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말해 줄래요?

황승택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2년 4월 8일 | ISBN 978-89-374-4260-5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5x200 · 236쪽 | 가격 15,000원

책소개

인생 42년 차에 갑자기 찾아든 청력 상실
소리 없는 세상에서 시작된 생애 첫 듣기 훈련

황승택 에세이 『다시 말해 줄래요?』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다시 말해 줄래요?』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급성중이염으로 인한 청각 상실 경험과 그러한 경험을 통해 알게 된 비장애인 중심 사회의 면면들을 생생하게 기록한 체험기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분된다. 전반부는 소리를 잃었다는 선고를 받은 이후, 청력 회복을 위한 수술을 받기까지 200일 동안 경험한 소리 없는 세상이다. 이때 본 세상은 완전히 다른 얼굴의 세상이다. 후반부는 인공와우 수술 이후 외부 장치의 도움을 받아 청력을 회복해 가는 과정이다.

수술 이후의 듣기 경험은 일찍이 노력할 필요조차 없었던 ‘훈련’이라는 점에서 최초의 듣기 ‘훈련’이지만 비로소 차별의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도 생애 첫 ‘듣기’ 훈련이다. 소리가 사라진 세계에서 느끼는 헤아릴 길 없는 외로움과 절망의 터널. 그러나 저자는 청각 상실의 경험을 온몸으로 관통하며 겪은 감정과 지식 들을 담담하면서도 열정적으로, 감동적이면서도 위트 있게 전하며 특유의 긍정적 에너지를 발휘한다. 작가의 목소리가 점점 단단해져 가는 것을 지켜보는 동안 독자들의 마음속에도 장애와 질병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들이 깊숙이 자리하게 될 것이다.

편집자 리뷰

■ 소리를 그리워하다
소리란 무엇일까. 저자는 소리의 의미를 찾아본다. 물체의 진동에 의하여 생긴 음파가 귀청을 울리어 귀에 들리는 것. 그러나 사전적 정의는 소리가 삶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조금도 설명해 주지 못한다고 느낀다. 소리를 잃자 너무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일상의 불편함은 물론이고 대화에 참여할 수 없는 데에서 오는 소외감은 마음속에 점점 더 큰 그늘을 만들었다. “초보 청각 장애인”으로서 느끼는 혼란과 절망은 과거 경험한 혈액암 투병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고통스럽다. 정신적 심리적 고통으로부터 무방비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 오가는 대화를 듣지 못하는 저자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기억하기 위해 상상을 시작한다. 가족의 목소리, 직장 동료들의 각기 다른 목소리… 소리를 잃는다는 것은 기억과 상상에 많은 것을 의지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 청인 중심 사회의 민낯
몸의 모든 기능 중 청각 하나를 잃었을 뿐인데 저자는 한국 사회가 자신의 몸에 ‘부적격자’라는 낙인을 찍은 것처럼 느낀다. 청력을 기본값으로 세팅한 한국 사회는 청력에 문제가 없는 사람에게는 편리한 나라지만 청각 장애인에게는 어떤 위험이 도사릴지 모르는 아마존의 정글이다. 이 정글은 시각, 청각, 정신 등 각종 장애가 생겨야 비로소 정체를 드러낸다. 전시회장을 방문했을 때, 클럽하우스 신드룸 속에서, 안마 의자를 렌털하려다, 저자는 일상의 곳곳에서 청인 중심 사회, 건강 중심 사회, 비장애인 중심 사회가 세워 놓은 높은 벽에 가로막힌다.

■ 장애로 얻은 새로운 소속감
외부 수음기를 착용하면서 점차 과거 생활로 복귀하고 있음에도 저자의 신체는 법적으로 과거와 다른 상태가 되었다. 인공 와우를 착용하지 않으면 소리를 들을 수 없으므로 현행법상 청각 장애인 자격이 생긴 것이다. 청각 장애인 자격을 얻기 위해 동사무소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러 간 날, 저자는 자신의 일을 처리해 주던 담당 공무원의 불편한 오른쪽 손을 보고 그를 향한 내적 친밀감을 느낀다. 청력 수술 이후 장애는 어디서든 배제를 경험하게 만드는 조건이자 상실감을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했지만 서류를 접수하면서 장애가 연대의 조건이자 새로운 범주의 집단과 공감을 형성하는 기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비록 그 그룹이 현실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있더라도 서로의 상처를 응원하고 도와줄 새로운 범주의 사람들이 있다는 자각의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 배려가 우선시되는 문화를 위해
누구나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등 일상 생활에 제약을 받는 불편한 몸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미래의 사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삶의 조건에 차이가 생기지 않는 사회가 아닐까. 그리고 그런 사회의 미덕은 ‘효율’이 아니라 ‘함께’일 것이다. 세상에는 합리적으로 보이는 구성원 전체의 편익 대신 배려가 우선시되는 문화도 있다. 미국에서는 스쿨버스가 정차하면 한 시간에 차 세 대가 지나갈 것 같은 한적한 도로에서도 양방향 차선의 모든 차량이 군말 없이 스쿨버스가 다시 출발할 때까지 자리에서 기다린다. 바쁘다고 스쿨버스를 앞지르는 행위는 용납되지 않는다. 저자는 편익 대신 배려가, 속도 대신 모두의 안전이 중심에 선 사회를 적극적으로 상상한다.

■ 친절하지 않아도 다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배려란 무엇일까.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배려 있는 행동이고 사려깊은 생각일 수 있을까. 평소 다감한 성격은 아니지만 환자를 배려하는 말과 행동으로 저자에게 소소한 감동을 주었던 주치의와의 에피소드, 청각 상실 이후 필독서처럼 즐겨 봤던 웹툰 『나는 귀머거리입니다』 속 장면들, 장애가 있는 몸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켜 준 긴즈버그 대법관이나 장영희 교수 의 삶 등 저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 겪은 사례들 속에서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나아가 나와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며 갖추어야 할 태도에 대해 고민한다. 고민이 지속될수록 아픈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집중되어 있던 마음은 아픈 몸으로 살아가는 것이 덜 힘든 세상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넓어진다.

■ 본문에서

급성중이염은 내가 지켜온 환자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의식을 잃어서 입원 당일부터 엄마가 호출됐다. 몸이 조금 회복된 후에도 청력을 잃은 탓에 의료진과 의사소통을 하려면 보호자가 반드시 상주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거기에 양쪽 귀 뒤를 절제하고 염증을 제거하는 수술을 한 이후에는 절대 안정이 필요해서 보호자의 조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었다. 급성중이염은 여러모로 마음에 안 드는 놈이다. (28쪽)

현대 의학은 장애와 질병의 치료 과정에서 신체 기능과 내외부의 상처를 봉합하는 것에 치중하면서 당사자가 정신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정서적 배려에는 무심하다. 우리나라 유수의 대학병원에서 항암 치료로 3년 9개월, 청각 수술과 재활로 1년 가까이 치료를 받으면서 정서적인 부분을 케어받은 적이 없다. 정 힘들면 정신안정제를 처방해 줄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아 본 적이 딱 한 번 있을 뿐이다. (32쪽)

장애를 등급으로 분류하고 그 등급에 따라 지원 범위를 구분해 온 장애 등급제 폐지는 바람직한 변화다. 장애의 등급은 행정적으로만 분류 가능할 뿐 장애가 없는 신체를 기준으로 설계된 사회에서 장애인이 지닌 개별적 장애의 고통은 성적표처럼 분류 가능한 대상이 아니었다. (중략) 장애 등급도 장애인이 감당하고 있는 삶의 무게를 반영하지 못하듯 질병의 이름 역시 환자가 겪는 고통의 크기를 정해 주지 않는다. 질병과 장애 당사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려는 자세와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려는 적극적 노력이 동반될 때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만들어질 수 있다. (38쪽~39쪽)

횡단보도와 도로도 청각 장애인에게는 위험지대다. 차를 모는 운전자는 보행자가 청각 장애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못한다. 그래서 충돌 위험이 생겼을 때, 경적음을 울리면 보행자가 알아서 피하겠지 생각하며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운전할 가능성이 높다. 항공기, KTX, 선박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의 탑승 경험을 떠올려 보니 운행 지연이나 사고 시 대처 방법 등도 주로 음성으로만 안내되었다. 청력을 기본값으로 세팅한 한국 사회는 청력에 문제가 없는 사람에게는 편리한 나라이지만 청각 장애인에게는 어떤 위험이 도사릴지 모르는 아마존의 정글이다. 이 정글은 시각, 청각, 정신 등 각종 장애가 생겨야 비로소 정체를 드러낸다. (52쪽)

내가 연거푸 오답을 쏟아 내며 검사가 끝나 가는 와중에 선생님이 당부를 했다. “환자분, 지금 목소리가 너무 커요. 이런 식으로 계속 말씀하시면 청력 회복 수술 전에 성대 이상이 올 수도 있습니다. 조심하셔야 해요.” 나는 너무나 놀랐다. 내 목소리가 크다는 것을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가끔 엄마가 “목소리가 크니까 제발 낮춰라.”라고 종이를 써서 건네주셨지만 나는 남에게 폐 끼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엄마의 에민한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목소리 크기가 일반 사람이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들릴 정도였다니. 지난 두 달 동안 내가 큰 목소리 테러를 저질렀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81쪽)

동료의 말을 듣는 것에 집중하는 것보다 나를 더 힘들게 한 건 했던 말을 다시 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복직을 하면서 이 말을 하는 걸 절대 부끄러워하거나 피하지 말자고 다짐했음에도 “다시 말해 주겠어?”라는 말은 입안에서만 맴돌 뿐 입 밖으로 발설되지 못했다. (중략) 나는 청력 재활에 집중하는 동시에 과거의 사고방식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내 자아는 청력 회복 수술 전 그대로일지 몰라도 내 신체는 과거와 같지 않은 게 인정하지 싫지만 마주해야 하는 냉정한 현실이다. 약해 보이는 게 싫어서 잘 듣는 척하다가 중요한 정보를 빠뜨리거나 오해를 살 수도 있다. 나에게 주문을 건다. “다시 말해 줄래요?” 이 말은 내가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다. ‘당신의 의사를 더 정확히 알고 싶다’는 뜻의 정중하고 격식 있는 요청이다. (118~119쪽)

오랜 시간 아픈 몸으로 살아가면서 어쩌면 내 감정을 필요 이상으로 억누른 건 아닌지 자문해 본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하루빨리 퇴원할 준비를 하라고 닦달한 덕분에 일상에 빠르게 복귀했지만 성급하게 봉합된 슬픔, 공포, 연민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았을 수도 있다. 이제는 무조건 긍정적 사고로 미래만을 생각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슬픔과 공포는 있는 그대로 직면하고 그럼에도 찾아오는 좌절은 마음이 이겨 낼 충분한 시간을 줘야겠다. 인생이라는 긴 레이스를 아픈 몸을 살아가는 나에게 필요한 건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솔직함과 감정의 파고가 잦아들 때까지 조급해하지 않는 여유인 것 같다. (219쪽)

목차

여는 글: 내 귀에 도대체 무슨 일이? 11

소리를 잃다
-고열의 습격, 패혈성 쇼크로 의식을 잃다 17
-소리를 잃었다고 선고받다 20
-인생 첫 외과수술 23
-소리를 잃자 보호자가 필요해졌다 26
-차라리 항암 치료가 쉬웠다 29
-병원 복도에서 우주 유영 33
-고통에 우선 순위는 없다 36
-소리 없는 감옥을 버티는 힘 40
-암 투병 동지 긴즈버그 대법관을 기리며 43

세상 속에 던져지다
-병원 밖은 정글이었다 49
-청각 장애인은 안마 의자를 렌털할 수 없다? 53
-휴대폰 찾기 대작전 56
-예능 프로그램 자막이 공해라고? 59
-뜻밖의 장소에서 배제되다 62
-사람을 향한 기술의 발전을 꿈꾸며 65
-청각장애 이해 필독서 70
-다시 용감하게 세상 밖으로 74
-목소리 기억법 78
-나도 모르게 저지른 큰 목소리 테러 80
-소리를 잃고 생긴 장점(?) 83

다시 소리 속으로
-소리가 고프다 89
-수술 대기실, 기자 본능과 섣부른 기대 92
-다시 듣게 된 순간 96
-희망과 절망의 롤러코스터 100
-청각도 조율이 되나요? 103
-완벽한 위로 106
-복직에 나선 이유 109
-친절하지 않아도 다정할 수 있다 113
-입에서만 맴도는 말 “다시 말해 줄래요” 117
-기분 좋은(?) 접촉 사고와 아쉬운 안내 방송 120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의 무게 124

질병과 장애를 새롭게 바라보다
-장애인 배려와 미국 스쿨버스 129
-귀머거리 vs 청각 장애인 vs 농인 133
-‘외눈박이’ vs ‘깜깜이’ 소모적인 논쟁 그 너머를 향해 136
-코로나 덕분에 양지로 나온 수화 통역사 141
-농인에게 수어는 모국어다 144
-손으로만 말해도 행복한 사람들 148
-환자와 장애인에게 필요한 자아 중심성 151
-나는 왜 ‘갑분싸’가 되기로 결심했나? 155
-질병과 장애는 극복의 대상인가? 158
-클럽하우스 신드롬과 입장 불가 161
-청각 장애인 기자가 가능할까? 166
-나는 청각 특권층(?)이었다 173
-차별금지법이 새롭게 보였다 178
-나를 웃기고 울리는 큰딸 183
-따뜻한 마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어 187

아픈 몸으로 산다는 것
-또다시 소리 없는 세계로 193
-아이언맨을 꿈꿨지만 현실은… 198
-삶의 중심이 흔들려도 페달을 밟는다 201
-전신마취와 죽음의 두려움에 대하여 206
-‘성실함’이 만들어 내는 ‘불굴의 용기’ 209
-발칙한 상상, 귀를 집에 놓고 왔는데요? 213
-내 안의 공포와 슬픔을 솔직하게 마주하기 216
-장애로 얻은 새로운 소속감 221
-살아온 기적 살아갈 성실함 224

닫는 글: 당연한 것은 없다 229

작가 소개

황승택

채널A 기자로 재직 중이던 2015년 10월 첫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2016년 2차, 2018년 3차 발병을 겪었지만 낙천적이고 근면한 성격으로 투병 과정을 극복하고 일상과 직업 현장에 복귀했다. 그러나 평화로운 생활도 잠시, 2020년 급성중이염으로 청력을 잃는 경험을 하며 또다시 아픈 몸과 함께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하지만 힘든 상황 가운데에서도 이를 상실의 사건으로만 받아들이기보다 장애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체성을 얻게 된 계기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두 딸을 사랑하는 아빠이자 뉴스의 한복판에 있을 때 가장 큰 희열을 느끼는 기자로서 하루하루의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저서로 『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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