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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2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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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원제 Catch-22

조지프 헬러 | 옮김 안정효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1년 11월 19일

ISBN: 978-89-374-6186-6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484쪽

가격: 14,000원

시리즈: 세계문학전집 186

분야 세계문학전집 186


책소개

50주년 기념판에 수록된 헬러 서문, ‘역사와 배경과 비평’ 수록

 

‘캐치-22’라는 고유어 탄생시킨, 반전 다룬 20세기 최고의 미국 소설

 

유쾌하고 신랄한 블랙 유머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실존의 부조리

 

『캐치-22』 출간 50주년을 기념하여 2011년 새로 펴낸 특별판에 실린 조지프 헬러의 서문, 작품 ‘비하인드ʼ, 동료 작가 노먼 메일러, 앤서니 버지스 등의 회고담, 저명한 지식인 필립 토인비, 비평가 크리스토퍼 히친스 등의 에세이 수록.

 

 

▶ 이것이 풍자의 위대함! ─ 필립 토인비

 

▶ 헬러는 20세기 광기를 표현할 가장 훌륭한 수단이 언어에 의한 소통을 부조리하게 붕괴

시키는 길임을 멋지게 과시했다. ─ 앤서니 버지스

 

▶ 미국 문학이 낳은 불후의 걸작인 이 소설은 이스터섬의 석상만큼이나 오래 살아남을 것

이다. ─ 《뉴욕 타임스》

 

 

《타임》 선정 현대 100대 영문소설 | 《뉴스위크》 선정 100대 명저 | BBC 선정 꼭 읽어야 할 책


목차

<1권>

50주년 기념판 서문/크리스토퍼 버클리 6

 

1 텍사스인 29

2 클레빈저 45

3 하버마이어 56

4 다네카 군의관 74

5 화이트 하프오트 추장 88

6 헝그리 조 110

7 맥워트 127

8 셰이스코프 중위 142

9 메이저 메이저 메이저 메이저 169

10 윈터그린 211

11 블랙 대위 224

12 볼로냐 236

13 — 드 커벌리 소령 261

14 키드 샘슨 277

15 필트차드와 렌 286

16 루치아나 300

17 하얀 군인 324

18 무엇이나 둘로 보이던 군인 344

19 캐스카트 대령 363

20 휘트콤 상등병 382

21 드리들 장군 400

 

역사와 배경과 비평 1부: 『캐치-22』의 뒷이야기

캐치 22의 탄생 비화/조너선 R. 엘러 431

『캐치-22』라는 대어를 낚아 올리기/조지프 헬러 454

1994년 판 『캐치-22』의 서문/조지프 헬러 459

 

<2권>

22 마일로 시장 11

23 네이틀리의 아버지 38

24 마일로 59

25 군목 90

26 알피 125

27 더케트 간호사 138

28 도브스 162

29 페켐 185

30 던바 207

31 다네카 부인 226

32 요요의 동거인들 235

33 네이틀리의 갈보 245

34 추수감사절 262

35 투사 마일로 276

36 지하실 293

37 셰이스코프 장군 316

38 꼬마 여동생 320

39 영원한 도시 로마 343

40 캐치–22 373

41 스노든 390

42 요사리안 410

 

역사와 배경과 비평 2부: 다른 목소리들

미친 세상에서의 생존 논리/로버트 브루스틴 437

속임수/넬슨 올그런 451

22항 속임수는 탁월한 월척이다/스터즈 터클 456

이것이 풍자의 위대함이다/필립 토인비 459

여신의 아이들—그리고 아홉 명의 작가들/노먼 메일러 469

생명이 빛나는 책/알프레드 케이진 475

스물다섯 살이 된 『캐치-22』—극한의 미친 공포감/존 W. 올드릿지 484

서문/앤서니 버지스 496

인간 조지프 헬러/크리스토퍼 히친스 504

 

작품 해설 511

작가 연보 523


편집자 리뷰

전통적인 소설의 형태를 바꾼 포스트모더니즘의 걸작

    유쾌하고 신랄한 블랙 유머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실존의 부조리

 

“첫눈에 반해 버렸다.

요사리안은 군목을 보자마자 미친 듯이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미국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대표작이자 반전 소설의 걸작인 조지프 헬러의 『캐치-22』가 2008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186, 187번)으로 출간된 이후 십삼 년 만에 50주년 기념판본으로 개정, 출간되었다. 이번 50주년 기념판에는 『캐치-22』 출간 50주년을 기념하여 2011년 새로 펴낸 특별판에 실린 조지프 헬러의 서문과 출간 당시 에피소드, 파격적인 광고 문구 도판 이미지가 삽입되었고, 노먼 메일러, 필립 토인비, 앤서니 버지스 등의 비평 에세이와 리뷰가 수록되었다. 50주년 기념판의 부록인 ‘역사와 배경과 비평’ 역시 원작의 미묘한 뉘앙스를 살려 생동감 넘치는 우리말을 구사하는 안정효 역자가 번역해 완결미를 더했다.

2차 세계 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지중해 연안 피아노사섬에 주둔 중인 256 비행 중대의 대위 요사리안은 무의미한 전쟁에 넌더리를 내고 제대하기 위해 온갖 수를 쓰지만 언제나 ‘캐치-22’에 발목이 잡힌다. ‘캐치-22’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욱 절대적인 위력을 행사하는 조항이다. ‘자기가 미쳤다는 것을 아는 미치광이는 진짜 미치광이가 아니니 제대할 수 없다.’라는 내용처럼 ‘캐치-22’는 빠져나가지 못하는 이율배반의 덫이 되어 요사리안과 동료들을 옭아맨다.

조지프 헬러가 2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캐치-22』는 이전까지의 모더니즘 형식을 전복한 파격적인 구성과 냉전 시기의 현실을 비틀어 반영한 독특한 풍자 어법으로 “소설의 형태를 바꾸었다.”라는 평을 받았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계속되는 전쟁의 비극성과 부조리를 날카롭게 풍자하며 20세기 최고의 반전 소설로 ‘헬러 열풍’을 일으킨 『캐치-22』는 미국에서만 1000만 부 이상 팔리고, 《타임》이 선정한 현대 100대 영문 소설의 하나로 꼽히며 고전의 반열에 올랐고, ‘딜레마’나 ‘진퇴양난’을 의미하는 단어 ‘캐치-22(Catch-22)’는 보통명사가 되어 사전에 등재되었다. 또 2차 세계 대전이라는 배경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계속될 전쟁의 부조리와 광증을 고발함으로써 베트남전쟁에 반대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종의 구호가 되었다.

 

 

Catch-22가 도대체 무엇일까

    50주년 판에 실린 ‘역사와 배경과 비평’으로 살펴본 헬러의 수수께끼

 

“물론 함정(catch)이 있지. (……) 캐치-22가 있으니까.

전투 임무를 면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누구라도 정말로 미치지는 않았어.”

 

Catch-22는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일까? Catch에는 ‘잡다’라는 뜻 이외에도 ‘노림수’와 ‘속임수’와 ‘묘수’ 그리고 낚시를 해서 잡은 ‘월척 대어’, ‘횡재’ 심지어 여자가 낚은 ‘대단한 남편감’ 따위의 온갖 의미가 즐비하다. 예를 들어 조너선 R. 엘러가 「캐치 22의 탄생 비화」에서 언급한 《뉴욕 타임스》 광고 문안 “What’s the Catch?(캐치가 뭘까요?=함정이 뭘까요?=무엇이 솔깃할까요?”)가 독자의 눈길을 끈 이유도 그런 애매함(catch)을 미끼로 삼은 노림수(catch)였다. 도대체 무슨 의미로 캐치라는 단어를 썼는지 헷갈려 궁금한 사람들은 호기심을 풀기 위해 광고 문안을 끝까지 열심히 읽어야 했다.

헬러의 기고문 「『캐치-22』라는 대어를 낚아 올리기」에서 원투(遠投) 낚시 용어인 reel(줄을 감다)을 사용한 목적은 그의 소설을 ‘월척 대박(catch)’이라는 의미로 활용한 암시 용법이었고, 넬슨 올그런의 「속임수」는 ‘대성공(big catch)’을 곁말로 썼다. 스터즈 터클 평론의 제목 「22항 속임수는 탁월한 월척이다」 역시 비슷한 용법이다. 그런가 하면 쉽게 풀릴 듯싶으면서도 좀처럼 해결이 나지 않는 ‘걸림돌’이나 꼼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함정’과 ‘올가미’와 ‘약점’ 역시 캐치라고 한다. 그래서 캐치라고 하면 무슨 뜻인지 아리송해 어떻게 해야 옳은지 까다롭기 짝이 없는 “함정이 있는 난관”이나, 전염성이 강해서 쉽게 현혹되어 ‘덩달아 따라하도록’ 귀가 솔깃하게 만드는 ‘거짓말’이나 ‘선동 구호’까지 함축한다.

영어권에서 모순에 가득 찬 관료제도 따위를 일컫는 보통명사가 되어 버린 ‘캐치-22’의 캐치는 이 소설에서 ‘조항’과 ‘함정’을 동시에 뜻하는 동음이의 기법으로 쓰였다. 말하자면 Catch-22의 순진무구한 표면적 의미는 ‘22항’이지만 여기에 속임수(catch)가 숨어 있다. “기쁜 소식(good news)과 나쁜 소식(bad news) 가운데 어느 쪽 얘기를 먼저 듣고 싶으냐.”라는 흔한 표현에서 좋은 말 뒤에 숨겨 놓은 나쁜 소식을 캐치(catch)라고도 한다. 당근과 채찍의 선동적 설득에서 사탕발림부터 해 놓고 내미는 채찍의 노림수나 속임수 역시 그런 둔갑을 부리는 요물(catch)이다. 이런 말장난은 영문 글쓰기에서 간접 비유, 직접 비유, 인유 등과 더불어 매우 자주 쓰이는 흔하디흔한 문학적 기법이다. 캐치-22는 이런 모든 의미가 뒤엉켜 난장을 벌이는 표현으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법조항이지만 그 위력은 어떤 법보다도 대단하다.

헬러는 1941년 6월 에이브러햄 링컨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학교를 다니며 전보 배달원으로 일하면서도 작가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단편 소설 몇 편을 발표하여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곧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헬러는 소위로 임관하여 요사리안처럼 코르시카로 가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로 출격을 나갔다. 이 책은 작가 헬러의 경험이 오롯이 담겼기에 사실적이고 충격적이다. 1995년 5월 《뉴욕 타임스》에서 밝혔듯이, 그는 서른일곱 회의 출격 동안 전쟁이나 죽음에 대해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그때까지는 무슨 즐거운 놀이라도 하는 기분이었다. 나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만들어 내는 영웅적인 무용담에 어찌나 철저히 세뇌가 되었는지, 적군이 아무도 우리에게 반격을 가해 오지 않아 처음에는 크게 실망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전우들이 탄 비행기가 전투 중에 불타고 격추되는 광경을 직접 목격한 다음부터는 ‘즐거움’이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고 그가 탄 B-25 폭격기가 고사포에 맞고 선회 포탑의 사격수가 부상을 당하자 헬러는 전쟁에서 도망치고 싶어졌다. 그는 예순 회의 출격을 거쳐 1945년 6월에 제대했으며, 군에서 전역 장병에게 제공하는 장학금 혜택을 받아 캘리포니아 대학교로 진학했다. 그리고 그는 『캐치-22』를 써 나갔다.

 

 

전복의 미학 『캐치-22』는 반전 시기 헬러 자신의 경험담

    쉴 새 없이 웃긴, 그러나 웃기에는 너무나 잔혹한 이야기

 

2차 세계 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지중해 연안 피아노사섬에 주둔 중인 256 비행 중대의 대위 요사리안은 무의미한 전쟁에 넌더리를 내며 제대하기 위해 갖은 수를 쓰지만 언제나 ‘캐치-22’에 발목을 잡힌다. 캐치-22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절대적인 위력을 행사하는 조항이다. “자신이 미쳤다는 것을 아는 미치광이는 미치광이가 아니므로 제대할 수 없다.”라는 내용처럼 캐치-22는 빠져나갈 수 없는 이율배반적 덫이 되어 요사리안과 동료들을 옭아맨다. 그로 인해 그들을 둘러싼 상황은 항상 나사가 하나 빠진 것처럼 삐거덕거리며 우스꽝스럽게 어그러진다. 인디언 화이트 하프오트 추장이 가는 곳에는 항상 석유가 나와서, 석유 회사들에게 쫓겨만 다니던 그는 결국 피아노사섬에 와서야 평화를 찾는다.

소설에 등장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덫에 걸린 모순적 캐릭터들이다. 전 세계를 주름잡는 신디케이트를 운영하는 취사 장교 마일로는 독일군과 계약을 맺어 아군 부대를 폭격하고, 그를 질타하는 요사리안에게 “독일인만큼 대금을 빨리 지불하는 이들은 없다.”라고 천연덕스럽게 대꾸한다. 시계처럼 정확한 시간에 밤마다 악몽을 꾸는 헝그리 조는 누드 사진을 촬영하려고 미친 듯이 여자들을 쫓아다니지만 언제나 실패한다. 취사장의 스나크 상등병은 인간의 무지를 혐오해서 고구마에 비누를 짓이겨 섞어 넣어 모든 부대원들을 식중독에 걸리게 한다. 군사재판에 회부된 사람은 어째서 자기가 그런 처벌을 받아야 하는지를 알 길이 없고, 폭격을 해야 할 폭격수는 목표물이 아니라 지상에서 날아오는 포탄만 관측하느라고 바쁘다.

이처럼 희극적인 장면들이 웃음을 유발하면서 이어지는 가운데 요사리안과 동료들은 나체로 훈장을 받거나 상관을 암살하려는 음모를 꾸미는 등 갖은 소동을 벌이며 부조리한 상황에 저항한다. 그러나 그 모순성으로 인해 오히려 완전무결한 조항인 캐치-22는 그들을 조롱하고 무력화하며, 단순히 희극적으로 보였던 상황 이면에 숨은 그로테스크한 비극성을 서서히 드러내 보인다. 마침내 상관들의 비열함과 야심 속에서 요사리안의 동료들은 하나둘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고, 위험인물로 낙인찍힌 요사리안은 그를 회유하거나 제거하려는 사람들의 계획 한가운데 놓이게 된다. 이제 그는 체제에 굴복함으로써 비정상적 논리 속에 안주할 것인가, 끝까지 저항함으로써 영원히 외로운 싸움을 계속할 것인가를 놓고 선택해야만 한다.

 

 

분열과 반복을 통해 주제를 부각하는 포스트모더니즘 내러티브

 

조지프 헬러가 『캐치-22』를 발표할 당시 미국은 아직 매카시즘의 영향 아래 놓여 있었다. 헬러 자신이 이 작품을 가리켜 “방금 끝난 전쟁의 공포와 광기뿐 아니라, 만연한 매카시즘적 마녀사냥의 위선과 야만성에 대한 공격”이라고 설명한 바 있듯 『캐치-22』에는 신경질적인 의심과 불안의 잣대로 세계를 재단하는 인물들이 다수 나온다. 요사리안의 상관인 캐스카트 대령이 그중 하나로, 그는 장군으로 승진하기 위해 출격 횟수를 자꾸만 올려 부하들의 고통과 죽음을 초래하는 인물이다. 캐스카트 대령은 그에게 공공연히 반항하는 요사리안을 ‘공산주의자’라고 매도하며 증오한다.

 

요사리안(Yossarian)- 그 이름을 눈으로 보기만 해도 그는 치가 떨렸다. 그것에는 에스(s)가 너무 많았다. (……) 그것은 ‘선동적(seditious)’이나 ‘교활한(insidious)’이나 마찬가지였으며, ‘사회주의자(socialist)’나 ‘수상한(suspicious)’이나 ‘파시스트(fascist)’나 ‘공산주의자(Communist)’나 마찬가지였다.(403쪽)

 

헬러는 이처럼 신경질적인 시대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전통적인 모더니즘 기법을 버리고 분열과 반복의 내러티브를 선택한다. 『캐치-22』의 이야기는 시작에서 끝을 향해 직선적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상황은 수많은 파편으로 분열되어 매 장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재생되고, 관점에 따라 완전히 전복되기도 한다. 조화가 결여된 이러한 서술 방식은 부조리한 세계에서 개인이 느끼는 절망과 무기력, 소외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모순에서 탈출하기 위해 개인이 기울이는 노력은 반복의 내러티브 안에서 어김없이 원점으로 돌아와 무산되기 일쑤이며, 따라서 작품의 구조 전체가 ‘캐치-22’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분열과 반복의 내러티브는 독자들이 교묘하게 위장된 진실을 마지막 장에 이를 때까지 파악하지 못하도록 기능하기도 한다. 한눈에 들어오지 않게 분열된 진실은 웃음을 유발하는 블랙 유머 밑에서 서서히 제 모습을 갖추고, 작품의 끝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기괴한 비극성을 드러내 보인다. 그때까지 주인공들의 희극적인 행동에 웃음을 흘리던 독자들이 그 사실을 눈치 챌 무렵에는 이미 독자 역시 부조리한 상황의 공범이자 희생자가 되어 있다.

조지프 헬러는 이와 같이 뜻밖의 충격을 가함으로써 모두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진실을 직시하도록 매우 공을 들여 혼란스러운 서술 기법을 고안했다. 이러한 혼란은 모든 파편이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는 결말 부분에서 요사리안의 선택으로 수렴되며, 요사리안이 고독한 투사의 길을 택해 부조리한 현실을 깨부수기로 결심하는 순간 극적인 효과를 거두면서 정리된다. 이처럼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전복의 미학’을 충실히 구현한 『캐치-22』는 지금까지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본문 중에서

 

<1권>

 

어느 날 그는 수식어를 사형에 처하기로 해서, 그의 손을 거친 편지에서는 형용사와 부사가 모두 날아갔다. 다음 날은 관사와의 전쟁을 벌였다. 그다음 날은 좀 더 높은 수준의 창의력을 발휘해서 a와 the만 남겨 두고 편지 내용을 몽땅 새까맣게 지워 버렸다. 그는 그렇게 하면 행간의 묘미가 더욱 강해져 무척 심오한 의미를 전달하리라고 느꼈다. 얼마 뒤에 그는 본문은 그대로 두고 인사말과 발신인 서명만 제거하기도 했다.(31쪽)

 

“그들이란 누구를 의미하는 거야?” 그는 알고 싶어 했다.

“자네를 죽이려고 한다는 자들이 구체적으로 누구냐고?”

“그들 모두지.” 요사리안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들 모두라니?”

“그들 모두가 누군지 자넨 모르겠어?”

“통 모르겠어.”

“그렇다면 그들이 아니라는 걸 자네는 어떻게 알지?”(47쪽)

 

“그런 속임수(catch)가 있단 말인가?”

“물론 함정(catch)이 있지.” 다네카 군의관이 대답했다. “캐치-22가 있으니까. 전투 임무를 면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누구라도 정말로 미치지는 않았어.”

함정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캐치-22였는데, 그 규칙은 긴박한 현실적인 위험의 면전에서 자신의 안전을 걱정하는 행위는 합리적인 심리의 전개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오르는 미쳤고 그래서 비행 근무를 해제받을 수 있었다. 그가 할 일이라고는 신청하는 절차뿐이었는데, 그가 신청만 하게 된다면 그는 더 이상 미친 상태가 아니어서 다시 출격을 계속 나가야 한다. 출격을 더 나간다면 오르는 미치게 되며, 그러지 않는다면 정상적인데, 만일 정상적이라면 그는 출격을 나가야 한다.(100쪽)

 

간단히 얘기하면, 그는 멍청이였다. 그는 현대 박물관에서 어물쩍거리는 사람들처럼 양쪽 눈을 한쪽으로 몰고 요사리안을 자주 쳐다보았다. 그것은 물론 어떤 문제의 한쪽만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바람에 다른 쪽은 전혀 보지 못하는 클레빈저의 편견에서 연유하는 착각이었다. 정치적으로 그는 옳은 쪽과 그른 쪽도 구별을 못 하고 그 둘 사이에 엉거주춤하게 발이 묶인 인도주의자였다. 그는 우익인 적들 앞에서는 공산주의자 친구들을, 그리고 공산주의자 적들 앞에서는 우익 친구들을 항상 옹호했지만, 그를 멍청이라고 생각했던 양쪽 패거리들은 누구 앞에서도 그를 옹호하는 일이 없었고, 철저하게 미워했다.(143-144쪽)

 

요사리안에게는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위험한 일들이 따라다녔다. 예를 들면, 히틀러와 무솔리니와 일본 천황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그를 죽이려고 기를 썼다. 열병식 대회에 광적으로 열을 올리던 셰이스코프와, 보복에 광적으로 열을 올리던 텁수룩한 콧수염의 대령이 있었는데, 그들도 역시 그를 죽이려고 했다.(336쪽)

 

요사리안(Yossarian)─그 이름을 눈으로 보기만 해도 그는 치가 떨렸다. 그것에는 에스(s)가 너무 많았다. 그것은 당연히 파괴적이었다. 그것은 ‘파괴적(subversive)’이라는 어휘 그 자체나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선동적(seditious)’이나, ‘교활한(insidious)’이나 마찬가지였으며, ‘사회주의자(socialist)’나 ‘수상한(suspicious)’이나 ‘파시스트(fascist)’나 ‘공산주의자(Communist)’나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밉살스럽고, 외국적이고, 역겨운 이름이었으며, 신뢰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그런 이름이었다. 그것은 캐스카트나 페켐이나 드리들처럼 깨끗하고, 산뜻하고, 솔직하고, 미국적인 이름이지 못했다.(402-403쪽)

 

<2권>

 

“민주주의에서는 정부가 곧 국민입니다.” 마일로가 설명했다. “우린 국민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러니까 돈은 우리가 간직하고, 중간 과정은 생략할 수가 있죠. 솔직히 얘기해서, 전 정부가 전쟁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그 일을 전부 개인 기업에 맡겼으면 하고 생각합니다. 만일 우리가 가진 돈을 모두 정부에 지불한다면, 그것은 즉 자기 편 장병과 비행기를 스스로 폭격하는 개인들의 기를 꺾고 정부만 옹호하는 셈이 됩니다. 우린 그들의 보상을 박탈하게 되는 셈이죠.(75쪽)

 

“난 돌았어. 미치광이지. 이해가 안 가? 난 머리가 삐끗했어. 그들은 실수로 나 대신에 다른 사람 하나를 귀국시켰지. 병원에는 면허증이 있는 정신과 의사가 있어서 나를 진단했고, 그가 판결을 내렸지. 난 진짜 정신이상이야.”

“그래서?”

“그래서라니?” 이해를 못 하는 다네카 군의관의 무능함에 요사리안은 어리둥절했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를 모르겠나? 이젠 자네가 내 전투 임무를 면제시키고 날 고향으로 보낼 수 있어. 그들은 미친 사람을 죽으라고 내보내지는 않을 거야, 안 그래?”

“그럼 미치지 않았다면 누가 나가지?”(161쪽)

 

요사리안은 석고와 거즈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하얗게 덮인 군인의 하얗고, 역겹고, 낯익은 모습뿐 아니라 괴이하게 찢어지는 던바의 목소리에 얼이 빠져서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이상하게 떨리는 소리가 자기도 모르게 요사리안의 목구멍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가 돌아왔다!” 던바가 다시 비명을 질렀다.

“그가 돌아왔다!” 열이 나서 헛소리를 하는 어느 환자가 자동적으로 겁에 질려 따라 했다.(269쪽)

 

‘그렇다면 왜 우릴 몰아내나요?’ 여자들이 물었어요. ‘캐치-22요.’ 남자들이 말했죠. ‘무슨 권리로 이래요?’ 여자들이 물었어요. ‘캐치-22요.’ 남자들이 말했고요. 그들이 자꾸만 하는 얘기라곤 ‘캐치-22, 캐치-22’뿐이었다오. 캐치-22라니, 그게 무슨 뜻인가요? 캐치-22가 뭐예요?”

“그것을 당신들한테 보여 주지 않던가요?” 분노와 실망을 느끼며 오락가락하던 요사리안이 물었다. “그것을 읽어 달라고 하지도 않으셨어요?”

“그들은 우리한테 캐치-22를 보여 줄 필요가 없다오.” 늙은 여인이 대답했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법에 정해져 있으니까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어떤 법이 그래요?”

“캐치-22요.”(348쪽)

 

“댄비, 오르는 그렇게 계획을 짠 거예요. 모르겠어요? 그는 처음부터 그렇게 계획을 짰어요. 그는 격추를 당하는 것까지도 연습했죠. 그는 출격을 나갈 때마다 그 연습을 했어요. 그런데도 난 그를 따라가지 않겠다고 그랬죠! 아, 나는 왜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까? 그는 나를 초청했지만, 난 같이 가지 않겠다고 했어요! 댄비, 전혀 아무도 어떤 똑똑한 면이 있다고 의심하지 못할 만큼 바보스럽고 순진한 표정하고, 뻐드렁니하고, 고장 난 밸브도 가져다줘요. 난 그런 것들이 모두 필요해요. 아, 왜 나는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가. 이제 와서야 나는 그가 하려던 얘기의 뜻을 이해하게 되었어요.”(426쪽)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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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헬러

1923년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열 살 때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청소년판을 읽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 참가하자 몇몇 친구들과 육군 항공대에 입대, 사관후보생 과정을 마치고 소위로 임관하여 코르시카에서 공군 폭격수로 출격했다. 이때의 경험은 훗날 『캐치-22』의 밑바탕을 이루었다. 전장에서 돌아와 뉴욕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 강사, 카피라이터 등으로 일하면서 1953년부터 첫 장편소설 『캐치-22』를 쓰기 시작하여 1961년 출간하였다. 처음에는 별 반응을 얻지 못한 『캐치-22』는 차츰 풍자소설로서의 진가가 드러나면서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키고, 1970년 마이크 니컬스 감독이 제작한 동명의 영화가 성공하면서 6주 동안 100만 부가 팔려 나가기도 했다. 이후 『무슨 일이 있었지』(1974), 『황금처럼 좋은 것』(1979), 『하느님은 아신다』(1984) 등을 발표하였으며 특히 『캐치-22』의 주인공 요사리안이 재등장하는 『마감 시간』(1994)으로 다시 한 번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1999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조지프 헬러"의 다른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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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효 옮김

안정효는 1941년 서울, 시장 골목의 한 구멍가게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목수였고, 그에게는 한국전쟁 때 죽은 동생을 포함하여 모두 다섯 명의 동생이 있는데 지금은 모두 미국에서 산다. 중고등학교 때 안정효는 단지 영화를 너무 좋아하여 정학을 두 번 맞은 것 외에는 별 두드러진 면모가 없었다. 다만 그가 3년 동안 집필한 1500페이지에 달하는 만화는 급우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당시 몇몇 만화잡지에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던 그는 친구의 설득으로 만화가의 길을 포기하고 서강대학교 영문과로 진학한다. 대학을 다니는 동안 영문으로 7권의 장편소설을 쓴 그는 미국의 여러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지만 계속 실패했다. 그러나 영어로 많은 작품을 쓴 덕택에 그는 쉽게 대학 4학년 때(1964)《코리아헤럴드》기자로 입사했다가 1966년 군대로 갔다. 그는 제대 1년을 남겨놓고 월남으로 가서『하얀전쟁』의 배경을 이루는 수많은 얘기를 엮어《코리아 타임스》에 칼럼을 집필하고, 월남과 미국의 영자신문과 잡지에 기고하여 그의 명쾌한 문체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귀국한 후《코리아타임스》,《주간여성》기자로 일했고『브리태니커』백과사전에서 편집부장으로도 일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문학사상』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의『백년동안의 고독』을 번역, 연재하면서 ‘번역문학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온 번역서는 지금까지 150여 권에 달한다. 작가로서의 열망을 내밀히 간직해오던 그는 1984년이 되어서야『실천문학』에『전쟁과 도시』(후에『하얀전쟁』으로 제목을 바꿈) 를 연재하며 등단하게 된다. 그후 그는 장편소설『가을바다 사람들』과『갈쌈』(후에『은마는 오지 않는다』로 제목을 바꿈), 단편인 <학포장터의 두 거지>, <동생의 연구> 등을 발표한다. 『전쟁과 도시』는『White Badge』라는 제목으로 뉴욕의 소호출판사에서 출판되고 《뉴욕타임스》 등 여러 매체로부터 격찬을 받는다. 이 장편소설은『하얀전쟁』이라는 제목으로 1989년 한국에서 재출판된다.

"안정효"의 다른 책들