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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방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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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원제 Man Walks int a Room

니콜 크라우스 | 옮김 최준영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08년 12월 25일

ISBN: 978-89-374-8212-0

패키지: 양장 · 신국판변형 120x218 · 388쪽

가격: 12,500원

분야 외국문학 단행본


책소개

2007년 《그란타》 “미국 최고의 젊은 소설가들” 선정
『사랑의 역사』의 작가 니콜 크라우스의 장편소설

당신이 만약 12살 이후의 모든 기억을 잃어버렸다면

그래도 지금 곁에 있는 연인을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 샘슨의 모험은 과학의 진보에 대한 신념과 핵실험이 갖는 사회적 함의들과 맞물려 펼쳐진다. 하지만 그의 방황은 결국 한때 자신이 사랑했던 것으로 짐작되나 지금은 너무나 낯선 아내를 다시 사랑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을 찾는 여정이다. 친밀감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이 탐색이야말로 이 소설이 갖는 진정한 힘이다. ―《뉴요커》
▶ 니콜 크라우스는 작은 사건에 강렬한 느낌을 담아내는 시인의 재능을 소설에서 구현했다. 마음속에서 좀처럼 잊히지 않는 작품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 강렬한 뉘앙스와 섬세한 문장이 매력적인 소설. 니콜 크라우스의 다음 작품을 고대하게 될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
▶ 때로는 오싹하고 때로는 위트 있고 때로는 엄숙함이 있는 소설 ―《에스콰이어》


목차

프롤로그 1957년 6월
1부 200년 5월
2부
3부
4부 2002년 4월
에필로그
 
옮긴이의 글


편집자 리뷰

★ 기억을 잃어버린 남자, 습관 없이도 여전히 그녀를 사랑할 수 있을까?
서른여섯 살 뉴요커, 지적이고 매력 있는 영문학 교수 샘슨. 그는 머릿속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나자, 열두 살 이후의 모든 기억을 잃어버렸다. 자신의 서재에 빼곡하게 꽂혀 있는 책을 읽은 기억이 없고, 더 이상 강단에 설 수도 없고, 자기 옷장에서 꺼낸 옷은 남의 것을 입은 것 같으며, 냉전은 끝났고 더 이상 핵전쟁의 위협에 시달리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것으로 짐작되는 아내 애나는 이제 친밀함이라곤 전혀 느낄 수 없는 낯선 존재다. “그가 믿어야 하는 것들 중에서 가장 이상한 일은, 지금 그의 옆에서 자고 있는 여자가 자기 아내라는 것이었다.”(36쪽) 샘슨은 차라리 모든 걸 새로 시작하고 싶다. 샘슨이 애나에게서 어머니가 5년 전에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자신이 임종을 지켜보았는지조차 기억할 수 없다. 그 모든 걸 애나라는 낯선 여자가 기억한다는 것 때문에 마치 자신이 어머니를 배신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샘슨은 애나가 자신에 대하여 자기도 모르는 사실을 더 많이 알고 있다는 데 적응하기 힘들었다. 마치 오랫동안 자신을 관찰해 온 외계인과 대면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애나는 더 이상 예전의 그가 아닌 남편을 여전히 사랑하기에 매순간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반면 샘슨은 무언가를 간절히 열망하는 애나의 시선을 피하고만 싶다. 애나는 예전의 샘슨을 되찾고 싶어 하지만 사실 샘슨은 기억할 수 없는 과거의 삶에 대한 그리움을 느낄 수 없다. 애나는 끈기 있게 기다리려고 하지만 가끔은 감정적으로 무너지고 만다. “무엇보다 끔찍한 건 내가 여전히 당신을 사랑한다는 거야. 난 당신을 잃어버렸는데 당신은 여전히 여기 있어. 그게 뭣 같은 기분인지 내 심정을 조금이라도 공감하느냐고?”(57쪽) 샘슨은 자신에 대한 애나의 기억이 무엇인지 간절히 느끼고 싶었다. 애나는 너무나 아름다운 연인이지만, 사랑의 습관 없이도 기억 없이도 그녀를 여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 샘슨은 결국 애나와 떨어져 있기로 했다. 당분간일 수도 있고 영원한 이별일 수도 있다.

“때때로 내가 죽었으면 당신이 더 행복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단 말이야.” 그는 이것이 얼마나 잔인한 말인 줄 알면서도 어쨌든 그렇게 말해 버렸다. 애나는 주먹질을 당한 것처럼 보였고 울기 시작했다. 나중에 그는 사과했지만, 사과의 말들은 그들 사이의 허공에 걸려, 거리에 정체 모르게 어질러져 있는 것들처럼 의미를 읽고 끔직한 화석들로 굳어 버렸다. 그날 밤, 침대에 누워 있을 때 애나가 말했다. “우린 이제 연인 사이가 아닌 것 같아.”(88쪽)

이 소설은 과거의 연인을 되찾고 싶은 여자,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좀 더 하나가 되고 싶은 여자와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 남자, 혹은 현실에서 달아나고 싶은 남자 사이의 섬세한 감정을 표현한 우화라 할 수 있다.
 

★ 과학, 인간의 고독을 치유하고 전쟁을 막을 수 있을까?
샘슨의 기억 상실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그의 사례는 네바다 사막에서 기억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신경외과 박사 레이의 관심을 끌었다. 레이는 과학이 인류 모두를 위한 공감대를 형성해 줄 수 있으리라는 신념에 헌신하고 있는 과학자였다. “젊을 때는 외로움이 사랑으로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게 마련이지.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아요. … 가까이 있을 수 있을 만큼 최대한 가까이 있다는 것은 두 사람 사이에 넘을 수 없는 거리를 좀 더 분명히 해 줄 뿐이라오.”(193쪽)

“환상 때문이지. 사랑에 빠지면, 그것에 취해 잠시 동안은 당신이 실제로 또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존재가 된 것처럼 느끼죠. … 다시는 외롭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그건 오래가지 못하고 이내 당신은 오로지 그렇게 가까이 갈 수만 있을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전보다 더 외로워하며 잔인하게 실망하는 것으로 끝나고 맙니다. 그 환상, 그러니까 그 모든 세월 동안 당신이 지녀 왔던 희망이 산산이 흩어졌으니까요.”(194쪽) “다른 사람들의 고통은 추상적일 뿐입니다. 자신의 경험을 끌어와야지만 어떤 것에 동감할 수 있는 법이에요. 그러나 있는 그대로는, 진정한 공감이란 불가능으로 남소. 사람들은 겉보기에 각개의 존재라는 압력에 계속해서 고통 받을 겁니다.”(197쪽)

마치 우주의 미아가 된 것 같은 샘슨은 레이의 신념에 열정을 느꼈다. 결국 최첨단 과학이 인류애 발전에 공헌하게 될 일련의 실험에 동참하게 된다. 그 실험이란, 바로 사람의 기억을 타인에게 옮기는 실험이었다. 애나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해 죄책감을 느끼는 샘슨은 다른 사람의 기억을 끌어온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들렸다. 레이 박사는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닌 지혜”에 속하는 어떤 기억을 찾고자 했다. “진화로부터 물려받은 기억, 다시 말해 사람들이 세상에 들어설 때부터 그들에게 합일의 느낌을 부여하는 직감 같은 것”(160쪽)이었다. 그 인류 공동의 유산을 기억의 공유를 통해 회복하는 일은 먼 인류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위대한 진보에 작게나마 동참하는 역사적인 일이 될 것이다.

기억에 텅 빈 자리를 갖고 있는 샘슨은 다른 사람의 기억을 전이받기에 좋은 실험 대상이었다. 샘슨은 도널드라고 하는 노인이 젊은 시절 목격했던 생생한 기억을 전이받았다. 샘슨은 자신이 역사의 작은 일부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그가 은밀히 전이받은 기억은 다름 아닌 핵실험이었다. 군인들의 머리가 눈에 피가 찬 채 사막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광경이었다. 도널드는 기억을 공유하는 것으로 자신과 샘슨 사이에 어떤 친밀감이 생겼다고 믿었지만 샘슨은 그 끔찍한 기억을 지우고만 싶었고 자신의 어리석음에 좌절한다. 인터넷과 컴퓨터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린 샘슨은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현대인이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만든다.
 

★ 사랑, 그것은 인간의 구원이자 희망이다
기억상실로, 머리카락을 잘린 삼손처럼, 샘슨의 인생도 송두리째 무너졌다. “기억을 잃는 것은 원래 존재가 그 지위를 박탈당하는 것이 되겠군요.”(73쪽) 책벌레이며 지적이고 과학의 진보를 신뢰했던 샘슨은 이제 그가 그토록 견고하게 지켜 온 공허가 기억의 부재가 아니라 사실 기억 자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샘슨은 자신이 왜 애나를 떠났을까를 고민하면서 “이해받는 것보다 사랑받는 것”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녀에 대한 사랑에, 영원히 다다를 수 없다는 그 불가능성에 좌절한 것이다. … 아니면 심지어 종양이 자라나기 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그녀에게 구속되어 있는 것에 물린 것이다. 그는 그냥 달아나, 그녀에게 한결같았던 그 인간 또는 그녀가 의존했던 그 인간에게서 벗어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자신도 알아보기 힘들 때가 그토록 많은데 어떻게 매일매일 일어나 다른 사람을 알아보는 게 가능할까? 만일 애나가 옳다면, 인간이 단지 습관의 집합체일 뿐이라면, 아마도 그 습관들이 유지되는 것은 오로지 밤마다 옆에서 자는 존재인 연인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어느 화창한 날,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기 위해 떠날 수도 있을까? 어쩌면 뭐라고 간주되는 것을 견딜 수 없었던 사람, 더 이상 이해받고 싶지 않았던 사람은 결국 그였을 것이다. … 그는 자신에게서 기억의 바닥짐을 비워 버리고 무게 없이 미래로 돌진했다. 결국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배신했으며, 그것으로 그를 심판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 애나(Anna), 그 자체가 환영인 이름이었다.(323쪽)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외로운 일이고 또 자유로운 자아를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일까? 샘슨은 사랑이 버거운 일이지만, 결국 그것이 인간에게 희망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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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크라우스

1974년 출생. 10대에 『백년의 고독』에 반해서 문학 세계에 빠졌다. 스탠퍼드 대학교를 졸업하고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아상블라주 예쑬가 조지프 코넬의 작품으로 논문을 썼고, 영국 코톨드 미술연구소에서 미술 공부를 했다. 철학과 예술을 깊이 있게 파고든 니콜 크라우스는 남편 포어와 함께 뉴욕문단에서 “분더킨트”로 통한다. “언어의 완벽함”을 추구하며 20대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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