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낯설고 새로운 소설을 끊임없이 창조해 온 하일지 문학의 절정! 현실적인 환상, 환상적인 현실이 치밀하게 엮인 뫼비우스적 세계

우주피스 공화국

하일지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9년 4월 17일 | ISBN 978-89-374-8255-7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35x205 · 296쪽 | 가격 11,000원

책소개

21세기 한국 문학의 걸작이 탄생했다.
세계화 시대 한국 젊은이들의 정신적 나침반이자 지구인들의 공통 서사인 이 소설은
한국 문학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고전적 품격에 도달했다.
하일지의 문학은 한국 문학만이 아니라 세계 문학의 지도 위에 자리매김될 것이다.
하일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을 때 이 작품이 가장 중요한 수상 이유가 될 것이다.
— 이영준(미국 일리노이 대학 교수, 하버드 대학 영문 문예지 《AZALEA》 편집장)

『경마장 가는 길』의 작가 하일지가 오랜 침묵을 깨고 열 번째 장편소설로 돌아왔다. 하일지의 20년에 걸친 문학적 대장정은 신작 『우주피스 공화국』을 통해 거대한 언어의 바벨탑을 완성했다. “하일지의 ‘경마장’은 우리 문학사에서 1960년대의 ‘무진’, 1970년대의 ‘삼포’, ‘난장이’의 뒤를 잇는 1990년대의 문학사적 사건이다.”(문학평론가 김윤식)라는 평가를 받았던 작가는 『우주피스 공화국』에서 지금까지의 소설 세계를 일신하는 경이로운 작품 세계를 보여 준다. 주어진 운명처럼 노스탤지어의 힘에 끌려 들어가는 이 신비로운 이야기는 현실적 환상과 환상적 현실이 씨줄과 날줄로 치밀하게 엮여 뫼비우스의 띠를 이룬다. 우수에 찬 북유럽의 설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경이롭고도 매혹적인 이야기에서 우리는 따스한 품격과 시적인 아름다움이라는, 하일지 문학의 새로운 진경을 만날 수 있다.

편집자 리뷰

● 한국 현대 소설 미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1990년 하일지의 등장은 한국 문학의 거대한 전환점을 보여 주었다. 한국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가차 없이 폭로하고 인간 심리의 출구 없는 상황을 핍진하게 그려 낸 다섯 편의 ‘경마장’ 시리즈를 통해 하일지는 문단과 독자들을 충격에 빠뜨렸고, 이후 한국 문학의 진로를 전향시켰다. 그는 지금까지 20년 동안 단 한 편의 단편소설도 발표하지 않은 채 장편소설로만 그의 실험적인 문학 세계를 끈질기고 치열하게 추구해 왔다.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 『새』, 『진술』, 『마노 카비나의 추억』에 이르기까지 매 작품마다 그의 문학 세계가 보여 준 전례 없는 내용과 형식은 우리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하일지 소설의 진가는 재발견되며 점점 더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런 그가 다시 한번 놀랄 만한 작품을 들고 돌아왔다. 그는 『우주피스 공화국』에서 형용사 및 유추, 은유, 작가의 임의적 판단이나 느낌 등을 철저히 배제하고, 카메라로 피사체를 포착하듯이 치밀하고 집요하게 객관적인 묘사를 해 낸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지 않고 독자에게 장면을 상상하게 함으로써 독자와 작품의 거리는 더 가까워지고, 독자는 더욱 속도감 있게 작품을 읽어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부분적으로 또는 전체적으로 동일한 상황이 변주되며 모티프가 반복되는 순환적 구조를 통해 소설적 실험을 보여 준다. 언제나 한국 문학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작가 하일지, 그의 신작 『우주피스 공화국』은 21세기 한국 문학의 방향 전환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 그의 언어가 만들어 내는 기묘한 우주, 그 미로 속에 다시 한번 빠져들다

이 소설은 하나의 완벽한 미로다. 입구도 출구도 없는 우주피스 공화국의 실체가 드러날수록 독자는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시간과 공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무한히 반복되는 순환적 구조를 따라가다 보면, 무엇이 현실인지 무엇이 환상인지 혼란스러워지면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중 과연 무엇이 진실인지를 스스로 묻게 된다. 현실적인 환상과 환상적인 현실이 치밀하게 맞물린 뫼비우스적 세계는 끊임없이 돌고 도는 미로 속에 갇힌 인간의 숙명적 구조를 보여 준다. 독자들은 크레타 미궁의 테세우스처럼 실을 따라가다 보면 역시 실 끝을 잡고 있는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된다. 영원히 미로를 빠져나올 수는 없지만 그 안에서 진정한 ‘나’를 조우하는 것이다. 주인공 할이 찾고자 하는 것은 ‘우주피스 공화국’이라는 잃어버린 조국이 아닌, 잃어버린 시간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그가 추억하는 것은 장소가 아니라 시간이므로, ‘강 건너 저쪽’ 즉 피안으로서의 우주피스 공화국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궁극의 나라다. 이 영원한 뫼비우스의 미로를 탈출하는 방법은 단 하나, 스스로 미로가 되는 것. 그리하여 할은 자신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우수에 찬 북유럽의 진경이 영화처럼 눈앞에 펼쳐지며, 진실을 찾아 끝없이 펼쳐진 눈 속을 걸어가는 할의 모습은 장면마다 아름다운 그림을 만든다. 리투아니아의 비녤레 강 이쪽과 저쪽에서 할이 젊은 요르기타와 늙은 요르기타를 만나 느끼는 기시감은 인간의 삶이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하일지 문학의 핵심적 통찰을 박진감 있게 보여 준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느끼는 인간 상실의 황폐함은 이 소설에서 위로받고 길을 찾아낸다. 충족되지 않는 갈망을 안고 노스탤지어의 꿈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면 그곳에, 영원히 도달할 수 없어 보였던 우주피스 공화국이 있다. 눈 덮인 광야에 홀로 서서 하늘을 가득 채우며 날아오르는 새 떼를 바라보는 주인공의 모습은 새로운 세기를 맞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 21세기의 바벨탑, 시공을 초월하는 공통의 서사로 세계 문학 위에 우뚝 서다
 
이 소설은 소통 불가능한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 주는 ‘21세기의 바벨탑’이다. 사람들은 우주피스의 존재를 은폐하고 부정하며 할이 쌓아 나가는 바벨탑을 끊임없이 무너뜨린다. 그런가 하면 우주피스의 존재에 대해 아는 인물들은 갑자기 종적을 감추거나, 또는 언어가 달라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 할이 외무성에 찾아갔을 때 빌마가 통역하는 장면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그로테스크하다. 또한 할이 우주피스어를 알아들을 수는 있어도 말할 수는 없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하일지 문학이 기존 한국 소설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점은 독자에게 어떠한 진실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소설 미학은 인간과 그 인간이 처해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한다. 독자에게 교양과 지식을 주고, 무엇인가를 가르치고 깨우치려 하는 기존 한국 소설과 달리, 몸서리쳐질 만큼 치밀하고 집요하게 반복되는 묘사를 통해 우리의 삶을 있는 그대로 그려 낸다. 그는 독자들이 그의 글을 읽음으로써 그들의 의식이 보다 자유로워지기를, 그들의 잠들어 있는 감각이 깨어나기를 바란다고, 그가 소설을 쓰는 이유를 밝힌다. 그런 감각의 갱신을 통해 우리는 삶의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자기 자신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사물에 대한 엄정하고도 객관적인 태도와 시적 울림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하일지 문학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정신적 고양을 경험하게 해 준다.
이 소설은 비단 한국의 독자만을 겨냥하지 않는다. 이미 영어로 번역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곧 미국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세계의 독자들이, 더 나아가 미래의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공을 초월한 공통 서사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영원히 새로운 소설이다.
 
● 줄거리

40대 동양인 남자 할이 어느 추운 겨울 자신의 고국인 우주피스 공화국을 찾아 리투아니아로 입국한다. 한(Han) 주재 우주피스 공화국 대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한에서 살다 우주피스가 주변국에 점령되자 망명한 후, 최근 우주피스가 독립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의 유골을 묻기 위해 고국 우주피스 공화국을 찾은 것이다. 택시기사에게 우주피스 공화국으로 가자고 하자 엉뚱하게도 호텔 우주피스에 데려다주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블라디미르라는 자가 우주피스 공화국에 대해 알 것이라며 에거스 씨 댁 파티에 가 보라고 말한다. 그러나 블라디미르는 우주피스 공화국은 가난한 예술가들이 농담으로 만들어 낸 가짜 공화국이라며 그를 놀린다. 곳곳에서 우주피스 공화국의 흔적이 발견되며 우주피스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만나지만, 모두 우주피스의 존재를 부정하고 무언가 진실을 은폐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며 그가 우주피스 공화국을 찾는 일을 방해한다.
체류 연장을 신청하기 위해 들른 외무성에서 만난 빌마는 할에게 반해 체류 연장을 하려면 리투아니아 여자와 결혼해야 한다고 그를 속이며 그와 결혼 허가증을 받고, 빌마를 짝사랑하던 친구 리마스(우주피스에 대해 알고 있으며 사건을 해결해 줄 열쇠를 지닌 듯한 인물)는 할과 빌마의 관계를 오해하고는 갑자기 자취를 감춘다.
아름다운 여인 요르기타는 자신의 남편 역시 우주피스를 찾아 헤매다가 자살했다고 말하고, 할은 그녀와 사랑에 빠져 동침을 하게 된다. 우연히 길에서 꽃을 파는 소녀 마리아를 만난 할은 소녀의 할머니 요르기타 노파가 우주피스 공화국 국민임을 알게 되고, 그녀를 만나러 아듀티스키스를 찾아간다. 요르기타의 50년 후 모습인 듯한 요르기타 노파에게서 자신의 남편 역시 우주피스 공화국을 찾아 헤매다가 자살했다는 말을 듣게 된다. 다시 빌뉴스로 돌아온 할은 요르기타의 집으로 찾아가지만 그곳은 이미 텅 비어 있다. 절망한 할은 권총을 꺼내 드는데…….

작가 소개

하일지

프랑스 푸아티에 대학교에서 불문학 석사학위를, 리모주 대학교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 『경마장 가는 길』을 발표하며 소설가로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는 소설 『경마장 가는 길』, 『경마장은 네거리에서』, 『경마장을 위하여』, 『경마장의 오리나무』, 『경마장에서 생긴 일』, 『위험한 알리바이』,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 『새』, 『진술』, 『우주피스 공화국』, 『손님』, 『누나』, 영화소설 『마노 카비나의 추억』, 시집 『시계들의 푸른 명상 Blue Meditation of the Clocks』, 『내 서랍 속 제비들 Les Hirondelles dans mon tiroir』, 이론서 『소설의 거리에 관한 하나의 이론』, 철학서 『하일지의 ‘나’를 찾아서』 등이 있다. 현재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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