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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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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구병모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1년 12월 31일

ISBN: 978-89-374-2057-3

패키지: 하드커버 · 변형판 125x190 · 300쪽

가격: 14,000원

시리즈: 오늘의 작가 총서 36

분야 오늘의 작가 총서 36


책소개

시간이 흘러 더 빛나는 ‘오늘의 작가 총서’

환상적 상상력으로 가닿은 리얼리즘의 심연

구병모 잔혹극의 서막을 여는 첫 소설집

 

“이 작품들의 괴기스러운 광경들은 비현실적이라는 점에서 ‘환상’으로 불릴 수도 있지만, 그것은 현실에서 한 발도 빼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직면한 고통에서 발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허황한 상상물이 아니다. 이러한 환상성을 지닌 사건들은 현실의 이면에서 내밀하게 작동하고 있는 어두운 힘을 환기시키면서 그에 대한 강력한 파괴력을 구조적으로 내장하고 있다. 그래서 그것은 오히려 리얼리즘의 심화에 가깝다.” -황광수(문학평론가) / 해설에서

“『고의는 아니지만』에 실린 단편들은 10년의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지금 읽어도 날카롭기만 하다. 이미 와 버린 것은 미리 봐 버린 그의 혜안 덕분에 빛난다. 달라진 것 또한 다른 방식으로 더욱 첨예해져 어떤 단초(端初)처럼 느껴진다. 좋은 게 결코 좋은 것이 아니고 다 그러고 살 수는 없음을 뼈저리게 통감하게 된다.” -오은(시인) / 추천의 말에서


목차

마치…… 같은 이야기 (2010) 7

어떤 자장가 (2010) 43

재봉틀 여인 (2009) 73

고의는 아니지만 (2011) 104

타자의 탄생 (2011) 136

곤충 도감 (2009) 171

조장기(鳥裝記) (2011) 212

어림 반 푼어치 학문의 힘 (2010) 243

 

개정판 작가의 말 274

작품 해설_일상적 무감각과 치사량의 독설 … 황광수(문학평론가) 276

추천의 말_구멍이 경이가 되는 현장 … 오은(시인) 295


편집자 리뷰

구병모 첫 소설집 『고의는 아니지만』 개정판이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2020년에 이어 이번에도 동시 출간되는 ‘오늘의 작가총서’는 한국문학 분야에서 오래 사랑받아 온 작가들의 의미 있는 작품을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이는 ‘재발견’ 시리즈다. 출간된 작품은 구병모의 『고의는 아니지만』을 비롯해 정영문의 『꿈』 이장욱의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 배삼식의 『3월의 눈』, 김경욱의 『동화처럼』 등 모두 5종이다. 이름만으로도 독자들의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이들은 저마다 강렬한 색깔로 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들이다. 더욱이 장편소설, 소설집, 희곡집 등 형식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스릴러, 환상, 리얼리즘, 로맨스 등 내용 또한 다채로워 깊이와 재미를 다 갖춘 한국문학 작품을 읽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 희소식이라 할 만하다.

 

『고의는 아니지만』은 2009년부터 2011년 사이에 발표한 단편소설을 묶어 출간한 첫 소설집이다. 개정판에는 2011년 출간 당시 수록하지 않았던 단편소설 「어림 반 푼어치 학문의 힘」이 포함되어 있다. 2010년에 쓰인 「어림 반 푼어치 학문의 힘」은 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자리를 잡기 위해 온갖 비학문적인 일을 하는 남편을 둔 아내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다. 광고물 디자이너인 화자는 엉덩이에 꼬리가 생긴 것 같은 불편함에 어려움을 겪던 중 마침 자신이 광고지를 만들고 있던 병원인 ‘21세기 학문외과’를 찾게 된다. 신체 부위의 명칭을 병원 간판에 직접 표기할 수 없다는 당시 의료법에 따라 ‘항문’을 ‘학문’으로 쓰게 된 병원. 그런데 학문이라 쓰인 것을 항문이라 읽는 것은 병원 간판을 읽는 데에만 국한되지는 않는 듯하다.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남편의 삶이 속해 있는 학문이라는 세계와 그 세계에 속한 자들의 세속화에 대한 비판이 ‘21세기 학문외과’라는 아이러니한 유머 속에 냉소의 그늘을 드리운다.

 

그 외 작품들 역시 작가의 섬세한 교정 작업을 거쳐 독자들 앞에 선다. 비유가 금지된 도시의 사연을 담은 「마치…… 같은 이야기」, 만취한 채 정신을 잃은 뒤 깨어 보니 땅 속 주물에 갇혀 있었던 어느 남자의 황당한 일화를 다룬 「타자의 탄생」, 한마디 말 때문에 살해당하는 유치원 교사를 그린 「고의는 아니지만」, 살아 있는 사람을 뜯어 먹는 새떼가 등장하는 「조장기」, 아이의 칭얼거림을 참지 못해 아이를 세탁기에 집어넣는 여자의 내면을 다룬 「어떤 자장가」, 감정을 느끼는 세포가 꿰매어진 소년을 만날 수 있는 「재봉틀 여인」, 성욕을 느끼는 순간 몸속에서 곤충이 튀어나오는 남자를 그린 「곤충도감」 등 소설집은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갈등을 ‘구병모식’으로 그려 나간다. 깊은 통찰과 예민한 감각으로 현실 한가운데에서 환상성을 끌어내는 구병모 작가는 사회와 인간의 폭력성과 잔혹함, 보통의 일상이 은폐한 공포를 잔혹한 상상력과 치밀한 표현으로 엮어 나간다.

 

『고의는 아니지만』은 작가가 이후 발표한 작품들에 깃들어 있는 문제의식과 표현 방식, 즉 구병모라는 한 세계의 기원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각별한 ‘첫 소설집’이다. 출간 10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를 찾는 『고의는 아니지만』은 10년이라는 시간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만큼 현재적이다. 현재적이라는 표현에는 그때 그 문제가 지금도 여전히 문제라는 의미의 수동적이고 단순한 현재성이 담겨 있지 않다. 지난 10년 동안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을 비교하며 지금을 반영하고 과거를 비춘다는 점에서 매일 새로워지는 현재성이자 과거와 미래를 포함한 현재성이기도 하다. 초판 추천사를 쓴 오은 시인이 10년 만에 재출간되는 이 책의 추천사를 다시 쓴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10년의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지금 읽어도 날카롭기만 하다.”는 오은 시인의 말처럼 지난 시간은 소설을 조금도 뒤로 보내지 않았다. 구병모 작가에 대한 오랜 신뢰를 섬세하고 따뜻하게 조명한 황광수 평론가의 글을 다시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이번 개정판의 의미다.

 

■줄거리 소개

마치…… 같은 이야기 | 떠난 지 5년 만에 S시로 돌아온 시인은 도시 초입에 자리한 술집 ‘마치’에 들른다. 술집 주인은 비유가 사라진 S시에 대해 전하며 그곳에 돌아가지 말라고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언제부턴가 ‘미무르’라는 괴상한 생물의 이름이 별명이 된 S시의 시장이 웃음거리가 되지 않기 위해 비유를 금지한 것이 도시에 비유가 사라진 이유라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은 시인은 술집 주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S시에 들어가 시장을 만나게 되는데…

 

타자의 탄생 | 6년째 공무원 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한 남자, 지난 밤 만취하여 필름이 끊긴 남자는 정신을 차려 자신이 땅 속에 박혀 있는 주물에 갇혀 있음을 알게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간밤에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남자는 어렵사리 받은 도움으로 아내와 통화를 시도해 보지만 휴대폰은 꺼져 있다. 구조 전문가와 경찰이 와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누가 그에게 이런 짓을 했을까?

 

고의는 아니지만 | 유치원 교사 F는 다섯 명의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고 골고루 돌보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아이들이 구분되는 상황이 생긴다. 고의가 아닌 데다 도리어 개개인의 사정을 두루 살피며 최선을 다했으나 돌아오는 거라곤 언제나 각자 다른 위치에서 다른 톤으로 쏟아져 나오는 불만과 항의뿐이다. 어느 날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F는 다섯 명의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말실수를 하고 마는데.

 

조장기 | 새떼가 돌연히 사람을 공격해 죽을 때까지 뜯어먹는 원인 불명의 사건이 이어지는 가운데 등록금을 벌기 위해 휴학을 하고 간신히 보육도우미 일을 구하게 된 이십대 초반의 여자. 새떼의 공격은 절망의 에너지와 관련이 있다는 설이 돌고 새들에게 죽지 않기 위해서는 긍정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요지의 ‘긍정 운동’이 유행되어 일면 수용하던 여자는, 하지만, 날이 갈수록 보육도우미를 넘어 가사도우미와 간병인의 역할까지 ‘어쩔 수 없이’ 하게 되고….

 

어떤 자장가 | 석사논문 대필로 생활비를 버는 여자. 남편도 돈을 벌지만 생활이 녹록지 않고 자신의 박사논문을 쓰고 싶지만 24시간 엄마가 필요한 아이 때문에 쉽지가 않다. 아이는 밤이 되어도 잘 생각을 안 한다. 여자는 아이의 말을 받아주며 억지로 재우려고 하지만 끝내 말을 안 듣는다. 여자는 아이를 위험에 빠뜨린다. 이후 아이와 여자는 어떻게 될까?

 

재봉틀 여인 | 담임선생에게 실컷 두들겨 맞은 소년은 운다고 더 두들겨 맞고는 우연히 재봉틀로 뭐든지 꿰매준다는 가게에 들어가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모든 세포들을 꿰맨다. 그 후 어떠한 감정적 · 지각적 반응도 일어나지 않게 된 채 청년이 된 그는 교통사고로 한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로 인해 모든 게 달라진다.

 

곤충도감 | 열네 살의 ‘나’를 강간한 ‘그’는 감옥살이를 하며 새로이 성범죄 전과자들에게 주어지는 기이한 벌을 받게 된다. 성 호르몬이 분비되는 순간 그 호르몬을 먹고 몸속의 곤충이 급성장하여 숙주의 몸을 갈기갈기 찢고 나오게 되는 것. 그리고 열여덟 살이 된 내 앞에 그가 다시 나타났다.

 

어림 반 푼어치 학문의 힘 | 광고물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나’는 ‘21세기 학문외과’ 광고물을 디자인하던 중 앓고 있던 꼬리 문제로 항문외과를 찾게 된다. 항문외과라 쓸 수 없어 학문외과라 표기했지만 누구나 학문을 항문으로 읽는 것처럼 대학에서 자리 잡기 위해 온갖 잡다한 일을 마당쇠처럼 하고 있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남편이 속한 세계 역시 학문이라 쓰고 항문이라 읽어야만 할 것 같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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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2008년 장편소설 『위저드 베이커리』로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2015년 소설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로 오늘의작가상과 황순원신진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아가미』 『파과』 『한 스푼의 시간』 『네 이웃의 식탁』 『상아의 문으로』, 중편소설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바늘과 가죽의 시』, 소설집 『단 하나의 문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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