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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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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원제 De viaje por europa del este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2년 5월 31일

ISBN: 978-89-374-2724-4

패키지: 반양장 · 46판 128x188mm · 244쪽

가격: 16,000원

분야 외국문학 단행본


책소개

소설가, 저널리스트이자 남미 최고의 풍자가 마르케스가

솔직 담백 유쾌하게 담아낸 촌철살인과 요절복통의 사회주의 여행기


목차

‘철의 장막’은 빨간색과 흰색으로 칠한 나무 방책 7

베를린, 황당함 그 자체 25

몰수당한 사람들이 모여 그들의 괴로움을 말하다 41

체코 여자에게 나일론 스타킹은 보석과도 같다 63

프라하에서 사람들은 모든 자본주의 국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반응한다 83

두 눈을 크게 뜨고 끓어오르는 폴란드 바라보기 103

소비에트연방: 2240만 제곱킬로미터 안에 코카콜라 광고판이 하나도 없는 곳 143

모스크바: 세상에서 가장 큰 마을 163

붉은 광장의 영묘에서 스탈린은 양심의 가책 없이 잠을 잔다 185

소비에트 사람들은 양극화에 피곤해하기 시작한다 211

“나는 헝가리에 가서 보았다” 227


편집자 리뷰

만국의 프롤레타리아들이여, 단결하…라?!?

 

소설가, 저널리스트이자 남미 최고의 풍자가 마르케스가

솔직 담백 유쾌하게 담아낸 촌철살인과 요절복통의 사회주의 여행기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콜롬비아 최고의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1950년대 말, 철의 장막이 갓 드리운 동유럽과 소비에트연방을 두루 다니며 겪은 이야기들을 담은 여행 에세이 『동유럽 기행』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서독에 머물던 젊은 작자이자 기자 마르케스는 친구가 우연히 중고차를 구입한 후, 그 차를 몰고 아우토반을 신나게 달렸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랑크푸르트의 술집에서 갑자기 동독을 가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고, 마르케스와 그의 유쾌한 친구들은 ‘미친 척’하며 동독 국경을 넘어 철의 장막으로 들어간다. 이 같은 우연은 곧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청년축전’ 같은 필연으로 이어져, 마르케스가 이렇게 동유럽과 소련을 다니며 남긴 기사이자 기록은 한 권의 책으로 엮이게 되었다.

 

 

미친 척하고 한번 넘어가 볼까,

철의 장막을

 

1954년 초, 스물일곱 살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보고타에 있는 《엘 에스펙타도르》 신문사에서 편집기자로 근무하는 동시에 소설가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1955년 7월에 제네바에서 ‘서유럽 4대 강국 회의’가 열리자 신문사는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유럽으로 파견한다. 이후 로하스 피니야 군사 독재정권이 《엘 에스펙타도르》를 폐간하자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그냥 유럽에 머물게 된다. 마르케스와 그의 친구는 진보주의 성향과 사회주의에 대한 환상을 지니고 있었고, 그래서 동유럽을 몹시 가보고 싶었다. 게다가 1년 전인 1956년에 흐루쇼프가 스탈린을 비난하고, 소련군이 헝가리를 침공하는 격변이 일어나 동유럽과 소련에 더 많은 관심이 생겼던 그들은 실제 사회주의를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이해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들은 라이프치히부터 시작하여 하이델베르크와 프랑크푸르트에서 잠시 정차했다. 그리고 프랑크푸르트에서 동독으로 계속 차를 몰았다. 이렇게 시작된 여행의 기록은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쓴 취재 기사로 남았다. 이 기사들은 ‘철의 장막에서 보낸 90일’이라는 제목의 특집으로 콜롬비아 시사 주간지 《크로모스》와 베네수엘라 시사주간지 《순간》에 게재되었다. 베네수엘라 잡지에는 주로 소비에트연방과 헝가리에 관한 글이, 콜롬비아 잡지에는 소비에트연방을 비롯해 헝가리를 제외한 다른 동유럽국가의 취재 기사가 게재되었다.

 

이 기사들이 책으로 편집되어 콜롬비아에 처음으로 출간된 것은 1978년이다. 당시 책 제목은 『사회주의 국가 여행: 철의 장막에서 보낸 90일』로, 동독,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옛 소비에트연방과 헝가리를 방문하면서 쓴 기사를 엮었다. 사실 『동유럽 여행』은 그냥 소설가의 글이 아니라 저널리스트의 관점에서 쓰인 글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 기사를 쓰던 시절, 마스케스는 『썩은 잎』(1955)을 발표했으나 소설은 그리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고, 그래서 여행하는 동안 그는 유명인이 아니었다. 동유럽 국가에서는 그를 알지도 못했고, 이는 그에게 장점이자 단점이 되었다. 그는 공식 초대 손님이 아니었고 이동도 자유롭지 않았지만, 그 덕분에 민중의 자연스러운 세계를 더 자세히 목격하게 된다. 서구 세계의 손님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평상복보다 좋은 (아마도 정부로부터 지급 받았을) 파자마를 입고 열차 플랫폼을 어슬렁거리며 이것이 그들의 관습이라고 말하는 순박하고도 복잡한 사람들. 마르케스는 그들의 옷과 음식 같은 외양과 일상을 묘사할 뿐 아니라 그들에게 삶의 커다란 질문들, 가령 ‘당신은 행복합니까’ 같은 단순하면서도 예리한 질문을 던진다.

 

 

 

동유럽과 소비에트연방

그곳은 인민의 천국일까, 아니면 전체주의의 초현실적 무대일까

 

‘철의 장막’은 장막도 아니고 철로 돼 있지도 않다.

그것은 빨간색과 흰색으로 칠한 나무 방책인데, 꼭 이발소 간판 같다.

그 장막 안에 석 달 동안 머무르고서, 나는 철의 장막이 정말로 철의 장막이기를 바라는 건

일반 상식이 모자란 결과라는 걸 깨달았다._본문에서

 

위와 같은 촌철살인의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동유럽 국가 한 곳 한 곳의 특징을 짧은 글 속에 날랜 솜씨로 그려낸다. 길 하나 건너면 정치체제가 바뀌는 동베를린의 사람들이 겪는 물질적, 정신적 혼란, 독실한 가톨릭인 동시에 열혈 사회주의자라는 정체성에 아무런 혼란을 느끼지 않는 폴란드인들의 높은 자긍심, 서유럽 못지않은 아름답고 밝은 환경에서 실속을 단단히 챙기는 체코슬로바키아, 소련의 공격으로 쑥대밭이 되어 공포에 떨면서도 뒷골목 주점에선 활기를 잃지 않은 헝가리 사람들, 2240제곱킬로미터 안에 코카콜라 광고판이 하나도 없고 자본주의의 꽃인 광고의 원리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소비에트연방의 사람들. 그들이 처한 기이한 현실과 말 없는 체제 순응, 그리고 그럼에도 진실과 자유를 간절히 원하는 인민들의 모습이 짠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담겨 있다.

 

아직 작가로 명망을 날리기 전,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동유럽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과 한데 섞여 어울리면서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것만으로 판단하겠다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자질과 날카로운 통찰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또한 작가로서의 여정을 시작하는 단계였던 그의 정치적 입장과 관점도 살필 수 있다. 청년 시절의 작가 마르케스는 자본주의 서유럽과 공산주의 동유럽으로 나뉜 유럽의 정치적 현실을 날카롭게 증언하는 동시에, 동독이건, 폴란드건, 체코슬로바키아건, 소비에트연방이건, 헝가리건 그곳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단순하면서도 잊기 쉬운 사실을 이 기묘하고 서글프면서도 유머러스한 글들을 통해 독자에게 전한다.

 

 

본문에서

 

‘철의 장막’은 장막도 아니고 철로 돼 있지도 않다. 그것은 빨간색과 흰색으로 칠한 나무 방책인데, 꼭 이발소 간판 같다. 그 장막 안에 석 달 동안 머무르고서, 나는 철의 장막이 정말로 철의 장막이기를 바라는 건 일반 상식이 모자란 결과라는 걸 깨달았다(9쪽)

 

두 병사는 펜대의 펜촉과 코르크 마개가 달린 잉크병의 잉크를 사용해서 우리 여권의 자료를 옮겨 적었다. 아주 힘들여 작업했다. 한 사람이 읽어 주면 다른 병사는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소리를 시골 초등학교만 나온 사람의 초보적인 글씨로 받아 적었다. 손가락은 잉크 범벅이 돼 있었다. 우리는 모두 진땀을 흘렸다. 그들은 애를 쓰느라 그랬고, 우리는 그들이 애를 쓰는 것 때문에 그랬다. (14쪽)

 

“아무것도 안 줘도 괜찮아요. 하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하게 해 줬으면 좋겠어요.” 이런 만장일치의 반란에 놀라서 나는 최근 선거에서 정부에 우호적으로 투표한 사람이 92퍼센트였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볼프 씨는 배꼽을 잡고 웃었고, 가슴을 손으로 마구 치면서 이렇게 밝혔다.

“나도 정부에 찬성한다고 투표했어요.”(53쪽)

 

또한 그도 폴란드에서는 여권을 조심해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경고했는데, 나는 이 말을 듣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내게 설명했다.

“폴란드 사람들은 공산주의자가 아니에요. 그들은 그렇다고 말하지만, 매주 일요일에 미사에 간답니다.”.(95쪽)

 

고무우카가 집권하고 국가가 표현의 자유를 누리기 시작하자, 문화 궁전에 대한 공판이 시작되었고, 그런 소송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몇 주 전에 벌어진 어느 시위에서는 고무우카에게 이렇게 물었다. “문화 궁전은 소비에트 연방의 선물이 맞습니까?” 고무우카는 이 주제와 맞서지 않으려고 한다. “맞습니다.”라고 대답하고서, 악의적인 그 어떤 평도 하지 못하도록 선수를 쳤다.

“선물받은 말의 이빨은 들여다보는 게 아닙니다.” (119쪽)

 

인체 파생 물질을 제작하던 실험실도 그대로 있다. 한쪽 문으로 살아 있는 사람이 들어오고 다른 문으로는 인체 찌꺼기가 나갔다. 그 안에는 한 사람의 원재료를 구성하는 모든 게 남아 있었다. 그렇게 인간 가죽 산업, 인간 머리카락 산업, 인간 지방에서 파생된 부산물 산업이 만들어졌다. 오스트리아에서 나는 꽃으로 장식된 엄청나게 큰 소나무 모양의 비누 조각을 보았다. 누군가가 이 비누가 자기 작은아버지라고 생각할 이유는 충분했다. (136쪽)

 

무르만스크에서 온 어느 청년은 아마도 일 년 내내 저축해서 기차로 닷새 동안의 여행을 했던 것 같다. 그는 거리에서 우리를 멈춰 세우고서 물었다.

“Do you speak English?”

그게 그가 아는 유일한 영어였다.(177쪽)

 

그는 뚱뚱하고 나이 든 사람으로, 술 취한 것처럼 새빨간 코에 철삿줄로 수선한 안경을 쓰고 있었다. 내가 영어를 한다고 말하자, 그는 여러 번 반복해서 무슨 말을 했지만, 나는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는 절망하는 듯 보였다. 그 노선의 종점에 이르고 내가 내려야 할 순간이 되자, 그는 종잇조각 하나를 건네주었는데, 거기에는 영어로 “하느님, 헝가리를 구원해 주소서.”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238쪽)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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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1927년 콜롬비아의 아라카타카에서 태어나 외조부의 손에서 자랐다. 스무 살에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법률 공부를 시작하지만 정치적 혼란 속에서 학교를 중퇴하고 자유파 신문인 《엘 에스펙타도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다. 1954년 특파원으로 로마에 파견된 그는 본국의 정치적 부패와 혼란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것을 계기로 파리, 뉴욕, 바르셀로나, 멕시코 등지로 자발적 망명 생활을 한다. 1955년 첫 작품 『썩은 잎』을 출간한다. 그 후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불행한 시간』 등 저항적이고 풍자 정신이 넘치는 작품을 발표한다. 1967년 그의 대표작 『백년의 고독』을 집필하고 로물로 가예고스 국제 문학상을 수상한다. 198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자신의 작품 세계와 라틴 아메리카의 현실을 통찰한 수상 연설 「라틴 아메리카의 고독」을 통해 전 세계 문인들로부터 ‘마술적 사실주의의 창시자’라는 헌사를 받는다. 이후 발표한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통해 다시금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그 밖의 작품으로 『족장의 가을』, 『순박한 에렌디라와 포악한 할머니의 믿을 수 없이 슬픈 이야기』, 『미로 속의 장군』, 자서전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등이 있다. 평단의 찬사와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끊임없이 현역으로 글을 써 오던 그는 2014년 향년 여든일곱 살로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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