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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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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카피: 노벨 문학상, 부커 상 수상. 제3세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V. S. 나이폴의 자전적 소설

원제 A Way in the World

V. S. 나이폴 | 옮김 정회성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1년 12월 17일

ISBN: 978-89-374-4242-1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596쪽

가격: 17,000원

분야 외국 문학, 외국문학 단행본

수상/추천: 노벨문학상, 부커 상


책소개

노벨 문학상, 부커 상 수상

제3세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V. S. 나이폴의 자전적 소설

‘문학적 항해자’ 나이폴이 안내하는 서인도 제도를 둘러싼 지배와 혁명의 역사

 

 

▶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거대하고 아름다운 비극 속에서 춤추고 있다.『세계 속의 길』은 나이폴의 작품들 중 가장 위대하다. —《타임스》

 

▶ 이 작품은 삶과 일의 문제를 관통하여 고찰하는 나이폴의 새롭고 눈부신 프리즘이다.—《뉴욕 타임스》

 

▶ 예민한 성찰과 꺼질 줄 모르는 투시력이 결합된 나이폴의 작품은 우리에게 억압의 역사를 직시하게 해 준다. —노벨 문학상 선정 이유


목차

1 프렐류드: 유산 9

2 역사: 생선 아교풀 냄새 22

3 새로운 옷: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 70

4 승객: 30년대 풍경 109

5 도피 162

6 서류 뭉치, 담배 마는 종이, 거북이: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 246

7 새로운 인물 321

8 적막한 파리아만에서: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 367

9 귀향 534

 

작품 해설 577

작가 연보 592


편집자 리뷰

카리브해의 영국령 트리니다드섬에서 인도계 부모 아래 태어난 V. S. 나이폴은 대표작 『미겔 스트리트』(1959) 에서 자신이 태어난 트리니다드섬의 주민들의 생활상을 제시하며 제3세계 문학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자유 국가에서』(1994)에서 작품 속 공간을 미국, 유럽, 인도 등 전 세계로 확장해 식민지 국가의 현실을 냉철하게 그려 내 부커 상을 수상했다. ‘탈식민주의 문학’의 대표 주자로 손꼽히며 세계 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나이폴은 전 생애에 걸쳐 자유와 제3세계, 식민주의에 대한 작품 활동에 매진해 “엄정하고 면밀한 시각에 통찰력 있는 내러티브를 결합해 억압의 역사를 직시하게 해 준다.”는 평을 들으며 2001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세계 속의 길』은 트리니다드와 베네수엘라 등의 국가가 있는 서인도 제도를 공간적 배경으로 삼은 나이폴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유년 시절과 작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청년 시절의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역사의 현장을 체험한 다양한 ‘내레이터’들을 등장시켜 세계를 보는 시야를 확장한다. 미국과 베네수엘라, 영국과 동아프리카 등지에서 제국주의와 혁명, 탈식민주의가 교차하는 상황 속에서 각자의 길을 걷는 ‘역사적 순례자’들의 20세기가 여기 담겼다.

『세계 속의 길』은 나이폴의 또 다른 대표작인 트리니다드 하층민의 생활상을 다룬 연작 소설 『미겔 스트리트』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다. 이야기의 서술 방식과 핵심 주제, 작품의 기본 무대도 비슷해 두 작품을 한 편으로 묶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나이폴은 주민들의 개별적인 생활상에 집중했던 『미겔 스트리트』의 세계관을 확장해 전 세계에서 제국주의 사회, 식민지 이후의 사회를 살아간 인물들의 발자취를 쫓는다.『세계 속의 길』은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을 주축으로 한 연대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나이폴이 일생 천착한 질문인 ‘나는 누구인가? 나를 둘러싼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대해 답한다.

 

 

혁명가, 노예, 그 후손들……

제국주의와 탈식민주의가 교차하는 격동의 물결 속에서 ‘자기만의 길’을 걷다

 

『세계 속의 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나이폴의 자전적인 경험을 담은 장과 작가로서 역사적인 사건과 가공의 현실을 섞어 다양한 인물들을 화자로 서술하는 장이 번갈아 나타난다. 인도계 후손으로 트리니다드의 수도 포트오브스페인의 등기소에서 이급 서기로 일하던 유년 시절,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진정한 작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년 시절을 그린다. 나이폴은 “글 쓰는 행위를 통해 나 자신을 분명하게 알고 싶었다.”라고 말하며 서인도 제도를 거쳐 갔던 수많은 인물들과 기록들을 통해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한다.

스페인, 영국 등 강대국의 지배로 인해 흑인 노예, 인도인, 원주민, 백인 등이 혼재되어 살아가고 있는 트리니다드에는 ‘무리’와 ‘패거리’만 있을 뿐 공동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드퍼드 광장에 모여 탈식민주의와 독립 혁명을 주장하는 시위대의 목소리도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나이폴은 고국을 떠나온 이방인의 시선으로 트리니다드의 1930~1940년대 풍경을 묘사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세계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작가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 작가가 아는 세계 또는 작가가 겪은 경험에 따라 사물을 보는 관점이 달라질까? 작가가 하나의 세계만 안다면 다른 세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쓸 수 있을까? 나는 그때까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적이 없었다. 작가라면 꼭 한 번 해야 하는 질문인데도 말이다. -47쪽

나이폴은 작가의 시선으로 역사적 사실들을 회고한다. 역사적 배경과 허구를 섞어 각 장마다 ‘내레이터’를 설정해 저마다의 시공간에서 서인도 제도를 거쳐 갔던 인물들을 그려 낸다. 처음으로 서인도 제도를 발견한 콜럼버스, 금광을 찾아 나서는 영국의 탐험가 월터 롤리 경, 베네수엘라의 독립을 위해 평생을 바친 괴상한 혁명가 미란다 등의 인물들은 모두 확고한 가치관과 철학으로 자기만의 길을 걸어간다. 서인도 제도가 발견되고, 서구 열강들에 의해 지배되고, 해방 후 탈식민주의의 공간으로 바뀌는 몇 세기에 걸친 연대기 속에서 ‘영혼의 지도’를 그린다.

『세계 속의 길』은 서로 다른 인종과 문화, 정치적 갈등과 충돌을 거대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다루고 있다. 하지만 나이폴의 관심사는 갈등과 충돌의 해결이 아니다. 『미겔 스트리트』, 『자유 국가에서』등 그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문제투성이 국가나 사회에 정착하지 못한 채 방황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눈에 비치는 카리브해의 풍경은 같지만, 개개의 삶이 품고 있는 가치관과 처한 상황은 다르고 서로 타협할 수 없다. 나이폴은 그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냉정할 정도로 객관적인 눈으로, 공존하지만 ‘공명’할 수 없는 인물들의 외로움을 읽어 내어 제3세계 식민지의 복잡한 역사와 아픔에 대한 공감대를 한층 더 증폭시킨다.

 

‘역사의 데칼코마니’나 ‘역사의 도플갱어’라는 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식민지가 끝난 트리니다드는 우리의 과거 모습을 비추는 거울 같다. 이는 우리도 식민지를 겪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에게도 미란다 같은 인물이 있었고 지금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품 해설」 중에서

 

 

 

 

■ 본문 중에서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을 낳아 길러 준 부모나 조부모에 대해서만 안다. 하지만 조상들을 계속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는 우리의 출발점에 이르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조상의 기억이 이미 우리의 피와 뼈와 뇌 속에 간직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21쪽

 

물론 우리라고 물려받은 유전자의 특성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다. 우리 또한 이따금 우리 자신에게 이방인일 수 있다. -21쪽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세계에 대해 언제부터 의문을 품었을까? 나무와 꽃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각종 음식과 독, 그리고 동물들에 대한 지식은 언제부터 습득했을까? 지금 사람들이 사용하는 도구들이 맨 처음 만들어진 건 언제일까? 땅의 모든 사물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존재하는 가운데 비교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과연 시간의 흐름이나 속도에 대한 개념을 가질 수 있었을까? 대면하는 사물들 덕에 우리는 시간이나 속도에 대한 개념을 갖게 된 것이다. 비교할 것이 하나도 없다면 사람은 자기만의 생각과 자기가 아는 다른 사람의 생각 안에서만 존재하게 된다. -88쪽

 

그리고 지금 갈레라포인트를 떠나 시골길을 따라 걷는 내 눈에 비바람을 맞아 희미한 검은색으로 변한 코코아를 말리는 집들이 들어왔다. 고속 도로 주위에는 코코아 농장과 함께, 어딘지 지저분해 보이는 정원이 딸린 자그마한 목조나 콘크리트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것은 어린 시절부터 익숙한 식민지 풍경 같았다. 문득 이곳에는 시작도 없고 과거도 없으며 원시적인 요소도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긴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114쪽

 

여러 세기가 지나면서 우리는 우리를 찾아오는 사람들로부터 우리가 어디에 있으며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야 했다. 우리만의 힘으로는 그런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증거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증거들과 더불어 우리를 무시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이는 역사를 거꾸로 돌려놓는 것과 같았다. -121쪽

 

나는 글 쓰는 행위를 통해 나 자신을 분명하게 알고 싶었다. -132쪽

 

무엇이든 글로 다 표현할 수는 없소. 써서는 안 되는 것도 있고,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것도 있죠. -147쪽

 

농담을 좋아하는 것은 난해한 세상과 평화로운 관계를 맺는 방법 중 하나였다. 나는 농담이 히스테리의 반대편에 있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알았다. -150쪽

 

“어찌 되었든 이해한다는 것은 시작하는 것이다.” -197쪽

 

우리는 세계라는 구조물 안에서 살아간다. 고대인들은 그들만의 것을 소유했다. 우리의 가까운 조상들도 그들만의 것을 소유했고,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구조물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모든 문화는 저마다 고유한 것을 지니고 있고, 인간은 한없이 순응적인 존재다. -243쪽

 

“나도 그 점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봤어요. 그리고 사람들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어요. 원주민과 혼혈인과 영국인과 네덜란드 사람과 프랑스인은 저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가는 데가 어디인지, 어떻게 가는지 안다면 모든 사람에게 이 세상은 그래도 안전한 곳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320쪽

 

잔혹성을 한쪽으로 떼어 놓고 생각한다고 해도 트리니다드 사람들의 발에 짓밟힌 과거의 역사에 대한 개념은 곧바로 형이상학적인 것으로 바뀌어 버렸다. 이곳에서 세상은 그 실체의 일부를 잃은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현실은 유동적이었다. -323~324쪽

 

베네수엘라는 대규모 노예 농장들이 넘쳐나는 신세계의 한 식민지에 지나지 않았고, 이런 지역 특유의 계층 구조를 띠고 있었다. 전 국민은 본국에서 고위 관리로 파견된 스페인 사람, 귀족층 크레올, 귀족이 아닌 크레올, 물라토, 농장에서 일하는 니그로, 토착 원주민으로 나누어졌다. 이 같은 계층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겉으로 드러나는 강력한 권위뿐이었다. 이런 외부적 권위가 사라지면 사람들은 스스로 몰락하고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한 집단의 자유란 또 다른 집단에 대한 압제 또는 노예화를 뜻했다. -374쪽

 

지금 나는 완전히 다른 행성 또는 다른 시대에 사는 듯한 기분이오. 이곳 사람들은 그들만의 영웅과 역사, 신화적 사건과 장소를 갖고 있소. 발로트의 교도소 꼭대기에 있던 무시무시한 독방, 픽턴의 파면, 노예 감독관이 니그로들에게 남긴 마지막 연설, 몽탈랑베르 농장에서 벌어진 대규모 독살 사건, 베로가 농장에서 있었던 시신 해부, 피난처를 찾아 카카오나무 숲을 가로질러 도망친 티스베, 결국 장대 끝에 걸린 그녀의 잘린 머리……. 이 곳 사람들은 이런저런 사건들을 겪으면서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오. 마치 남아메리카의 원주민 부족들처럼 이들에게는 자신들만의 달력이 있는 듯싶소. -495쪽

 

“역시 증오가 문제군요. 장군님, 베네수엘라만큼 증오가 들끓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을 겁니다.” -515쪽

 

그 나라를 지배하는 것은 혐오라는 감정이었다. -542쪽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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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S. 나이폴

1932년 카리브해의 영국령 트리니다드섬에서 인도계 부모 아래 태어났다. 1948년 트리니다드 정청의 해외 유학 장학금을 취득해 1950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 입학했고 유니버시티 칼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이후 BBC의 카리브 지역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등 방송인,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스물세 살 때부터 창작을 시작하여 1957년 첫 소설 『신비한 안마사』를 발표했다. 1959년에 발표한 『미겔 스트리트』로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고, 1971년 『자유 국가에서』로 부커 상을 수상했다. 1994년 영국 최고의 문학상인 데이비드 코언 상을 받았고, 여러 차례 후보로 거론된 끝에 2001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비스와스 씨를 위한 집』, 『게릴라』, 『인도-상처 입은 문명』, 『신자들 사이에서-이슬람 기행』, 『세계 속의 길』 등이 있다. 2018년 향년 여든다섯 살로 타계했다.

"V. S. 나이폴"의 다른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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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성 옮김

인하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도쿄 대학교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했다. 성균관대학교와 명지대학교 등에서 번역 이론을 강의했고, 현재는 인하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초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피그맨』으로 2012년 I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어너 리스트 번역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옮긴 책으로 『에덴의 동쪽』,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84』, 『침대』, 『기적의 세기』, 『첫사랑의 이름』, 『리브라』, 『휴먼 코미디』, 『디 에센셜 조지 오웰』,『자유 국가에서』, 『월든』, 『세계 속의 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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