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원제 Dzienniki gwiazdowe

스타니스와프 렘 | 옮김 이지원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2년 2월 25일 | ISBN 978-89-374-4472-2

패키지 양장 · 46판 128x188mm · 584쪽 | 가격 18,000원

책소개

전 세계 4500만 부 판매, 가장 다채로운 언어로 소개된 SF 작가!
현대 대중문화 전반에 영향을 끼친 선구자이자 SF 문학의 혁명가,
스타니스와프 렘의 기상천외한 단편집

오늘날 가장 박식하고 지적이며 흥미로운 작가. -앤서니 버지스(『시계태엽 오렌지』의 작가)

철학과 물리학 이론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우주 시대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뉴욕 타임스》

당신이 재미있어하실 만한 얘기를 하나 해 드리죠. 저로 말씀드리자면 단 한 번도 영혼을 소유하거나 영원히 존재하려는 필요성을 느낀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수천 년 전부터 그런 소원을 가지고 있었죠. 저는 오래도록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모든 종교는 다 똑같습니다. 영생에 대한 약속, 죽음을 뛰어넘는 희망. 제가 그걸 주는 거죠, 영원한 삶. 육체의 마지막 조각이 스러지고 가루가 되어 사라질 때에도 존재할 수 있다는 확실성,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본문에서

편집자 리뷰

폴란드가 낳은 SF 문학의 거장이자 소설가, 극작가, 미래학자, 문명학자, 과학 철학자, 문학 평론가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는 전방위적 문인 스타니스와프 렘의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가 공인된 폴란드어 판본, 원전 번역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1921년 폴란드 영토였던 르부프(현재 우크라이나의 리비우)에서 유대계 의사의 외아들로 태어난 렘은 어린 시절부터 폴란드의 고전 문학, H. G. 웰스나 쥘 베른의 과학 소설을 두루 섭렵했고, 아버지의 서재에서 의학 서적과 해부학 책들을 장난감 삼아 뒤적이며 성장했다. 1946년 장편 소설 『화성에서 온 인간』을 잡지 《모험의 신세계》에 연재하며 등단하였고, 장편 소설 『우주비행사들』(1951)이 평단과 독자들로부터 널리 호평받으며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IQ 180에 빛나는 명석한 두뇌에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서 규칙적으로 작품을 집필하는 성실성을 겸비했던 렘은 생전에 단행본만 육십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작을 남겼다. 사이버네틱스와 유전 공학, 우주 발생론, 컴퓨터 게임, 미래학 등 SF적 상상력과 문학을 절묘하게 접목한 독보적 글쓰기의 영역을 개척했고, 실험적 추리물, 방송극 대본, 문학 평론과 서평, 문화 비평 칼럼, 과학 및 의학 논문, 정치 사회 논평, 철학 에세이 등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의 글을 썼다. 이러한 렘의 작품은 사십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서 45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렘은 작품의 특성과 주제에 따라 풍자와 익살, 그로테스크, 블랙 유머, 언어유희, 패러독스와 아이러니를 적재적소에 구사하였다. 외계의 낯선 생명체와 맞닥뜨린 인간이 겪는 소통의 문제, 미지의 존재와의 갈등을 통한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 그리고 기술의 진보에 따른 인류의 미래에 대한 탐구는 렘의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다. 이른바 ‘접촉 삼부작’에 해당하는 『에덴』(1959)과 『솔라리스』(1961), 『우주 순양함 무적호』(1964)를 비롯하여 『행성으로부터의 귀환』(1961), 『주의 목소리』(1968), 『우주비행사 피륵스 이야기』(1968) 등이 이러한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그 밖에도 신랄한 풍자와 익살, 그로테스크한 작법이 돋보이는 우화적 블랙 코미디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1957) 등 이욘 티히 연작과 『욕조에서 발견된 회고록』(1961), 그리고 ‘로봇 삼부작’이라 일컬어지는 『로봇의 서』 (1961), 『로봇 우화』(1964), 『사이버리아드』(1967)가 있다. 소설뿐 아니라 특유의 날카로운 비평과 자유분방한 예술적 상상력, 치밀한 과학적 사고가 어우러진 논픽션(회고록, 논평집, 강연록, 대담집, 에세이 등)을 다수 발표했고, 가상의 도서에 대한 서평과 서문이라는 참신한 메타픽션 장르를 선보였다. 이를테면 렘에게 SF 문학이란 ‘인식의 지평을 여는 실험실’이었다. 그래서 렘은 진정한 SF라면 지금까지 누구도 생각지 못한 것을 시도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러한 작가적 신념을 반영하듯 렘은 20세기 중반에 이미 인공 지능과 가상 현실(시뮬레이션 세계), 검색 엔진, 유전자 복제와 인공 수정, 나노 기술, e북과 오디오북, 항성 공학, 온라인 교육 등 첨단 과학 기술의 도래를 정확히 예측하면서 우리 시대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쳤고 무수히 많은 사람과 다채로운 분야에 영감을 불어넣었다. 문학과 철학, 물리학과 수학, 역사학과 종교학, 우주학과 생명 공학 등 인류의 거의 모든 성취를 아우르는 그의 웅대한 상상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생생히 박동하고 있다.

“사람들은 영생을 갈구하지 않습니다.” 나는 잠시 후 다시 말했다. “그냥, 단순하게, 죽고 싶지 않은 것뿐이에요. 그냥 살고 싶은 겁니다, 디캔터 교수님. 발밑의 지구를 느끼고 싶고, 머리 위의 구름을 보고 싶고,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들에 대해 생각하고 싶은 겁니다. 그 이상은 없어요. 그 밖의 모든 것들은 다 거짓말입니다.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는 거짓말.” -본문에서

“저것이 그들의 운명이죠.” 코르코란 교수가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그들의 운명, 그들의 세상, 그들의 존재. 그들이 접근할 수 있고, 그들이 알 수 있는 모든 것. 저 안에는 인간이 가장 풍성하게 감각할 수 있는, 약 100조에서 120조 정도의 전자로 기록된 자극소들이 들어 있습니다. 만약 저 통의 뚜껑을 열어 보시더라도, 셀룰로이드 위에 흰 곰팡이처럼 지그재그 무늬가 그어진, 번쩍거리는 테이프밖에 보지 못하실 겁니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티히 씨, 적도의 뜨거운 밤이고, 파도 소리이며, 사과와 배의 맛, 휘몰아치는 눈보라, 벽난로를 피워 놓고 가족들과 함께 보낸 저녁, 난파선의 뱃전에서 울리는 소리, 병의 발작적 고통, 산봉우리와 공동묘지, 그리고 어른거리는 환영이에요, 티히, 저 안에는 전 세계가 들어 있어요!” -본문에서

“그러면 공장을 공공의 재산으로 만들면 되지 않습니까? 새 기계들이 당신들에게 오로지 축복만을 가져다주기 위해서 말이죠!”
내가 이 말을 내뱉자마자 인디오타는 몸을 부르르 떨며 걱정스러운 듯 열 개의 눈을 깜빡이더니,혹시 계단에 모여 있는 동족들 중 누가 내 말을 듣지나 않았는지 살피면서 귀를 쫑긋 세웠다.
“대인디의 열 개의 코를 걸고, 여행자여, 제발, 그런 이단적인 발언은 자제해 주세요. 그건 우리 자유의 근본에 대한 부도덕한 공격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의 가장 중요한 법은 ‘시민 자율권’이라 불리는데, 이는 누구에게든 어떠한 부자유도 없다는 뜻이며,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강제하거나 강요받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러니 누가 도스토이니들에게서 공장을 빼앗을 수 있겠습니까? 그들의 의지가 소유의 상태를 즐기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런 발상은 상상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한 가장 끔찍한 위해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새 기계들이 수많은 값싼 물건들과 식료품들을 생산해 냈음에도 티라우들은 그걸 살 수 있는 형편이 못 되었죠, 살 수 있는 수단이.”
“아니, 인디오타 님! 하지만 티라우들 스스로가 좋아서 그런 식으로 산다고 말씀하시는 건 아니시죠? 당신들의 자유와 시민 자율권은 누구를 위한 것이라는 말입니까?”
“존경하는 여행자 님,” 인디오타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법은 아직도 존중되고 잘 지켜지고 있습니다. 법은 시민이 자기 권리와 돈으로 뭘 할 수 있는지 얘기할 뿐, 그걸 어디서 가져와야 하는지는 얘기하지 않아요.” -본문에서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는 이른바 ‘이욘 티히 연작’이라고 불리는 일군의 단편 소설을 엮은, 스타니스와프 렘의 대표적 작품집이다. 여러 시기에 걸쳐(1950년대에서 1970년대 사이) 산발적으로 발표된 각각의 작품들을 ‘스타니스와프 렘 재단’에서 직접 선별해서 엮은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는 『솔라리스』, 『우주 순양함 무적호』 등 최전성기 SF 소설뿐 아니라 만년의 철학적 작품에 이르기까지, 한평생 작가가 선보이고자 했던 기상천외한 착상과 심오한 주제 의식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또한 이 책은 훗날 스타니스와프 렘이 펼쳐 보인 상상력의 맹아는 물론, 문체와 구성 측면에서도 다채롭고 풍요로우며 실험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 준다. 이를테면 미지와의 조우, 초월적 인공 지능과 인간의 관계, 로봇과 기계 문명이 선사하는 희비극, 시간 여행과 타임 패러독스, 영생과 불멸, 인간 중심적 우주관의 한계 등 경이로울 만큼 다양한 주제와 문제의식을, 조너선 스위프트와 프랑수아 라블레처럼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또는 매섭고 신랄하게, 혹은 다정하고 환상적인 필치로 들려준다. 그러므로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이 한 권의 책 속에 스타니스와프 렘의 모든 가능성이 깃들어 있다고 이야기하더라도 결코 지나치지 않으리라.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는 (이욘 티히의 동지이자 그의 전문가이도 한) 타란토가 교수가 눈물겨운 노력 끝에 「우주 일지」와 「회고록」, 두 부분으로 구성, 편찬한 저작물이다. 타란토가 교수는 철저한 검증을 통해서 엄격히 진위를 가려낸 이욘 티히의 친필 작품들만을 이 책에 수록했으며, (일부 협잡꾼들의 야비한 모함해도 불구하고) 저자의 경험과 기록은 전부 사실이라고 못 박는다. 확실히 「우주 일지」 속 열두 가지 이야기들과 「회고록」의 여섯 가지 회상들은 과연 덮어놓고 사실이라 믿기에는 어딘가 터무니없다. 그러나 이토록 환상적이고 약간은 수상쩍으며, 아무래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이야기들 사이사이에는 좀처럼 외면할 수 없는 놀라운 진실이 도사리고 있다. 시간의 소용돌이 속에 갇혀서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욘 티히가 (직선적 시간관을 비웃듯) 저마다 고집불통으로 야단법석을 부리는 에피소드부터 단지 욕심 탓에 불필요한 폭력과 살육을 일삼아 온 인간의 역사, 사사로운 아귀다툼으로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지구의 역사, 대자연의 은혜를 저버리고 환락에 젖어 살아가는 외계 문명과 완벽한 자유를 위해서 진정한 조화를 폐기 처분해 버린 외계 사회, 인간의 착취 때문에 정신병을 앓는 컴퓨터, 전혀 다른 가치관을 지닌 우주 세계에 막무가내로 선교하는 종교 단체에 이르기까지 다소 기이하고 겁나는 내용뿐이지만, 묘하게도 이 모든 얘기들이 우리 세계, 사회, 현실을 거울처럼 반영하고 있음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이욘 티히는 마지막 일지에서 자기 가문의 역사와 비범한 내력을 흥미진진하게 들려주는데, 결국 독자는 절대 헤어날 수 없는 미궁에 빠지게 되리라.) 한편 「회고록」은 보다 철학적 주제들을 다룬다. 특히나 이 작품들은 시간 여행과 영원불멸, 시뮬레이션 세계와 인간 복제, 지적 생명체의 창조 등 오늘날 우리 과학계가 진지하게 논의하고 연구하는 최첨단의 주제들을 거의 예언적 상상력으로 치밀하게 그려 냄으로써 후대의 SF 문학, 더 나아가 현대의 대중문화―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전반에도 현저한 영향을 끼쳤다. 요컨대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는 SF 문학의 선각자, 불세출의 이야기꾼, 무한한 영감의 원천인 ‘스타니스와프 렘’의 진면목을 살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첫걸음이자 다가올 미래를 먼저 엿볼 수 있는 매혹적인 기회이리라.

목차

서문
들어가는 말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일곱 번째 여행
여덟 번째 여행
열한 번째 여행
열두 번째 여행
열네 번째 여행
열여덟 번째 여행
스무 번째 여행
스물두 번째 여행
스물세 번째 여행
스물네 번째 여행
스물다섯 번째 여행
스물여덟 번째 여행

이욘 티히의 회고록
이욘 티히의 회상 1
이욘 티히의 회상 2
이욘 티히의 회상 3
이욘 티히의 회상 4
디아고라스 박사
우주를 구하자: 이욘 티히의 탄원

작가 연보

작가 소개

스타니스와프 렘

극작가, 미래학자, 문명학자, 과학 철학자, SF 평론가 등 다양한 수식어로 알려진 렘은 1921년 폴란드 르부프에서 유대계 의사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르부프 의학 대학에 진학하여 수학하던 중 독일군의 점령으로 자동차 정비공과 용접공으로 일하며 지하 레지스탕스 활동을 했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얄타 협정으로 폴란드의 국경선이 조정되면서 크라쿠프로 강제 이주하여 야기엘론스키 대학교에서 학업을 재개하였다. 1946년 장편 소설 『화성에서 온 인간』 연재로 등단하였고, 장편 소설 『우주비행사들』(1951)이 널리 호평받으며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명석한 두뇌에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규칙적으로 집필하는 성실성을 겸비한 렘은 6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서를 남긴다. SF적 상상력과 문학을 절묘하게 접목한 독보적인 소설을 개척했고, 실험적인 추리물, 방송극 대본, 문학 평론과 서평, 문화 비평 칼럼, 과학 및 의학 논문 등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를 실험했다. 외계의 낯선 생명체와 맞닥뜨린 인간이 겪는 소통의 문제, 미지의 존재와의 갈등을 통한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 기술 진보에 따른 인류 미래에 대한 탐구는 렘의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다. 이른바 ‘접촉 3부작’에 해당하는 『에덴』(1959)과 『솔라리스』(1961), 『우주 순양함 무적호』(1964)를 비롯하여 『행성으로부터의 귀환』(1961), 『주의 목소리』(1968), 『우주 비행사 피륵스 이야기』(1968)에서 그러한 주제 의식은 빛을 발한다. 신랄한 풍자와 익살, 그로테스크한 작법이 돋보이는 블랙 코미디로는 이욘 티히 연작, 『욕조에서 발견된 회고록』(1961), 로봇 시리즈로 분류되는 『로봇의 서』(1961), 『로봇 우화』(1964), 『사이버리아드』(1967)가 있다. 1981년 폴란드에 계엄령이 선포된 후 렘은 1988년까지 서베를린과 빈에 체류했다. 이후 폴란드로 돌아와 국내외 다양한 언론과 소통했으며, 2006년 3월에 향년 85세 나이로 타계했다. 렘의 선구적인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92년 국제천문연맹은 소행성3836에, 2013년 폴란드 정부는 폴란드 최초의 인공위성에 그의 이름을 붙였다.

이지원 옮김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를 졸업하고, 폴란드 크라쿠프의 야기엘론스키대학교에서 미술사를 전공, 포즈난의 아담미츠키에비츠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 서울시립대학교 시각디자인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그림책 연구자, 큐레이터, 폴란드어 번역자로 활동하고 있다. 안제이 사프코프스키의 「위쳐」 시리즈와 야누시 코르차크의 『마치우시왕 1세』 등 다수의 폴란드 그림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독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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