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튜너

원제 the Piano Tuner

대니얼 메이슨 | 옮김 김후자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8년 10월 10일 | ISBN 978-89-374-8208-3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461쪽 | 가격 13,000원

책소개

대니얼 메이슨의 첫 장편소설
19세기 미얀마(버마)를 배경으로 전쟁터 속에서 피어난 사랑과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음악적인 문장으로 그려 냈다. 피아노, 음악, 대자연 등의 소재가 감수성을 자극하며, 미얀마라는 이국적 빛깔로 흥미를 돋우는 작품이다.

편집자 리뷰

전쟁보다 오래 기억될 아름다운 사랑  
영국 제국이 점령한 버마의 오지, 메이르윈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름다움이 그곳에 있다
사랑, 평화, 그리고 피아노
 
 
전쟁터에 무기 대신 이야기를 남긴 세 사람
 대자연의 평화마저 전쟁의 은밀한 정적이 되는 땅. 1886년 런던의 피아노 조율사 에드거 드레이크는 영국 육군성으로부터 특별한 제안을 받는다. 현지 군의관 캐럴의 요청으로 메이르윈에 보낸 에라르 그랜드 피아노를 조율해 달라는 것.  에드거는 긴 여행을 선택한다. 총격전으로 파괴된 피아노를 고치고, 평화 협정을 위한 연주도 틈틈이 해낸다. 하지만 위임받은 일을 모두 끝내고도 그는 영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 사랑하는 킨 므요를 전쟁터에 남기고 떠날 수가 없다. 음악처럼 거부할 수 없이 스며 온 사랑. 전쟁보다 오래 기억될 이야기는 죽어서라도 메이르윈에 남고 싶었던 한 남자의 심장처럼 단단히 그리고 뜨겁게 그 땅의 전설이 된다.   
 죽음을 초월한 사랑, 에드거 드레이크  에드거 드레이크는 런던에서 아내 캐서린과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평범한 피아노 조율사였다. 본능적으로 군인을 싫어하고 항상 웃고 다니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경험이라고는 해 본 적이 없는 수더분하면서도 순수한 사람. 하지만 메이르윈에 초대 받은 후 그의 삶은 완전히 변한다. 킨 므요와의 애틋한 사랑, 세상과는 동떨어진 버마 오지에서 그는 생명을 포기하고서라도 기억하고 싶은 사랑을 만난다. 중년의 사내에게 소나기처럼 쏟아 부은 첫사랑과 같은 기억이었다.
에드거는 킨 므요를 쳐다보았다. 잠시 시선이 얽혔다. 가슴 깊은 곳에서 동요가 일었다. 갈망이었다. …… 그저 몸을 말리고, 어둠 속에서 코코넛과 계피 향이 나는 방에서 서로의 손길이 스쳤으면 하는 바람. 처음엔 우연히, 그러다가 또다시, 어쩌면 좀 더 대담하게, 의도적으로 손가락이 마주쳐 얽힌 채 그렇게 잠시 서 있다가 킨 므요가 올려다보고 에드거는 내려다보는, 그 정도의 바람이었다. 킨 므요도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들은 바깥에 서 있고 빗물이 살갗에 닿아 차가웠으니까.
 대자연과 평화의 파수꾼, 앤서니 캐럴  의대를 졸업한 후, 병원 대신 전쟁터에 지원하여 군의관이 되었다. 영국이 아시아 점령을 위해 버마를 지배할 당시 버마 오지 메이르윈에 파견되었는데, 의료 활동 외에도 그만의 인간적인 방법으로 주변 부족들과 평화 협약을 맺어 나가는 등 중요한 임무들을 해낸다. 그는 군인이었지만 자연과 사람과 음악을 사랑하는 지도자였다. 군사 작전을 위한 방문객이 아닌, 그 땅을 진심으로 사랑한 메이르윈의 운명적인 지휘관이었다.
“이곳에서 아주 많은 것을 가졌어요. 머물 생각은 없었습니다. 뭔가 다른 일이라는 막연한 느낌만 있었죠. 간단하게 얘기하죠. 전 지휘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게 무서워서 떠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들은 이 상황을…… 평화적으로 해결하지 않을 거예요.” 
 순수 또는 매혹, 킨 므요  버마 사람으로, 항상 캐럴의 곁에서 현지 일을 돕는 역할을 한다. 동양미 넘치고 지혜로운 여인이다. 식민지 상황 아래 많은 수난을 당하지만, 자신의 삶을 방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매력을 가졌다. 메이르윈이 습격당한 후, 또 다른 전쟁 속으로 사라져 간, 에드거 드레이크에게는 끝내 신비스러운 사랑으로 남은 여인이기도 했다. 
“전 동양 여자에 대해 영국에서 어떤 식으로 말하는지 다 알아요. 그 동네 잡지들을 읽을 수 있으니까. 그들이 뭐라고 하는지도 알죠. 화가들이 우릴 어떤 식으로 그리는지도 봤어요.”
 
인간 내면을 조율하는 평화의 메시지
 투철한 군인 정신과 자연 그대로의 인간성. 이 둘은 전쟁터에서 언제나 갈등을 만들어 낸다. 이 소설에서 마지막까지 의문으로 남는 것은 캐럴이 과연 충성을 다한 영군 군인이었는가, 아니면 아름답고 달콤하게 변장된 스파이였는가 하는 점이다. 곁에서 캐럴을 지켜보았던 에드거 드레이크는 전쟁을 즐기고 확대해야 자신에게는 이윤이 떨어지는(?) 군인의 속성으로 세워진 가설, 캐럴이 적군의 스파이라는 사실을 끝내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영국 군이 내세운 증거들은 객관적으로 그럴싸했고, 캐럴이 전쟁터에서 추진했던 지극히 인간적인 평화 전략들은 접선이나 밀약 등의 말로 탈바꿈하기 딱 좋았다.  에드거 역시 첩자로 몰려 군의 심문을 받지만 그는 메이르윈에서의 3개월을 부정하지 않는다. 메이르윈이 습격당한 후, 에드거는 캐럴과 킨 므요와 이별해야 했기에 캐럴이 적군의 첩자였는지 영국을 위해 일한 인간적인 군인이었는지 알 길이 없었지만 그는 객관적으로 포장된 군사 정보보다 자신이 함께했던 3개월의 기억을 진실로 선택한다. 이 소설은 에드거 드레이크의 결정을 통해 결국 전쟁 속에서도 인간애를 지켜 내는 것은 인간에 대한 신뢰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에드거 드레이크는 결국 탈출 후에도 메이르윈으로 돌아가길 원했다. 도망쳐 달려가는 길, 사랑하는 킨 므요의 모습은 생의 마지막 기억이 되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그에게 군인의 총에 죽는 것보다 더 슬픈 것은 자신이 믿었던 가치와 기억을 부정하고 잃어버리는 것이었다. 에드거 드레이크의 죽음, 아름답지만 비극적인 그 결말도 이 소설이 추구하는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이라는 주제를 매끄럽게 마무리한다. 전쟁이 만들어 낸 핏빛 그늘 속에서도 대자연의 푸른빛은 변함없었고, 인간도 그렇게, 전쟁의 두려움 속에서도 인간 그대로의 내면은 숨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인간애와 평화에 대한 간절한 요청으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소설이다.
 
질서를 타고 흐르는 음악 같은 소설
『피아노 튜너』는 음악적인 소설이다. 음악적 감수성을 건드리는 흐름과 리듬이 있다. 특히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바흐의 음악은 이 작품의 구성과 분위기를 잘 대변한다.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주인공 에드거 드레이크의 삶은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의 한 곡을 완성하듯 아름다움이라는 최고조를 향해 드라마틱하게 변주된다. 평화 협정을 위한 연주자로 초대되었을 때, 에드거 드레이크가 선택한 곡도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의 곡들이었다. 그의 삶이 그랬고, 메이르윈에 주둔했던 군인 아닌 군인들의 삶이 그랬던 것처럼 서로를 압도하고 서로에게 압도당하는 클라이맥스는 없지만 조화와 평화가 있는 곡이었다. 『피아노 튜너』의 강점은 여기 있다. 작가는 애초에 말초를 건드리는 자극적인 요소는 염두에 두지 않은 듯하다. 다만 소설 전체가 조화로운 이야기들로 풍성하다. 사건들과 액자 속 이야기로 등장하는 다양한 일화들은 사랑과 평화라는 하나의 흔들리지 않는 주제를 감싸고돈다. 에드거 드레이크가 캐럴의 삶에 동화되어 메이르윈을 사랑해 가는 과정에서도, 킨 므요와 말할 수 없어 더 간절했던 사랑이 무르익어 갈 때도, 이 소설의 감동은 서서히 흐르는 강물처럼 그렇게 마음을 두드린다. 음악처럼 펼쳐지는 삶의 이야기는 도망치며 달아나듯 다른 이야기를 끌어들이고, 변형된 음들은 또 하나로 합해져 변하지 않는 중심 메시지를 감싸 돈다. 변주곡을 들을 때의 즐거움처럼, 이 소설은 화려한 기교 없이도 사람의 감정 선을 단계적으로 유려하게 끌어간다. 이야기가 질서를 타고 흐른다. 자극적인 재미보다는 편안한 휴식 같은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 줄 작품이다.
 
아시아의 오묘한 빛깔, 미얀마에 대한 추억
 이 소설에는 이국적인 재미가 있다. 작품의 전반부에서는 에드거 드레이크가 영국에서 버마 만달레이를 거쳐 목적지 메이르윈에 도착할 때까지의 일정을 자세하게 묘사한다. 이 부분은 풍경화처럼 펼쳐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묘사할 뿐만 아니라 뱃길을 따라가며 듣는 미얀마의 신화나 풍속을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대니얼 메이슨은 미얀마 국경에서 의료 조사를 하던 중에 이 소설의 모티프를 얻었는데, 이국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를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한 기초 작업으로 『버만』,『버마 평정』,『상 버마와 샨스테이츠의 지명 사전』 등의 학술서를 탐독했다. 미얀마의 풍속이나 영국과의 전쟁에 관한 역사는 작가의 말대로 “그 인물들은 상상력이 그려 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다채로운 까닭에 작업이 수월”할 만큼 흥미진진했다. 접하기 쉽지 않은 미얀마에 대한 정보가 문학적으로 변형돼 여행의 즐거움처럼 다가온다. 미얀마의 역사와 풍물, 설화 등이 소설 속에 맛깔나게 녹아, 미얀마에 대한 첫 만남을 아름답게 주선할 책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피아노 튜너』에 대한 외국 서평
대니얼 메이슨의 이야기는 기품 있으면서도 요염하게 독자를 사로잡는다. 이젠 존재하지 않는 세계, 하지만 누구나 가 보고 싶은 세계를 펼쳐 낸다. 운치 있고 풍성한 이야기. 우리 머릿속을 채운 모든 장면과 향취가 새로워진다. 19세기 미얀마에 대한 기억도 재구성된다. 『피아노 튜너』는 그의 처녀작이자 수작이다. 정말 흥미롭게 읽었다. – 아서 골든, 『게이샤의 추억』의 저자
대니얼 메이슨의 첫 장편소설 『피아노 튜너』는 빛이 난다. 소설로서의 새로운 도전이자 발돋움이다. 그 내면에는 인생을 치열하게 끌어안고 인간 본원을 꿈꾸는 삶에 대한 요청이 들어 있다. 나는 이야기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완전히 그 세계로 빨려들었다. 며칠이 지나도 이야기 속 장면들은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요동쳤다. 아름다움과 고통, 그 사이에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 무한한 잠재력으로 퍼져 나갈 것이다. – 제프리 렌트, 『가을에』, 『잃어버린 나라』의 저자
완벽하다. 문장은 힘이 넘치고, 이야기에 역사, 정치, 자연사와 의학을 녹여 낸 그의 능력은 놀라운 수준이다. -《뉴욕 타임스》
『피아노 튜너』는 느릿느릿 흐르는 강물처럼 당신을 태워 키플링과 콘래드가 살아 숨 쉬는 신화의 땅으로 데려가 줄 것이다. -《피플》 
눈이 부시다. 오감으로 가득 찬 환상곡.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목차

1부    17
2부    239
 
저자의 말    453
감사의 말    458

작가 소개

대니얼 메이슨

대니얼 메이슨은 1998년에 하버드 대학에서 생물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타이 미얀마 국경 지대에서 말라리아를 연구하며 1년을 보냈는데, 『피아노 튜너』의 상당 부분을 이곳에서 썼다. 최근에는 샌프란시스코의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있다.

김후자 옮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영한번역전문가 1년 과정을 수료했다. 역서로 『영원』, 『유언』, 『귀여운 악녀』, 『아리스토텔레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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