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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7호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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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김지효, 김민주, 김관욱, 허성원, 임민경, 유기훈, 노경희, 조성도, 정진영, 지비원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2년 1월 14일

ISBN: 978-89-374-9151-1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27x182 · 220쪽

가격: 10,000원

시리즈: 인문잡지 한편

분야 한편


책소개

나를 살리는 게 나를 죽인다. 스마트폰중독, 쇼핑중독, 알코올중독…… 약간 지나친 의존일까, 심각한 비정상일까? 중독을 부추기는 혼란한 세계와 쾌락이 필요한 힘겨운 인생 속에서 우리가 뭘 선택할 수 있을까? 이렇게 살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몰입과 산만, 자유와 정신병 사이에서 중독자와 함께하는 한편의 인문학.

 

스마트폰 세상에서
스마트폰중독을
어쩌란 말인가?
《한편》 ‘중독’은 스마트폰중독에서 시작한다. 2020년 기준 한국인의 한 주 주 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11.9시간이고 한국의 만 3세 이상 인구 91.1퍼센트가 스마트폰 이용자다. 이 기계를 처음 손에 잡은 최초의 시간 이후로 어느 날 사람들은 헤어날 수 없는 마력을 느끼고,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 반복하게 된다…….
이런 경험이 있다면, 당신은 중독이 뭔지 이미 알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의 중독 설계를 파헤치는 책, 중독의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 사이에서 인문잡지 《한편》은 중독에 관해 아직 말해지지 않은 의미를 탐구한다. 여성학, 인류학, 퀴어 연구, 임상심리학, 장애학, 문헌학, 지리학에서 경영과 음악평론, 번역에 이르기까지 열 편을 실었다.

 

스마트폰 속 쾌락에서
죽음에 이르는 쾌락까지
무력한 중독자로 환원되지 않는 온라인상의 실제 사람들을 만난 여성학 연구자 김지효는 「인생샷을 찾는 사람들」에서 거울을 앞에 두고 혼자 자아도취된 젊은 여자라는 이미지를 격파한다. 최근 유행하는 인생샷 찍기는 동료와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또래문화로, 사진을 보는 관객들이 거들어 온 관심 경제의 일부다. 사진을 올렸으면 무슨 평가든 감당하라는 식의 주시자들 쪽으로 손전등을 비추는 글이다. 음악평론가 김민주는 「미디어중독자의 행복한 삶」에서 힙합 그룹 에픽하이 팬으로서 평론가가 되었다는 성덕(성공한 덕후) 이야기를 펼친다. 인터넷중독을 우려하는 어른들은 오프라인 세계의 고통을 감싸 안는 온라인의 삶을 모른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의사소통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디지털미디어 사용 역량을 갖추어 나가는 과정은 리스펙을 부른다. 셀카중독과 미디어중독이라는 명명이 사실 잘 모르는 것을 비난하는 방식에 불과했음을 드러내는 두 편이다.
7호의 중추에서는 과학의 이야기를 듣는다. 병원에서 완치되지 않는 환자를 이해하기 위해 문화인류학, 장애학, 문학을 읽는다. 뇌과학에서 역사학, 인류학으로 옮겨 가는 김관욱의 「“담배, 참 맛있죠”」는 중독자를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품었을 법한 여러 의문들을 망라한다. ‘삶이 초래한 금단 증세’에 스스로 대처하기 위한 한 환자의 흡연을 일종의 의례로 설명하는 이 글은 최근 리추얼, 영성, 금욕을 향한 고조되는 관심을 사회와 연결할 여지를 남긴다. 의학과 법학을 전공하고 장애인언론 《비마이너》에 기고 중인 유기훈의 「강제 치료를 둘러싼 문제」는 의료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난처함에서 시작한다. 술 때문에 인사불성이거나 고집불통인 가족을 어떻게 병원에 데려갈까?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라는 근대 철학의 이상과 중독물질이 뇌를 납치한다는 정신의학의 진단은 중독자의 자율성에 관해 딜레마를 낳는다. 실마리는 중독의 원인을 몸에서 사회로 옮겨 오는 장애학에서 풀리며, 이때 자유의 의미 또한 변화한다.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중독자–예술가 곁에는 이들을 돌보는 보호자가 있다. 파트너의 회복을 위한 끝없는 도움으로 소진되는 보호자를 지지하기 위해 임상심리전문가 임민경은 무한한 헌신 대 냉정한 선 긋기라는 이분법을 비껴간다. 중독물질을 향한 욕망 자체는 제어할 수 없더라도, 행동은 조절할 수 있다. 「중독자의 곁에 있기」는 행동 조절을 위한 중독자와 보호자의 동맹을 신중하게 제안한다. 한편 연구활동가 허성원은 소셜 미디어에 자신의 성행위를 중계하는 섹스 중계 중독자들의 이야기로 쾌락 속의 지루함, 해방감 속의 구속감이라는 이면적 감각을 들여다본다. 그가 만난 한 피면접자는 우연한 계기로 섹스 중계 행위를 그만두면서 자기 방치에서 타인에의 의존으로 건너간다. 이런 변화가 더 낫다고만 말할 수 없지만, 변화는 감각의 수준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일깨우는 「섹스 중계자들의 우화」다.

 

약간 더 건강한 쪽으로
쾌락의 방향을 바꾸자
12세기 철학자 주희는 견해가 다른 자를 가리켜 ‘약간 중독되었다(小中毒)’라고 표현했다. 자신과 다른 학설에 빠졌다는 이유로 독에 빠졌다고 규정한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것을 억누르면서 권위 세우는 일은 17~18세기 조선에서 반복된다. 문헌학자 노경희의 「불멸에 이르는 중독」에 따르면 다른 사상을 억압하는 경직된 조선에서 변화를 이끌어 낸 이들은 뭔가에 깊게 빠진 사람들이었다. 책에 미쳐 살았던 조선의 한 책장수가 다부지게 말한다. “내가 단순히 천하의 책만을 이해할 뿐일까요?”
「CEO의 ‘착한’ 경쟁 이야기」에서 사용자의 중독을 유발하는 디지털 환경에 둘러싸인 조성도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방안을 고민한다. 한 사람의 운신의 폭이라는 상투어는 장기적 관점을 채택하는 디자이너의 행동에서 생생해진다. 지리학 연구자 정진영과 일본어 번역가 지비원은 독자의 시간을 부동산 투자에서 인문서로 뺏어 온다는 《한편》의 기획에 발맞춰 통찰을 공유한다. 사람이 존엄하게 살 수 없는 집이 재생산되는 이유를 찾는 「집으로 돈 버는 세계에서」는 자유로운 상품 거래의 세목에서 평범한 욕망이 초래하는 착취를 발견한다. 이로 인한 세계의 고통은 보다 약한 쪽으로 전가될 뿐 사라지지 않는다. 끝으로 「인문서에 집착하는 이유」는 인문학을 읽고 싶다, 읽히고 싶다는 출판업 종사자의 바람을 담았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언어 내 번역’ 또는 바꾸어 말하기라는 방법은 글을 쓸 때, 타자와 대화할 때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한편》은 이 바꾸어 말하기라는 실천을 2022년 새해의 목표로 권한다.

 

새로운 세대의 인문잡지 《한편》
끊임없이 이미지가 흐르는 시대에도, 생각은 한편의 글에서 시작되고 한편의 글로 매듭지어진다. 2020년 창간한 인문잡지 《한편》은 글 한편 한편을 엮어서 의미를 생산한다. 민음사에서 철학, 문학 교양서를 만드는 젊은 편집자들이 원고를 청탁하고,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이 글을 쓴다. 책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한편을 통해, 지금 이곳의 문제를 풀어 나가는 기쁨을 저자와 독자가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한편》 7호 ‘중독’에 적용된 글꼴은 미르체.(디자인 유진아)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미로가 담겨 있다. 인문잡지 《한편》은 연간 3회, 1월·5월·9월 발간되며 ‘세대’, ‘인플루언서’, ‘환상’, ‘동물’, ‘일’, ‘권위’, ‘중독’에 이어 2022년 5월 ‘콘텐츠’를 주제로 계속된다.


목차

7호를 펴내며 쾌락의 방향을 바꾸자

김지효 인생샷을 찾는 사람들
김민주 미디어중독자의 행복한 삶
김관욱 “담배, 참 맛있죠”
허성원 섹스 중계자들의 우화
임민경 중독자의 곁에 있기
유기훈 강제 치료를 둘러싼 문제
노경희 불멸에 이르는 중독
조성도 CEO의 ‘착한’ 경쟁 이야기
정진영 집으로 돈 버는 세계에서
지비원 인문서에 집착하는 이유

참고 문헌
지난 호 목록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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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효

학부에서 언론정보학을,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공부했다. 「20대 여성의 인생사진 문화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대표 논문으로 「페미니스트‘들’의 인스타그램: 디지털 평판과 SNS 페미니즘」이 있다. 인스타그램의 ‘인생샷’ 그리고 ‘탈코르셋’ 전시 문화에 대한 단행본을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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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대중음악을 사랑하며 보고 느낀 것을 쓰는 사람. 웹진 《아이돌로지》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비평 프로젝트 《알 수 없는 평론가들》에 「김도훈으로 보는 K–R&B의 시대」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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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욱

가정의학과전문의. 의료인류학으로 서울대에서 석사학위를, 영국 더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조교수로 근무 중이다. 여성 흡연, 신종 담배, 콜센터에서의 감정노동, 네팔 이주노동과 관련한 현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상학, 신유물론, 정동이론 등 몸에 대한 이론들에 관심과 함께 최근 코로나19가 초래한 필수 노동자 문제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논문으로 「‘오염’된 공간과 몸 만들기」, 「미소 띤 ARS」, 「저항의 무게」, 「‘여러 몸’의 진짜 주인 되기」, 「과일 바구니, 식혜, 붉은진드기 그리고 벽」, 「필수노동자인가 사이버타리아인가」, 「생명 ‘너머의’ 행진」등이 있다. 대표 저서로 『굿바이 니코틴홀릭』, 『흡연자가 가장 궁금한 것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프면 보이는 것들』(공저), 『사람입니다, 고객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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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원

서울대 여성학협동과정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성 소수자 대학원생/신진연구자 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다. 몇 편의 젠더 및 퀴어 이론 텍스트 번역에 참여했고, 퀴어 이론과 후기 식민 연구에 관심을 두고 한국 사회의 퀴어 수행성을 연구하고 있다. 「퀴어 정동 정치를 향하여: 독해 실천으로서의 퀴어 정동 이론」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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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경

임상심리전문가. 독문학과 심리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임상 및 상담심리를 공부한 뒤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심리학 박사학위 과정 중이다. 범죄피해트라우마 통합 지원 기관에서 내담자들을 만났다. 언제나 누군가의 애독자이자 무언가의 애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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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훈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서울대학교에서 화학생물공학·인류학·의학을 전공했다. 서울대학교 법학과 대학원에서 생명과 의료, 장애를 둘러싼 권리의 문제를 공부하면서 장애인언론 《비마이너》에 글을 쓴다. 『미쳤다는 것은 정체성이 될 수 있을까(Madness and the Demand for Recognition)』(가제)를 한국어로 함께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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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희

서울대와 일본 교토대에서 한국, 중국, 일본의 고전 문학을 공부하고 현재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6~19세기 동아시아 문학의 비교와 교류 중에서 특히 책·출판·독서 문화에 주목하고 있으며, 전통문화의 구술과 문헌의 경계를 넘는 작업으로 관심을 넓히고 있다. 『17세기 전반기 한중 문학교류』, 『울산의 쟁이들: 장도·붓·문화재 구술 생애사』, 『동아시아의 문헌 교류』(공저) 등을 썼고, 『명말 강남의 출판 문화』와 『에도의 독서열』 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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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도

청소년 웹진 《Ch.10》 편집장을 지냈고, 중고생 두발제한반대 서명운동, 만18세 선거권운동 등 인터넷 기반 시민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두 번의 창업 경험이 있으며, 슬로워크에서 ‘스티비’와 ‘오렌지레터’ 등을 기획했고 현재 CEO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 『일잘러를 위한 이메일 가이드 101』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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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지리학과에서 「비적정 주거의 상품화와 이윤 창출 메커니즘」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고통과 책임의 문제에 관심이 있다. 개인의 고통에는 수많은 사람과 사건, 제도가 연루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그 연루의 구체적 그림을 그려 내고 싶다. 최근에 가장 관심이 가는 문제는 집을 통해 돈을 버는 것으로 인해 만들어진 고통의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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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비원

2001년부터 고등학교 국어과 교과서를 만들면서 편집자 생활을 시작했다. 청소년·교양·문학·인문·실용 등 여러 분야의 책을 편집했으며, 2013년부터 일본어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번역과 한국어 문장의 변천, 한국어와 일본어의 관계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당신의 자리에서 생각합니다』, 『아이디어 대전』, 『나의 페미니즘 공부법』, 『가뿐하게 읽는 나쓰메 소세키』, 『나를 위한 현대철학 사용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