타임스》, 《텔레그래프》, 《닛케이 아시아》 등의 언론 매체에 한국 관련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TBS eFM 라디오에 정기 출연하고 있으며, 《엘르 코리아》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한국에서 십 년 넘게 생활하며 트위터(@koryodynasty)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한국 관련 이슈를 꾸준히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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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민 옮김

영국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엘르 코리아》에 연재된 「라파엘의 한국살이」의 번역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